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9 화
로이스를 인수한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만약 인수하기만 한다면 알로하의 돈카츠 브랜드 기업 가치는 단숨에 1등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로이스에 애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일 처음 들어간 직장이었고 열정을 바쳐서 일했던 회사였다.
사실 강훈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이지 로이스는 큰 잘못이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일했던 회사이기 때문에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다니면서 이건 고쳤으면 좋겠다. 이건 좋은 것 같다라고 생각을 많이했는데 그때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알로하에 적용한 것도 많았다.
인수한 후 로이스의 메뉴와 브랜드를 가지고 알로하의 방식을 적용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이스를 인수하자고? 강민태나 강훈이 넘길까?”
강훈의 성격상 아버지가 넘긴다고 해도 결사 반대 할 것이 분명하다.
나와의 갈등이 보도되어 로이스는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나의 손에 로이스가 들어가는 꼴을 그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네요.”
“그런데 아주 가망성이 없는 것은 아니야.”
“왜 그렇죠?”
“강민태는 이번 경영권 다툼에 거의 모든 걸 걸고 있어. 자금 마련을 위해 로이스를 매각하는데 인수할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면 우리에게도 매각을 할 수도 있어.”
하긴 나 같아도 그걸 이용해서 프레쉬푸드의 회장이 될 수만 있다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잠시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군요. 근데 그렇게 해서 강민태가 프레쉬푸드의 회장이 되면 우리가 도와준 셈이 될 수도 있겠네요.”
로이스를 인수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만약 그렇게 해서 강민태나 강훈이 프레쉬푸드를 가지게 된다면 그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
“이거 난감하네요.”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 강학우와 연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로이스를 인수하려고 하면 강민태에게 돈을 밀어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강학우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더 중요한 거요?”
“로이스를 인수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자네 돈 있나?”
전상욱은 나에게 돈을 물어보았는데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가 알기로 내가 가진 돈은 별로 없다. 알로하로 벌어들이는 돈은 그대로 투자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장을 넓히고 지점을 늘리는데 알로하가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사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로이스를 인수하고 싶다고 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나는 그에게 대충 이야기 하기로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성격상 어디에 떠벌리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나의 자본 상황을 그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지 전략을 짜기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모아 둔 돈이 좀 있습니다.”
나의 말에 전상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사업 벌리기 전에도 장사가 잘 되고 있었으니까 돈을 모았겠지. 그런데 몇 억 정도로는 로이스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
예전에 런디코리아에서 우리 알로하를 인수하고 싶다고 100억을 불렀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점포의 개수가 많지도 않은데 말이다. 물론 우리의 성장성을 감안하여 매긴 금액이지만 아마 로이스는 그것보다 훨씬 비쌀 것이다.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모아둔 돈이 좀 되나보군. 얼마나 되나?”
“어…150억 정도 됩니다.”
“얼마라고?”
그럴 줄 알았지만 나의 자본금을 들은 전상욱은 엄청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에게도 이런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거의 전상욱에게 처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말을 하고 나니 조금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로또 당첨부터 코인 대박까지 오랫동안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마 전상욱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야기하니 후련했다.
물론 여기서 집과 건물을 팔면 조금 더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내가 순수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저 정도가 전부였다.
로또 당첨금과 주식과 코인으로 투자해서 번 돈, 거기에 그동안 벌은 수익 등을 합한 돈이다.
예전에 알로하를 처음에 오픈하고 1년에 1억 정도 벌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의 수중에는 150억이 넘는 돈이 있다.
코인이 대박나고 나서 돈에 조금 무덤덤해진 것 도 있지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엄청 많은 돈인 것은 분명하다.
“150억 정도 있습니다.”
“150억.”
150억이라는 이야기에 전상욱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긴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로이스를 인수하고 싶다고 해서 안 된다는 이야기로 돈이 있냐고 물었더니 150억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말이다.
“그동안 장사하면서 주식과 코인을 했었는데 운이 좋게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주식시장과 코인 시장이 많이 올랐다.
나도 그 물결을 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코인으로 100억이 터진 이후에는 비중을 줄이고 안정적인 매매를 주로 했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돈을 벌었다.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빼고 이야기했는데 내 말에 전상욱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랬군. 자네 수완이 대단하네. 알로하를 운영하면서 주식과 코인을 하고 있었다니. 이제 보니까 자네 엄청 능력자였구만.”
“다른 전략은 없고 존버를 했을 뿐인데 시장이 좋아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아니야, 나도 소소하게 주식을 하고 있지만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주변에 주식과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도대체 누가 번 것인지 궁금했는데 여기 있었구만 슈퍼 개미가 말이야.”
슈퍼 개미.
보통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개미를 슈퍼 개미라고 부른다. 전상욱의 말처럼 따지고 보면 나도 슈퍼개미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지금은 운영자금이 크지 않은 소소한 개미이지만 말이다.
“칭찬이 과하십니다. 어쨌든 지금 가지고 있는 돈에 남은 지분을 가지고 투자를 받으면 어찌어찌 로이스를 인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알로하도 규모가 많이 커졌다. 그에 따라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는데 나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배종연이 말했던 100억 정도의 투자금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했는데 그들은 알로하의 지분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거절했었다.
굳이 투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나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어.”
“더 좋은 생각이요?”
“차라리 그 돈을 가지고 프레쉬푸드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드는 것은 어떤가?”
“저희가 분쟁에 뛰어들어요?”
“그래. 차라리 그게 강민태를 견제하기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프레쉬푸드는 비상장사라 저희가 주식을 매입하기 힘든 거 아닌가요? 임원들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고 해도 저희가 아니라 강학우나 강민태에게 매매를 할 것 같은데…”
“당연히 그러겠지.”
“그런데 어떻게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다는 말씀이세요?”
나의 말에 전상욱은 앞에 놓인 커피를 마시더니 차분히 말했다.
“내가 알기로 강학우는 강민구, 강민태 형제와는 다르게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많이 없을 거야. 설사 있다고 해도 한 손으로 두 손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그의 말에 나는 이해가 되었다.
본래 프레쉬푸드의 초대 회장인 강영남은 자식들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누어줄 계획이었다. 지분 뿐만 아니라 다른 재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간에 능력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장남인 강영남에게 조금 더 많은 지분을 주었지만 다른 재산들은 똑같이 나누어 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쉬푸드 회장이 되고 모은 돈이 좀 있겠지만 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다른 동생들에 비하면 자본금이 충분히 부족할 수 있다.
“지금 회장으로 있으니까 경영진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누가 회장이 되던지 자신의 자리가 안정이 된다고 하면 지분에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에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어.”
“강학우도 돈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지. 나는 자네가 강학우를 만나서 프레쉬푸드의 지분을 대신 매입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네. 강학우는 자신이 우군이 생기니까 좋은 것이고 강민태나 강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로이스 인수는 포기하게 되는 거군요.”
나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무슨 마음으로 로이스를 인수하고 싶어하는 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 지금은 프레쉬푸드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여. 그리고 지분만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로이스와 바꿀 기회도 있을 것이네.”
“바꿀 기회요?”
“아마 로이스를 인수할 곳은 사모펀드일 가능성이 높아. 그런데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로이스의 지분보다 프레쉬푸드의 지분이 더 매력이지 않을까?”
“아하.”
확실히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로이스를 인수하려는 것보다 강학우의 편에 서는 것이 더 좋아보였다.
“일단 강학우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긴 내가 매입하고 싶다고 해도 강학우의 도움 없이는 주식을 매입하기 힘들 것이다.
“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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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돈카츠 히트를 시키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조형우와 개발팀 직원들이 프레쉬푸드로 가서 냉동 돈카츠 개발에 열의를 올리고 있다. 그 덕분에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마 생각보다 더 빠르게 출시가 가능할 것 같았다.
덕분에 본사가 바빠졌는데 출시에 맞춰서 돈카츠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을 기획해야 할 것 같았다.
나와 전상욱은 물론 영업팀장 이경민과 마케팅 팀장을 맞고 있는 정미희와 상현이까지 머리를 모으고 있었다.
“로이스에서는 반값 세일을 하고 있던데 저희도 같은 것을 하는 것이 어떤가요?”
상현이 먼저 의견을 내었다.
로이스는 불매운동 이후로 자사의 냉동 돈까스 판매량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값 세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절반의 가격으로 판매를 하니 그렇게 큰 수익은 나지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매출이 오르는 효과가 있어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로이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로이스는 인터넷으로 돈까스를 주문하던 고정고객이 있어서 충분히 가능하지만 저희는 이제 출시하는 입장이라 좀 더 이름을 알릴 마케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미희가 말했는데 내 생각도 그녀와 같았다.
물론 냉동돈까스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로이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적은 로이스라고 할 수 있지만 시장에는 많은 돈카츠 브랜드의 제품들이 있다.
그들을 모두 이기기 위해서는 좀 더 획기적인 마케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다들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는데 선뜻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그때 회의 내내 줄곳 조용히 하고 있던 이경민 팀장이 조용히 말했다.
“혹시 쁘띠쁘띠씰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