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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32화 (32/275)

제32화

주말을 만족스럽게 보낸 시후는 등교 후에도 천마분심공을 통해 끝없이 운기를 했다.

이렇게 운기를 하는 동안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수업은 들을 수 있으니 남들의 이목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평소에도 자신의 잘난 외모와 분위기에 반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 시선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뭐지? 왜 다들 힐긋거리는 거지?”

무언가 찝찝한 시선에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이럴 때는 역시 소문에 귀가 밝은 녀석에게 물어보는 게 답이었다.

“인호야, 학교에 무슨 일 있냐?”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인호를 깨워갔다.

인호는 주말 내내 시후와 함께 Safety World를 했었다.

우직한 성격의 태산과는 다르게 인호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무공을 늘릴 방법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시후가 인호에게 가르친 것은 태산과 같은 우직한 방법이었다.

천마의 기억을 가진 자신이 아니었기에 이들에게 지금은 반복적인 연습만이 답이었다.

‘뭐,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일쯤이면 단약들이 완성될 테니까.’

불러도 깨지 않는 인호의 모습에 살짝 짠했다.

그래도 내일이면 단약이 완성되니 녀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였다.

그렇게 되면 주말 내내 게임 좀 했다고 이렇게 퍼져 있지는 않을 거였다.

여전히 꿈나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호의 모습이 살짝 짠했지만 깨우기로 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말이다.

옆구리에 있는 요혈 중의 하나를 쿡 찌르자 바로 반응이 왔다.

“으악! 푸웅….”

“워워, 진정해!”

옆구리가 송곳에 찔리는 듯한 통증에 잠을 깬 인호는 투신검각권 일 초식인 풍(風)을 펼치려 했다.

시후는 재빨리 목덜미를 잡아 내공의 흐름을 방해했다.

덕분에 교실에 회오리가 일어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그제야 여기가 학교고 자신이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는 것을 자각한 인호였다.

찌릿하게 느껴지는 옆구리를 움켜쥐고는 시후를 돌아봤다.

“아! 쫌! 평범하게 깨우면 덧나냐?”

“난 분명 살살 흔들었는데 네가 안 일어났다.”

“그때는 그냥 좀 더 세게 흔들면 되잖아. 무슨 일인데?”

인호의 짜증 섞인 말투 덕분인지 시후는 다음에도 같은 혈을 찔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이 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야?”

“너? 그야 갑자기 존잘남이 되어서?”

“그건 저번 주에 그랬고, 지금은 그 시선이 아니라고.”

“그게 아니면…?”

인호는 시후의 말에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반 애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게? 뭔가….”

“비 오는 날, 비에 홀딱 젖은 강아지를 보는 그런 느낌?”

“맞아! 바로 그거야! 근데 쟤네들이, 시후 너를? 왜?”

아주 적절한 비유에 인호는 책상을 두들기며 호응했다.

하지만 왜 그런 시선으로 시후를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예전에야 연약한 셔틀이었기에 그랬다 치지만 지금은 그때와 180도 달라진 시후였다.

키도 좀 커졌고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근육이 교복 밖으로 드러났다.

원래 곱상하게 생겼던 얼굴에 강인한 인상이 추가되자 여자들에게는 선망의 시선을, 남자들에게는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 시후였다.

거기에 어째서인지 은은한 향기까지 나는 것이 어떤 여자애들은 무슨 향수를 쓰냐며 말을 걸기도 했다.

킁킁-

인호는 시후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코끝을 벌렁거리며 킁킁거리는 인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밀쳐내는 시후였다.

“재수 없다. 그런 거 하지 마라.”

“아, 미안. 하도 좋은 냄새가 나길래. 크큭.”

장난 반 진심 반이 섞인 인호의 장난에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러움의 시선만 받던 시후에게 왜 안쓰러워하는 시선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반에서 태산과 인호 말고는 친한 아이들이 없었기에 망설였다.

그때 이 모든 것을 설명해줄 인물이 나타났다.

쾅-

“강시후가 누구야?!”

교실 뒷문을 벌컥 열리며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그 목소리에 반 아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일제히 시후를 바라봤다.

그런 반 애들로 인해 중년 여성은 자신이 찾는 이가 창가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년 여성이 시후에게로 걸어오자 인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저래서 그랬구나? 해외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언제 들어오셨대?”

“아는 분이야?”

“알지. 나 말고도 학교에 저 아줌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왜 저렇게 씩씩대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지 알 수 없는 시후였다.

중년 여성은 시후와 인호가 앉은 책상 앞에까지 걸어와 멈추더니 미간을 좁히며 시후를 노려봤다.

“네가 강시후냐?”

“……?”

생긴 것답게 상당히 표독스러운 말투였다.

천마 시절 자신의 앞에서 저렇게 이야기하는 이는 몇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살아 있는 이들이 몇 없었다.

저런 이들은 자신만만하게 입을 놀리도록 내버려 둔 후에 후회를 가득 안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허나 지금은 그때 그 시절도 아니고 여기는 학교였으니 당장 목을 날려버릴 수도 없기에 그저 바라만 봤다.

그런 시후의 시선에 중년 여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허! 이 싹수없는 놈 보게? 어른이 말하는데 가만히 앉아 그따위 눈깔로 노려봐?”

“……?”

그 말에 시후는 이 여성을 어찌할지 결정했다.

생긴 거와 어울리지 않게 입고 있는 고급스러운 원단의 옷과 돼지 목의 진주처럼 매달고 있는 저것들을 모조리 빼앗아 거지꼴로 집에 돌아가게 해주리라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어, 엄마! 그, 그만!”

그때 교실 뒷문에서 후다닥 달려 들어와 다급하게 엄마를 찾는 녀석이 보였다.

며칠 전에 이 교실에서 똥을 싸지르고 도망간 똥싸개였다.

이제 보니 대충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뭐야? 너 똥 쌌다고 엄마한테 이른 거냐?”

‘똥’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녀석은 얼굴을 붉히며 중년 여성의 뒤로 숨었다.

중년 여성은 자신의 자식이 창피를 당하자 더욱 언성을 높였다.

“네가 뭔데 우리 재민이를 그렇게 불러?! 어디 버르장머리 없게!”

휘익-

중년 여성의 높아지는 언성에 반 아이들은 이미 다음 행동을 예상했다.

중년 여성이 시후의 뺨을 후려치리라는 것을 말이다.

시후의 뺨을 향해 날아가는 중년 여성의 손은 제법 매서워 보였다.

확실히 한두 번 남의 뺨을 후려쳐본 솜씨가 아니었다.

‘이것 봐라?’

시후 역시 자신의 뺨으로 날아오는 손을 보고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 의외의 점이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스윽-

시후는 한쪽 발을 뒤로 빼며 가볍게 중년 여성의 손을 피했다.

중년 여성은 자신의 손이 허공을 가르자 깜짝 놀랐다.

“뭐? 피했다고?”

중년 여성은 뻗었던 손을 천천히 가져오며 시후를 훑어봤다.

운동 좀 한 몸매를 갖고 있었지만, 자신의 손찌검을 피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시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욱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금나수(擒挐手)?”

“그걸 어떻게?”

중년 여성은 자신의 손에서 펼쳐진 금나수를 시후가 알아보자 식은땀까지 흘렀다.

지금까지 꽤 많은 학생과 선생들의 뺨을 후려쳤었지만, 그 누구도 그 수법이 금나수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고작 고1짜리 녀석이 자기 손을 피한 것도 놀라운데 금나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자 놀란 거였다.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후의 눈빛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홱-

“가자.”

“어? 엄마? 어? 어?”

재민은 엄마가 나섰으니 시후의 뺨을 시원하게 후려갈길 거라 여겼었다.

얼굴이 팅팅 붓고 바닥에 나자빠지는 시후의 모습을 보고자 한걸음에 달려온 거였다.

그런데 엄마가 헛손질 한 번에 몸을 홱 돌려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가니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의 손에 끌려 나가듯이 재민이 교실을 나가자 순간 교실에 싸한 정적이 흘렀다.

시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자리에 앉아 인호를 바라봤다.

“재민이라고 했었나?”

“응? 뭐가?”

“아까 똥싸개 이름, 무슨 재민이야?”

“아! 제갈재민?”

“오호~ 성이 ‘제갈’이야? 자세히 좀 말해봐.”

시후가 제갈이라는 성에 관심을 보이자 인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설명했다.

그렇게 인호에게 들은 이야기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시후와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제갈재민은 갑질 중의 갑질을 하는 집안이었다.

강남에 자리를 잡을 정도로 대단한 재력을 갖고 있었으며 정치 쪽에도 인맥이 있어 TV에도 자주 거론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후도 몇 번 들어본 ㈜J.K제약회사가 재민이네 아버지 회사라고 했다.

여기서 문제는 재민과 시후와의 관계였다.

중학교 때부터 시후는 재민의 빵셔틀을 했었고, 재민은 유약했던 시후를 인정사정없이 괴롭혔다는 거였다.

물론 학교에서 중재가 이루어져 양가 어머님들이 모였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시후의 아버지 병원과 제약회사 간에 무언가 마찰이 있어 시후가 좋게 넘어가자며 말린 일화도 있었다고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시후는 턱을 매만지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이 끝난 것인지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에 인호가 깜짝 놀랐다.

“시후야! 뭐 하려고?!”

“응? 내가 뭘?”

“너 그 표정! 뭔가 일을 벌일 때 짓는 표정이잖아!”

인호의 말에 시후는 순간 뜨끔했다.

사실 인호의 말대로 오늘 일을 벌일 생각이었다.

성이 제갈이라는 것에 혹시나 했는데 인호의 말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천마 시절 정파 무림 쪽에 붙어 있던 ‘제갈세가’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말이다.

그래서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물론, 자신이 찾아가면 그쪽에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좋은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시후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눈치 빠른 인호가 저런 반응을 보이자 어찌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뭐야? 시후가 또 일을 벌인다고?”

언제 깨어났는지 수업 시간 내내 자고 있던 태산까지 가세했다.

시후는 눈에 힘을 팍 주고 자신을 바라보는 둘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앞으로도 함께 할 건데, 너희도 같이 가자.”

태산과 인호는 시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가 벌일 일들이 자신들의 상식선에서 벗어날 일이란 예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셋이 제갈재민의 집에 찾아간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였다.

그때까지 태산과 인호는 피와 땀을 흘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

시후는 교실에서 그런 일이 있던 그날 둘에게 새로운 무공을 가르쳤다.

비천잠행술(飛天潛行術).

천마 시절 직접 비천대에게 하사한 은신술(隱身術)이었다.

처음에는 천마동 비급고에 있던 은신술을 가르칠까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비천잠행술이 훨씬 효과적이었고 빠르게 배울 수 있었기에 이를 택했다.

다만 문제는 이것을 가르치는 것은 천마인 시후만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시후는 둘에게 편안하게 누우라고 하고는 몇 가지 혈을 눌렀다.

누른 혈은 오감을 닫는 혈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모두 잃어버린 둘은 당황했다.

평소 몸에서 느껴지던 모든 것들이 느껴지지 않자 깜짝 놀라 발버둥을 치려 했다.

하지만 몸 또한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후가 둘의 몸을 마비시키는 마혈까지 누른 거였다.

그리고서는 전음으로 비천잠행술에 대해서 말했다.

- 오감을 닫았다.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을 거야. 이 과정은 비천잠행술을 익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너희가 나와 함께 가려면 비천잠행술을 꼭 배워야 하기에 내가 손을 썼다. 먼저 너희가 할 일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오감을 되찾는 거야.

둘은 극심한 공포에서도 전음을 통해 시후의 말이 들려오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시후가 힘든 일을 시키지만, 결코 자신들을 버리거나 죽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이미 무공을 배우기로 한 몸.

이 또한 한 걸음 나아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둘은 집중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새벽의 해가 뜨자 인호가 먼저 눈을 떴다.

그 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태산도 눈을 떴다.

시후는 생각보다 빠른 둘의 성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오감을 되찾은 날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수업을 마친 후 둘은 시후에 의해 땅에 묻혔다.

눈, 코, 입, 귀를 시후가 준비한 천으로 모두 막은 후 땅에 묻힌 둘은 또다시 시후의 전음을 들었다.

- 귀식대법(龜息大法)을 익힐 거야. 그 상태로 느리게 호흡을 유지해. 그리고 심장의 박동을 떨어트려 체온을 내린 후에 내 기감에서 벗어나 봐.

물론, 시후의 전력이 담긴 기감에서 둘이 벗어나기라는 것은 불가능했다.

딱 둘이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의 기감을 펼쳤다.

둘은 극심한 공포가 느껴졌지만 시후가 옆에 있다는 생각에 극복할 수 있었다.

또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귀식대법을 익힌 둘은 당당하게 땅에서 솟아올라 시후의 앞에 나란히 섰다.

비천잠행술을 익히는 기초를 다진 둘에게 시후는 그날 본격적으로 비천잠행술의 모든 요결을 가르쳤다.

그리고 둘의 성취가 3성에 이르렀을 때 제갈재민의 집을 찾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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