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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화 (2/275)

제2화

시후가 그날 이후 제일 먼저 한 것은 한글을 배우는 거였다.

허약해 빠진 몸으로 무공을 연마하기 위해 움직였다가는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몇 걸음 걷는 것조차 버거운 몸뚱어리에는 영양분과 휴식이 필요했다.

다행히 병원이라는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줬기에 천마는 휴식만 취하면 되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만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기에 이곳의 문자인 ‘한글’을 배우기로 했다.

‘어머니가 편지를 읽어주는 그 시간은 사양해야 하니까.’

어머니의 정을 느껴본 기억이 없던 천마로서는 어머니의 사랑이 부담스러웠다.

특히, 머리맡에서 어머니가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은 가장 큰 곤욕이었다.

차라리 천마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때가 나았다.

한글을 배우겠다는 말에 의사라는 녀석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또 다른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나온 진단은 후유증에 의한 기억상실.

당연히 어머니의 걱정 가득한 시선을 받았지만, 기억을 되찾는 데 한글 공부가 도움이 될 거라는 의사 소견에 글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걸로 배우라는 거였는데….”

천마의 눈앞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얇고 딱딱한 물체가 놓여 있었다.

분명 몇 시간 전에 ‘스마트폰’이라는 이 물건의 사용법을 들었건만 켜지도 못하고 있었다.

성질 같아서는 확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이 작디작은 물건은 인내심을 가져야 할 가치가 충분했다.

“신기하단 말이지, 이 녀석이 수만 가지를 보여줄 수 있다니 말이야.”

천마 신교 내부교단 중 술법을 다루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 녀석들이 법경(法鏡)이라며 거대한 거울을 보여주었을 때 그 안에서 흐릿하게 무언가를 본 기억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은 물건은 그보다 더한 것들을 보여주니 천마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슬슬 한계였다.

켜지도 못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지도 이미 2시간째.

부숴버리고 다른 것을 달라 할까 생각하던 때에 천마를 구원해줄 천사가 나타났다.

“시후 학생, 뭐 해?”

“간호사?”

“여전히 말이 짧네? 호, 호호.”

말이 짧다며 천마에게 존대를 바라는 간호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좋다, 아쉬운 건 나이니까.’

며칠간 알게 된 사실 중에 강시후의 얼굴은 저 간호사라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호감형이라는 거였다.

어머니라는 여인과의 신파극을 끝내기 위해 했던 행동들을 본 간호사들이 좋아 죽으려 했던 것을 기억해 뒀었다.

본래 천마의 방식은 아니었지만, 대의를 위해 작은 문제쯤은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큰 결심을 하며 입을 열었다.

“간호사 누…나, 이거 좀 켜주세요.”

“헙!”

간호사는 천마의 존댓말에 감격이라도 한 것인지 입을 틀어막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럼, 이 누! 나! 가! 켜줄게!!”

간호사는 한걸음에 달려와 천마의 앞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단번에 켜지는 스마트폰을 보며 천마는 한번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부터는 천마도 사용법이 기억났기에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한글 공부라며 집중하기 시작하는 천마를 보며 간호사는 미소를 띠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발걸음에 속도를 가해 빠르게 간호국으로 향했다.

허겁지겁 달려온 간호사를 보며 동료 간호사들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이야, 김 간?”

“아니! 글쎄요! 시후가 저에게 존댓말을 했어요!! 꺄아~!”

“진짜?! 시후 학생이? 어머, 어머? 웬일이니? 웬일이야?!”

“그 강아지 같은 눈으로 ‘이거 좀 켜주세요’ 하는데, 왈칵 안을 뻔했잖아요!”

“어머? 김 간, 큰일 날 소리 한다? 아무리 시후 학생이 귀여워도 그러면 큰일 나! 오호호.”

간호사들은 천마가 스마트폰을 켜달라고 한 사건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천마가 있는 병실과 간호국은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천마의 귀에는 그 이야기들이 똑똑히 들렸다.

스마트폰에 나오는 한글 영상에 집중하면서도 그 이야기들을 흘려듣지 않았다.

“내 말 한마디에 저리 기뻐들 하다니, 앞으로 자주 해줘야겠군, 큼큼.”

천마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겠단 생각을 하며 앞으로 간호사들에게 종종 존댓말을 써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렇게 천마는 몸이 회복되는 며칠 동안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글 공부에 매진했다.

자신이 알던 문자가 전부라 생각했던 천마에게 ‘한글’은 대단한 학문이었다.

자음과 모음을 합하여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토록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문자 체계라니 놀랍군.’

힘을 회복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천마 신교에 한글을 전파할 생각까지 했다.

한글을 깨우치자 스마트폰을 통해 이 세상에 대해서 빠르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

천마가 있는 이 나라는 ‘한국’이라는 나라이고 이런 ‘나라’라는 곳이 ‘지구’에 수십 개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라는 생각에 천마는 이런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 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밤낮없이 받아들여 이 몸뚱어리의 정체도 알 수 있었다.

“이름 강시후. 나이 17세. 이곳에서는 고1 또는 급식충이라 불리며 학교라는 곳을 다녔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고열로 시달리다가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이곳 병원에서 더는 가망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이 아이의 몸에 들어온 것이다…. 이거지?”

천마는 자신과 강시후의 관계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천마가 있는 곳은 1인 병실이었기에 생각에 잠겨 이리저리 걸어 다녀도 방해하는 이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거닐던 천마는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자리했다.

거울 안에는 검은색 머리카락에 살짝 계집애같이 생긴 외모의 남자아이가 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나지? 왜 하필 내가 강시후의 몸으로 들어온 거냔 말이야.”

굳이 강시후의 영혼이 빠진 자리에 자신의 영혼이 들어간 것에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강시후와 천마인 자신이 엮인 것일까.

“설마…. 그때 그 목소리?”

문득, 주마등이 스칠 때 들렸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모깃소리처럼 들리다 천둥소리처럼 들리던 그 목소리.

분명 ‘천마’를 거론하는 목소리였다.

“그게 강시후, 네 목소리였나?”

그때 그 목소리가 자신을 부른 강시후의 목소리일 거라 짐작해봤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마를 부르는 목소리에 염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천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결심을 하였다.

“좋아, 이 녀석으로 살아주지. 그리고 힘을 회복해 돌아가 주마. 내게 등을 돌린 모두를 벌하기 위해!”

복수를 다짐하는 천마는 앞으로 ‘강시후’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곳에서 강시후로 살아가면서 천마의 힘을 되찾겠다는 계획이었다.

시후는 계획을 바로 실행하기 위해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며칠간 잘 먹고 잘 쉬었기에 비루먹었던 몸이 많이 호전되었으니 정확하게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천마 시절에 머릿속에 쑤셔 넣었던 수많은 무공을 떠올렸다.

천마가 된 이후 심득(心得)의 경지에 올라서는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아무것도 없는 몸에는 그것들이 필요했다.

내공이라는 것을 다뤄본 적 없는 몸뚱이에 내공 운기를 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심상으로 확인하는 게 제일이었다.

그렇다고 누가 언제 들어와 몸을 건드릴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심상 수련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생각한 무공은 ‘천마분심공(天魔分心功)’이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천마가 되기 전 천마동에서 우연히 얻게 된 심공(心功).

마음을 둘로 나누는 심공으로써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무공 연마를 할 수 있었다.

걸어가면서도 운기조식을 할 수 있었기에 자나 깨나 천마분심공을 사용했었다.

그렇게 남들보다 몇 곱절은 빠르게 무공 연마를 할 수 있었고 주화입마에 빠질 걱정도 없었다.

이번에도 천마분심공의 덕을 보자는 생각으로 심공의 구결을 외워갔다.

두 눈을 감고 심공의 구결을 읊자 머릿속에 구결들이 새겨져 갔다.

시후의 몸 주위로 후광이 드리우듯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시후의 몸을 회전하며 머리 위로 솟아오르더니 이내 정수리로 빨려 들어갔다.

“흐으읍! 후우우! 됐다, 심공 1단계.”

천마분심공 1단계가 완공되었다.

“이제 자면서도 운기를 할 수가 있게 되었구나.”

천마분심공의 1단계는 수면 중에도 무공을 연마할 수 있는 단계였다.

단계가 오르면 성질이 다른 무공을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꿈과도 같은 이야기지. 허나 반드시 이룬다, 그것도 빠르게!”

빠르게 천마 때의 힘을 되찾으려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강한 의지와는 다르게 곧 큰 절망감에 빠졌다.

자는 척을 하게 되면 누가 와도 건드리지 않는 것을 알기에 침대에 누웠었다.

그리고 몸을 편히 가눈 후 천마분심공을 일으켰다.

그렇게 마음이 둘로 나뉘자 마음 놓고 운기를 했다.

아직 주요 요혈들을 뚫지 못했기에 자연의 기를 받아 단전을 채워야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가 너무 미세했다.

어린 시절 천마동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공을 하면 주변의 기가 휘몰아치듯 단전으로 밀려 들어왔었다.

그때가 장맛비 정도라 하면 지금은 이슬비에도 못 미쳤다.

“이, 이럴 수가, 도대체 이곳은 어떻게 되어먹은 곳이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해보았다.

혹시나 해 하는 행동이었으나 결과는 같았다.

“젠장!! 그래, 밖에서 해보자. 여기가 실내라 그럴 수도 있다!”

혹여 사방이 딱딱한 돌로 막혀 있어 그런가 싶어 병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허둥지둥 움직여 소리를 내었다가는 간호사들에게 잡혀 올 게 분명하였기에 최대한 몸을 낮추고 조용히 움직였다.

비상구에 들어선 후에야 빠르게 움직여 계단을 올랐다.

얼마 전에 광합성을 해야 한다며 가봤던 옥상으로 향했다.

“그래, 거기라면 아무것도 없으니 가능할 수도…. 헉, 헉헉, 젠장! 이 빌어먹을 몸뚱어리!”

계단을 뛰듯이 오르던 천마는 몇 층을 올라가지도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계단을 빠르게 오를 근력이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꾹꾹 눌러가며 힘겹게 계단을 올라 드디어 옥상에 도착하자 땀으로 샤워라도 한 듯 온몸이 젖어 있었다.

다행히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후는 옥상 한가운데에 자리하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내 천마분심공을 일으키며 운기를 시작했다.

확실히 병실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이슬비보다 못했던 것이 가랑비 정도로 변한 것 정도였다.

“젠장!!”

당장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여기까지 올라온 수고가 아까웠다.

가랑비와 같은 자연의 기를 느끼며 작은 성취를 얻자는 생각에 운기를 지속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단전에 뜨거운 열이 확 느껴졌다.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단전의 기초를 완성한 거였다.

“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단전의 기초를 마련하였지만, 그 작은 성공에 만족하기에는 목표하는 바가 컸다.

이런 식이면 대충 계산해 보아도 10년이 지나야 천마동을 겨우 빠져나올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천마 시절의 능력을 얻으려면 100년, 아니, 200년이 지나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곳은 자신이 살던 곳과는 너무나도 환경이 달랐다.

자연기를 느끼는 데 필요한 우거진 숲과 맑디맑은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유리와 돌로 이루어진 딱딱한 건물들뿐이었다.

사람이 저만한 높이의 건물들을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건물들.

거기에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자동차라는 것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자연기의 질을 떨어트린 원인이 분명했다.

“하아… 독각룡의 내단이나 공청석유 같은 것들은… 없겠지?”

내공을 쌓는 데 영약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었기에 그것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과연 그런 것들이 자랄 수 있을까.

“아니!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그래, 찾아보자!”

시후는 스마트폰에서 보았던 <정글에서 살자>라는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를 찾아가 생활하는 그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곳들이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그런 곳을 찾아가려면 이 몸뚱어리로는 어림도 없었다.

옥상까지 올라오는 동안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스쳐 갔었다.

“일단 몸부터 만들자. 근육을 좀 붙이고 적은 양이지만 단전도 채우고, 우선 그것부터 하자.”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계획한 시후는 바로 움직이려다 몸을 멈추었다.

“내, 내일부터 하자. 온몸이 쑤시는구나.”

몸을 조금 움직여 보려고 하는 순간 얼마 있지도 않은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왔다.

계단을 오를 때는 몰랐지만 운기조식을 하느라 시간이 지나자 근육통이 찾아온 거였다.

어기적거리며 겨우겨우 병실로 돌아온 시후는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지친다, 잠부터 자자.”

지금은 지친 몸을 달래기에 수면이 가장 효과적이었기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러면서도 천마분심공을 이용하여 이슬비 같은 기운을 받아들여 단전에 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 날 몸이 좀 움직일 만해지자 간호사들에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

“그래, 우리 시후 몸도 좀 회복했으니 운동을 하는 것도 좋겠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다고 바로 운동하기에는 의사의 진단이 필요했기에 간호사들은 담당 의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 담당 의사도 운동을 권하였기에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헬스장에 도착한 시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이게 다 뭐예요?”

“우리 병원 시설이 좀 좋지? 호호”

간호사의 말대로 헬스장 안에 기구들이 상당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체력단련’을 검색하자 헬스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스마트폰에서 보았던 곳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5층짜리 건물 하나가 통째로 헬스장이라니, 병원장님이 대단하시네요?”

“응? 지금 아빠 자랑하는 거니?”

“네?”

“여기 병원장님이 네 아빠잖아, 네 아빠 강인 병원장님.”

시후는 그제야 자신을 한 발 뒤에서 지켜보던 아버지라는 사람이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병원장이었다니, 제법 돈이 있는 놈이로구나?’

천마 시절에도 돈 좀 있다 싶은 놈들은 마신방(魔神幇) 놈들이었다.

독단이나 약단을 만들어 아주 비싼 값에 팔아치우던 녀석들.

덕분에 천마신교 재정 상태가 좋았었지만 하도 잘난 체를 하기에 손 좀 봐준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때 단약 제조법을 몇 개 가져왔었는데?’

손 좀 봐주는 김에 마신방 놈들의 가장 비싼 것과 효율이 좋은 것 몇 가지의 단약 제조법을 바치라 하였었다.

그것을 되새기자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랐다.

‘기회가 되면 만들어 봐야겠다.’

가장 효율이 좋은 몇 가지 단약은 산과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초들로 만든 것들이었다.

그것이라도 있으면 무공을 되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쯧, 산을 타려면 결국 또 체력이 있어야 하네.”

약초를 찾든 무인도를 가든 결국은 체력이 받쳐 줘야 하기에 시후는 러닝머신에 올랐다.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하며 체계적으로 체력을 단련할 생각이었다.

그런 시후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여보, 흑흑, 우리 시후가 드디어 움직이네요.”

“이 사람, 울기는. 병실에만 있어 걱정했는데 이제 운동까지 하는데 무슨 걱정을 그리하는 거요?”

“아직 기억이 다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게 걱정돼서 그러죠.”

“저렇게 몸도 움직이고 그러면 곧 예전의 시후로 돌아올 거요.”

헬스장 밖에서 시후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시후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시후가 헬스장을 찾는다는 간호사의 보고에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공의 기초를 다지는 순간 남다른 청력을 갖게 되었고 러닝머신을 달리는 도중에도 두 분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기초체력 훈련은 즐거운 일이 아니었기에 끈기가 필요했는데 마침 두 분의 대화가 큰 응원이 되었다.

시후는 그렇게 강인병원의 명물이 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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