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4 화
23년 1월 2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를 쓰기 위해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 써보는 것이라 어색했지만 예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여러 가지 신년사들을 떠올리면서 하고 싶은 말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알로하 대표이사 김정훈입니다. 먼저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코로나 19로 모두 힘든 영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알로하가 큰 성장을 이루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작년 하연이의 갑질 사건 이후로 알로하는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던 돈카츠 프랜차이즈 순위 1위는 아니었지만 한 신문사에서 선정한 착한프랜차이즈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직원 및 가맹점과 상생하는 착한 회사로 이름을 알리면서 가맹점 모집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9월에 서울 용산점 오픈을 시작으로 강남과 경기도까지 지점이 빠르게 늘어났는데 가맹점이 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영점도 늘리기 시작했다.
대규모 공개채용으로 본사는 물론 공장과 매장에서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을 확보하였고 늘어난 생산력을 바탕으로 매장에도 물건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었다.
특히 직영점을 늘리는 것은 전상욱 부사장의 전략이 주요했다.
가맹비를 받고 사장들의 돈으로 하는 가맹사업과는 다르게 직영점의 경우에는 나의 돈이 많이 들어가야 했는데 그렇게 직영점을 늘리게 되면 투자금도 너무 많이 발생하고 혹시나 매장에 영업이 잘 안 되었을 때 본사가 가져가는 손해도 커지게 된다.
그래서 소규모 업장에 임대료를 고정이 아닌 비율 계산으로 받는 건물들로 지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지점을 늘리는 이유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 1위가 되기 위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것이 가장 크다.
그렇게만 따지면 그렇게 큰 매장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장이 크면 사람들의 눈에 더 확 들어오겠지만 알로하가 처음에 매장이 커서 장사가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적은 테이블 10개 정도의 소규모 매장 위주로 오픈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인테리어에 그렇게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되니 아기자기하니 꾸미기 좋았고 직원과 알바들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거기에 건물주와 협의하여 월 임대료 비율을 높게 해주는 대신에 보증금을 깎았다.
직영점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보증금의 금액도 점점 늘어났는데 이것이 상당히 큰 부담이었다.
대신에 백화점처럼 매출에 따라서 비율로 임대료를 선정하게 하였는데 장사가 잘 될수록 나가는 돈이 많게 되지만 장사가 안 되면 그에 따라 임대료를 적게 내도 되니까 운영을 하기에는 훨씬 편했다.
처음에는 이런 제안을 거절하는 건물주들이 좀 있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비어가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권리금까지 주고 들어갔어야 할 매장들이 이제는 임대 문의만 하더라도 환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직영점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는데 한 개씩 늘려 가다 보니 60호점의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 항상 알로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주시는 직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알로하가 이렇게 잘 되는 것에는 당연히 직원들의 노력이 컸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최대한 정성껏 신년사를 적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네.”
나의 대답에 문이 열렸는데 전상욱 부사장이었다.
“잠깐 들어가도 될까?”
“네, 들어오십시오.”
그는 들어와 소파에 앉았는데 나는 다 쓴 신년사를 직원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일찍 왔군.”
“네,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좀 쓰려고 일찍 출근했습니다.”
“신년사?”
“네, 새롭게 한해가 시작 되는데 그냥 지나가기 좀 그래서요.”
“잘했군. 나도 읽어봐야겠어.”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직원 전용 메일로 온 나의 신년사를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그가 로이스에 대표이사로 있을 때도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잘썼군.”
“그런가요?”
“응, 특히 성과금이 마음에 드는 군.”
신년사에는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성과금에 관한 이야기도 적었다.
작년에 매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여러 가지 설비 투자를 많이 했지만 그것과 더불어 고객들도 많이 늘어서 영업이익도 많이 발생했다.
지금 회계팀에서 열심히 정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결산이 나와야 알겠지만 30억 정도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인으로 100억이 터지고 엄청나게 기뻐했는데 아마 올해 점포가 더욱 늘어난다면 그것과 비슷한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감사의 인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지. 직원들이 아주 좋아할 거야.”
부사장인 전상욱도 월급을 받는 입장이다. 성과금을 지급하겠다는데 그가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로이스 실적에 관해서 알게 된 것이 있어서 말이야. 알려주려고 왔지.”
“로이스 실적이요?”
“어, 궁금하지 않나?”
당연히 궁금하다. 나의 목표 중 하나가 로이스를 뛰어넘는 것이다.
예전에 로이스에 다닐 때는 실적 자료로 대략 본사에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퇴사한 이후로는 가끔 기사로 뜨는 정보들로만 접할 수 있었다.
“네, 궁금합니다.”
“로이스 작년 예상 실적은 3억 원 정도라고 하더군.”
“3억이요?”
전상욱에 말에 나는 놀랐다. 우리의 겨우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생각보다 많이 낮더군.”
“이유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프레쉬푸드와 갈라선 것이 영향이 큰 것 같아.”
전상욱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스는 프레쉬푸드의 시스템에 많이 의존을 하고 있었다.
특히 식자재 공급의 경우에는 95% 이상 프레쉬푸드를 통해서 수급하고 있었는데 독립하여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군요.”
“그나마 직영점과 본사 규모를 줄이고 가맹점 늘려서 영업이익은 발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전상욱의 말에 나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로이스의 위기가 지속 되어서 빠르게 더욱 힘들어졌으면 강훈을 놀리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부사장님께서 이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어떻게 보면 이건 로이스의 내부 정보이다. 그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지금 로이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중에 내가 뽑은 직원들이 많이 있지. 넌지시 물어보니까 알려주던걸?”
“아, 그렇군요.”
예전에 그가 로이스의 대표이사로 있을 때 직접 뽑고 가르킨 직원들 중에는 아직도 로이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모양인데 나로써는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주춤했지만 올해는 로이스의 영업이익도 좋아질 것 같아.”
“그런가요?”
“자네도 로이스가 냉동식품이랑 런칭 한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로이스의 소식에는 나도 항상 귀를 열고 있었다.
알로하가 작년 하반기에 지점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로이스는 식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정수아를 통해서 로이스가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괜찮은 모양이다.
“홈쇼핑에서도 반응이 괜찮은가 봐. 품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더군.”
솔직히 이야기해서 나는 홈쇼핑으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와 은정이를 보면 홈쇼핑으로 물건을 상당히 자주 구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샤롯홈쇼핑에서 계속 밀어주나 보군요.”
프레쉬푸드와 경영권 분쟁이 있은 후로 로이스는 샤롯백화점과 친하게 지냈다. 원래 직영점들 중 상당수가 샤롯그룹의 백화점과 아울렛에 들어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맞아. 그리고 최근에는 뉴월드 사이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뉴월드에서도요?”
“그래, 자네가 뭐 들은 거 없나?”
샤롯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돈카츠 브랜드가 로이스라고 하면 알로하는 뉴월드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렸었다.
지금 직영점으로 있는 매장들 중 8개가 뉴월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데 모두 높은 수익을 내주고 있는 알짜배기 매장들이다.
전상욱의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정수아의 오빠와 관계된 이야기였다.
“강훈이 뉴월드 그룹 차남과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이미 뉴월드 홈페이지에서는 판매를 시작했고 곧 마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고 하더군.”
“그럼 매출이 더 오르겠군요.”
“맞아. 내가 걱정하는 게 그거야. 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냉동 식품 뿐만 아니라 파스타와 샐러드 같은 간편식도 거의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하더군. 지금 판매하고 있는 것들도 반응이 나쁘지 않은데 만약 이것까지 반응이 좋으면 로이스는 예전보다 매출이 더 높아질 수도 있어.”
로이스의 지점은 7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가 60개니 거의 다 따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로이스가 매장 영업뿐만 아니라 냉동식품과 간편식 사업으로 매출을 올린다면 기껏 따라잡은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상욱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염려되어 나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의 말에 그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이건 내 생각인데 우리도 간편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어떨까?”
“저희가요?”
“그래, 내 생각에는 지금이 괜찮은 타이밍 같아.”
“아직 조금 이르지 않을까요?”
내가 공부한 프랜차이즈 사업에는 순서라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 매장을 오픈하고 유명해지면 지점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10개까지는 친구나 지인의 소개로 늘어날 수 있지만 20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프랜차이즈 회사로서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시스템을 갖추고 나면 50개 이상은 가맹점주들 유입으로 쉽게 늘어날 수 있는데 60개가 넘어가면 다시 정체기가 찾아온다.
그래서 보통 이때부터 점포를 더욱 늘리기 위해서 광고를 많이 한다.
라디오, TV,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점포를 더욱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이렇게 점포가 늘어나기 시작하여 100개가 넘고 200개가 되면 지점을 늘리기보다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식재공급비나 물류비로 수익을 내기도 하고 로이스가 한 것처럼 소스나 간편식 제조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매장에서 찾아오는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고객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상대로도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식품 브랜드들은 콜라보나 자체적인 개발을 통해서 식품을 만들어 낸다.
원래였으면 나는 광고를 통해서 지점들을 더욱 늘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상욱은 그것을 건너 뛰고 바로 식품 개발로 들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식품 개발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 시설과 연구비까지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니깐 말이다.
“빠르긴 하지. 그런데 내가 생각해보니까 우리를 도와줄 만한 곳이 한 곳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