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밤
쾅, 문이 닫히기 무섭게 맞닿은 입술은 갈증을 해소하듯 황급히 서로의 혀를 탐했다. 껴입은 겉옷은 어느새 신발장에 벗겨져 있었다. 형의 목에 팔을 두른 채로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던 내가 형의 뒷머리를 쥐었다. 묻어나는 빗물이 결 좋은 형의 머리에 사정없이 뒤엉켜 있었다.
생각보다 굵었던 빗줄기 탓에 머리칼이 젖어 있는 형은 지나칠 정도로 야했다. 굳이 혀를 섞지 않아도, 페로몬을 개방하지 않아도 바지 앞섶이 뭉툭하게 기세를 드러냈다. 앞섶을 가리기 위해 주춤거리기 바빴던 나와는 달리 형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걸음을 성큼성큼 내디뎠더랬다.
몸이 한껏 밀착한 가운데, 아랫배에서는 불거진 형의 중심이 느껴졌다. 틀어막히듯 억지로 갈무리했던 페로몬이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내가 페로몬을 개방하자 형의 페로몬 역시 무서운 기세로 방 안에 퍼져 나갔다. 검지로 형의 머리칼을 배배 꼬아 댔던 나는 틀어진 고개의 방향을 바꾸려 잠시간 떨어져 나간 입술에 숨을 가쁘게 토했다.
목에 감았던 팔을 푼 내가 형의 양 뺨을 쥐었다. 그러자 감겨 있던 형의 눈꺼풀이 가늘게 뜨였다. 형이 내 골반을 쥐고 있었던 손으로 오른쪽 뺨을 감쌌던 손의 손등을 포갰다.
내가 저지하려는 줄 알았는지, 부드러웠던 뺨의 감촉을 채 느끼기도 전에 오른손이 허공으로 이끌렸다. 그윽했던 눈동자가 다시 눈꺼풀에 가려지고 나서야 형은 내 입술을 도로 삼켰다.
손가락이 얽힌 채 허공으로 빗겨 나간 손이 단단한 형의 팔뚝에 가 닿았다. 내 허리를 둘러서 안은 채 바짝 당기는 왼손에 의해 아랫배에서 느껴졌던 형의 성기가 노골적으로 부피를 키웠다. 방 안 전체를 페로몬으로 꽉꽉 눌러 채울 생각인지 형에게서는 페로몬이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반신에서부터 쨍하게 올라오는 흥분감과 숨이 턱 막힐 만큼 가득 찬 페로몬은 조금 전의 호흡마저도 부족하게 만들었다. 마디를 구부려 형의 팔뚝을 손끝으로 힘주어 잡은 내가 못 참겠다는 듯 턱을 추켜올렸다.
“하아…….”
숨 가쁘게 터지는 호흡에도 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어코 내 입술을 따라와 아랫입술을 씹어 무는 고른 치아가 내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순식간에 틈을 봉쇄했다. 형의 우악스러운 힘으로 인해 몸이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그때 허벅지 뒤로 푸근한 물체가 닿았다. 길이 가로막혔음에도 형의 밀어붙임은 끝나지 않았다. 무릎을 접고 몸을 앉힌 내가 푹신한 침대에 상체를 눕힐 때까지도 입을 맞춰 오기 급급했던 형이 불현듯 입술을 뗐다. 형과 나 사이에 이어진 가느다란 타액이 어느 정도 유지되다가 톡, 끊어졌다.
침대 모서리에 무릎을 올려 내 위로 올라탈 준비를 하던 형이 목을 죄는 타이를 대충 당겨서 늘렸다. 내게 꽂힌 짙은 시선에 발가락을 힘껏 오므렸다.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메탈 시계를 풀기 시작하는 형을 보니 문득 바지춤 안에 갇힌 성기가 답답해졌다. 언제부터 새어 나왔을지 모를 애액과 쿠퍼액에 속옷은 앞뒤 할 것 없이 축축했다.
기다리다 못한 내가 형의 타이를 잡아당기자 타액으로 번들거리던 입술이 입꼬리를 보다 길게 뻗었다. 시계를 내려놓기도 전에 당겨진 몸에 의해 형이 메탈 밴드를 쥔 채 침대를 짚어 몸을 지탱했다.
쪽,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이 잠깐 사이 공기에 물들어 차게 느껴졌다. 헐렁해진 타이를 마저 푼 내가 형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둘 끌렀다. 옷깃 사이로 드러나는 단단한 가슴팍에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하반신을 힘주어 꼬고 있는 것을 느낀 형이 시선을 느긋하게 내렸다. 꼭 치부가 드러난 것처럼 얼굴을 붉힌 내가 침대 턱에 발을 걸치며 뭉툭하게 오른 앞섶을 가렸다. 오므려진 채 솟아난 무릎을 짚은 형이 내 다리 사이를 벌렸다.
단추를 두어 개 남짓 남겨 두고 벌어진 가랑이에 민망함을 숨기지 못했다. 형의 턱을 잡아 올리자 무릎을 감싼 손이 내 버클로 향했다. 툭, 정말 작은 소리였음에도 호텔 방에는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울렸다.
“엉덩이 들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게 명령을 했다. 형의 어깨를 쥐고 목덜미에 이마를 박은 내가 엉덩이를 들었다. 그러자 허리께를 맴돌던 손이 내 바지를 단숨에 끌어 내렸다.
그 뒤로는 다시 입맞춤의 향연이었다. 어느새 속옷까지 벗겨진 채로 기꺼이 입 안을 내어 준 나는 모서리에 걸치듯 올려져 바짝 벌어진 다리에 신경을 쓸 새도 없이 형에게 매달렸다.
약에 취한 것처럼 머릿속이 아득했다. 내 배꼽 아래부터 옆구리까지 더듬어 대는 손길이 희미한 것 같으면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흣…….”
아랫배에 붙을 정도로 선 중심이 거슬리기라도 했는지 성기를 한 줌에 쥔 형이 기둥을 옥좼다. 잇새로 터져 나가는 신음이 공간을 채우기도 전에 엄지로 선단을 짓누르는 힘이 하반신 가득 전해졌다.
바짝 깎아 두었던 손톱 탓에 어깨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는 손이 자극을 받으면서 처절하게 구부려졌다. 토해 내듯 새어 나오는 쿠퍼액을 엄지로 비비는 감각에 입술을 떼어 낸 내가 몸을 움츠렸다. 뜨거운 숨을 내쉬는 입가에 문득 형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의도가 명백한 행위에 내가 고개를 들었다. 입이 타는지 형의 혀가 아랫입술을 훔치고 원래의 자리로 기어들어 갔다. 내 타액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던 입술이 새빨갰다. 절로 벌어지는 입술이 형의 손가락 끝을 물었다. 손으로 형의 손목을 쥐고 검지를 정성스레 핥았다.
손바닥을 꾹꾹 눌러 대며 손가락을 빠는 움직임은 이미 흥분에 잔뜩 절어 있었다. 별것도 아닌 행위를 하면서도 숨이 차 밭은 호흡을 뱉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검지뿐만 아니라 중지도 함께 적셨다. 손가락에 얽히는 혀를 느낀 형이 마디를 구부려 내 입 안을 긁었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입 안을 배회하는 손가락을 붙잡아 흥건해질 때까지 침을 발라 댔다. 듣기에 민망한 소리가 이제는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어서 이 손이 내 아래를 가득 채워 주었으면, 어서 이 손으로 내 몸을 구석구석 더듬어 주었으면.
내 간절한 바람이 닿기라도 했는지 형이 내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가랑이 사이로 이동하는 손가락이 왜 그렇게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지, 목이 타 다리를 더 양껏 벌려 댔다. 마침내 구멍 근처에 가 닿은 손가락이 구멍 입구에 걸렸다.
“으응…….”
애액을 흘려 댄 보람이 있도록, 건조했던 손가락을 축축하게 적신 보람이 있도록 수월하게 헤쳐 들어가는 손가락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
페로몬 탓에 안 그래도 꿉꿉했던 공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내 페로몬과 단단히 얽혔다. 씨발, 내 페로몬에 수시로 흔들리는 이성을 다잡기가 고역이었는지 형이 잇새로 욕을 씹었다.
“혀엉, 흣…….”
형이 욕설을 뱉은 이후로 부드럽게 진입했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무릎을 감싼 손의 악력이 생각보다 강했지만 다른 곳에 신경이 쏠릴 틈이 없었다. 구부러진 마디가 내벽을 넓히기 위해 바쁘게 굴렀다. 허벅지 살을 잘게 떨어 대던 내가 하반신에 힘을 실었다.
휘다 못해 눕혀지듯 기운 몸을 겨우 지탱하고 고개를 있는 힘껏 젖혔다. 힘겹게 터지는 숨과 겨우 넘어가는 침으로 인해 꿀렁이는 울대를 형이 입술로 물었다. 울대 위로 혀를 굴리고 압박하는 입술의 힘이 자못 강했다.
턱 끝으로 흐트러지는 머리칼이 간지러워 아무 자극이 없는 성기에도 힘이 들어갔다. 형의 뒷머리를 감싸듯 쥐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엉기는 머리칼은 빗물이 대충 말라 아까보다 뻣뻣해져 있었다.
가늘게 뜨인 눈이 하얀 천장을 담았다. 구멍에 꽂아 넣은 이물감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즈음에도 연신 앓는 소리를 뱉던 내가 순간 눈을 찡긋거렸다.
입술로만 마사지하듯 목을 조여 오던 형이 이를 세운 탓이었다. 얇은 살결을 씹어 힘껏 빨아 당기는 힘에 머리칼을 쥔 손을 힘주어 오므렸다.
“혀, 형…….”
그러다가 문득 아래로 휑한 기운이 느껴졌다. 삽시간에 빠져나간 손가락의 공백에 아래가 미치도록 허전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려고 해도 내 목을 타고 내려가 쇄골을 씹어 대는 형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때 한껏 벌린 다리 밑에서 쇠붙이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시선이 계속 아래로 향했다. 차마 벗지 못한 티셔츠가 울혈을 남기는 데 방해가 됐는지 형이 살짝 드러난 쇄골을 씹던 중에 고개를 들었다. 머리칼을 쥐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언제부터인가 형도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가 아무렇게나 뻗쳐 있었다. 내 목덜미를 씹으며 버클을 풀어냈던 형이 그 속에서 흉흉할 정도로 솟아오른 성기를 드러냈다.
프리컴으로 인해 촉촉하게 젖은 선단이 먹음직스럽게 번들거렸다. 혀 밑으로 차오르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긴 내가 형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형이 내 골반을 쥐고 몸을 바짝 당겼다. 모서리에 걸쳐져 있던 발이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것을 형이 잡아챘다. 내가 자연스럽게 형의 허리에 다리를 헐겁게 두르자 형이 성기를 내 아래에 문대기 시작했다.
“으응, 읏.”
턱에 걸리듯 귀두만 머금은 구멍이 애타게 벌름거렸다. 허리를 둘렀던 다리에 힘을 실어 형의 허리께를 당기자 성기가 간지러웠던 내벽을 긁으며 밀려 들어왔다. 분명 성기를 뿌리째 받아 낼 수 있을 정도로 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억지로 밀고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입구가 홧홧했다.
속에 가득 들어차기 시작한 성기는 구멍에 들어선 순간부터 더 팽창했다. 성기를 조여 오는 감에 형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 허벅지를 쥔 손에는 손자국이 오래 남을 정도로 힘이 힘껏 들어갔다. 아래가 서서히 벌어지는 느낌에 이도저도 못 하고 있자 형이 손으로 앞머리를 대충 쓸어 넘겼다.
“아흑, 형, 형 잠깐, 흣!”
숨을 들이쉬는 듯 가슴팍을 한 번 들썩였던 형이 성기를 거칠게 밀어붙인 건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양손으로 내 양 허벅지를 쥔 형이 자세를 바로잡고 허리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찢어질 듯 알알한 감각이 아래에서 타고 올라왔다.
아파. 너무 아팠다. 자세가 불편한 건 아니었지만 몸을 조금만 더 틀면 아픈 감각이 줄어들 것 같아 움직이고 싶었으면서도 그럴 수 없었다. 아프다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반쯤 풀린 동공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형을 보자면 앓는 소리가 절로 들어갔다.
눈을 질끈 감은 내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들이쉰 만큼 내뱉어지지 못하는 숨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한쪽 팔로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던 내가 결국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자 척추를 타고 찌르르 올라오는 감각이 조금 더 버텨 볼걸, 하는 후회를 일게 했다.
바빴던 탓에 오래간만에 받은 성기는 생각보다 더 억셌다. 허벅지 살이 잘게 떨리고, 악문 잇새에서는 끙끙거리는 신음이 터졌다. 힘에 겨운 게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형 역시 뜨거운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허벅지에 가 있었던 손이 내 골반으로 향했다. 형이 장골을 짓누르며 허리를 물리기 시작했다. 희끗희끗 숨을 토해 내던 내가 뒤이어 벌어질 상황을 대비해 이불을 세게 쥐었다. 새하얀 천을 꽉 쥐기가 무섭게 형이 재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아!”
눈이 번쩍 뜨이는 감각이었다. 속에 가득 들어찬 성기에 힘이 절로 들어간 구멍이 성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껏 옭아맸다. 천천히 빠지고, 강하게 쳐올리는 허리 짓은 몇 번이나 이어졌다. 이불을 끌어모아 쥔 손끝은 굳이 보지 않아도 하얗게 세었을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속을 가득 채운 이물감이 몇 번의 왕복 끝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공기가 수시로 침범했다가 터져 나갔다. 그 속에는 형의 짙은 페로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폐 내부로 차오르는 페로몬에 금세 건조해졌던 밑이 다시 애액을 흘렸다.
“아으, 응! 흣.”
길이 어느 정도 트이고 나면 그 뒤로는 익숙한 쾌감이 온몸을 지배하고 만다. 내 하반신을 억누르며 치고 빠지길 반복하던 형은 미간이 좁혀진 채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허리를 숙여 바짝 치켜든 턱에 혀를 가져다 댄 형이 입술마저 붙이고 나서야 혀를 부드럽게 굴렸다.
형이 토하듯 뱉어 내는 달뜬 숨에 맞춰 입술이 살결을 물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허리 아래로는 투박한 허리 짓을 잇다가도 뺨을 쓸어 만지는 손길은 더없이 다정했다. 노골적인 흥분감에 이불깃을 쥐었던 손을 형의 어깨 위로 얹었다. 희미하게 떨리는 손끝을 한 번 쓸어 만졌던 형이 손을 내 티셔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 읏!”
손가락으로 유륜을 가볍게 쓸기만 했던 형이 한순간에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상체가 유두를 쥐었던 손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몸을 틀었다.
그러나 내 가슴 옆에 뻗어 있던 팔로 인해 도망갈 곳이 없었다. 적나라한 손길이 다시금 내 유두를 쥐었다. 손끝으로 간지럽히듯 빳빳하게 선 유두를 건드리는 바람에 안 그래도 한껏 힘이 들어간 몸이 안달을 했다.
내 턱을 핥던 형의 입술은 어느새 목덜미를 훑고 있었고, 온몸을 잠식하는 쾌감에 나는 형의 어깨를 으스러트릴 듯 쥐었다. 목에 울혈을 한가득 새기던 형이 입술을 뗐다. 가쁜 숨을 뱉으며 몸을 연신 비틀어 대던 내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혹시 입을 맞춰 줄까 싶어 형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형의 시선은 내 입술이 아닌 말려 올라간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가슴팍에 향해 있었다. 형의 아래에 깔려서 온몸을 기꺼이 허락했던 내가 형의 진득한 시선을 더 오래 받아 내기 위해 손을 꼼지락거리며 가슴팍에 올렸다.
형이 쥐지 않은 유두로 올라간 손이 자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빳빳하게 선 유두를 쥐었다. 스스로 유두를 쥐고 비틀어 대는 모양새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형이 반대쪽 유두를 엄지로 튕기듯 쓸어 만졌다.
내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바람에 아래를 사정없이 박아 대던 성기가 깊게 박힌 채 멎어 있었다. 내리깔린 눈꺼풀 밑 눈동자가 내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목석처럼 서 유두를 응시하고만 있던 형이 허리를 부드럽게 숙여 유두와 함께 내 손가락을 입술 사이에 가뒀다.
유두를 툭툭 건드렸던 손길이 유두를 훑어 올리는 혀의 감촉에 얼어붙었다. 허리를 잘게 떨어 대며 숨을 몰아쉬었던 내가 습한 기운에 검지를 슬며시 세우자 혀가 손가락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으윽, 읏! 흣!”
그러자 잠시간 멎어 있었던 허리가 다시금 움직였다. 내벽을 강단 있게 쳐올리는 성기도, 손가락을 살살 깨물며 빨아 대는 혀도, 유두를 짓누르듯 문지르는 엄지도. 하나같이 자극적이었다. 겨우 뜨고 있던 눈을 아예 질끈 감아 버리고는 움츠러드는 내벽을 익숙하게 뚫는 성기를 느꼈다.
“흐으, 응!”
머리가 아득해지고 잠시도 힘을 푼 적이 없던 뒷목이 뻐근했다. 지속적인 쾌감에 저릿하다 못해 알알한 고통이 이는 성기가 분비물을 토해 내기 위해 바르작거렸다. 형의 입 안에서 굴려지던 검지를 빼낸 내가 서둘러 성기를 쥐었다. 덕분에 목적 잃고 허공에 뜬 고개가 입맛을 다시듯 혀를 빼꼼 내밀어 입술을 훑었다.
“후으…….”
형이 이를 앙다문 채로 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느새 귀밑으로 가 닿을 듯 말 듯한 입술이 느껴졌다. 강약 조절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귀두를 무작정 쥔 손이 어서 토정하라며 마사지를 해 댔다. 떨리는 손끝과 밭은 호흡으로 인해 들썩이는 가슴팍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렸다.
내 목덜미에 코를 박고 페로몬을 들이쉬던 형이 허리 짓에 더 강도를 높였을 때, 정신없는 손짓으로 성기를 주무르던 손이 어쩔 도리가 없이 귀두를 세게 쥐었을 때.
“……흣!”
내 성기에서 회백색의 정액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목덜미를 세게 무는 잇새가 느껴졌다. 가뜩이나 불에 덴 듯 뜨겁던 안은 그보다 한층 더 뜨거운 온도의 액체가 가득 퍼져 나갔고, 뿌리째 삼켜진 성기는 못 박힌 듯 내 안에 자리 잡고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고개가 내 목덜미에 이를 박은 형 쪽으로 틀어지자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피부를 가르고 흘렀다. 얼어붙은 듯 고개를 가만히 처박고만 있던 형이 혀를 살짝 내어 목덜미를 톡, 건드렸다.
씨발, 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 욕설을 뱉으며 고개를 든 형의 얼굴은 당혹감에 젖어 있었다. 얼떨떨한 느낌에 정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들어 목덜미를 쓰다듬은 내가 형과 시선을 맞췄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도 입을 벌리고 교성을 내지른 탓에 목구멍이 건조해 침을 삼켰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쓸어 잇자국을 확인한 내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고, 구멍에서는 안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차게 식은 분위기가 우리 두 사람을 에워쌌다.
형에게 향했던 시선으로 방 안을 훑은 나는 형의 페로몬에 밀려 1할도 차지하지 못한 미세한 페로몬 잔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커다랗게 뜨인 눈매에 눈물이 차오르는 건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는 타인의 페로몬에 가슴팍을 들썩이고 참지 못한 울음을 울컥 토해 내자 형이 “한음아.” 하고 내 이름을 불렀다.
답지 않게 꽤 오랜 시간을 굳어 있던 형이 내 어깨를 쥐었다. 맨 살결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더 눈물이 나는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허벅지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내 뺨을 감싼 손이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쁜 새끼.”
불현듯 고개를 쳐들고 욕을 하자 형이 눈물을 닦아 주려던 엄지를 흠칫 떨었다. 주먹을 쥔 손이 원망스럽다는 듯 형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이걸 왜 이제야 해 줘, 불만을 토하듯 입 안에서만 맴돌던 소리가 형에게 닿았다.
혼란스럽게 굳어져 있던 얼굴이 눈물의 원인을 알아채고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형의 입에서 아스라이 터져 나오는 사과는 도리어 우리의 마음을 더 가볍게 풀어냈다. 눈물로 번져 축축하게 젖은 눈꺼풀 위로 와 닿은 형의 입술이 뒤이어 내 입술을 포갰다.
조심스러운 혀의 움직임이 내 입 안을 어루만지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 내는 부드러운 엄지의 감촉이 나를 달랬다. 형의 손목을 쥐고 입맞춤을 받아 내던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각인했다. 내가 과거로 되돌아오고, 형의 운명이 뒤바뀌고 나서는 각인에 대해 더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던 형에게 각인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추궁하기라도 하면 끝내 말을 돌리던 형이었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항상 내 곁에 있겠다고는 했지만 앞날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던 형은 빗겨 갔던 죽음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랐기에 주저했던 것이라고. 그 이유를 거론하고 나면 누구보다도 불안해할 나에게 불안정한 미래를 토로할 수도, 한탄할 수도 없었다고.
그래서 형의 청혼이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고민했을지 모를 형의 고백이 너무 고마웠다. 어떻게 하루에 두 번이나 울려. 나는 두 번이나 울고도 두 번이나 행복한 시간에 심장이 더 불규칙하게 뛰는 걸 느꼈다.
어쩌다 실수로 이어진 각인이라는 것은 내게 어떠한 장애물도 되지 않았다. 형이 얼마큼의 시간을 고민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동안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어 오면서 형은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 히트 사이클과 러트 사이클이 오가는 그 상황 속에서도 짙은 페로몬만 들이쉴 뿐, 형은 내게 각인을 하려고도 노팅을 하려고도 들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이 실수가 사실은 나와 각인을 하고 싶었던 형의 무의식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꼬박 2년이 지나고 나서야 형이 평온한 나날들에 안심하기 시작했다고.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맺어진 각인에 내가 놀라기라도 했을까 전전긍긍했던 형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려 맞닿은 입술 사이로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이제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것도 결혼식을 치르기도 전에.
내 웃음에 포갰던 입술을 떨어트린 형이 내 얼굴을 살폈다. 난데없이 맺어진 각인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지우지 못한 내가 주먹으로 형의 어깨를 다시 한번 때렸다.
“울든가 웃든가 둘 중 하나만 해.”
“그게 울린 사람이 할 소리야?”
젖은 눈을 엄지로 꾹꾹 눌러 댄 형이 내게 말했다. 눈꺼풀 위를 짓궂게 누르는 형에게 툴툴거릴 새도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나는 얼굴 가득 채웠다.
그러자 보다 무거웠던 형의 페로몬에 가벼운 기운이 감돌았다. 형의 실없는 웃음이 내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지고, 그 웃음을 마주하기 위해 잡은 형의 손목을 끌어 내린 내가 발갛게 충혈이 된 눈으로 눈꼬리를 휘었다.
그날, 나는 아주 깊은 단잠을 잤다. 찌뿌둥한 몸이 불편했지만 몽중으로 이끌려는 수마는 나를 아주 집요하게 잡고 늘어졌다. 이마 위를 덮는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조심스러운 손길이 어렴풋한 정신 사이로 느껴졌다.
좀처럼 깨고 싶지 않아 몸을 뒤척이면 잠깐 떨어졌던 손길이 도로 와서 나를 쓰다듬는다. “사랑해.” 그 손길이 내게 달콤한 말을 흩뿌리고 나면 나는 더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비가 갠 뒤에는 청량한 하늘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나는 광활한 하늘에 빠져 숨어 있던 태양을 마주 보는 꿈을 꾸었다. 내 세상 역시 뜨겁게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태양이 변함없기를. 아니, 나는 내 세상 속에서 변함없이 떠 있을 태양을 향해서 염원을 토해 내는 대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외전(1) That day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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