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5 화 (완)
“긴장 되나?”
주주총회장에 도착한 나는 강학우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가 나에게 물었는데 왠지 나보다 그가 더 긴장을 한 것 같았다.
하긴 오늘 이 선택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네. 긴장 됩니다.”
“나를 도와준 것은 잊지 않겠네. 내가 회장이 되면 프레쉬푸드와 알로하는 영원한 친구가 될거야.”
그는 웃으면서 말했는데 그런 것을 기대하고 도와준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그가 회장이 된다면 알로하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지금 알로하의 돈카츠 사업은 지금 너무 잘 되고 있었다.
로이스가 주춤하는 사이에 알로하는 올해 오픈 예정인 매장까지 합하면 100호점을 넘을 계획이고 냉동 돈카츠 사업도 연일 대박을 치고 있었다.
복권기금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존과 같은 로또 이벤트 행사는 멈추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주문을 했던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다.
거기에 최근에서 선우를 모델로 TV 광고도 시작했는데 나와 선우는 올해 개봉한 영화가 대박을 쳐서 이제는 완전히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고 우리 회사의 광고를 한다는 것 때문에 한차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오늘 회장 경쟁에서 이기게 되면 이제 사실상 알로하를 견제할 수 있는 돈카츠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있었는데 주주총회장으로 강민구와 강민태 쪽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알기로 이곳에는 프레쉬푸드의 주식을 가진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강훈이 주식을 매입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덕분에 마지막을 제대로 장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 임시주주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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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전 2분기 실적발표와 여러 가지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하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회장 변경 선거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다들 그것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주주총회장의 자리 배치는 가운데를 경계로 좌우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오른쪽에는 강학우 회장과 내가 앉아 있었고 왼쪽에는 강민구와 강민태 그리고 강훈이 앉아 있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서로 나누어 앉아 있었는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 알 수 없었다.
“직원들은 잘 설득했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저쪽은 이미 가라앉기 시작한 배입니다. 거기에 올라탈 멍청이가 있겠습니까?”
사실 강훈이 정훈에게 보여준 보고서는 거짓 보고서였다.
하지만 강훈은 그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되자 그것은 더 이상 거짓보고서가 아니게 되었다.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이미 강민구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이 되는 것으로 확정이 되었는데 괜히 다른 곳에 줄을 서서 미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직원은 대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간단한 거짓, 선동이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이번 일은 잘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프레쉬푸드를 이끌어야 하는데 이 정도는 머리가 돌아가야죠.”
강훈은 아버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는데 그때 정훈과 눈이 마주쳤다.
정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는데 아직도 포기를 안 한 모양이다.
하지만 저렇게 눈을 뜨는 것도 마지막이다.
작은아버지가 회장이 되면 알로하와 정훈이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철저하게 밟아줄 생각이다.
****
“지금부터 1호 의안 회장 변경의 건을 상정하겠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다.
방금 전 강훈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직도 자기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놈의 착각을 제대로 바로 잡아 줄 생각이다.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김정훈 주주님의 모두발언 시간이 있겠습니다.”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강학우와 협의하여 주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 할 것이 있었다.
회장 선거에서 이길 트리거가 있었는데 그것을 공개하기 위해서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자 강민구 쪽 사람들은 궁금해 하면서 쳐다보았다.
강민태와 강훈이 수군거리는 것이 보였는데 내가 나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오늘 회장 변경 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기 전에 주주님들이 알아야 하실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나는 사회자에게 손짓을 했는데 사회자가 화면에 내가 준비한 것을 띄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 주주의 자격으로 앉아 있는 강훈은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아버지가 대표이사로 있는 로이스의 자본금을 횡령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로이스의 대표이사이자 아버지인 강민태 씨가 모르셨을 리가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로이스의 횡령에 대한 사실을 폭로하였다.
이것을 안 것은 주주총회가 있기 며칠 전이었는데 김구열이 나에게 다시 만남을 요청하였다.
그는 상당히 초조해보였는데 보험이 확실한 것인지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심경이 어떤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선택한 길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점을 파고 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게 하나의 녹음 파일을 들려주었다.
[ 김정훈 점장님. 주인이 일을 시키면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면 되는 겁니다. 왜 이렇게 사사건건 간섭이 심합니까? 한 번 혼나 볼래요?” ]
나와 강훈의 통화 녹음 파일이었는데 예전에 로이스에 점장으로 있을 때 녹음을 한 것이다.
그때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항거를 할 생각으로 녹음을 해두었는데 결국 쓰지 못하고 퇴사하였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잡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김구열 씨, 이게 강훈이 직원을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말했죠? 결국 당신은 버려질 것입니다. 중간에서 애매하게 줄타기하지 마시고 혹시 강훈을 쓰러뜨릴 무기가 있으면 주십시오. 제가 강학우 회장님에게 말해서 당신의 뒤는 확실히 책임져 줄 테니까.”
“그 말 진짜인가요?”
“당신이 가져가는 건 당신이 무엇을 주느냐에 달린 겁니다.”
나의 말에 김구열은 고민을 했고 결국 오랜 고민 끝에 횡령에 관한 자료를 내주었다.
원래 강민태 쪽은 로이스를 매각하고 그것으로 지분을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패하자 자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그 과정에서 회계장부도 건드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고 로이스를 지분과 바꾸었으니 아마 지분을 넘긴 임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저것이 사실입니까?”
역시나 로이스의 지분을 받은 몇몇 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나는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대중은 개돼지라고 말이죠. 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저와 강훈의 관계에 대해서 잘 아실 겁니다.”
횡령 때문에 잠시 시끄러웠던 회의장은 나의 말에 조용해졌다.
“지금은 이곳에 프레쉬푸드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저도 예전에는 한 회사를 다니던 직원으로 개돼지처럼 일했습니다. 그때 저는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지만 무능한 오너의 아들 때문에 쫓겨났습니다.”
나는 지난 일을 떠올리면서 담담히 말했다.
“지금 로이스를 보십시오. 한 때 돈카츠 브랜드 랭킹 1위를 지켰지만 지금은 그 명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회사를 이끄는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부디 사탕발린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지 마시고 프레쉬푸드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회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만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새롭게 선출된 회장님은 여러분의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보상을 주실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나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강학우를 쳐다보았는데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으로 모두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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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 53% 대 47%로 강학우 회장님의 연임이 확정되었습니다. 이것으로 1호 의안 회장 변경 건은 부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이스!”
강학우는 자신의 연임이 확정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그의 손을 잡고 축하를 해주었다.
직원들의 표는 만장일치로 강학우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나의 호소가 먹힌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강훈일 것이다.
“너 이자식!”
강훈은 화가 났는지 나의 멱살을 잡았는데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횡령이나 잘 해결 해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영업 방해도 말이야.”
김구열은 노선을 갈아타면서 확실히 마무리했다. 강훈의 영업방해에 대한 증거도 넘겨주었는데 이것까지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뭐라고?”
“너도 이제 끝났다는 소리야! 나중에 감옥에 가면 사식은 넣어줄게.”
“내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아? 어차피 내 회사인데 내 돈 꺼내서 쓴 게 무슨 문제야!”
당연히 문제가 된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었고 코인 대박이 터졌어도 회사의 돈과 철저히 구분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한번 회사에 들어간 돈은 함부러 다시 뺄 수가 없다.
그것을 모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감옥에 가서 정신을 좀 차려야 할 것 같다.
그때 회의장의 문이 열리면서 강훈의 조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들어왔다.
“강훈 씨, 영업방해 및 횡령 혐의로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아침에 연락을 해 놓았는데 타이밍이 딱 좋게 찾아왔다.
“회장님, 가시죠.”
나와 강학우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는데 뒤에서 강훈이 뭐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강학우와 같이 회장실로 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발언을 듣고도 혹시나 직원들이 강민구를 밀어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우리쪽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에 자네 도움이 진짜로 컸네. 내가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네.”
“네, 앞으로 저희 알로하 힘들 때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 기회에 아예 우리 회사로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프레쉬 푸드로요?”
“회사를 합병하고 내가 자네에게는 괜찮은 자리를 마련해주지.”
프레쉬푸드는 국내 1등 대기업이었다. 그가 마련해준다는 자리가 결코 작은 자리는 아닐 것이다.
예전에 로이스에 다닐 때 그런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꿈꾸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한승, 하연, 선영, 선우 등등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직원들이 생각났는데 나는 그냥 매장에서 돈카츠를 튀길 때가 마음이 가장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소소하게 돈카츠 가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알로하가 이제는 소소한 돈카츠 가게는 아니지 않나?”
강학우의 말에 웃음이 나왔는데 알로하는 계속해서 운영을 할 것이다.
이제는 내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중요한 건 다 끝났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강학우의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도 내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하와이에 갈 생각입니다.”
“하와이?”
“네, 같이 가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거든요.”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