제54화
당가 녀석들과 함께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시후도 익히 아는 곳이었다.
그 때문인지 쉽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야, 너희가 진짜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네.”
“진짜? 너희가? 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궁금한 것을 꾹 참았다.
과연 독과 암기로 유명한 당가는 이 시대에서 어떻게 터를 잡았을지.
제갈세가는 영특한 두뇌로 의약품 회사를 차려 성공했다.
그러니 당가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원래 독과 약은 한 끗 차이였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제약회사나 병원 쪽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의외의 장소였다.
그런 시후의 질문에 여자를 둘러업고 있는 녀석이 홱 돌며 짜증 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아! 진짜라니까요, 저희가…. 어?!”
녀석은 시후에게 짜증을 내려다가 돌연 놀랐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자신들을 뒤따라오던 이는 곱상한 얼굴에 어려 보이는 남자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그는 각진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의 남자였다.
녀석의 놀라는 소리에 다른 두 녀석도 고개를 돌려 바뀐 얼굴의 시후를 발견하고는 같이 놀랐다.
“어떻게? 얼굴이?”
“역용이라는 거다. 너희는 당가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운 것이냐?”
역용술을 알아보지 못하는 셋에 시후는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에 셋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들도 역용술을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코를 비틀고 입 속에 솜뭉치를 넣고 눈꺼풀을 짚어 쌍꺼풀을 만드는 그런 것들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 시후가 보여준 것은 그런 역용술이 아니었기에 놀라는 거였다.
사실, 시후가 사용한 역용술은 천마 시절 저잣거리에 놀러 나갈 때 사용하던 무공이었다.
언제나 어디를 가든 비천대가 따랐고 녀석들을 따돌려도 잠영대가 뒤따랐다.
자유를 갈망하던 천마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따돌리려 했다.
‘그러다 얻게 된 무공치고는 참으로 쓸 만했지.’
도구를 사용하는 그런 저급한 것이 아닌 내공을 움직여 얼굴의 골격을 바꾸고 피부의 노화 정도를 달리하는 천투변용술(天偸變容術).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천투’가 만든 것으로 화장술이나 인면피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고차원적인 역용술이었다.
천마 때 이것으로 열 번 중에 다섯 번은 성공적으로 자유를 누렸다.
그만한 것을 지금 사용한 이유는 독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천마 시절에는 이미 만독불사지체(萬毒不死之體)였기에 세상 그 어떤 독도 우습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었기에 독으로 유명한 당가를 찾으면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얼굴을 바꾼 거였다.
시후는 자신을 보며 놀라는 셋에게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내 얼굴 보고 놀란 것보다 나는 여기에 당가가 있는 게 더 놀랍거든?”
그 말과 함께 시후는 다시 한번 눈앞에 보이는 ‘하’자의 조형물을 올려다봤다.
놀랍게도 이 조형물의 의미는 이곳이 ‘한국대’라는 거였다.
녀석들을 따라 강남에서부터 걸어왔다.
비탈길을 오르던 녀석들이 떡하니 한국대로 들어서는 거였다.
경비가 있었지만, 경비에게 살짝 고개만 숙여 인사를 하고는 너무나도 쉽게 안으로 들어왔다.
‘독이나 쓰던 것들이 어떻게 학교를?’
도대체 독과 암기가 교육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후가 한국대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어머니 윤여정 때문이었다.
유명한 변호사인 어머니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한국대 법대 졸업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평소 어머니와 대화할 때면 지식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던 시후였기에 한국대가 어느 정도의 교육을 하는지 예상했다.
그런 곳에 당가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시후의 표정에서 그것을 읽은 녀석들이 입을 열었다.
“저희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선대 어르신께서 어느 날 교편을 잡으셔야겠다며 학교를 설립하셨다고 합니다.”
“선대가? 왜?”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아무래도 이 녀석들보다는 좀 더 윗대가리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시후는 이제 이야기는 됐으니 어서 가자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캠퍼스를 거닐어 본관까지 걸어가니 드디어 누군가가 나타났다.
달빛이 비칠 정도로 반짝이는 대머리의 중년 남성이었다.
“뭐야? 덕칠이냐? 여기에 여자를 업고 오면 어쩌자는 거야?”
“그, 그게….”
시후는 그제야 여자를 업고 있는 녀석의 이름이 덕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머리 중년인은 계단을 내려오며 녀석들을 힐끗거렸다.
“너희들 또 누굴 업고 온 거냐? 쯧. 여관으로 갈 것이지 왜 학교로 데리고 오는지. 취향들하고는.”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정보를 나불대는 중년인이었다.
시후가 저 중년인에게 당가에 관해 물어볼까 하는 순간 중년인이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어느새 던졌는지 시후의 눈앞에 비표(飛鏢) 두 자루가 날아왔다.
“제법!”
시후는 자신의 이목을 속이고 비표를 던진 중년인을 칭찬하며 고개를 옆으로 비틀어 비표를 피했다.
“예사 놈이 아니구나?!”
파파팟-
중년인은 시후가 비표를 피하자 품속을 뒤지며 손을 빠르게 내질렀다.
그의 손을 떠난 것은 시후가 보았던 비표였다.
다만, 그 수가 시후의 시야를 가릴 정도로 많을 뿐.
만천화우(滿天花雨)는 아니었지만, 지척에서 이런 암기술을 펼친 것에 칭찬을 아낄 수 없었다.
“당가답구나!”
시후는 칭찬을 내뱉고는 천잠음영술을 펼쳤다.
달빛이 비치고 있다 하지만 어둠이 가득한 밤이었기에 순식간에 그림자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시후가 나타난 곳은 중년인의 뒤였다.
탁-
“거기까지.”
“헉!”
시후는 어느새 중년인의 목에 비표를 가져다 댔다.
중년인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싸한 느낌에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도대체 시후가 언제 사라졌고 자신이 던진 비표는 언제 수거해서 이 상황이 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만약, 시후가 악의를 품고 있다며 이 작은 비표로도 자신의 머리는 땅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시후는 중년인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적의를 가지고 온 게 아니다. 물을 게 있으니 답을 줄 수 있는 이를 만나게 해주겠나?”
사뭇 진지하면서도 무게감이 실린 목소리였다.
시후는 이미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변형했다.
당가라는 녀석들은 자존심이 다른 무인들보다 배는 강한 족속들이었다.
그렇기에 어려 보이는 모습보다는 이 모습으로 대하는 편이 나았다.
본모습을 아는 것이라고는 저 세 놈뿐이니 녀석들만 해결하면 될 것 같아 전음을 보냈다.
- 쓸데없이 입을 나불대면 그 혓바닥은 필요 없는 줄 알겠다.
녀석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제 쓸데없이 입을 나불댈 놈은 없으니 중년인의 목에서 비표를 거두었다.
중년인은 아직도 서늘한 비표의 감촉이 남아 있는 목을 쓰다듬었다.
“물을 게 무엇인지요?”
“사천에 있어야….”
“으음….”
“셋째 아가씨?!!”
본론을 꺼내려는데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여자가 신음을 흘리며 깨어났다.
중년인과 여자는 마주 보고 있었기에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중년인은 후다닥 달려갔다.
이렇게 또 한 번 본론을 꺼내지 못한 시후는 입술을 악물었다.
“후…. 그래.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으니.”
시후는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 자를 한 번 새겼다.
중년인은 단번에 셋째 아가씨라는 여자가 산공독에 중독된 것을 파악하고는 품속에서 약병을 꺼냈다.
빠르게 단약 한 알을 개어 입에 넣어주고는 여자를 둘러업었다.
“일단 아가씨부터 챙겨야 하니, 들어가셔서 기다리시지요. 안내는 덕칠이가 할 것입니다.”
“그래, 그래라.”
시후는 손을 휘휘 저으며 가보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닦달을 해봐야 달라질 것도 없으니 기다려 주기로 한 거였다.
중년인이 경공술을 펼쳐 훌쩍 사라지자 남아 있는 세 놈이 우물쭈물하며 시후를 안내했다.
그런데 그 안내받은 곳이 한국대 총장실이었다.
‘하? 이젠 놀랍지도 않다.’
더는 당가와 한국대 사이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소파에 앉았다.
패브릭 소재로 이루어진 푹신한 고급 소파에 앉아 있던 시후는 문득 드는 위화감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음…. 언젠가 와 본 것 같은데? 아!”
이곳이 아니라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방을 방문한 기억이 떠올랐다.
‘제갈상민의 방.’
제갈세가를 처음 방문했을 때 태산과 인호를 먼저 보내 제갈상민과 이야기하라고 했던 그 방이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덕칠이라는 녀석이 내온 차 또한 그곳에서 마셨던 특품 용정차 같았다.
향을 음미하려는 그때 총장실의 문이 열렸다.
“이거, 손님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중년 신사로 눈매가 날카로웠다.
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허, 허허, 앉으시지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 여식을 구해 주셨다지요?”
시후는 자리에 앉으면서 남자의 말에 골목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자가 그 여자의 아버지이면서 당가의 가주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국대 총장이라는 말도 되었다.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말로 저희 제자들을 상대할 수 있지는 않을 텐데요?”
당가 가주의 말에 시후는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무공을 익힌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시후의 모습에 당가 가주는 눈에 이채가 어렸다.
“감사 인사는 제게 물으실 것을 들은 후에 해도 되겠습니까?”
바로 본론을 거론하는 당가 가주였다.
시후 또한 그 편이 편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당가에서 만드시는 물건을 받고 싶습니다.”
“어떤 물건을요?”
“대환단(大還丹).”
움찔-
당가 가주는 시후가 대환단이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대며 입을 다물었다.
대환단은 소림을 대표하는 단약으로 공청석유(空淸石乳)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바 있었다.
솔직히 시후 또한 소림을 대표하는 대환단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은 없었다.
천마 시절 당가에 놀러 다닐 때 가주 늙은이가 술만 취하면 거론했던 것을 기억해 낸 거였다.
- 소림의 대환단을 우리 당가에서 만들었다.
소림에서 들었으면 한차례 풍파가 불 만한 말이었지만 취중에 한 말이라 그저 웃고 넘겼다.
당가 녀석들은 원체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녀석들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었다.
독과 암기에 능하다 알려져 있지만, 독에 능하다는 것은 약에도 능하다는 말.
무림에서 가장 귀하고 효능이 좋다는 단약을 대환단으로 꼽으며 소림을 칭송하는 소리에 투정을 부린다 생각했었다.
그 투정이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에 슬쩍 떠본 거였다.
그런데.
‘이것 봐라? 반응이 있어?’
당가 가주의 반응에 시후는 눈빛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그저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그에 합당한….”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시후의 말을 탁 끊으며 묻는 가주였다.
시후는 당가와 만나면서부터 자신이 말할 때마다 탁탁 끊기는 상황에 슬슬 열이 올랐다.
속으로 두 번째 인(忍) 자를 새기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들었냐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게 중요하지요.”
“그것도 그렇군요. 말에는 무게가 있는 법인데, 손님께서는 당가에서 그 말이 가볍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시후는 앞에 놓인 용정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대답에 잠시 텀을 두고는 입을 열었다.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훗, 당연히 알아야지, 여기서 한 줌의 핏물로 되기 싫다면 말이다.”
갑자기 하대하며 은연히 살기를 뿜는 당가 가주였다.
시후는 그런 가주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내게 피독주가 없다 하지만 고작 용정차에 들어 있는 군자산 정도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시후의 말에 당가 가주는 씨익 웃고는 몸을 움직였다.
앉아 있던 자세로 움직였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시후의 목을 향해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시후 역시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몸을 슬쩍 눕히며 손을 피했다.
자신의 첫수가 허공을 움켜쥐자 당가 가주는 살짝 놀랐다.
“제법이구나?”
휙휙-
그러고는 어디 이것도 피해 보라는 듯이 더욱 빠르게 손을 뻗어왔다.
여전히 당가 가주가 노리는 곳은 시후의 목이었다.
왜 한정적으로 한 곳을 노리는지는 시후도 익히 알았기에 한숨을 내쉬며 피하기만 했다.
순식간에 서른 번의 헛손질을 하자 당가 가주는 인상을 구기며 품속에 손을 넣었다.
팟-
그 순간 지금까지 피하기만 하던 시후가 빠르게 움직여 당가 가주 눈앞에 우뚝 섰다.
그러고는 품속에 넣은 팔을 빼내지 못하도록 팔을 밀쳐냈다.
순식간에 동작이 제약된 당가 가주는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시후의 손에 작은 검이라도 들려 있었다면 그대로 가슴에서 피 분수를 일으킬 만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당가 가주는 그제야 시후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깨닫고는 생각을 바꿨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시 존대하는 말투로 바뀐 당가 가주의 말에 시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 너희들의 은인(恩人)이 될 사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만독수(萬毒手).”
“그걸 어찌?”
당가 가주는 대환단을 거론할 때보다 더 놀라는 눈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독수라는 것은 당가 가주에게 내려오는 특별한 무공의 이름이었다.
만 가지의 독을 다룬 후에야 얻을 수 있는 손으로써 만독불침지체(萬毒不侵之體)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당가 가주는 시후에게서 한발 물러나더니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만독수를 완성하게 되면 손의 색이 변한다.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내공을 일으키면 살갗이 투명해지며 혈관과 뼈가 보였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오히려 짙은 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었다.
자신이 만독수를 수련한 지가 벌써 1년.
가주로서 꼭 이루어야 할 관문이었기에 언제나 홀로 고뇌하였는데, 그 존재를 시후가 거론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후는 그렇게 놀라는 당가 가주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진짜 대화할….”
아니. 말을 이었지만, 또다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쾅-
“아빠!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웬 여자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온 탓이었다.
당가 가주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자식이 분명했다.
당가 가주는 막무가내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성을 내는 여식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빠! 덕칠이 놈들이 말한 거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꾸나. 지금은 손님이 오셨으니.”
“손님은 무슨! 지금 제 이야기…. 으흥.”
털썩-
당가 가주는 한참 성을 내며 제 할 말만 내뱉던 여식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려 하자 급히 부축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고개를 돌려 시후를 봤다.
“끝. 당가는 내 말을 세 번이나 끊었다. 아무래도 나와 이야기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으니 다음에 찾아오지.”
“아니? 이, 이보시오?”
“며칠 후에 다시 올 테니까 정리해 놔라.”
무엇을 정리해 놓으라는 건지 묻기도 전에 눈앞에 서 있던 시후가 훅 하고 사라졌다.
당가 가주는 순식간에 기척까지 감추며 모습을 감춘 것에 대경실색하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저런 신출귀몰한 재주가 있으면서도 자신과 이런 시간을 보낸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그러자 자신의 품에 잠들어 있는 여식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