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3 화
한승이의 말에 나는 얼른 너튜브에 올라온 댓글들을 확인했다.
- 저 여자 미친 것 같은데요?
- 아무리 고객이 왕이라고 하지만 저건 너무 심한 것 같네요.
- 저 여자 계속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너무 불쌍하네요.
- 제가 처음부터 봤는데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니었음 ㅜ 사람들은 하연이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여자가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거기에 나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
- 오, 저 사장님 멋있다
- 고객이라고 저렇게 함부러 이야기 하다니 사장님이 나서주니 고맙네요
- 자신의 직원이 무릎을 꿇었다고 화내는 사장님이라니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 멋있다. 우리 사장님도 저런 모습 보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나에 대한 칭찬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는데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혹시나 괜히 고객과 싸웠다는 이야기가 퍼져서 가게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사람들은 내가 나서 하연이를 보호해준 것을 더 좋게 본 모양이다.
****
“인터뷰요?”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오랜만에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 우리가 가게를 인터뷰했던 추현영 기자인데 오늘 발생한 일로 관해서 다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 네, 요즘 사람들이 갑질에 민감하잖아요. 저희가 잘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저번처럼 가게에는 피해 없도록 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이미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고소를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게 편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나는 인터뷰를 허락하였다.
“네, 인터뷰 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매장으로 가겠습니다. ]
오랜만에 특종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추현영 기자는 조금은 들뜬 목소리였는데 나도 오랜만에 뉴스에 나오는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방송에 출연을 하고 나면 항상 매장에 좋은 일이 생겼다.
왠지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까는 조윤정과 엮여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대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영상을 다시 확인해 봤는데 조회수가 벌써 50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관련된 영상이 SNS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퍼지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갑질에 분노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다양한 반응을 통해서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코로나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가 어려워졌다.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 역시 팍팍해졌다.
물가는 올랐고 임금은 떨어졌는데 특히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여행, 요식, 서비스업에서 일했던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다시는 직장이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허무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감정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젊음을 바쳤던 로이스에서 그냥 사장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짤렸기 때문이다.
비단 이것은 서비스업에 한정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고객들의 갑질을 참고 사장의 갑질을 참았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퇴사였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많은 경험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가 되고 있었다.
더 이상 갑질을 참고 살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을 구하기가 어렵구나.’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다시 직원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예전과 똑같은 생각으로 직원을 구하면 구하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노예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나는 느낌이 왔다.
너튜브에 달린 사람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사장과 고객들에게 당한 갑질을 그동안은 묵묵히 참아 왔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열정을 보상받을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을 보호해준 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CCTV 확인 결과 저희 직원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희 직원에게 모욕을 준 그 사람을 고소할 것입니다.”
기자가 촬영까지 나오자.
뉴월드백화점에서는 우리 가게 편을 들어주었다. CCTV를 제공하고 분석을 도와주면서 엄청 적극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아가 나에게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의 반응도 확인하면서 뉴월드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저녁 9시에 뉴스가 반영되자 사람들은 이제 갑질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는데 찾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조윤정 역시 방송에 나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저 여자 무등산 돈까스 사모님이라고 하던데?
- 진짜? 직원 보호한 사장은 알로하 사장 아님?
- ㅇㅇ 두 가게 모두 예전에 돈카츠 최강전에 나간 이력이 있음.
- 헐 그때 알로하가 1등 헀던 걸로 아는데 그거 불만 품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님?
- ㅇㅇ 그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무등산 돈까스 갔던 사람 이야기 들으니까 가게에서도 엄청 불친절 하다고 하더라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처음에는 추측으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하루가 지나자 어느새 확신이 되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리 가게 이름도 널리 널리 퍼지고 있었는데 나에 대한 칭찬도 쏟아지면서 좋은 점이 많이 있었다.
일단 나의 개인 SNS 팔로워 계정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그 전에도 나쁘지 않은 팔로워 숫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이 있다면 알로하에 입사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점포 확장을 준비하면서 직원들을 모집하고 스카우트도 할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인사팀에 정직원 채용을 더 하자고 이야기하고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밀려드는 문의에 눈코뜰새 없이 바빠졌다.
알로하는 직원을 위해 사장이 발 벗고 나선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그런지 우리 매장에서 일하면 적어도 노예는 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그리고 직장인과 알바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올라오면서 이 이야기에 신빙성이 더해주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회사를 만들면서 항상 직원들에게 신경을 썼었다.
강훈과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나의 수익을 좀 포기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노력했는데 그게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았다.
밀려드는 문의에 전상욱 부사장과 상의하여 나는 공개채용을 결정하였다.
어차피 식육 공장을 확장하면 거기서 일하는 직원도 필요하고 소스 공장에서 일할 사람도 필요하니 전방위적으로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전화위복이라고 하였던가.
하연이를 도와주기 위해 벌인 일 때문에 연쇄적으로 알로하에 좋은 일들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일이 더 많아졌다는 것은 즐거운 고민이었는데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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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돈까스의 배창식이라고합니다.”
배병호의 아버지이자 무등산 돈까스를 처음 창업한 배창식이 나를 찾아 온 것이다.
“알로하의 김정훈입니다.”
“일전에 조작 사건 논란이 있었을 때 바로 사과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그는 나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는데 하긴 지금 무등산 돈까스는 폐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가게에 관련된 글들에는 욕이 가득했는데 일전에 사건이 있어도 그래도 단골들이 있는 가게기 때문에 장사가 되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완전히 손님들이 끊겼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네, 무슨 일 때문에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너무 죄송한 이야기입니다만 고소는 취하해 주시면 안 될까요?”
“고소요?”
이미 남현성을 통해서 영업방해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연에게 모욕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서 고소를 진행하였다.
그에게 이제 연락이 간 모양인데 그는 나에게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죄송하지만 그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강력하게 대응을 하겠다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일전에 그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무등산 돈카츠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그가 한 평생 노력하여 키웠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조작 사건으로 주춤하였고 이번에 부인의 일 때문에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이제 곧 성명서를 올리고 가게를 폐업할 생각입니다. 고소를 취하해 주시면 저희 와이프를 통해서 피해를 입은 직원에게 사과를 하고 위로금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렇게 사과를 드릴 테니 부디 넒은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는 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정중히 부탁을 하였는데 하긴 그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사고를 쳐지만 그래도 와이프라고 소송은 막으려는 것 같은데 불쌍했다.
“폐업을 하시는 건가요?”
장사가 힘들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광주에서 유명한 돈까스 집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나 때문이기는 하지만 결국 폐업을 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네, 일전에 그 일이 있었을 때 폐업을 했어야 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붙들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결국 문을 닫을 운명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말투였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의 마음도 흔들렸다.
“저희 직원에게 제대로 사과하시고 저희 직원이 고소를 취하한다고 이야기하면 저희도 고소를 취하하겠습니다.”
방송을 타고 나서 알로하는 많은 이득을 보고 있었다. 굳이 그에게 영업방해로 인한 배상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하연이만 괜찮다고 하면 나는 이 일을 더 이상 키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하연이라면 아마 사장님의 사과를 받고 적당히 마무리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는데 나는 축져진 그의 어깨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직접 경영하시지 왜 아들에게 맡겼습니까?”
내가 아는 무등산 돈까스는 오픈을 하기 전에 배우러 갔을 정도로 장사를 잘했었다.
아들에게 맡기지 않고 그가 계속 경영을 했으면 알로하처럼 더욱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게만 살피느라 자식 농사는 망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믿고 맡겼는데 우리 가족의 그릇이 겨우 이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작사건으로도 느꼈지만 그의 아들인 배병호는 장사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다행히 그동안 장사하면서 모아둔 돈이 좀 있습니다. 남은 인생은 조용히 자숙하면서 살 생각입니다.”
그는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떠났는데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장사를 잘 하고 있다가 몇 가지 실수로 그는 가게를 폐업까지 하게 되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동안 이런 사건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실제와 나와 관련되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조금 더 신중히 경영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도 더 뽑을 계획이고 영업장과 사업체도 더 확장하고 있다.
1등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알로하를 키우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이 나의 그릇을 넘어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쓸쓸히 걸어가는 배창식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잡았다.
‘김정훈. 넌 달라. 지금까지 잘했잖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