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태산과 인호는 퀘스트 여관 마스터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시후를 따라 시후네 집에 있는 Safety World 캡슐을 이용해 로그인했다.
당장이라도 내공에 대한 무언가를 가르쳐 줄 것 같던 시후는 앞장서서 퀘스트 여관으로 들어갔다.
시후의 그런 행동에 무슨 뜻이 있겠지 하며 따라간 둘은 시후를 대하는 마스터의 모습에 놀라는 중이었다.
“왜 마스터가 유저한테 빌빌거리는 거지?”
“저런 거 처음 봐. 언제나 웃는 얼굴로 유저를 무시하는 게 마스터였는데?”
“오호~?”
태산과 인호의 말에 시후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마스터를 흘겨보았다.
덕분에 마스터는 진땀을 흘렸다.
“에이~ 친구분들께서 농담이 심하십니다? 하, 하하…. 이 두 분도 등록할까요?”
대충, 말로 넘기려던 마스터는 시후의 표정을 보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시후가 누군가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는 것은 저들도 이곳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려는 심산이라 생각한 거였다.
“앞으로도 그렇게 눈치 있는 모습 유지하길 바라.”
“그럼요, 그럼요! 그럼 힘만 센 대머리 님과 얍삽한 로빈훗 님을 등록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산과 인호는 마스터의 말과 함께 눈앞에 나타나는 스테이터스 창을 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시후야? 이거 찐이냐?”
“당연하지,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이곳이 우리 아지트다.”
아지트라는 말에 마스터는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여갔다.
평소 유저들을 하찮게 바라보던 마스터와는 괴리감이 있는 모습에 태산과 인호는 헛웃음까지 나왔다.
시후는 그런 모습이 익숙한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마스터의 옆을 스치듯 지나쳐 갔다.
“1번 방으로 간다? 난 거기가 참 마음에 들더라고.”
“그러시죠, 그러시겠죠…. 하아….”
시후의 말에 반박 한번 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는 마스터의 모습이 어쩐지 짠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셋은 2층으로 올라가 일전에 시후가 대실하였던 1번 방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조용한 곳으로 오게 되자 태산과 인호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꿀꺽.
둘의 마른침을 넘기는 소리가 방 안을 울리자 시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크큭, 뭘 그렇게 긴장하냐? 긴장 풀어라.”
“그, 그게 되겠냐? 무공을 배운다는데?”
살짝 언성이 높아진 태산의 대답이었다.
애간장 좀 그만 녹이고 본론을 꺼내라는 듯한 말투였다.
“좋아, 우선…. 당분간은 여기서 무공 연마를 하자.”
“여기서? Safety World 안에서?”
“그래, 여기서 무공 연마를 한다고 해서 너희들의 내공이 증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너희들이 초식을 익히기에는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겠더라고.”
“왜?”
도대체 Safety World가 무공 연마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런 둘에게 시후는 세 개의 손가락을 꺼내 들었다.
그중 하나의 손가락을 접으며 입을 열었다.
“첫째, 시간! 이곳이 현실 세계보다 느리게 흐른다는 점.”
“시간? 여기 1시간이 현실 세계에서 30분이라는 그거?”
정확하게 첫 번째 이유를 이해하는 인호의 대답에 시후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손가락을 접으며 입을 열었다.
“둘째, 집중력! 이곳에서 지내 보니까 밖에서보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더라고.”
두 번째 이유를 들은 태산과 인호는 처음과 다르게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과 다른 둘의 반응에 살짝 실망할 만도 한데 시후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Safety World가 집중력에 좋다는 것은 S.W SOFT의 대외비였다.
가상현실 게임이었기에 뇌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실험과 테스트를 거쳐 PC게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증명하여 시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 고위직들이나 S.W SOFT의 고위직 인사들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감마, 베타, 오메가, 알파, 세타, 델타.
이렇게 6개의 뇌파를 아주 미세하게 자극하여 좀 더 현실적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그중에는 집중력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오메가(SMR)파가 다른 뇌파들보다 조금 더 영향을 미쳤다.
물론, 나쁜 쪽이 아니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었기에 대외비로 할 수 있었다.
보통의 유저들은 이런 것을 모르고 즐겁게 게임에 임했지만 시후는 달랐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토끼에게 잡초를 날려 죽일 때 느꼈다.
현실 세계에서 내공을 불어 넣기 위해 집중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집중하기가 더 쉽고 오래 갔음을 말이다.
물론, 시후도 뇌파에 관한 내용은 알지 못하였기에 태산과 인호에게는 그저 집중력이 높아진다. 라고만 설명한 거였다.
“그냥 그렇게 알아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뭔데?”
“이곳에서는 다치지 않고 초식 수련을 할 수가 있다.”
“아~! 유레카!”
초식 수련이라는 말에 둘은 유레카를 외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유레카’가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둘이 저렇게 기뻐하니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너희들에게 부탁할 것도 있다.”
“부탁?”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 시후가 부탁이라는 것을 한다는 말에 둘은 호기심이 일었다.
집안에 돈도 자신들보다 월등히 많았기에 그것도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몸짱이 된 지금 운동을 가르쳐 달라는 것도 아닐 것이었다.
궁금하다는 표정을 보이는 둘에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Safety World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줘.”
“설명?”
“그래, 특히 레벨업에 대해서 자세하게.”
시후가 이렇게 둘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제 로그아웃을 하기 전에 퀘스트 보상이라며 경험치를 받았다.
그리고 레벨업이라는 메시지들을 잔뜩 보았었다.
어머니가 부르고 있어 확인하지 못하고 로그아웃을 했지만, 오늘 들어와 보니 시후의 스테이터스 창이 변해 있었다.
종족 : 인간
직위 : 없음
직업 : 무림인
파티 : 2명(힘만 센 대머리, 얍삽한 로빈훗)
<스텟 정보>
힘 : 100
민첩 : 100
체력 : 100 (HP : 10,000)
지능 : 100 (MP : 10,000)
분배 가능한 스텟 : 55
레벨이 올라간 것과 분배 가능한 스텟이 생긴 거였다.
분배 가능한 스텟이 생기며 네 가지 스텟들 앞에 ‘+’ 표시가 나타난 것을 보면 그것을 눌러 스텟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만지지 않았다.
천마 시절 천마동을 빠져나올 때 수많은 삶의 기로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준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지.’
분배 가능한 스텟이 중요하다는 것을 눈치챈 시후는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믿을 만한 태산과 인호에게 물어본 거였다.
반면, 둘은 시후가 병상에서 멀쩡히 일어났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고열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은 시후의 게임 컨트롤에 반도 따라가지 못했었다.
언제나 시후에게 쩔을 받아야 하는 처지들이었기에 미안했었다.
그때마다 시후는 어차피 자신의 본캐가 아니니 상관없다고 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애들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키우던 캐릭터였기에 이렇게라도 둘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었다.
그랬던 시후가 이제는 기본적인 내용을 물어 오자 둘은 눈물을 글썽였다.
“뭐, 뭐야? 왜 울어?”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둘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그래! 흑, 흑흑, 좀 잊었으면 어때? 우리가 잘 가르쳐 줄게. 우리만 믿어!!”
“어? 어…. 그래.”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는 것 같았지만 눈물까지 보이는 마당에 뭐라 말하기 그래서 그냥 내버려 뒀다.
어차피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Safety World의 정보였다.
설명은 태산과 인호가 나누어서 하기로 했다.
인호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후를 보며 심호흡까지 하며 입을 열었다.
“먼저, 레벨업은 몬스터를 잡거나 퀘스트를 통한 보상으로 경험치를 얻어 올릴 수 있어.”
“그건 안다.”
“오케이, 그렇게 레벨업을 올리면 1레벨업당 스텟 1을 올릴 수 있어.”
“오호~ 계속해봐.”
처음은 레벨업이라는 간단한 내용부터 시작하는 인호였다.
한참의 시간을 들여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은 시후는 잠시 눈을 감으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1레벨업에 1스텟업, 4가지 스텟인 힘, 민첩, 체력, 지능은 캐릭터의 능력을 나타내는데 힘은 근력을, 민첩은 속도를, 체력은 생명력을, 지능은 스킬과 관련이 있다는 거지?’
종합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 시후는 눈을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인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태산을 바라봤다.
어째선지 태산은 그런 인호를 보며 부럽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좋았어, 태산. 그럼 스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어? 어…. 꿀꺽.”
시후의 부탁한다는 말에 태산은 살짝 볼을 붉히며 마른침까지 삼켜갔다.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시후는 태산이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태산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스킬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데 스킬 상인에게서 사거나 퀘스트 보상을 통해 얻거나 몬스터를 잡아서 드롭하거나 할 수 있어.”
“드롭?”
“어, 드롭은 몬스터가 죽으면서 아이템을 떨구면 그것을 유저가 줍는 것을 말해.”
“아~ 이해했다. 계속해라.”
태산은 자신의 설명을 곧잘 이해한다는 시후를 보며 살짝 흥분까지 하며 말했다.
태산이 하는 말을 모두 들은 시후는 이번에도 두 눈을 감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스킬도 레벨이 있고 스킬 레벨은 자주 사용해서 숙련도를 올려야 한다는 거, 스텟을 찍을 때는 원하는 스킬에 맞추어 업해야 한다는 거, 그리고 나는 이들이 말하는 보통의 범주에 벗어난다는 것을 이해했다.’
Safety World의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한 시후의 결론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거였다.
가장 다른 것은 레벨업을 하는 것과 스킬을 사용하는 부분에서 달랐다.
어제 토끼를 사냥할 때 시후는 ‘천마면폭장’을 사용했었다.
태산의 설명대로라면 그런 것은 스킬에 속했기에 MP를 소모해야 했었다.
하지만, 시후는 천마면폭장과 풀잎에 내공을 주입해 날릴 때도 MP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벨업을 하는 방법이 시후 자신에겐 하나 더 있었다.
‘천마분심공을 통한 운기조식. 그것이 이곳에서 이렇게 작용할 줄이야. 크크큭.’
천마분심공을 통해 시후는 Safety World 안에서 환골탈태를 이루었었다.
그때 레벨이 1이었는데 종합 스텟은 이미 400이었다.
다른 유저들은 레벨이 1이면 종합 스텟이 4였다고 한다.
그리고 천마분심공을 운공하며 이곳에서 운기조식을 하면 내공의 증진이 곧 경험치로 환산이 되어 레벨업이 되었다.
여기까지 정리한 시후는 마지막으로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레벨업을 하면 현실에서 영약을 먹어 내공을 증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구나!’
시후는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최단거리로 달릴 방법을 찾아냈다.
레벨업.
레벨업이 곧 내공을 증진시킬 영약이었다.
씨익.
드디어 천마 시절의 능력을 되찾기 위한 500년의 세월을 대폭 줄일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좋았어! 레벨업하러 가자!”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레벨업을 외치는 시후의 모습에 둘은 당황스러웠다.
“지, 지금?”
“그래, 지금! 가장 빠르게 레벨업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냐?”
“그야, 보스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를 하는 거지?”
“오호~ 그래에?”
태산과 인호는 활짝 웃으며 살짝 광기가 섞인 눈빛을 보내는 시후의 모습에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갔다.
그리고 이날 이후 둘은 시후의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