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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212화 (212/225)

제 212 화

로또에 당첨되고 돈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동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살 수 있었다.

광주에서 제일 괜찮다고 알려진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매했고 차도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이라면 모두 꿈꾸는 차로 바꾸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상무지구에 건물을 매입하여 말로만 듣던 건물주가 되었고 여러 가맹점주 들을 만나기 위해 옷차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장사와 사업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사장이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돈을 벌면 장사인 것이고 사장이 직접 일을 하지 않고도 회사가 운영이 되면 그것은 사업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제 알로하는 장사의 영역을 넘어서 사업의 단계에 들어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한 회사의 대표라고 할 수 있으니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각별히 신경을 썼었다.

그런 내가 특별히 잘 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시계였다.

일전에 부산에서 점장들을 만날 때 잘 보이기 위해서 구두와 벨트, 시계를 구매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막상 하고 다니려니 시계는 생각보다 불편했다.

매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손을 씻을 일이 많았는데 시계를 차고 움직이면 무거워서 불편했기 때문에 언제부터인지 시계를 잘 차지 않았다.

또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대부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계가 굳이 필요하지 않기도 했다.

SNS에 보면 비싼 시계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댓글들을 보면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것을 보면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비싸기만 하고 생각보다 실용성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은 매일 사는 곳이고 차는 매일 타고 다니는 것이다.

시계는 내 성격상 비싼 것을 사도 자주 차고 다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전에 구매할 때도 그냥 적당한 브랜드로 골랐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지냈는데 상담실을 나와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매장은 바로 시계 매장이었다.

상당히 비싸다고 알려진 곳이었는데 저기서 시계를 사면 부족한 금액을 금방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계 매장으로 들어간 나는 얼른 매장에서 일하는 점원을 불렀다.

“여기서 제일 비싼 게 어떤 거죠?”

***

“도망간 거 아니야?”

“잠시 화장실에 간 게 아닐까요?”

조윤정의 말에 한지혜는 초조했다.

그래도 한 브랜드의 사장이다. 사과를 하기 싫어서 도망간 것은 아니겠지만 갑자기 나간 이후로 돌아오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위로금을 찾으러 간 건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위로금이었다.

브랜드에서 고객과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위로금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과를 위로금으로 대신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상담실의 문이 열리면서 정훈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매장으로 다시 돌아온 정훈은 한지혜에게 영수증을 내밀었다.

“네?”

“제가 원래 오늘 사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거 일이 터져서 못 샀었거든요. 이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하시죠”

정훈의 말에 한지혜는 그가 나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형적인 고객들끼리의 감정싸움.

사과를 하기 싫어서 어떻게해서든 다른 VIP와 금액을 맞춘 모양이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때 조윤정이 다가와 물었다. 한지혜의 설명을 들은 조윤정은 웃었다.

“하는 짓이 귀엽네. 나도 내려가서 쇼핑 한 번 하고 오지. 그거까지 포함해서 얼마인데?”

***

편법이었다.

조윤정이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사과를 주장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깐 걱정이 되었는데 그녀가 받아 주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드디어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정말 의외의 인물.

그리고 그녀가 왜 우리 가게에 와서 그런 짓들을 했는지도 이해도 되었다.

예전에 기억을 떠올리면 그녀는 자존심이 엄청 쌘 사람 같았는데 아마 내가 산 금액만큼 자기도 쇼핑을 해서 다시 넘기려는 생각인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더럽게 비싸네.’

원래부터 비싼 브랜드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산 시계의 부품에는 금장이 들어가서 더 비싸다고 점원이 이야기 했다.

바로 시계를 차고 왔는데 손목에 느껴지는 묵직함을 느껴보니 비싼 값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조윤정이 허락하자 한지혜는 영수증을 열어 금액을 확인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도 비싼 시계를 달라고 했지만 가격을 듣고 놀랐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가격 경쟁으로 간 것 압도적인 힘으로 그녀의 자존심을 깨부수고 싶었다.

“이거까지 합치면 총 구매 내역 9천만 원이시네요.”

“뭐라고?”

한지혜의 말에 조윤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하긴 갑자기 7천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늘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조윤정은 한지혜가 들고 있는 영수증을 확인을 했는데 금액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쇼핑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녀는 영수증을 손에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나는 주변을 보면서 이야기 했다.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어요?”

***

자리를 비켜 달라는 나의 요청에 상담실에는 나와 조윤정만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쇼핑 하시겠어요?”

그녀에게 쇼핑을 더 할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는데 나를 이기기 위해서는 5천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노려보고 있자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조윤정 씨 영업방해로 고소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나의 이야기에 그녀는 모르는 표정을 지었는데 사실 아까 전에 그녀가 누구인지 다 기억이 나버렸다.

“무등산 돈까스 사모님 맞으시죠?”

어디서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리얼맛집탐방 돈카츠 최강전에서 무등산 돈까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녀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좋게 말해서 자신감이고 나쁘게 말해서 배가 불렀다고 생각을 했었다.

나의 말에 그녀가 당황했는데 반응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최강전은 내가 신경을 쓰고 준비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다른 출연진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다.

배병호를 만나고 실망이 많았고 그에게 가게를 물려준 부모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녀를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본래 무등산 돈까스는 광주에서 오래된 유명한 돈까스 집이었다. 몇 십년을 내려오면서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데 아들이 이어받고 나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강자전에서 조작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알려져 과거의 명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그 부모의 그 자식이라고 상당히 건방지던 배병호의 예전 모습과 조윤정을 겹쳐보니 왜 예전에 그가 그랬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 가게에 와서 진상을 부린 이유는 질투와 시기 때문이겠지.’

리얼맛집탐방 최강자전 출연 이후로 무등산 돈까스는 퇴보의 길을 걷고 있었고 우리 알로하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아들도 조작 사건으로 욕을 먹었으니 그것 때문에 우리 가게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해서 우리 가게에 찾아온 것은 트집을 잡기 위해서인 것 같았는데 나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고소라는 나의 말에 조윤정은 많이 당황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고소를 한다는 거에요!”

“경쟁업체 매장에 오셔서 일부러 트집을 잡고 컴플레인을 거셨지 않습니까? 그것이 바로 영업 방해입니다.”

“누가 일부러 트집을 잡았다고 그래요!”

“그것은 법원이 판단하겠죠. CCTC 확보하고 매장 직원 모욕한 것까지 같이 고소할 예정이니까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나는 그녀에게 통보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녀가 나의 팔을 붙잡았다.

“잠시만요. 내가 미안해요.”

“이거 놓으시죠.”

“그때 방송에서 지고 나서 나도 모르게 질투심이 생겼나 봐요. 내가 이렇게 사과 할테니까 그냥 넘어가주세요.”

그녀는 손을 모으고 나에게 잘못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아까 강압적인 태도와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사과하신다고요?”

“그래요. 내가 이렇게 사과 할게요.”

“그렇게는 부족합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셔야죠.”

“진성성?”

“아까 무릎 꿇은 저희 직원에게 가셔서 똑같이 사과하십시오. 그러면 생각해보겠습니다.”

나는 똑같은 방식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녀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는 내가 하라고 한 게 아니라 그 직원이 스스로 한 건데….”

“하기 싫으면 하지 마십시오.”

그녀의 반응에 나는 몸을 돌렸는데 그녀가 나의 팔을 다시 붙잡으면서 말했다.

“아, 잠시만요. 진짜 한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저 이러다가 남편한테 이혼 당해요.”

“이혼이요?”

그녀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봐 달라고 했는데 그녀가 이혼을 당하던지 말던지 나 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일전에는 조작 그리고 이번에는 컴플레인으로 우리 가게의 영업을 방해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하연이의 마음에 상처까지 입혔다.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이면 생각을 바꿀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사과 안 하셔도 됩니다. 내일 바로 고소장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고소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언론에도 알릴 생각이었다.

혹시나 내가 고객과 말싸움을 했다는 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 경쟁업체가 영업을 방해한 공작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나는 상담실의 문을 열고 그대로 나왔는데 그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흥! 알아서 해. 내가 무서워 할 것 같아!”

****

“바로 고소 준비해주십시오.”

매장으로 돌아온 나는 남현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고소할 준비를 했다.

그녀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고소까지는 안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를 그녀를 걷어찼고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을까요?”

전화를 끊자 하연이가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일이 커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연이를 위로해주고 있었는데 한승이가 핸드폰을 들고 나에게 달려왔다.

“사장님!”

“왜?”

“사장님이랑 하연이 너튜브에 나왔어요.”

“너튜브?”

갑작스러운 너튜브 이야기에 나는 한승이의 폰을 봤는데 아까 매장에서 있었던 일을 누군가 너튜브에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연이와 조윤정이 싸우는 모습부터 내가 등장해서 일으켜 세우는 것까지 얼굴이 모자이크 되어 있었지만 아까 일어났던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알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직접 너튜브에 영상을 올릴 줄은 몰랐다.

“큰일이네.”

나는 혹시 우리 알로하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때 한승이가 나에게 말했다.

“사장님, 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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