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4 화
남은 기간은 일주일 강민구와 강민태가 직원들의 마음을 돌린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강회장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하고 같이 직원들을 통해서 조사를 했는데 이유를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강학우 회장 쪽 사람들이 직원들을 만나면 그들은 그런 일 없다고 회장님을 지지하겠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 우리가 계획한 것처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하고 말이다.
강훈이 당당하게 나온 것은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계속 신경쓰였다.
‘분명히 무언가 있어.’
그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강훈이 우리 알로하에 한 영업방해 증거가 나온 것이다.
강훈을 조사한 검사는 내 생각보다 훨씬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로이스를 광고하고 알로하를 비방했던 인플루언서들을 모아서 강도 높게 조사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알로하를 깍아내리라는 제의와 돈을 받았다고 자백을 하였다.
자백을 토대로 강훈을 더 압박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나왔다.
바로 로이스 본부장으로 있던 김구열이었다.
그는 강훈을 대신하여 검찰에 출석하여 모든 것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구열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로이스에 있을 때는 서울에 있는 지점의 점장이었는데 강훈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그에게 잘 보였는지 빠르게 승진하였다.
점장으로 있을 때를 전상욱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김구열은 시키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실제로 강훈이 지시했던 일을 김구열이 실제로 전부 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그가 다 책임을 지기로 한 것 같다.
그가 대신 조사를 받는 조건으로 강훈에게 무엇을 받기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그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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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만난 김구열은 잔뜩 경계심을 보였다.
“사장님에게는 따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저희 알로하에 영업방해를 지시한 게 당신 맞습니까?”
나의 말에 김구열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물었다.
“영업방해 죄가 5년 이하의 징역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내가 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굽게 닫힌 입이 열렸다.
“저 개인적으로 로이스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잘못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그는 이미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감옥에 갈 결심을 한 것 같은데 이렇게 까지 만든 강훈이 세삼스럽게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강훈이 자기 아버지가 회장이 되면 빼준다고 하던가요?”
김구열이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마 내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는 모양이다. 영업방해죄로 들어왔지만 조사가 진행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주주총회는 끝날 것이고 강민구가 회장이 되면 힘을 써서 빼준다고 이야기했을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돈과 지위를 약속했겠지.’
강훈의 밑에서 빠르게 승진을 한 사람이다. 그동안 이득을 많이 보았으니 앞으로 돌아볼 보상을 생각해서 이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를 회유하기로 결심했다.
“저는 강훈의 성격을 잘 압니다. 당신도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알겠지요. 강훈은 프레쉬푸드에 들어가게 될 텐데 그 다음에 당신이 필요할까요? 아마 당신은 버려지고 잊혀질겁니다. 원래 사냥이 끝나면 개는 삶아지는 법이니까요.”
계속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던 그의 표정이 흔들렸다.
하긴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강훈을 바로 옆에서 모셨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나는 광주에서 점장으로 일하면서 어쩌다 한 번 오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는 본사에서 계속 같이 붙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당신도 알겠지만 지분은 거의 박빙입니다. 강민구나 강민태 회장이 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하죠. 지금 그것을 위해 강학우 회장이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의 안전은 강민구와 강민태가 회장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지게 된다면 그는 닭 쫓던 개가 될 것이다.
그의 마음에 불안함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도 보험을 하나 드는 겁니다.”
“보험이요?”
“강훈에게 버려질 때를 대비해서 말이죠. 강민구 쪽에서 프레쉬푸드의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만 알려주십시오. 그럼 법원에 큰 처벌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드리겠습니다.”
탄원서라는 말에 그의 마음은 흔들린 것 같았다.
하긴 강훈을 100% 믿는 것보다 양쪽에 보험을 걸어두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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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비상장기업이 코스닥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나도 주식을 하면서 이것 때문에 돈을 많이 번 적이 있었는데 처음 상장할 때 가격이 두 배 오르고 거기에 상한가까지 가면 따블에 상한가라고 하여 따상이라고 부른다.
강민구와 강민태는 마음이 흔들리는 직원들에게 주식시장 상장을 약속하였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주식을 들고 있지만 판매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권리만 있고 돈벌이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장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프레쉬푸드는 이미 업계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기에 미국 시장에서의 냉동식품 사업도 성공을 하고 있었다.
아마 상장을 하게 된다면 주가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추가 스톡옵션 지급까지 약속을 했다고 하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강민구나 강민태를 밀어주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저 쪽을 지지해서 의아했는데 충분히 이유가 있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나는 급히 강학우를 만나서 이 이야기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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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무언가 찜찜한 것 같더라니 그런 일이 있었군.”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저희도 상장을 추진한다고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지분은 우리가 조금 앞서고 있으니 같은 전략으로 승부하면 우리 쪽으로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 올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정치권에서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후보들이 많이 하는 전략인데 여기서도 통할 것 같았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강학우가 반대했다.
“국내 상장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네.”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나는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노리고 있네.”
“미국 상장이요?”
“그래, 지금 우리 프레쉬푸드의 냉동사업은 미국에서 잘 되고 있지.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질 거야. 그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면서 사업을 넓히면 프레쉬푸드가 세계 1위의 식품기업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야.”
“세계 1위 식품 기업말입니까?”
“지금 프레쉬푸드는 사실 상 아버님이 다 만들고 키운 것이나 다름없지 그런데 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
상장을 하게 되면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그로써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돈카츠 1등 브랜드를 꿈꾸었던 것처럼 그도 최고를 꿈꾸고 있었던 모양이다.
보통 회사가 비상장사로 있는 이유는 추진력 있는 경영을 위해서다.
상장을 하게 되면 주주들의 이익도 생각해야 하니 과감한 사업 확장은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세계 1등을 노리고 있는 강학우로써는 아직 좀 더 과감한 사업 확장을 해야 하는데 만약에 지금 상장을 하게 되면 그것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비슷한 꿈을 꾸었던 사람으로써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결국 이것도 회장이 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회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알겠으나 이번에 주주총회에서 회장이 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하긴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회장 자리에서 밀려나면 찬밥신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행인 점은 주식이 상장되어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게 되면 지분이 희석될 것이니 나중에 다시 회장 자리를 노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시간이 꽤 흐른 뒤가 되겠지만 말이다.
“일단은 내가 다른 방법을 조금만 더 찾아보지.”
“알겠습니다.”
나는 강학우에게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왔는데 솔직히 이정도 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원인을 알려주었으니 방법을 해결하기 위해 그도 대책을 세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지게 된다면…’
나도 강학우가 이기기를 바라지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구와 강민태가 상장을 약속했으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분을 3%나 가지고 있는 나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알로하였다.
더 큰 힘을 얻게 된 강훈이 더욱더 노골적으로 알로하를 견제할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하지 말자.’
****
6월 30일. 주주총회날 아침이 밝았다.
어떤 결과가 될지 나도 궁금했는데 떨리기도 하면서도 기대가 되기도 했다.
“왜 그렇게 웃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런 나에게 단비가 다가와서 물었다.
“어? 그냥.”
단비는 이제 거의 우리 집에서 출 퇴근을 했었는데 내가 준비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것 같다.
“오늘이 주주총회지?”
“응, 서울 가야 하니까 일찍 출발하려고.”
“오늘이 지나면 다 끝나는 거야?”
단비는 약간 기대하는 말투로 물었는데 하긴 올해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이것 때문에 계속 미루었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이 다가왔다.
“어, 이제 마지막이야. 주주총회에서 이기면 바로 결혼 준비하자.”
나는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는 단비가 약간 삐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주총회 지면 나랑 결혼 안 할거야?”
단비는 나를 째려보면서 말했는데 그 모습도 귀여웠다.
처음에 사귈 때 단비는 귀여운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나랑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져서 그런지 부쩍 애교가 늘었다.
“져도 단비랑 결혼해야지. 올해가 지나기 전에 결혼하자.”
“진짜?”
“내가 알아보니까 하와이는 9월, 10월이 날씨가 가장 좋다고 하더라. 그때 신혼여행 가자.”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많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전세계가 위드 코로나에 들어선 이후 많이 개방되었다.
나도 코로나에 한 번 걸려서 그런지 그냥 감기 같다는 생각이 강해졌는데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런 것 같다.
덕분에 해외여행에 대한 제한도 많이 풀어져서 하와이로 여행을 가는 것도 가능해졌다.
단비는 기분이 좋은 듯 웃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를 꼭 안아줬다.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워. 나 일 잘 마무리 하고 돌아올게.”
“응, 오빠도 그동안 고생했어.”
단비를 안고 있으니 포근한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 설사 일이 잘못되어도 단비와 이렇게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왔고 단비는 입구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도 내가 이기기를 바라는 지 걱정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하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