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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208화 (208/225)

제 208 화

손해 보험에 관한 것은 상현이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친구니까 둘이 이야기도 잘 통할 것 같았고 또 상현이가 실질적으로 CS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리하기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바로 뉴월드 광주점으로 출근을 했는데 대전에 지원을 간 이후로 오랜만에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떨렸다.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매장으로 향했는데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한승이가 보였다.

“한승아.”

“사장님. 오셨습니까!”

한승이는 매장 밖으로 나와 인사를 했는데 왠지 평상시와 다르게 조금은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보고 갑자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뭐가?”

“철수 도와주면서 일했어야 했는데 괜히 사장님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본사에서 일하는 내가 여기로 출근한 것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괜찮아. 너도 평상시에 막 식용유 두 개씩 들고 다녔던 거 같은데? 무리하지 마라. 다치면 진짜 큰일이니까.”

내 기억에 예전에 한승이도 깡통을 양손으로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로이스에 있을 때 여러 가지 안전 교육을 많이 실시했었다.

화재예방교육은 물론 안전예방교육까지 나라에서 규모가 있는 업장들은 일정 기간마다 실시하라고 했었는데 예전에는 참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치는 상황을 보고 나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물건은 다 들어왔어?”

“네, 방금 확인 했는데 다 들어 왔습니다.”

“매출 보니까 요즘에 엄청 바쁘던데…”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하고 그들에게 시식회를 진행하였다.

광고비를 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이 활동한 매체에 우리 가게에 관한 긍정적인 글을 많이 써주었다.

덕분에 전국에 있는 매장들 모두 장사가 잘 되었는데 직영점은 물론이고 가맹점까지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화정점에 있는 신상원 사장님은 나에게 감사의 선물을 줄 정도로 고마워 하고 있었다.

장사가 안 돼서 기존 메밀집에서 돈카츠 집으로 바꾸었다.

지금은 매출이 월에 7천만 원을 넘어섰고 매달 그가 수익으로 가져가는 돈이 2천만 원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에게 가게를 넘겨주지 않았으면 그것은 내가 벌 돈이었겠지만 다 신상원 부부가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알로하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니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화정점 뿐만 아니라 부산의 남천동점도 장사가 잘 되었는데 이번에 인플루언서들 조작을 확인하는데 큰 도움을 주어서 나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렇듯 전국에 있는 매장들의 장사가 잘 되기 시작하면서 가맹점 문의도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정육 공장만 넓히고 나면 이제 전국적으로 매장을 넓힐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로이스는 돈카츠 브랜드로 이름을 한 껏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엄청 바쁩니다. 부산에 지원 끝나고 매장 좀 여유있어지면 저 휴가 좀 보내주세요.”

“휴가?”

“네,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광주점에서 부산 쪽 코로나 확자들을 대신해서 지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철수까지 쓰러졌으니 한승이가 엄청 힘들 것이다.

뭐, 그것 때문에 내가 직접 도와주기 위해 이곳으로 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떠나서도 광주점은 오픈을 하고 나서 계속 매출이 1억을 넘었었다.

지금은 1억 5천을 넘어서고 있는데 주방 실장으로 일하면서 한승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직접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많이 지친 모양이다.

“그래, 하연이한테 말해서 좀 쉬어.”

광주점의 점장은 하연이가 맡고 있었는데 원래 입사한 시기로 따지면 한승이가 점장을 맡아야 정상이지만 점장은 매출 보고도 해야하고 의외로 서류 작업이 좀 필요하다.

한승이가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하연이가 점장을 맡기로 했는데 직책에 따른 수당이 있다고 해도 그는 거절했다.

“네, 하연이한테도 이야기했는데 보내 준다고 했어요.”

“너 갔다오면 하연이도 좀 보내주고.”

“네, 안 그래도 그럴려고 했습니다.”

한승이도 힘들지만 점장의 일까지 하고 있는 하연이도 많이 힘들 것이다. 그것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한승이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한승이를 위로하고 있었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그러지 말고 이번에 너희 정기휴무 때 계곡이나 갈까?”

“정기휴무때요?”

“어, 우리 작년에 가자고 했는데 못 갔잖아.”

알로하가 지금처럼 커지기 전 한승이, 하연이, 선우와 선영이 우리들끼리 일 했을 때는 회식도 자주하고 좋았던 것 같다.

그때 여름에 가게 쉬고 놀러가자고 자주 이야기 했었는데 알로하가 갑자기 바빠지면서 여행을 가기 힘들어졌다.

생각해보니 애초에 내가 직원들을 뽑은 이유는 가게는 직원들에게 맡기고 소소하게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였는데 어쩌다보니 1년 만에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원래 백화점은 따로 별도로 쉬는 요일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청소와 여러 가지 점검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월요일에 쉰다고 알고 있었다.

이제 곧 여름이니 이번에 휴무에 맞춰서 계곡에 놀러 가서 맛있는 백숙을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 가시게요?”

원래 한승이는 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한승이의 반응은 별로였다.

“왜? 나랑 놀러 가기 싫냐?”

한승이의 반응을 보고 나는 혹시 내가 불편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예전에는 사장님이라기보다는 동네 형 같은 느낌이 강했다. 일에 관한 것은 철저히 점검하기는 했지만 한승이와는 점장 시설부터 그렇게 지냈었다.

그런데 이제는 프랜차이즈 사장이 되었다.

같이 일한지 오래 되어서 이제는 나를 좀 어색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건 아닌데…가실 거면 바다로 가시죠.”

“바다?”

“요즘에 계곡은 자릿세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고 물도 적어서 별로라고 들었어요. 저희끼리 재미있게 놀거면 바다로 가시죠.”

“그래?”

하긴 생각해보니 바다도 괜찮을 것 같았다.

부산에서 바다를 보면서 잠을 잤던 것이 떠올랐는데 바다 근처에 있는 팬션에서 수영도 하고 아이들과 다 같이 고기도 구워 먹으면 재미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코로나 확진자 많아지고 있는데 가도 괜찮을까요?”

생각해보니 그것이 문제이기는 했다.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통상적으로 코로나에 한 번 걸린 사람은 두 번은 잘 안 걸린다고 들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아직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괜히 단체로 놀라 갔다가 마스크도 안 쓰는 바다에서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가 옮는다면 그것도 문제이기는 했다.

직원들 복지를 하다가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고민이 되었다.

“정기 휴무가 언제인지 혹시 알고 있니?”

“이번 달은 지났고 다음 달은 19일로 알고 있어요.”

“그래?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성수기잖아요.”

놀러가려는 사람들은 마음은 다 비슷하다 대부분의 직장이 휴가철이 바로 이때 쯤이었는데 백화점은 바로 지금이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놀러 가려고 했는데 정기휴무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 열심히 일하고 단체로 놀러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거리두기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때쯤이면 코로나 환자들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차라리 잘 됐다. 성수기 지나면 코로나 확진자 줄어들테니까 그때 조용히 놀러가자.”

“네,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대신에 내가 여기 있는 동안은 맛있는 거 많이 쏠게.”

“진짜요?”

한승이는 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나의 이야기에 좋아했는데 그때 하연이가 출근을 하는지 매장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하연이 왔니?”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계세요?”

“하연아, 사장님이 다음 정기휴무 때 우리 다 같이 놀러 가자고 하신다.”

“다 같이?”

“어, 우리 작년부터 가자고 이야기 했었잖아.”

“오, 너무 좋아요.”

처음에 미적한 반응을 보였던 한승이와 다르게 하연이는 너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좋지?”

“네, 저도 올해 놀러를 못 가서 꼭 가고 싶어요.”

하연이는 올해 놀러가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왠지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 그러니까 올해는 꼭 놀러가자. 사장님이 쏠게.”

“진짜요?”

내가 쏜다는 말에 하연이는 물론 한승이의 얼굴까지 밝아졌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어, 그러니까 그때까지 우리 열심히 일하자.”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다른 직원들도 떠올랐다. 두 사람이 알로하를 위해서 고생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원은 본사에도 있고 부산과 대전에도 있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알로하를 위해서 열심히 해주고 있었는데 그들을 위해서는 무언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번 달 실적 보고 휴가는 같이 못 가도 휴가비 정도는 지급하자.’

본사 인사 규정을 만들었을 때 여름 휴가비에 관한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힘겨운 와중에 마스크를 쓰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서 소정의 휴가비를 지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감사의 인사는 돈으로 해야지.’

***

“사장님, 김치우동 하나 있습니다.”

“확인.”

주문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한승이가 나에게 메뉴를 불러주었다.

오늘 나는 면요리를 만들기로 했는데 평소 김철수가 하던 파트였다.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사장님, 여기 면 있습니다.”

주방에는 한승이 말고 다른 직원들도 많이 있었는데 왠지 나를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우동을 만드는 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두레 푸드에서 만든 우동 소스를 물과 1대 1 비율로 희석하고 끓인 다음에 뜨거운 물에 익힌 면을 찬물로 헹궈서 국물에 넣어주고 그릇에 옮겨 담아 위에 고명만 올려주면 끝이다.

우리 가게에서는 김치우동과 어묵우동이 있었는데 각각 김치와 어묵이 메인 고명으로 올라가는 우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김치우동 나왔습니다.”

내가 만든 우동을 앞으로 건네주고 카운터에 있는 직원들 중 한 명이 우동을 가지고 고객에게 가져다 주었다.

메뉴가 들어오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어 시간을 쳐다보았는데 어느새 시간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들 점심도 먹지 못하고 바쁘게 일했는데 나는 며칠 전에 먹었던 초밥이 생각났다.

수아가 사줘서 단비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직원들에게도 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에는 초밥 어때?”

“좋습니다.”

나의 말에 한승이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는데 아침도 안 먹고 일하고 있어서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다.

“알았어. 그럼 나 잠깐 초밥 좀 사러 갔다올게.”

“넵, 다녀오십시오.”

나는 앞치마를 벗고 카운터 쪽에 있는 문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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