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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6화 (16/275)

제16화

시후는 바위에 걸터앉은 채 태산과 인호가 여우들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퀘스트 여관 마스터에게서 받아온 퀘스트는 여우 400마리와 붉은 갈퀴 여우 1마리를 잡는 거였다.

마을의 입구는 총 네 개로 한쪽 입구에 100마리씩의 여우가 있었다.

붉은 갈퀴 여우는 보스 여우로서 어디에서 나타날지 알 수는 없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는 몰랐지만 400마리의 여우를 잡는다는 말에 시후는 흔쾌히 퀘스트를 수락했다.

‘태산과 인호를 굴릴 아주 좋은 기회이니까.’

지금도 태산과 인호는 본래 게임에서 사용하던 스킬 모두에 락(Lock)을 건 채 시후에게 배운 무공만으로 여우를 사냥하고 있었다.

때문에 Lv. 60인 둘의 사냥 속도는 더뎠다.

시후가 동쪽과 남쪽 입구의 여우를 사냥하면서 200마리를 죽였지만, 서쪽과 북쪽은 둘에게 맡겼다.

현재 셋은 북쪽을 사냥 중이었는데 태산과 인호는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시후가 카오를 상대하면서 오의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지만 직접 사용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초식을 연무할 때도 정확한 동작이 아니면 숙련도가 오르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실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Safety World에서 스킬을 사용할 때는 스킬명을 말하면서 준비 자세만 잡으면 바로 스킬이 발동되었었다.

그런데 시후가 가르쳐준 무공들은 내공을 몸에 돌려 정확한 자세에 정확한 타이밍에 내보내야 발동되었다.

둘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였다.

10번 중에 2~3번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중간중간 HP가 깎여 50% 밑으로 떨어지면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생명 물약을 마셨다.

그러면 천천히 HP가 차오르며 죽을 위기를 모면하고 있었다.

둘은 간간이 성공하는 횟수에 불만을 느꼈지만 시후의 도움은 바랄 수 없었다.

서쪽 여우 떼들을 공략할 때 시후는 단칼에 도움을 주지 않겠노라고 말했었다.

때문에 둘은 그동안 모아 놓았던 생명 물약의 2/3를 사용하며 북쪽 여우 떼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둘은 죽을 맛이었지만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후의 생각은 낙관적이었다.

‘솔직히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단하군. 저 생명 물약이라는 것을 통해 체력을 채우면서 끝없이 싸우니 곧 성공하겠어.’

시후가 높이 사는 것은 무공에 성공하는 횟수가 아니라 둘의 좋아지는 움직임이었다.

처음에는 딱딱하게 초식대로만 움직이려 하였는데 지금은 그때 상황에 맞추어 움직였다.

시후는 인호에게 투신검각권 일 초식 풍(風)을 보여줄 때 땅에서 보여줬었다.

그래서 인호도 줄곧 땅에서만 사용했었다.

그런데 북쪽 여우들을 상대할 때부터 인호의 동작이 바뀌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인호가 하늘을 날아오르며 일 초식 풍을 사용했다.

“그래, 초식은 기본을 가르쳐주는 토대일 뿐. 그것을 체화하여 사용하는 것에 토대는 필요 없음을 깨달았구나.”

여기까지만 해도 둘은 큰 소득을 얻은 셈이었기에 시후는 오늘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몇 마리 남지 않은 여우들을 보면서도 나서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남쪽에서 만났던 카오 녀석 때문이었다.

그 녀석이 24시간 후에 로그인해 왔을 때 자신이 없다면 태산과 인호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그 녀석이 로그인하지 못하는 이 24시간이 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런 시후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태산과 인호는 그저 방관만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시후가 야속할 뿐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그런 시후의 모습에 이를 악물기까지 했다.

“두고 보자, 강시후! 어떻게든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마!”

“그래! 당연히 우리가 죽을 거라 생각했나 본데, 그럴 수 없지!”

둘은 서로를 독려하며 마지막 남은 생명 물약까지 사용하며 여우를 사냥했다.

그렇게 동, 서, 남, 북 마을 입구에 있는 여우 400마리 사냥에 성공한 둘은 겨우겨우 시후 앞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앉아갔다.

“헉, 헉헉, 이, 이제 못 해.”

“맞아, 헉, 헉헉, 이제 때려 죽여도 못 해.”

“고생했다. 이제 뒤는 나한테 맡기고 좀 쉬어라.”

가쁜 숨을 몰아쉬는 둘의 모습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시후는 걸터앉아 있던 바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신한테 맡기라는 말을 하며 일어나는 시후를 힘겹게 올려다본 둘은 순간 뒤쪽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느낌에 고개를 홱 돌렸다.

“헐! 붉은 갈퀴 여우가 나왔네?”

태산의 말대로 여우가 모두 사라진 장소에 붉은 갈퀴 여우라 불리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녀석은 다른 여우들과는 생김새부터가 달랐다.

보통의 여우 녀석들도 어딜 봐도 여우 탈을 쓴 근육남으로 보였지만 이 녀석은 더했다.

우선 덩치가 보통의 여우들보다 1.5배는 컸으며 두 손과 두 다리까지 진짜 동물의 발처럼 생겼다.

이족 보행으로 서 있는 녀석의 다리는 탄탄한 근육을 보였고 늘어트린 두 팔은 단단해 보였으며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까지 길게 자라나 있었다.

겉모습에서 풍겨오는 강함에 시후는 자신이 직접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일으킨 거였다.

“시, 시후야, 조심해야 해! 저 녀석은 정말 달라!”

“그래 보이네, 음…. 조금 있으면 아버지가 돌아오실 시간이라서 빨리 끝내야 하는데…. 스텟을 이용해볼까?”

자신을 걱정하는 인호의 말에 시후는 스테이터스 창을 불러내었다.

조금 있으면 아버지가 퇴근하여 집에 당도하실 시간이었다.

오늘은 어째서인지 아버지가 퇴근 후에 이야기 좀 하자며 메시지를 남겼기에 시간을 맞출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잠시 즐기려는 생각에 상대하겠지만 이곳은 게임 속, 게임에 맞춘 방식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스테이터스 창을 보니 분배 가능한 스텟이 55였다.

천마분심공을 통해 이곳에서 레벨업을 하면 내공을 회복하는 시후였기에 스텟을 아꼈었다.

그래서 여우 400마리를 사냥하는 시간 동안 고민을 하여 올릴 스텟을 정했다.

“힘과 속도가 있다면 웬만한 녀석들은 상대할 수 있겠지.”

시후는 미리 정해둔 대로 힘과 민첩 스텟을 각각 20씩 올려주었다.

‘+’ 버튼을 누르자 스텟이 올라갔다.

그리고 시후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꼈다.

“오호~ 이렇게 된단 말이지? 크크큭!”

근력을 올려주는 힘과 속도를 올려줄 민첩 스텟을 올리자 그에 맞추어 몸이 변했다.

근력은 시간을 들여 자극해야만 강해지는 거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스텟만 올려도 근섬유가 단단해지며 근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덩치만 커지는 외부근이 아닌 핑크색 근육이라 불리는 속근이 변했다.

거기에 민첩 스텟을 올리자 몸을 움직이는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혈관이 재편성되었다.

심장에서 뿜어지는 혈액을 빠르게 운반하기 위한 변화 같았다.

현실 세계에서는 몇 년을 고생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를 이곳에서는 손가락 몇 번 놀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이루었다.

태산과 인호와는 달리 자신은 천마분심공을 통해 이곳에의 변화가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기에 이렇게 기뻐하는 거였다.

시후는 달라진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자 멀리 떨어져 있는 붉은 갈퀴 여우가 확대되어 시야에 들어왔다.

“먼저 한 방이다. 잘 막아봐라.”

스팟-

시후는 녀석이 알아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격 신호를 보내며 몸을 움직였다.

바람이 살랑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은 갈퀴 여우 앞에 나타난 시후였다.

카오를 공격했을 때처럼 손등에 기운을 담에 손등 치기를 해보았다.

붉은 갈퀴 여우와 카오를 저울질하는 거였다.

결과는 붉은 갈퀴 여우의 압도적인 승.

붉은 갈퀴 여우는 시후의 손등 치기를 몸을 뒤로 젖히며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길게 빼낸 손톱을 이용해 시후의 목을 찔러갔다.

밑에서부터 찔러오는 손톱을 보며 시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갔다.

시후 역시 붉은 갈퀴 여우처럼 상체만 뒤로 젖히며 손톱을 피했다.

“제법.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시후는 자세를 고쳐 잡는 것과 동시에 공격 신호를 보내며 왼발을 횡으로 그어갔다.

일순간 공기를 뒤흔드는 모습에 발차기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손등 치기보다 빠른 발차기였기에 붉은 갈퀴 여우는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신 발차기를 향해 뛰어올랐다.

녀석은 시후의 발차기를 자신의 발로 밟아갔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튕겨 나가듯 하늘로 날아올랐다.

“영특하구나! 크하, 하하.”

공중제비까지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시후는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두 팔을 쫙 펼치며 소리를 질렀다.

“와라!”

손등 치기와 발차기 한 번씩으로 붉은 갈퀴 여우의 능력을 가늠한 시후였다.

예상대로 저만한 녀석들은 결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녀석의 공격력을 몸으로 체험해보려 했다.

시후가 두 팔을 벌려 공격해 보라는 듯이 소리를 지르자 붉은 여우 갈퀴는 공중에서 제비 몇 번을 넘더니 허공을 박찼다.

“커엉! 커어엉!”

여우답게 울부짖으며 빠르게 시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두 팔을 교차하며 길게 빼내어져 있는 손톱에 힘을 주며 시후를 할퀴어갔다.

촤악 촤라락-

녀석은 시후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다는 듯이 손톱을 휘둘렀다.

미친 듯이 할퀴는 붉은 갈퀴 여우의 모습에 태산과 인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후야!!”

지친 몸을 꾸역꾸역 일으킨 둘은 시후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달려 나갔다.

하지만 곧 제자리에 멈췄다.

손톱을 미친 듯이 휘두르던 붉은 갈퀴 여우가 멈춰 선 거였다.

시후는 여우 녀석이 손톱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줄어드는 HP를 확인했다.

10,000이라고 표시되어 있던 HP는 한번 휘두를 때마다 500씩 줄어들어 갔다.

‘20분의 1 정도인가?’

여우 녀석의 공격을 스무 번 정도 얻어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 저항 없이 열댓 번의 공격을 맞아주던 시후는 펼쳤던 양손으로 녀석의 양팔을 낚아챘다.

금나수(擒拿手)를 사용하였기에 붉은 갈퀴 여우는 피할 생각이 들 틈도 없이 앞발을 잡혔다.

“끼에에엑!!”

자신의 앞발이 잡혀 몸이 움직여지지 않자 녀석은 괴성을 질렀다.

“그만.”

펑-

시후는 이제 되었다는 말과 함께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녀석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거두며 괴성을 지르는 입을 막았다.

그 순간 토끼를 잡을 때 사용하였던 천마면폭장을 펼쳤다.

폭죽이 터지듯 붉은 갈퀴 여우의 머리가 터지며 사방으로 뇌수가 떨어져 갔다.

시후는 녀석의 머리가 터지는 순간 이미 품속에서 빠져나와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멀찍이 벗어났다.

붉은 갈퀴 여우가 시후에게 잡히는가 싶더니 한순간에 머리가 터지며 죽어버리자 태산과 인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와…. 붉은 갈퀴 여우 Lv. 80대 아니냐?”

“그랬지?”

“그런데 저렇게 쉽게 죽어도 되는 거냐?”

“그러게?”

“너는 저 광경을 보고 할 말이 ‘그랬지’, ‘그러게’뿐이냐?”

태산은 같이 놀라면서도 자신의 말에 대충 대답하는 인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인호는 그런 태산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야, 아까 개걸폭렬권과 투신검각권을 펼쳤을 때를 생각해봐라.”

씩씩거리며 성을 내던 태산은 인호의 말에 자연재해를 연상시키는 시후의 모습이 떠올랐다.

태산은 예전의 시후 모습을 아직도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었는지 헛웃음을 웃어갔다.

“하…. 그러네, 이제 시후도 예전의 시후가 아니지?”

“그렇지. 그런데, 저 정도면 랭커에 도전해볼 만한 거 아니냐?”

인호의 말에 태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말하는 랭커란 Safety World의 상위 랭킹에 자리한 유저를 말하는 거였다.

그들은 레벨이 얼마인지는 감춘 채 자신들의 전투하는 모습을 너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갔다.

그로 인해 억대의 광고 수익을 올리며 현실 세계에서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랭커의 삶을 시후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둘의 생각이었다.

시후는 둘에게 다가가며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을 읽어갔다.

‘뭐지? 놀란 다음에는 잔뜩 기대하는 저 부담스러운 눈빛은?’

살짝 부담스러운 둘의 시선에 시후는 애써 묻지 않았다.

왠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제 로그아웃하자.”

“어? 보상받으러는 안 가고?”

로그아웃하자는 시후의 말에 둘은 보상 이야기를 꺼냈다.

여우 400마리와 붉은 갈퀴 여우 1마리를 사냥하는 퀘스트를 달성했으니 퀘스트 여관 마스터를 찾아가 보상을 받아야 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까지 받고 로그아웃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한데 시후가 보상은 다름 로그인 할 때 받자고 하자 의아한 거였다.

“그건 다음에 들어오면 알려줄게, 아버지 오신 것 같으니 나가자.”

아버지가 오셨다는 말에 태산과 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그아웃을 했다.

시후는 둘을 따라 로그아웃을 하기 전에 오늘의 일을 되새겨보았다.

태산과 인호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무공을 되찾으면 어느 정도 강해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계기였다.

카오라는 녀석과 붉은 갈퀴 여우를 상대하며 이곳에서 자신이 상대할 녀석들의 능력도 가늠할 수 있었다.

“무공을 되찾는데 박차를 가해볼 수 있겠어.”

Safety World의 레벨업이라는 수단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복수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기다려라! 천마멸겁장(天魔滅劫掌)!”

듣는 이가 없지만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무도 없지만, 그 자식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무도 없는 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과과광-

시후의 손을 떠난 천마멸겁장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시후가 올라서 있던 언덕을 흔적도 없이 삼켜버렸다.

그리고 언덕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손바닥 자국의 골이 생겼다.

시후는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드디어 천마 시절의 절학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로그아웃을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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