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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207화 (207/225)

제 207 화

“이걸로 하나 주시겠어요?”

김철수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후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는데 가만히 본사에 있을 수는 없었다.

과일바구니를 하나 사서 병원으로 갔는데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각한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허리디스크.

아버지도 허리디스크까지는 아니지만 허리가 좋지 않으시다.

예전에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다친 적이 있으셨는데 그것 때문에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삼일 정도 누워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번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항상 조심하고 신경 쓰면서 작업을 하셨는데 아직 결혼도 안한 김철수가 허리를 다쳤다고 하니 걱정이되었다.

< 김철수 >

이름이 적힌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김철수가 나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몸은 괜찮으세요?”

“네, 아까는 못 움직일 정도로 심했는데 좀 쉬었더니 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요? 병원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어…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했는데 그냥 시술이랑 물리 치료 받으려고요.”

“수술이요?”

수술을 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에 나는 놀라서 물었다. 이런 나의 반응을 보고 김철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래 예전부터 수술하라고 했는데 좀 쉬면 괜찮을 겁니다.”

“예전부터요?”

나는 예전부터 그가 허리디스크가 있었다는 말에 놀랐다. 전혀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예전에 전자제품 판매할 때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많이 갔습니다. 그때 한 번 허리디스크가 생겼는데 재활 치료받고 좋아져서 그냥 저냥 생활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네요.”

원래부터 있었다고 하니 나는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보다도 그의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예전에 듣기로 그는 외동아들이라고 했는데 하나뿐인 아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켜서 허리를 박살 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원래부터 있었다는 병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랬군요. 그런데 왜 그동안 말씀 안 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혹시 입사할 때 허리디스크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저를 안 뽑아 주실까 봐 그랬습니다.”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또 다친 겁니까?”

“아, 아침에 식용유 정리를 하다가 한 번에 두 개를 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습니다.”

김철수의 말에 나는 충분히 다칠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게에서는 18L짜리 식용유 통을 사용하는데 이게 무게가 상당히 많이 나간다. 거의 18kg에서 20kg 정도 되는데 나도 예전에 일할 때는 무거워서 한 번에 하나씩 들었다.

“그거 엄청 무거워서 조심조심 들어야 하는데…”

“네…아침에 빨리 물건을 정리하고 싶어서 서둘렀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철수는 나에게 사과를 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그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코로나 환잔가 발생하면서 광주점에서도 지원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인원보다 빠졌으니 아마 더 바쁘게 움직였어야 했을 것이다.

하연이나 한승이가 워낙 일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직원들이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내가 직원들을 갈아 넣고 있었네…’

항상 직원들을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다들 일을 잘 해주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무신경하게 넘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았다.

다친 김철수도 그렇고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치료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비는 산재로 처리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혹시 저 짤리는 건 아니죠?”

김철수는 불안한 듯 나에게 물었는데 나는 그를 자를 생각이 없었다.

“짤려요?”

“아, 예전 회사에서는 이걸로 치료를 받고 나서 압박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도 그만 두게 되었는데…”

“그랬군요.”

하긴 우리 회사도 따지고 보면 계속해서 서 있는 직장이었다. 거기에 영업보다는 작업을 직접 해야하기 때문에 몸을 더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개월 동안 그는 출장도 다닐만큼 일을 열심히 해주었고 이번과 같은 일만 조심하면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치료에 집중하시고 몸을 원래대로 만드시면 다시 출근하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일 조심해서 하시고요.”

다시 출근을 하라는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좋아졌는데 나도 웃는 그의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

병문안을 마치고 다시 본사로 돌아온 나는 전상욱을 만났다.

“그 다쳤다는 직원은 어때?”

“다행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래?”

“네, 당분간 치료하고 병원비는 산재처리 해주기로 했습니다.”

“다행이군.”

“아, 당분간 저 광주점으로 출근을 하겠습니다. 거기 인원이 좀 비어서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요.”

가뜩이나 없는 인원에서 사람이 다쳤다.

아마 하연이와 한승이가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점에 있는 직원 중 누구를 보내는 방법이 있지만 그럼 본점에 일하는 직원들도 힘들어질 것이다.

광주점은 오픈 초기에 내가 직접 일했던 곳이니 이번 기회에 일을 좀 도와주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나의 생각을 전상욱에게 말했는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원래 강훈을 지역장으로 발령시킨 이유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라는 생각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그것 때문에 자네가 이렇게 되었군.”

“사장님이 강훈을 남부지역으로 발령하신 거였어요?”

“어, 강민태가 처음에 아들 경영수업 시킨다고 맡아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고민하다가 지역장으로 처음 일을 맡긴 거였어.”

“그랬군요.”

“그런데 강민태는 자신을 멀리 보냈다고 그게 항상 불만이었던 모양이야. 결국 자네도 강훈 때문에 이렇게 되고 나도 버림 받았으니 나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군.”

그는 미안하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는데 나는 그 때문에 아니더라도 지금 로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강민태와 강훈이라고 하면 언제든지 그만 두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잘못이 아닙니다.”

나는 그를 위로했다.

“그래, 당분간 본사는 걱정하지마. 인수도 끝났으니 별일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번 기회에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건 어때?”

“손해보험이요?”

“그래, 이번처럼 직원이 다치는 것 뿐만 아니라 손님이 다치는 경우도 있고 또 화재나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거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생각해보니 로이스에 있을 때도 큰 일이 많이 발생했다.

우리 매장은 아니지만 돈카츠를 먹다가 손님의 치아가 파절되어 200만 원 정도의 치료를 지불한 적이 있었고 주방 후드에서 불이나 주방이 타버린 적도 있었다.

주방은 식용유와 불을 다루고 전자기기 들이 많이 있으니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자연재해라고 하여 이번 일처럼 어쩔 수 없이 사고가 터지는 일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전상욱은 손해보험에 가입하여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줄이자고 이야기했는데 타당한 이야기였다.

“좋은 말씀이네요. 비용이 좀 나가겠지만 전 매장에 손해보험을 가입하는 방향으로 알아봐야 겠습니다.”

나는 직영점은 물론이고 가맹점까지 손해보험을 가입하는 방향으로 했는데 불은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르니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내가 보험사 알아보고 어느 곳이 좋을지 찾아보지.”

전상욱은 보험사를 알아본다고 했는데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보험사는 아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

“네, 친구가 보험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일하는 곳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난 김에 나는 주호영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상현이와는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호영이와도 차를 살 때와 결혼식에서 잠깐 보고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아마 녀석을 통해서 보험에 가입하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 어, 정훈아. ]

“호영아, 지금 뭐하냐?”

[ 나? 지금 퇴근 준비하고 있지. ]

“벌써? 아직 퇴근하려면 시간 좀 있는 거 아니야?”

[ 아, 오늘 밖에서 고객만나고 바로 퇴근 하기로 해서 좀 일찍 나가려고… ]

“그래?”

[ 응, 무슨 일이야? 퇴근하고 한 잔 할까? ]

녀석의 입에서 바로 술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것보다 더 기쁜 소식을 이야기 해주었다.

“술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어서 전화했다.”

[ 좋은 소식? 설마 너 결혼하냐? ]

“결혼?”

[ 네가 할만한 좋은 소식은 그것 밖에 없잖아. 단비씨랑 결혼하기로 한 거야? ]

일전에 결혼식에서 단비를 본 친구들은 항상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빨리 결혼하라고 부추겼다.

“결혼은 봐서 내년에 할 생각이다. 오늘은 너한테 좋은 소식이야.”

[ 그래? 혹시 나 보험 들어주는 거야? ]

역시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 그런지 바로 나의 말을 알아 들었다.

“어, 너 통해서 보험 좀 들을려고…”

[ 그런 건 언제나 환영이지. 안 그래도 이번 달 실적이 적어서 부장이 계속 잔소리하는 바람에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고 있었다. 고맙다. 정훈아. ]

“친구 좋다는 게 이럴 때 쓰는 이야기지. 내가 보험 들어줄테니까 다음에 맛있는 거 사주라.”

[ 당연하지. 너 저번에 생명보험 없다고 했지? 요즘에 괜찮은 거 하나 나왔거든? 그거 드는 건 어때? ]

하긴 생각해보니 나도 부모님이 어렸을 때 들어주신 실비보험을 제외하고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호영이는 보험에 가입한다고 하면 이렇게 좋아하기는 하지만 친구들에게 직접적으로 가입을 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괜히 자신이 부탁해서 친구들이 불편해지는 것은 싫다고 말했었다.

“그것도 괜찮네. 그런데 내가 가입하려는 것은 손해보험인데 그것도 네가 할 수 있나?”

생각해보니 녀석은 생명보험하고 운전자보험 쪽을 전담으로 하고있는 것 같았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손해보험은 좀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굳이 녀석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하면 다른 회사를 통해서 가입해도 될 것 같았다.

[ 손해보험? 매장에 손해보험 가입하려고? ]

“어, 근데 너한테 도움 안 되는 거면 다른 곳 알아보고…”

[ 아니야, 도움 돼. 내가 소개하는 걸로 하면 설계는 본사에서 짜주고 실적은 내 앞으로 올릴 수 있어. ]

“진짜?”

[ 어, 고맙다. 정훈아. 진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

호영이가 이렇게 고맙다고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진짜로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그럼 다행이다. 그런데 매장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인데 그것도 가능할까?”

[ 몇 개인데? ]

“음…15개 정도 될 것 같은데…”

지금 있는 매장은 물론 새롭게 만들고 있는 직영점과 가맹점까지 모조리 넣을 생각이었다. 보험비로만 상당히 많은 금액이 나갈 것 같은데 그래도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 15개? 가능하지. 당연히 가능하지. ]

15개라는 말에 호영이는 너무나 좋아했는데 녀석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호영아, 축하한다. 이번 달 보험왕은 아무래도 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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