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3 화
수아에게 돈을 빌린 후 강학우 쪽 임원들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는데 내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다.
생각보다 다른 임원들이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받은 임원들은 누구를 따르기 보다도 중립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이것은 강영남이 살아 생전에는 지분을 똑같이 나누어주고 공동경영을 할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도 영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어느 한 쪽에 줄을 서려고 하니 선택을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강학우가 회장으로 있으면서 자연히 따르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또 이번 한 번의 선택으로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되는 것이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다.
비록 45%와 40%로 지분 차이가 나기야 하지만 지분의 변동에 따라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그때 강학우와 나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로이스를 프레쉬푸드 지분과 교환한다고요?”
“그래, 임원들 몇 명이 자신이 가지고 지분을 가지고 그렇게 하기로 한 것 같아.”
강학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화가 난다는 듯이 말했는데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이스의 브랜드 평판은 많이 나빠졌다.
로이스가 꾸준히 매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모펀드조차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마 로이스가 매각이 되지 않자 임원들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전환한 것 같은데 굳이 가지고 있는 다고 하면 프레쉬푸드의 주식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것을 로이스와 바꾼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했다.
“강민태 그 자식이 회장이 되면 로이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밀어주기로 했나봐.”
강학우는 화를 내면서 말했는데 그의 말에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로이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프레쉬푸드의 도움이 컸다.
프레쉬푸드의 물류를 저렴하게 이용했고 식자재 역시 값싸게 받았다. 로이스가 프레쉬푸드와 갈라서고나서 경영이 힘들어진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기존에 싸게 지불하고 있던 배송비와 식자재를 다른 업체를 통해서 받으려고 하니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메뉴 가격의 증가로 가져왔다.
더군다나 기존에 쓰던 재료 역시 바꿔야 했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은 올랐는데 전보다 맛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단골 고객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에 로이스가 다시 프레쉬푸드로 돌아오게 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예전처럼 저렴하게 물건을 받고 다시 가격을 조정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로이스는 많은 현금을 벌어다 주는 매력적인 회사가 될 것이다.
“저쪽으로 넘어가는 임원들의 지분은 얼마나 됩니까?”
“7%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네.”
7%. 생각보다 많았다.
강학우가 말한대로 지분을 나누면 45% 대 47%로 우리가 뒤지게 된다.
“확실히 우리 쪽에 서겠다는 임원들은 얼마나 되는 거죠?”
“가진 지분으로 따지면 3% 정도 되네. 자네가 매입한 지분도 까지 합쳐서 그 정도네.”
48 대 47
생각보다 격차가 너무 줄어들었다.
“나머지 5%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건 일반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들어가 있는데 열심히 접촉은 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우리쪽을 밀어준다고 장담하기 힘들어.”
주주총회 날짜가 6월 30일로 잡혔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주주회의였는데 투표는 무기명 비닐투표로 하기로 했다.
강학우의 말처럼 비밀투표이니 이쪽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하고 저쪽을 지지할 수도 있었다.
지분을 넘기면서까지 지지했던 임원들과 다르게 직원들의 표심은 어느 쪽으로 갈지 아무도 몰랐다.
일반 직원들의 주식도 매입을 하면 되지만 그들의 주식은 임원들과 다르게 매매제한 기간이 더 길었다.
주식을 받고 바로 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린 조치지만 그것 때문에 회장선거의 행방이 모호해졌다.
“자네가 도와주면 50%는 그냥 넘길 줄 알았는데 애매하게 되어 버렸네.”
나도 처음에는 강학우와 같은 생각을 했다.
45%를 모았으니 과반수인 50%를 넘는 것은 쉬울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뜻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돈이 있어도 매입할 주식이 없다.
“잘하면 질 수도 있겠네요.”
나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는데 강학우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하긴 나보다 더 급한 것은 강학우일 것이다.
나는 강학우가 회장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분을 다시 팔고 알로하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는 회장이 되지 못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
한순간에 다 내려 놓게 되는 것이다.
권력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다가 놓는 순간 허무함을 느낀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애초에 몰랐던 것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회장의 자리에 있다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그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이상 일 것이다.
나는 그를 위해서 아이디어를 냈다.
“일단 최대한 직원들을 만나서 우리쪽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당연하지.”
“그리고 혹시 아시는 검사가 혹시 있습니까?”
“검사?”
“네, 저희가 경찰을 통해서 강훈의 불공정거래에 관한 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능력 있는 검사를 통해서 압박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훈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우리 가게에 영업방해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면 반대편으로 가는 직원들의 마음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었군. 내가 바로 뛰어줄 수 있는 선수를 알아보지.”
확실히 대기업 회장이라 그런지 나와는 달랐다.
나는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는 정도로 밖에 할 수 없었는데 그는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있는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에게 빨리 이야기 하는 것이었는데 나도 정신이 없어서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강훈이 무슨 짓을 벌였다는 것은 거의 확신하고 있다.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못 잡았지만 검찰이 움직이면 무엇이든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강훈.’
****
주주총회가 1주일 전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알로하를 경영하고 지분에 관해 예의주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본사로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손님이 아니라 진상이었다.
“와, 사무실 좋네. 김정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강훈이었는데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나는 어이가 없었는데 나도 주주총회를 하기 전에 나도 녀석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그래도 우리가 보통 인연이 아닌데 사무실 차렸다고 축하를 안 해준 것 같더라고 축하해 주려고 겸사겸사 왔지.”
프랜차이즈로 오픈을 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제와서 축하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이제 와서?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
“너도 나한테 근사한 선물을 줬더라고? 검찰 조사 그거 네가 벌인 일이지?”
강훈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강학우가 빠르게 손을 쓴 결과였는데 아직 특별한 혐의는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이미 알고 온 것 같은데 나는 모른척 하지 않기로 했다.
“왜, 마음에 들어?”
“역시 너일 줄 알았어.”
“그래서 그거 이야기 하러 온 거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검사님한테 해야지.”
나는 강훈을 노려보았는데 그가 나의 시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큰 아빠 통해서 네가 임원들 주식 가지고 있는 것도 다 알고 있어.”
처음에는 방심을 유도할 생각으로 숨기려고 했는데 들킨 모양이다.
“네가 아는데 어쩌라고.”
“너는 왜 내가 하는 일을 이렇게 사사건건 방해하냐. 그렇게 내가 싫어?”
“너를 싫어하는 원인은 너한테 있지 않을까?”
“이미 지난 일이잖아. 너도 이제 이렇게 회사를 만들어니까 알거 아니야.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게 아니라는 거 말이야.”
강훈의 말처럼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미 알로하의 직원 숫자는 100명을 훨씬 넘겼는데 나의 선택에 따라서 이 직원들이 직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하고 있다.
“알지, 그런데 나는 너처럼 개차반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않아. 직원들과 같이 상생하는 방향을 꿈꾸지.”
“상생 좋지. 다 같이 잘 사는 거 나도 좋아해. 그런데 이상과 현실이 또 다른 법이잖아. 오늘 너한테 그거를 알려주려고 왔어.”
강훈은 파일철을 하나 꺼내서 나에게 건네 주었다.
“이게 뭐지?”
“아까 말했잖아. 선물을 준다고 읽어봐.”
파일을 열어보니 서류가 한 장 보였는데 거기에는 프레쉬푸드 주주총회 투표 예상투표 결과 보고서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놀라서 자세히 읽어 보았는데 거기 적힌 보고서에 따른 강학우는 48.5%, 강민구는 51.5%로 강민구가 강학우를 제치고 차기 회장이 된다.
“이건…”
“보이지? 우리 쪽에서 예상한 주주총회 결과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원들을 뺀 주식의 배분은 48%, 47%였다.
그런데 직원들의 대부분이 저쪽으로 간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너희들 기분 좋으라고 만든 보고서 인 것 같은데 이걸 보고 어쩌라는 거지?”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하는 것 같은데 이미 주주총회 결과가 이렇게 결정이 났다고 내가 알려주는 거야. 네가 했던 짓들은 다 똥꼬쇼라고!”
“투표는 해보기 전까지 모르는 거 아닌가?”
“역시 우리 정훈이 아직도 현실 파악을 잘못하네.”
그냥 허세를 부리는 건 줄 알았는데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런데 왜 이걸 나한테 알려주는 거지?”
나의 말에 강훈은 음흉하게 웃었다.
“너 격투기 선수가 언제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고 느끼는 줄 알아?”
나는 녀석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마 경기에서 졌을때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대회에서 졌을 때? 부상을 당했을 때?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할 때? 다 아니야. 질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경기장에 올라가야 할 때가 느끼는 무력감은 상상 이지.”
녀석은 그 말을 하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지금 네 상황이 그래. 아무리 이기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결국에 못 이기는 벽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야. 그 벽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링에 오를 때 사람은 비참해지지.”
강훈은 비웃으면서 말했는데 확실히 예전에는 그의 말에 맞았다.
무슨 짓을 해도 그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 것 같아서 퇴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래서 그를 넘어서려고 노력을 했고 말이다.
강훈은 나에게 그래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남은 일주일 좆뱅이 쳐봐. 결국 마지막에는 웃는 건 또 내가 될테니까.”
강훈은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나갔는데 나는 녀석이 가지고 온 서류를 들여다봤다.
화가 났지만 지금은 녀석이 직원들을 어떻게 꼬셨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꼭 이겨서 녀석의 거만함을 꺾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