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8 화
< 안녕하십니까. 로이스 부사장 강훈이라고 합니다. >
<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저에 관해 퍼지고 있는 내용들은 추측성 기사에 불과하고 이와 관련하여 발생되고 있는 악의적인 소문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
“오, 강하게 나오는데?”
나는 상현과 같이 강훈이 로이스에 올린 글을 봤는데 자신과 관계된 루머들을 전면으로 부인하고 있었다.
나도 강훈이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을 때 그를 보면 자신의 생각이나 말이 틀려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것들을 내가 자주 지적했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서 쫒겨나기는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로또에도 당첨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알로하를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로이스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만약 이번 일로 로이스가 망하게 된다면 그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게 뭐 대충 예상은 했잖아.”
“아, 그리고 우리 쪽에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하더라.”
“그래?”
“어, 고소장 오면 조사 받으면 되지.”
예전이었으면 두려워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우리도 구멍가게가 아니다. 알로하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프레쉬푸드의 도움도 받고 있으니 법적 분쟁을 받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제품 개발은 어떻게 되었어?”
“일단 기본 등심 돈카츠로 하기로 결정했어. 팀장님이 가장 빨리 출시하기에는 그게 좋겠다고 하시던데?”
“그래?”
로이스와 알로하의 트러블이 이슈되고 원래 그 화살은 프레쉬푸드로 향했었다.
하지만 프레쉬푸드의 빠르게 성명서를 발표하고 로이스와 제대로 선을 그었다.
그 이면에 있는 프레쉬푸드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이슈가 되었는데 프레쉬푸드는 우리와의 콜라보를 발표하면서 이미지를 쇄신해 나가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식품기업으로의 프레쉬푸드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원래 프레쉬푸드의 모태는 초등학교의 급식사업이 주력이었는데 식중독과 같은 특별한 사고없이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하였기 때문에 깨끗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번에 사건 이후로 잠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로이스의 문제를 프레쉬푸드와 엮기보다는 오너 아들의 독단적인 경영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프레쉬푸드가 알로하와 같이 돈카츠 상품을 협업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더 강해졌다.
경영권 분쟁이 있기는 그래도 가족이었다.
그런데 로이스를 버리고 알로하와 콜라보를 한다는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렸고 알로하에 대한 인지도는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으니 전국에 있는 지점들이 장사가 잘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로이스를 넘어서기 위해서 냉동식품 개발을 서둘렀다.
냉동식품 개발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프레쉬푸드가 기존에 출시를 앞두고 있던 냉동돈카츠를 우리 제품에 맞게 변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는데 덕분에 개발 시간은 많이 줄어들 것 같았다.
우리 제품을 잘 알고 있는 조형우를 프레쉬푸드에 파견하여 같이 연구하게 했는데 그가 제품 출시 기한을 줄이기 위해 가장 조리가 간단한 등심 돈카츠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하긴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았다.
우리 가게에는 수비드 돈카츠도 그렇고 체다모짜카츠도 그렇고 시그니처로 맛있는 돈카츠가 많이 있지만 원래 돈카츠의 근본은 등심 돈카츠다.
부드러운 등심과 적당한 비계가 어울러져 뛰어난 풍미를 주는 돈카츠는 냉동으로 만들었을 때도 맛있는 맛을 자랑한다.
다른 조리가 필요 없이 고기와 빵가루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을 한 것도 같다.
일단 만들기만 하면 판매는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이제는 전국에 있는 우리 매장에서도 판매를 할 것이고 냉동 식품 판매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프레쉬 푸드의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레쉬푸드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되었는데 잘하면 알로하의 이름이 해외에도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강훈. 금방 넘어줄 테니까!’
****
“훈아, 반박기사 내는 건 그만 둬라.”
“네?”
강훈은 아버지 강민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서 반박기사를 멈추면 지금까지의 논란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반박기사가 오히려 대중을 자극해서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
강훈은 아버지의 말에 무어라 대꾸할 수 없었다.
논란에 대해서 꾸준히 반박기사를 내고 있지만 여론은 별로 좋아지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자이크를 했지만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최지연, 네가 나한테 이렇게 나오다니…’
한 때는 여자친구로 대우해주고 자신이 비싼 선물도 해주면서 좋은 시절을 보냈는데 그랬던 최지연까지 강훈이 직장 내 권위로 자신과 만날 것을 강요했다면서 강훈을 폭로하였다.
최지연 뿐만 아니라 그런 직원들은 많이 있었는데 강훈 때문에 퇴사를 한 직원이 김정훈 한 명은 아니었고 그것이 계속해서 이슈가 되어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반박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이 이상 일을 키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 자리를 부회장직을 내려 놓고 여행이라도 좀 다녀와라.”
“여행이요?”
“그래, 집에 불이 났을 때는 잠시 피하는 것도 방법이야.”
강훈은 짜증이 났다.
회사 경영을 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나중에 프레쉬푸드도 자신이 직접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아버지에게 주려고 했는데 김정훈 때문에 일이 틀어졌다.
“아버지, 어차피 여론은 조금만 지나면 관심이 떨어질겁니다.”
“그래, 네 말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집에서 자숙하고 있어.”
“그 말씀은…”
“일단 너 부회장직 내리고 자숙하는 것으로 처리하고 당분간 로이스 경영은 내가 직접 맡을거다.”
“아버지가 직접이요?”
“어, 올해 로이스 실적 최대한 끌어 올려서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아.”
“로이스 파실 생각이세요?”
“생각보다 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가 않아. 자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로이스를 매각하고 그 대금을 총알로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강학우가 프레쉬푸드의 회장을 맡고 잘 운영해오고 있다.
임원들이 보기에도 굳이 지금 회장을 바꾸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회장들을 밀어주는 것이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에도 더 좋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런 마음을 변화 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민태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로이스를 팔 생각이었다.
지금은 비록 사람들의 불매운동으로 사겠다는 기업이 없겠지만 할인 등으로 매출을 방어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다시 기업 매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강훈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는 강훈이 계속 부회장 자리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화를 가라앉힐 수 없다.
강민태는 강훈을 자숙하게 만들고 쇄신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다시 로이스를 정상화 시킬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강훈은 강민태의 말을 받아들였다.
하긴 지금 그로써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작금의 상황을 타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성격 때문에 그렇기는 해도 경영을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영점 줄이고 냉동식품 사업으로 매출 끌어올린 것은 나쁘지 않았어.”
강훈은 이번 일로 아버지가 혹시 자신에게 크게 실망을 했을까봐 걱정을 했다.
강훈도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학우를 밀어내고 강민구를 회장으로 올리면 그 다음은 강민태가 회장이 된다.
강민구는 아들이 없으니 결국에 그 자리가 누구한테 오겠는가.
강민태를 거쳐서 아들인 강훈에게 올 것이 분명했다.
그 전에 능력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인데 그것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끝날까봐 강훈은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강민태는 자신이 노력한 것을 알아준 것 같았다.
“잠시 여행 다니면서 쉬고 있어. 로이스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것은 프레쉬푸드니까 말이야.”
강훈은 강민태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당분간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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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이 부회장 자리 내려놨네요.”
아침에 출근하면 로이스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는 것이 일이었는데 뜻밖의 소식이 올라왔다.
실직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던 강훈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려나고 강민태가 경영 일선에 복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게, 고소도 하지 않고 멈추는 모양이야.”
로이스가 우리에게 법적인 조취를 취할까 봐. 그것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 모두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는데 전상욱이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마 경영권 다툼에만 집중하려는 것 같아.”
“경영권이요?”
“로이스가 돈카츠 회사 중에서는 1등이라고는 해도 프레쉬푸드에 비교하면 미비한 수준이지. 괜히 로이스 때문에 논란을 키우기 보다도 자숙하면서 하반기에 있을 경영권 다툼을 준비하려는 것 같아.”
“그렇군요.”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잘하면 로이스를 매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로이스를요?”
“이렇게 후다닥 논란을 정리하려는 것을 보면 빨리 마무리 하고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매각밖에 없단 말이야.”
로이스가 매각된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로이스를 매각하고 자금을 마련해서 프레쉬푸드 경영권에 집중을 할 것 같아. 강민태 예전부터 회장이 되고 싶어서 환장을 했거든…”
전상욱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와는 나르게 강민태는 어렸을때부터 프레쉬푸드의 회장인 강영남을 보면서 자랐을 것이다.
애착이 있어도 로이스보다는 프레쉬푸드에 더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로이스라는 돈카츠 회사의 대표보다는 국내 1등 기업인 프레쉬 푸드의 회장이라는 직책이 더욱 간지가 나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그렇군요. 만약 그렇다면 조금 아쉽네요.”
항상 강훈이 가지고 있는 로이스를 넘어서는 것만 생각했다. 그런데 로이스가 매각이 되어 버리면 넘어서는 것이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기는 해도 우리는 어차피 돈카츠 1등 기업이 목표잖아. 그 목표를 보고 달려가면 되는 거야.”
전상욱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나는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사장님, 만약 로이스가 매물로 나오면 저희가 인수하는 것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