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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48화 (48/275)

제48화

집으로 돌아와 캡슐 방에 들어서니 태산과 인호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 중이었다.

딱히 자신이 시킨 것도 아닌데 이제 알아서들 정진하는 둘의 모습이 기특했다.

그때 태산과 인호의 백회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벌써 저 경지까지 다다랐나?”

백회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삼화취정(三花聚頂)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리는 전조현상이었다.

생사현관(生死玄關)이 타통되는 지고한 경지에 다다르는 것으로 시후가 일찍이 경험한 환골탈태를 이루기 위한 관문이었다.

처음 둘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려 할 때 12경맥을 만져준 것처럼 이제는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뚫을 수 있도록 도와줄 차례였다.

“뭐, 아직은 조금 더 있어야 하지만.”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태산과 인호는 임독양맥만 타통되어도 몸이 견디기 힘들어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백치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진지춘이 필요한 거였다.

진지춘이 만든 소명단은 시후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만들라고 한 이유는 태산과 인호를 위함이었다.

앞으로 진지춘이 만든 소명단의 1차 복용자는 이 둘이 될 거였다.

“그 후에는 아버지를 설득해서 아버지와 어머니께 드리고.”

시후는 아버지인 강인과 어머니 윤여정.

이 둘을 태산과 인호 다음으로 무림인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산과 인호와는 달리 두 분은 어린 나이가 아니었기에 몸속에 들어 있는 독소를 빼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미 두 분이 모르게 잠이 들었을 때면 몰래 추궁과혈(推宮過穴)을 해주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이미 불혹을 넘은 두 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효과가 있으니 다행이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분 모두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시후의 예상보다는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고는 있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두 분 모두 몸이 뻐근하거나 직장인이 가진 화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두 분의 금실까지 좋아진 것이 아무래도 동생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동생이라…. 그러고 보니 비천대는 뭘 하고 있나?”

동생을 생각하니 비천대 막내가 떠올랐다.

사형제의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녀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비천대는 시후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비천화벽진의 숙련도를 Lv. Max까지 올려두라며 각자에게 맞는 장비까지 챙겨준 후 방치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오크 부족장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적정 레벨을 만든 후 연락하라고 했었다.

“큰 퀘스트는 내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 낫지.”

천마 시절 당했던 배신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후였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그곳에서조차 배신 따위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퀘스트에는 태산, 인호, 비천대, 타란까지만 참여시킬 생각이었다.

프랑시스와 그녀의 부하들까지 참전한다면 단순한 오크들에게 섭혼술을 걸어 큰 효과를 볼 수도 있었지만, 그 후에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컸다.

바로 환락탑을 운영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섭혼술은 이 시대에는 그저 최면술로 평가받고 있었기에 정신을 조종한다고 하면 환락탑은 그대로 망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미 프랑시스에게 잘 둘러대 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던 때에 드디어 태산과 인호가 운기조식을 끝마치고 눈을 떴다.

“후~ 개운하다.”

“그러게, 어? 시후야! 언제 왔냐?”

둘은 운기조식을 마친 후에 느끼는 청량함을 만끽하다 시후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말이야, 운기조식을 하는 것은 좋은데 왜 우리 집에서 하는 거야?”

“그야 너희 집이 가장 안전하니까?”

“음…. 인정.”

왜 자기네들 집에서 하지 않냐고 탓하려다가 안전을 거론하자 할 말이 없었다.

시후네 집은 가장 고층에 있어 아무나의 침입이 어려울뿐더러 들어오는 데만 잠금장치가 3개나 있었다.

태산과 인호는 이미 각막과 음성인식으로 등록을 해놓았기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어림도 없었다.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통창도 전부 방탄유리였고, 옥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전혀 없었다.

이 모두가 병원장과 변호사를 직업으로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강박에서 설계된 결과였다.

그런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운기조식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아는 시후였기에 둘의 이유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오크 부족장을 상대할 수 있는 무공을 배워 볼까?”

“오오!! 오늘 드디어 그거 가르쳐주는 거야?”

시후가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태산과 인호는 들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시후에게 배운 것은 개걸폭렬권과 투신검각권이 전부였다.

물론, 그 두 개의 무공이 Safety World에서 스킬로 등록이 되자 무지막지한 위력을 보여준 것은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스킬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스킬이라는 거였다.

위력이 좋다고 이번 대대적인 퀘스트에서 남발하다가는 세간의 이목을 끌 게 뻔했기에 시후는 다른 스킬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이미 둘에게는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었고 둘은 충분히 이해한 상태였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에 들뜨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동안 제갈세가의 일로 미루고 미루던 새로운 무공을 오늘 가르쳐 준다니 잔뜩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후는 둘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순수하게 무공을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둘이 벌써 느껴 버렸기에 웃는 거였다.

‘앞으로 올바른 길만 간다면 분명 대성할 거야.’

배움의 즐거움은 무공을 배우는 데 가장 으뜸의 자질이었다.

둘이 가는 길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지도해주는 이가 있다면 둘은 대성할 거였다.

물론, 그 길을 지도해주는 것은 자신이고 그 올바른 길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천마 시절 천하를 누비던 자신의 기준에서였지만 말이다.

“이번에 너희들에게 가르칠 것은 삼재검법(三才劍法)이라는 거야.”

“어? 그거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배운다는 그거?”

“맞아.”

태산과 인호는 무협 소설에서 읽었던 삼재검법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처음 검을 잡는 사람은 누구나가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검법.

둘은 그런 기초적인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살짝 시무룩해졌다.

시후는 둘의 그런 표정을 보며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았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그런 삼재검법이 아니었기에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자, 가부좌 틀고 앉아.”

“응….”

일단은 시후가 시키는 대로 둘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하지만 뭉그적거리는 모습에서 아쉬움이 가득 느껴졌다.

시후는 둘이 과연 자신이 가르쳐주는 삼재검법을 보고도 저런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칠 삼재검법은 검에 미친 녀석이었던 검마(劍魔)의 무공이다. 잘 받아들여라.”

둘은 검마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다가 시후의 손을 타고 들어오는 기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시후는 둘의 머릿속에 직접 무공을 전수했다.

자신의 기로 둘의 뇌를 직접 자극하여 마치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듯 검마의 삼재검법을 새겨 넣었다.

차 한 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시후는 둘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둘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뇌로 들어온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기 시작했다.

시후는 팔짱을 끼고 둘에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혹여나 잘못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손을 써야 하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둘은 다시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나자 눈을 스르륵 떴다.

그러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토끼 눈으로 어버버거렸다.

“와….”

“헐….”

“어때?”

시후는 그런 둘에게 검마(劍魔)의 삼재검법(三才劍法)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그러자 둘은 시후를 향해 홱 돌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대박!! 이건 찐이야!!”

“완전!! 검마 아저씨 짱 멋져!!”

“아저씨? 크크큭.”

시후는 둘이 환호에 가까운 감탄을 하는 것보다 검마에게 아저씨라 말하는 것에 웃음이 터졌다.

천마 시절, 천마 다음으로 천마신교 교도들이 어려워하던 것이 검마였다.

일생을 검에 미쳐서 살던 녀석으로, 자신에게 검으로 패한 후 어디 가지도 않고 언제나 졸졸 쫓아다니며 비무를 요구했었다.

그때마다 호되게 혼내주고는 돌려보냈었다.

그러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폐관 수련을 한 후에 다시 도전해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떠나오기 전에 그 녀석은 신교 안에 있었을 텐데, 녀석은 어찌 지냈으려나.’

시후는 검마를 보고 오지 못한 것에 아쉬움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것을 느끼며 웃음을 멈추었다.

“이제 연마하러 가볼까?”

“응!!”

셋은 익숙하게 캡슐로 들어가 Safety World에 접속했다.

마지막 접속 장소가 한스텔 마을이었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로그아웃했기에 셋은 마을 입구에서 모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저번과 마찬가지로 마을 입구가 수련 장소가 되는 순간이었다.

“좋아, 일단 내가 보여줄 테니 잘 보고, 따라 해봐.”

정확한 자세를 보여줘야 했기에 먼저 시연을 했다.

그리고 둘이 따라 하게 되면 Safety World 스킬로 등록될 거였다.

시후는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길이의 칼 하나를 꺼내고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쥐었다.

“검마의 삼재검법은 총 네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첫 번째 초식, 낙뢰(落雷).”

시후는 머리 위로 치켜들었던 검을 빠르게 내려쳤다.

쿠콰과광-

그러자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치듯이 천둥소리가 사방을 진동하며 시후의 앞에 벼락이 떨어졌다.

떨어진 벼락은 땅을 뒤집어 까며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대지를 울리던 굉음과 뒤집어 까지던 땅이 잠잠해지자 시후가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초식, 단뢰(斷雷).”

검을 왼쪽으로 옮기며 수평으로 눕혔다.

그리고 빠르게 오른쪽으로 가로 베기를 했다.

피슝-

검마의 삼재검법의 두 번째 초식인 단뢰는 아주 짧은 단음을 내었다.

그리고 눈에 무언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멀리멀리 날아가더니 여우 떼가 있는 언덕을 싹둑 잘라버렸다.

잘린 언덕이 스르륵 떨어지며 굴러 떨어질 때쯤 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세 번째 초식, 충뢰(衝雷).”

어느새 들고 있던 검을 가슴까지 끌어당긴 시후는 곧장 앞으로 빠르게 찔렀다.

퍼엉-

검 끝에서 회오리 같은 기운이 일렁이더니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뻗어져 나갔다.

그러고는 방금 잘린 언덕에 커다란 구멍을 뻥 뚫어 버렸다.

뻥 뚫린 언덕이 무너져 내릴 때쯤 시후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 초식, 합뢰(合雷).”

합뢰라 외치며 시후가 검을 던졌다.

그러자 검과 함께 시후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번개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龍)이었다.

파지지직-

눈앞의 번쩍임에 태산과 인호는 절로 눈을 감았다.

무언가 스파크가 일어나는 소리가 크게 들릴 뿐.

한참을 지나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 태산과 인호의 시력도 돌아왔다.

“으… 헉!”

“헐!!”

눈을 뜨자 보이는 광경에 입을 쩍 벌렸다.

여우 떼가 있던 언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였다.

천마멸겁장 이후로 두 번째로 언덕을 날려버린 시후였다.

“음…. 이번에도 한바탕 난리가 나려나?”

시후는 태산과 인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곤란하다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시후를 보며 태산과 인호는 침을 꼴깍 삼킬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에게 삼재검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을 때 실망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찌나 부끄러운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시후는 그런 둘의 모습에 원하는 표정을 보았다는 듯이 한쪽 눈꼬리만 올리며 웃었다.

“용을 베기 위해 만든 초식들이야, 당장 이 정도까지는 무리겠지만 이번 퀘스트를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는 보자.”

“응!!”

둘은 시후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도 알고 있는 거였다.

시후가 여기서 가르쳐주기 전에 집에서 먼저 검마의 삼재검법에 대한 것을 뇌리에 넣어 준 것은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배려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들도 극에 달했을 때는 저런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둘은 시후의 가르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자 태산과 인호의 스테이터스 창에 검마의 삼재검법이 스킬로 나타났다.

[검마(劍魔)의 삼재검법(三才劍法)]

[무림인이 가르쳐준 삼재검법]

[검마의 절학이 담긴 검법으로 총 네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킬의 숙련도와는 다르게 마지막 초식은 특별 퀘스트로 습득할 수 있다.]

삼재검법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없었기에 단출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스킬 정보에 나타난 ‘무림인’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꽂혔다.

‘내 직업에 적혀 있던 무림인?’

시후의 스테이터스 창 직업란에 적혀 있는 [무림인]이라는 단어가 스킬 정보에 보였다.

개걸폭렬권과 투신검각권을 가르쳤을 때와는 다르게 정보 내용에 자신을 거론한 것을 보며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AI라는 녀석이 나를 주시하는구나?”

드디어 Safety World를 관리하는 AI라는 녀석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삼재검법으로 사라진 언덕을 보며 시후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연무는 여우 언덕을 넘어서 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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