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는 천마님-22화 (22/275)

제22화

모기.

드라큘라 백작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칼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를 묻혔는지 셀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백작이라는 직위를 가졌으나 전쟁 영웅인 자신을 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소문으로 들리는 말이 ‘모기’였다.

어디서부터 소문이 들렸는지 모르지만, 인간의 피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했다.

악마와 계약한 브라드 쩨뻬쉬는 언제나 피를 갈구하였고 그 소문이 사실이었기에 그것에 대해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모기’라고 부르는 것은 달랐다.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아 전쟁 영웅이 된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만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시후가 꺼내자 잠시 놀아주려던 마음이 싹 가셨다.

“네가 정녕 죽고 싶어 지랄하는구나!!”

드라큘라 백작은 자신의 몸을 여러 마리의 박쥐로 변신시키며 흩어져갔다.

시후가 달려들며 내지르는 주먹을 피하려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백작이 박쥐로 변하는 순간 내지르던 주먹을 곧장 땅으로 내려찍었다.

쾅-

도저히 주먹으로 땅을 내려쳤다고는 믿기 힘든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돌무더기가 떠올랐다.

시후는 눈앞에 떠오르는 돌무더기에 손가락을 가져다가 대며 하나씩 튕겼다.

피슝- 피슝-

손끝에 내공을 모아 건드리자 돌멩이들이 총알처럼 날아갔다.

날아가는 돌멩이의 숫자는 정확히 드라큘라가 변신한 박쥐의 수와 같았다.

끼에에엑-

박쥐의 비명인지 드라큘라의 비명인지 모를 기분 나쁜 비명이 주위를 가득 메웠다.

돌멩이에 저격당한 박쥐들은 사력을 다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박쥐들은 다시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으로 돌아갔는데, 처음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너, 너는 뭐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공격에 저격당한 드라큘라 백작의 얼굴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에도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다.

시후를 보며 씩씩거리는 사이 피가 멎어 가고 뚫린 곳들도 메워졌다.

하지만 상당히 놀란 표정만큼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를 물어오는 드라큘라에 시후는 콧방귀를 뀌며 답해주었다.

“너희들은 하나같이 내 정체가 왜 궁금한 거냐? 그냥 딱 보면 감이 안 오나?”

“뭐라?”

“너를 죽일 저승사자잖냐!”

스팟-

시후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그것도 처음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순간 시후가 사라지자 놀란 드라큘라 백작은 본능적으로 등골이 싸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앞으로 굴렀다.

그러자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호~ 그걸 피하네? 붉은 여우보다는 낫다?”

“이 자식이!!”

땅에 몸을 구르며 벌떡 일어선 드라큘라는 자신을 동물 따위에 비교하는 시후의 말에 열이 뻗쳤다.

하지만 당장 달려들기에는 시후가 보여준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분명 유저인데 어떻게 저런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

전쟁 중에도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진 상대를 보지 못했었다.

악마의 힘을 받아들인 후부터는 웬만한 상대를 찾아보지 못한 드라큘라는 당황스러웠다.

잘못하면 크게 낭패를 볼 것 같은 상황이 되는 것 같아 여기까지 저 녀석을 데리고 온 프랑시스가 떠올랐다.

“거지 같은, 내 그때 그냥 길거리에서 죽게 내버려 두는 것…. 읍!”

고개 돌려 프랑시스에게 욕을 내뱉던 드라큘라 백작은 순간 자신의 입을 막아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새 시후가 다가와 입을 틀어막은 거였다.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게 틀어막은 시후의 손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느낄 수 있었다.

‘내 상대가 아니다.’

시후의 말대로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죽음을 예상해서인지 갑자기 머리까지 역류하던 피가 한순간에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이제 드라큘라 백작이 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같이 죽자.’

혼자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몸에 있는 모든 피를 이용하기로 했다.

츠스스스-

“이 자식이!!”

시후는 드라큘라 백작의 몸에서 붉은색 피가 안개처럼 피어오르자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피의 안개가 확 하고 산개했다.

시후는 그것을 보더니 멀찍이 떨어져 있는 태산과 인호를 향해 소리 질렀다.

“뒤로 물러나! 무언가 막을 만한 스킬이 있으면 사용하고!”

이곳까지 오면서 스킬 사용을 금지하였던 시후가 스킬을 사용하라는 말은 그만큼 지금 상황이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태산과 인호는 바로 눈치를 채고는 자신들에게 있는 스킬목록에서 적당한 것을 찾았다.

태산은 해머를 꺼내 들며 땅에 내려찍어 갔다.

“메이스의 철벽.”

원래는 메이스를 들어 방어하는 스킬이었는데 그것을 해머로 사용하는 태산이었다.

해머에서부터 빛이 솟구치더니 앞에 거대한 철의 벽을 만들어갔다.

단단한 철벽이 만들어지자 이번에는 인호가 쓰고 있던 모자를 허공에 던지며 소리쳤다.

“바람의 보호.”

궁수인 인호의 유일한 방어 스킬이었다.

쓰고 있던 모자를 던져 자신의 주위에 바람의 장막을 형성하는 거였다.

원래는 날아오는 화살의 궤도를 바꾸는 데 주로 사용하는 것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방어 스킬을 사용한 둘을 보며 시후는 다시 드라큘라 백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드라큘라 백작이 입고 있던 옷은 어느새 피의 안개로 인해 녹아내리고 있었다.

당연히 맨살이 드러나야 하는데 피의 안개가 몸에 둘리더니 갑옷으로 변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드래곤의 각인이 새겨진 갑옷은 흉흉하기까지 했다.

“그게 네 최후의 초식인가?”

“크큭, 그렇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봐라. 블러드 토네이도.”

자신 있으면 막아보라는 드라큘라의 도발에 시후는 두 다리를 벌려 땅에 고정시켰다.

올 테면 와보라는 뜻이었다.

블러드 토네이도라는 드라큘라 백작 최후의 공격은 피로 만든 회오리였다.

그 회오리의 재료는 드라큘라 백작 자신.

자신의 몸을 회오리에 갈아 넣어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블러드 토네이도를 만드는 거였다.

“크하하하, 모두 죽어버려라!!”

미친 듯이 웃으며 마지막 유언을 내뱉은 드라큘라 백작은 토네이도에 집어삼켜지며 사라져갔다.

이제는 붉은색의 토네이도만이 남았다.

토네이도는 시계탑 던전 지하에서 시작하였으나 천장을 뚫고 올라가며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그와 동시에 옆으로 점점 크기를 늘리는 것이 이대로 두면 한스텔 마을 전체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런 개또라이 같은 자식이 다 있나? 죽으려면 제 혼자 뒈지지, 어디에다가 민폐질이야?!”

시후는 이미 사라진 드라큘라 백작에게 욕 한 바가지를 내뱉고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점점 커져가는 토네이도보다 높이 솟구친 시후는 몸을 뒤집고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블러드 토네이도보다 높이 올라가 있으니 마치 자신을 따라 토네이도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아직 이 마을에는 내가 받을 게 많다. 그러니 재미는 있지만 너는 이만 사라져라. 천마멸겁장!”

시후는 한쪽 손에 내공을 가득 담으며 토네이도를 향해 내질렀다.

마을 입구 언덕을 사라지게 만든 천마멸겁장을 펼친 거였다.

시후의 손을 떠난 천마멸겁장은 곧 블러드 토네이도를 짓눌렀다.

콰과과광-

천둥이라도 치는 것과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둘의 격돌이 시작됐다.

시후는 생각보다 저항이 심한 블러드 토네이도를 보며 이를 악물어갔다.

“쳇, 제법 버티는구나. 그럼 하나 더 간다! 천마멸겁장!!”

콰아아-

시후는 다른 쪽 손을 내지르며 또 한 번의 천마멸겁장을 펼쳤다.

그러자 거대한 두 손으로 토네이도를 짓누르는 형색이 펼쳐졌다.

블러드 토네이도는 버티고 버텨 보았지만 결국 굉음과 함께 짓눌러졌다.

쾅-

땅을 울리는 굉음이 주위를 울리자 먼지가 하늘 높이 피어올랐다.

시후는 떨어지는 몸을 회전시키며 가볍게 착지했다.

“후…. 애 좀 먹이는구나.”

자칫하였으면 한스텔 마을이 사라질 뻔한 순간이었다.

드라큘라 백작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 그런지 엄청난 스킬이었다.

시후는 피부로 느꼈던 드라큘라가 이만한 스킬을 사용한 것에 다시 한번 Safety World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아무래도 현실과 다르다 보니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이제는 확실히 필요했다.

Safety World에 대해 과하리만큼 많은 정보를 가진 녀석이 말이다.

솔직히 이번에는 시후도 게임에 도움을 받았다.

시후는 자신의 회복한 무공실력으로는 천마멸겁장을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블러드 토네이도를 향해 첫 번째 천마멸겁장을 날렸을 때 당황스러웠다.

단번에 짓눌러 없어져야 할 블러드 토네이도가 버티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대로 두면 내공의 흐름이 끊기는 순간 천마멸겁장은 소멸할 것이었고 그렇게 되면 블러드 토네이도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시후의 눈에 스테이터스 창이 들어왔다.

스킬 목록에 떡하니 ‘천마멸겁장’이라고 나타나 있는 거였다.

다만 스킬 사용이 불가능한 것인지 빨간색으로 되어 있었다.

왜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는 바로 밑에 설명되어 있었다.

[1회 사용에 필요한 MP 소모량 12,000, 현재 보유 MP 10,500]

시후는 그 설명을 보자 지능 스텟에 분배 가능한 스텟 15를 모두 넣었다.

그러자 보유 MP가 12,000으로 변하며 천마멸겁장의 색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Safety World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방법은 스킬명을 외치며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천마멸겁장을 외치며 손을 내밀자 내공을 운용하여 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천마멸겁장이 펼쳐졌다.

그렇게 블러드 토네이도를 사라지게 한 시후는 Safety World에 대한 정보를 갈구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먼지가 가라앉으며 변해버린 지형이 보였다.

다행히 블러드 토네이도가 집어삼킨 것은 시계탑뿐이었는지 시계탑 모양만큼만 사라진 상태였다.

“아! 태산, 인호! 프랑시스!”

시후는 시계탑 던전 내부에 있던 셋이 떠올랐다.

죽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을 들여다보자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후…. 살아 있으면 살아 있다고 소리 좀 쳐라!”

시후의 투정 아닌 투정에 태산과 인호는 헤헤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 뒤를 따라 프랑시스가 나오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시후를 발견하고는 팔짝 뛰어오르며 지상까지 한 번에 날아올라 왔다.

시후 앞에 착지한 프랑시스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헤헤거렸다.

“헤헤, 저 드디어 시계탑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린아이가 생일날 가장 좋아하는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미소 짓는 프랑시스였다.

시후는 그런 프랑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앞으로는 자유롭게 살거라.”

“헙! 왜, 왜요?”

좋은 뜻에서 갇혀 있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시후의 말에 프랑시스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프랑시스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저, 저를 내치시는 거예요?”

“뭐? 내가? 왜?”

“그, 그럼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당연히 아니지.”

아무래도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오해한 것 같았다.

시후에게는 프랑시스가 반드시 해줘야 할 일이 이미 머릿속에 가득했다.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기에 꼭 해줘야 했고 그 일을 하는데 프랑시스만큼 적격자가 없었기에 내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프랑시스, 나에게는 네가 꼭 필요하단다. 그러니 어디 도망갈 생각 하지 말아라!”

“아…. 네….”

시후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는 프랑시스였다.

지상으로 올라오던 태산과 인호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봤냐? 여자한테 마지막 직격타 날리는 거?”

“대단하지? 우리가 부족한 게 저런 거겠지? 배우자! 아자! 아자!”

태산과 인호는 자신에게 부족한 게 저런 멘트라는 생각에 의지를 다졌다.

시후에게 무공을 전수할 때보다 더 혹독한 훈련을 받아도 좋으니 부디 여자를 사로잡는 저 멘트를 배우고 싶었다.

둘이 그러는 사이 시후는 사라지고 없는 시계탑 자리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좀 아쉽구나? 분명 저장고가 있다고 들었는데….”

많은 골드가 들어 있을 저장고까지 날아가 아쉽다는 말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장고는 그런 물질적인 장소에 있는 게 아니어서 괜찮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

시후의 걱정을 들은 프랑시스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시후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살아남지 못했을 저 공간에서 무엇이 남았다는 말인지 몰라서였다.

하지만 그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띠링-

[드라큘라 백작을 처치하였습니다.]

[고대의 악마와 계약한 드라큘라 백작을 처치하는 최초의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인해 모든 스텟이 +5가 상향됩니다.]

[히든 퀘스트 달성으로 인해 드라큘라 백작 소유의 저장고가 See 후 님에게 귀속됩니다.]

[저장고가 인벤토리로 변경됩니다.]

시후는 나타나는 스테이터스 창을 보며 고개를 돌려 태산과 인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유 버튼을 눌러 둘에게 보여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