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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4화 (4/275)

제4화

시후는 자신이 타고 온 차가 이렇게나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차인 줄 몰랐다.

“와…. 나 롤스땡땡이 처음 봐!”

“너도냐? 나도. 실제로는 저렇게 크구나?”

“누가 오길래 저런 차가 학교에 들어와?”

천마 시절에도 남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당연했고, 당연히 받아들였지만 이건 아니었다.

저들이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자신이 아닌 이 차였다.

밖에 있는 학생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나가는 순간 이목이 쏠릴 것 같았다.

‘하아….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북한산을 오를 생각이었는데….’

시작부터 꼬이는 듯한 기분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문인지 어머니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시후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우리 시후, 학교에서 기죽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리고…. 친구들과 싸우면 안 된다?”

어머니의 당부를 듣던 시후는 어째서인지 마지막 말이 유독 신경 쓰였다.

마지막에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는 말을 할 때 어머니의 표정이 가장 걱정스러워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슨 애도 아니고 애들이랑 싸우겠어요.”

천마 시절 이미 나이가 50이 넘었었는데 이깟 꼬맹이들이랑 무슨 싸움박질을 한단 말인가.

어머니의 걱정이 말도 안 되는 걱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단 10분 만에 뒤집혔다.

“하아…. 그러고 보니 어디를 가나 이런 녀석들이 있었지.”

시후는 교실 안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거들먹거리는 녀석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에서 내려 교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후를 알아본 몇몇 아이들이 다가와 어머니께 인사를 한 후 반으로 데려다주었다.

같은 반이라던 녀석들은 앞과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 야! 강시후, 어디 보냐?”

“…….”

“오랜만에 왔으면 형님들께 인사를 해야지~ 우리가 시후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래? 반갑다.”

기다렸다는 말에 그동안의 수고를 생각해 살짝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그러자 둘러싸고 있던 녀석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얘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맛이 갔나? 왜 이리 병신이 됐어?”

“병신?”

“시후야~ 시후야? 우리 물주 시후야? 오랜만에 학교 앞 빵집까지 셔틀 좀 해볼까? 어?”

“으흠….”

병신이라고 욕을 먹고 나서야 이 녀석들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동안 시후라는 녀석은 이 녀석들의 물주였나 보다.

하긴, 아빠가 그렇게 큰 병원의 병원장이니 집에 돈이 없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운동이라고는 숨 쉬기 운동밖에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몸뚱어리를 가졌으니 오죽했을까.

심성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앞자리와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저 녀석들을 보니 착한 편이었나 보다.

강압적인 이미지로 인상을 팍팍 쓰며 겁박하는데도 두 녀석은 시후를 걱정하는지 힐끔거렸다.

‘허나, 용기가 없는 걱정은 방관이고 그 또한 폭력이다.’

방관만큼 또 다른 폭력은 없었기에 녀석들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꽉-

“어딜 보냐니까?”

두 녀석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앞에서 주절대던 녀석 하나가 시후의 앞머리를 움켜쥐어 왔다.

“놔라.”

시후는 코앞까지 다가와 눈을 부라리는 녀석을 향해 살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녀석도 본능이라는 것은 있었는지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토끼로 보이던 녀석이 눈을 부라린다고 해서 물러날 정도로 본능에 충실한 녀석은 아니었다.

녀석의 손은 아직 시후의 앞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천마 시절 이렇게 천지 분간 못 하고 까불던 녀석을 어떻게 했었는지 되새겨 보았다.

모든 마도인의 정점에 있던 천마는 당연히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이에는 이, 칼에는 칼, 악(惡)에는 악(惡)으로 보답해주는 게 천마의 방식이었다.

이런 새파란 핏덩어리들이 마도인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기분을 거슬리게 한 것은 분명하였기에 그냥 보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 생각났다.”

“뭐?”

“너 같은 녀석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다니게 해주었었지.”

“뭐라는 거냐? 이 자식?”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시후를 보며 머리를 잡은 녀석이 주위의 녀석들에게 물어갔다.

그렇게 녀석이 눈을 돌리는 순간 시후가 손을 썼다.

그동안 키웠던 근력과 내공을 살짝 돌리기만 해도 녀석들은 시후의 움직임을 볼 수가 없었다.

푹-

길지도 않았다.

짧게 끊어 치듯 검지로 어깨와 가슴 사이를 찔렀다.

그곳에 있는 혈은 천마가 되기 전 천마동에서 목숨을 빼앗기도 귀찮은 녀석들에게 주로 사용했던 혈 자리였다.

꾸룩- 꾸루루룩-

소리를 들어보니 제대로 혈 자리를 찍었나 보다.

“어? 어? 어어?!!”

녀석은 갑자기 아랫배가 움찔움찔하며 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미처 그것에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괄약근이 벌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녀석에게서 교실을 가득 울리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뿌드득 푸드득-

엉덩이 쪽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지가 불룩해질 정도로 무언가가 뿜어져 나왔다.

숨을 참아야 할 정도의 악취와 함께 녀석은 사색이 되어갔다.

“뭐, 뭐야? 저 새끼! 싼 거야?!”

녀석의 동료로 보이는 녀석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후다닥 물러났다.

녀석은 자신과 멀어지는 동료를 보더니 시후의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엉덩이를 잡아갔다.

“어, 어떻게?”

“뭘 어떻게 해? 병신아, 화장실로 뛰어가!”

적절한 조언이었는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냅다 뛰어나갔다.

물론, 녀석이 지나가는 자리에 보기도 싫은 덩어리들이 툭툭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병신 때문에 기분 잡쳤다. 가자!”

녀석들은 냄새 때문인지 코를 틀어막고는 교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갈 땐 가더라도 저건 치우고 가라.”

“뭐?”

등을 돌린 녀석들을 시후가 불러 세웠다.

녀석들은 빵셔틀이나 하던 시후가 자신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자 어이가 없었다.

당장 달려들어 싸대기를 한 대 갈겨 주고 싶었지만,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참았다.

“너 이따가 보자.”

“보긴 뭘 봐?”

시후에게 눈을 부라리며 협박을 하던 녀석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익히 알고 있던 목소리인지 녀석들은 한껏 움츠린 모습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녀석들의 등 뒤에는 교과서와 지휘봉을 들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호, 제법 기세가 있는걸?’

시후는 중년의 남성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세를 느꼈다.

일반인치고는 다부진 체격을 가진 모습에 이런 기세까지 풍기니 호기심이 일었다.

“담임 샘…. 저희는 수업이….”

“헛소리하지 말고, 네 친구가 싸지른 저거, 치우고 가라.”

“…네.”

담임이라는 남성의 말에 녀석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시후를 향해 걸어왔다.

정확히는 시후 뒤에 있는 청소도구함을 향한 거였다.

녀석들은 일사불란하게 청소도구를 꺼내어 동료가 싸지르고 간 냄새나는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치우는 도중 몇몇은 구토 증세를 보이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그렇게 청소를 마친 녀석들은 시후를 째려보고는 후다닥 교실을 빠져나갔다.

담임이라는 남성은 교탁으로 자리하더니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후~! 냄새가 아직도 난다. 다행히 1교시는 체육 수업이니 모두 갈아입고 강당으로 집합. 교실 문은 활짝 열어 놓고 간다. 실시!”

담임의 말에 다들 큰 소리로 대답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을 뒤졌다.

시후는 그런 아이들을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체육복을 꺼내 든 아이들 중 남자아이들은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남자는 화장실에서, 여자는 교실에서 환복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시후를 발견한 여자아이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야! 강시후, 넌 안 나가?”

“내가? 왜 나가야 하지?”

“뭐? 우리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거기에 그대로 앉아 있겠다고?”

여자아이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시후의 모습에 여자아이들의 언성이 높아지려는 그때 누군가가 달려왔다.

시후를 아침에 이 교실까지 데려다준 앞자리 아이였다.

“내, 내가 데리고 나갈게, 시후야, 가자.”

“난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팔을 잡아끄는 녀석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 대답에 여자 학생들의 표정이 점점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돌고래 소리로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여자들의 모습에 앞자리 아이가 시후를 안다시피 일으켰다.

“내, 내 옷 빌려줄게. 가자.”

“뭐, 그렇다면야, 가지.”

자기 옷을 빌려준다는 말에 시후는 겨우 무거운 엉덩이를 떼었다.

“어우! 저 답답이는 왜 돌아온 거래? 그냥 그때 콱 죽어버리지?”

“그러게 말이야, 쟤 때문에 또 시끄러워지겠어!”

반을 빠져나가는 시후의 귀에 여자들의 뒷담화가 들려왔다.

‘도대체 시후라는 녀석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한 거야?’

천마의 기억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시후의 행적에 궁금증이 더해갔다.

그때 여전히 허리에 매달리다시피 한 모습으로 자신을 끌고 가는 앞자리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야! 이제 놔라. 덥다.”

“어? 어, 어!”

시후의 말에 녀석은 천천히 팔을 풀어갔다.

그런데 녀석이 팔을 풀자 녀석이 조이고 있던 곳에 살짝 통증이 남아 있었다.

‘이것 봐라?’

아직 온전치는 못하지만, 그동안 근력도 꾸준히 키웠고 내공도 조금 회복하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조였다는 것에 녀석을 다시 보았다.

“너 이름이 뭐냐?”

“…시후야, 정말 괜찮은 거야?”

“뭐?”

“그래도 우리 제법 잘 어울려 다니고 친하게 지냈는데 내 이름을 까먹다니…. Safety World도 같이하고 그랬는데?”

뭐가 억울한지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시후와의 과거를 줄줄이 읊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그동안 알고 싶었던 시후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였다.

하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시후의 과거 행적에 대해 들을 때마다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강시후, 이 자식! 세상을 어떻게 산 거야? 호구야? 거렁뱅이야? 개방 거지들도 그렇게 비루먹지는 않는데 이 자식은!!’

앞자리 녀석에게서 들은 시후의 과거는 한마디로 지질했다.

아버지가 병원장이라는 소문이 돌고 난 후 힘 좀 있다는 녀석들이 접근했었다.

폭력을 일삼는 녀석들에 시후는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뭐든 들어주었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빵을 사 오라면 땡땡이를 쳐가면서까지 빵을 사 왔고 게임이라는 것에서 레벨업을 하라고 하면 날을 새워서라도 했다고 한다.

적자생존이 자리했던 천마동에서도 이 녀석처럼 비루먹게 살았던 녀석은 없었다.

‘배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

그게 시후에 대한 천마의 평가였다.

허나, 지금의 시후는 그때의 시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뭐?”

의미를 알 수 없는 시후의 말에 앞자리 녀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어왔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 녀석이니 앞으로 가까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 이름이 뭔데?”

“하아…. 그래, 너 아팠다고 했으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맘 넓은 내가 이해를 해야….”

이름 하나 물어봤는데 또다시 사설이 길어지는 녀석이었다.

“됐고, 이름!”

시후는 녀석의 호흡 중간에 훅 끼어들었다.

호흡을 놓친 녀석은 사설 대신에 자신의 이름을 말해왔다.

“김태산.”

“나, 나는 차인호.”

태산이 이름을 말하자 화장실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녀석이 이름을 말해왔다.

옆자리 녀석이었다.

안경을 끼고 있지만 눈빛이 총명해 보이는 것이 똑똑해 보였다.

그런데 두 녀석의 이름이 상당히 낯이 익었다.

“아, 편지! 너희구나?!”

병원으로 강시후에게 편지를 보냈던 녀석들이었다.

“우리가 보낸 거 읽어봤어?”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는 둘을 보자 순간 울컥했다.

어머니가 편지를 읽어준다며 어린아이 다루듯이 한 그때가 떠오른 거였다.

‘너희들 때문에 그런 창피스러운 짓을 당했어.’

이 녀석들만 아니었으면 그런 낯부끄러운 짓은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그에 합당한 처우를 내려주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그래도 강시후의 안부를 묻는 녀석들은 이 두 녀석뿐이었으니까.’

편지에서 강시후를 걱정하던 마음은 진실이었으니 말이다.

낯선 환경에서 강시후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저들과 같이 우호적인 이들을 곁에 둘 필요가 있었다.

물론, 천마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 나는 강시후. 앞으로 잘 부탁한다.”

다시 한번 자신이 ‘강시후’라며 인사하는 시후를 보며 태산과 인호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날 이후 이 둘은 오늘을 잊지 못했다.

자신들에게 찾아온 행운과 지옥을 경험하게 될 시작의 날이었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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