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5 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단비는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열도 많이 나고 기침도 계속했다.
“안 되겠다.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가자.”
그녀가 보이는 증상은 여지없이 코로나였는데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보건소로 향했다.
“오빠도 걸렸으면 어떻게 하지?”
며칠 동안 만났고 밥도 같이 먹었다. 다행인 점은 아직 나는 증상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걸렸을 수도 있으니 검사를 같이 받아보기로 했다.
보건소에 도착하고 주차를 하고 검사장으로 갔는데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언뜻 봐도 100명은 넘을 것 같았는데 최근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단비와 나는 뒤에 줄을 섰는데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확진 안 되어도 여기서 줄 서다가 걸릴 수도 있겠다.”
“그러게.”
단비는 몸살도 좀 있는지 기운이 많이 없어 보였는데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빨리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고개 뒤로 젖혀 주시고 머리 뒤로 빼지 마세요.”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면봉을 가지고 나의 코로 가까이 왔는데 조금 긴장이 되었다.
주변에 검사를 맡아본 사람들 이야기로는 많이 아프다고 했는데 코 속으로 면봉이 들어오자 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엄청 아팠다.
깜짝 놀랐는데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반대편 코 속으로도 면봉이 들어갔다 나왔다.
“에취”
검사를 마치자 코 끝이 찡하고 기침이 계속해서 나왔는데 담당자가 나에게 말했다.
“집에서 기다리시면 결과는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확진자들을 따로 모아서 분류한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백신도 맞았고 증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자가 격리를 한다고 했다.
검사를 마친 단비도 계속 기침이 나오는지 한 쪽 구석에서 콜록거리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단비야, 괜찮아?”
“어, 괜찮아. 오빠는 검사 다 했어?”
“응, 나도 방금 받았어.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던데?”
“응, 그런데 오빠는 오늘 출근 안 해도 돼?”
“오늘 그냥 쉰다고 이야기 했어.”
아직 증상은 없지만 만약 단비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고 하면 나는 밀접접촉자다.
괜히 출근을 해서 본사에 있는 직원들에게 옮기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오늘 그냥 하루 쉬기로 했다.
전상욱에게 이야기 했기 때문에 믿고 쉴 수 있었지만 사장인 내가 없어도 다들 일을 잘 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럼 우리 빨리 집에 가자. 누워 있고 싶어.”
단비는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아침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진 모양이다.
“그러자.”
****
“단비야, 이거 먹고 한숨 자.”
집에 들어오는 길에 해열재와 감기약을 사왔는데 나는 물과 함께 그녀에게 약을 주었다.
“고마워.”
단비는 약을 먹고 침대에 가서 누웠는데 열이 많이 나는 그녀를 위해서 이마에 물수건을 대주었다.
“시원하다.”
이마가 시원해져서 그런지 방금 전까지 열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시원해?”
“어, 조금 괜찮은 것 같아.”
“이렇게 한숨 자.”
나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단비의 핸드폰이 울렸다.
단비는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나 코로나 맞다. 오늘부터 일주일 자가 격리 하라고 하래.”
그녀의 증상을 보고 코로나일 것이라고 확신을 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막상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니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젊은 사람들의 코로나 사망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나도 주위 사람들에게 그냥 감기 정도의 수준이라고 이야기 하고 다녔는데 막상 단비가 걸렸다고 하니 '혹시 잘못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비야, 열 많이 나고 몸 안 좋으면 꼭 이야기 해. 병원에 입원하게.”
“응, 오빠는 아직도 증상 없어?”
“나는 아직 괜찮아.”
“다행이다. 나 좀 잘게. 오빠, 배고프면 혼자 밥 먹어. 나는 입맛이 없다.”
“그래, 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응.”
단비는 잠을 자기 위해서 눈을 감았고 나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나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확인해보니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아직 까지 증상이 없어서 혹시 나는 안 걸리고 넘어가나 했는데 역시나 확진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무증상 환자도 있다고 하던데 다행인 건가?’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환절기만 되면 감기를 몸에 달고 살았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 감기에 걸렸는데 기침을 진짜 많이 했었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서 코나 목에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이셨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 강진에서 도라지를 많이 재배하신다.
도라지가 기침에 좋다고 심으셨는데 수확도 괜찮아서 밭 작물로 수익도 내고 계신다.
간혹 즙으로 만들어서 나에게 보내주시는데 써서 자주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정성이 있기 때문에 생각이 날 때 하나씩 챙겨 먹고 있다.
그래도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성인 되고 나서는 그렇게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지만 아직 증상이 없는 것을 보니 나는 무사히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상이 없어도 확진자로 구분이 되었기 때문에 일주일 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회사에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나는 상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상현아. 나다.”
[ 어, 검사 결과 나왔어? ]
“응, 방금 연락 받았는데 확진됐어.”
[ 그래? 그럴 것 같더라. 몸은 좀 어때? ]
“나는 괜찮은데 단비는 좀 많이 아픈 것 같아.”
[ 그래도 너는 안 아프니까 다행이다. 자가 격리 해야 하지? ]
“어, 일주일 동안 집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
[ 그래, 이번 기회에 휴가다 생각하고 좀 쉬어라. 부사장님 한테는 내가 전달할게. ]
“그래, 네가 좀 도와 드리고 혹시 급한 일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줘.”
[ 알았어. ]
전화를 끊은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아침도 안 먹고 움직여서 배가 조금 고팠는데 단비가 자고 있을 때 밥을 좀 먹을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문득 아무것도 먹지 않은 단비가 좀 걱정 되었다.
‘단비도 일어나면 배가 고플 것 같은데…’
입맛이 없다고 그녀도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질 않았다. 그래도 병을 이겨내려면 무엇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녀가 먹을만한 것을 만들어 두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소고기였다.
단비가 아침에 소고기무국을 끓여준다고 사둔 것이었는데 코로나에 걸려서 요리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죽을 끓이자.’
솔직히 말해서 죽을 끓여 본 적은 없다.
예전에 단비가 죽집에서 소고기야채죽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렸는데 그녀를 위해서 죽을 끓이기로 했다.
인터넷에 레시피를 찾아보고 보이는 대로 조리를 했다.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하고 당근, 애호박, 양파 등 야채도 다졌다.
레시피에 적힌 대로 조리하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소고기와 야채를 넣어서 볶아주고 밥과 육수를 부어서 넣고 저어가면서 끓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냄비의 밑에 달라 붙지 않게 잘 저어가면서 참기름도 조금 넣었는데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 너무 맛있게 보였다.
그렇게 완성을 한 후 나는 맛도 볼 겸 상을 차렸다.
냉장고에서 엄마가 보내 준 깍두기도 꺼내고 죽 위에 깨소금을 조금 올린 후 맛을 보았는데 간간하게 되어 있는 것이 처음 만든 것 치고는 맛이 있었다.
‘단비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사귀고 나서 단비가 이렇게 아픈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기운 없어 보이는 그 모습이 신경이 쓰였는데 이 죽을 먹고 그녀가 기력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가 일어나면 데워서 먹일 생각으로 일단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TV를 볼 생각을 하다가 혹시나 TV소리에 단비가 잠에서 깰까 봐 나는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았다.
< 알로하 >
요즘 들어 부쩍 포털사이트에 알로하를 검색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인지도가 점점 오르고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알로하를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프랜차이즈 회사로서 점점 커져 가는 알로하의 모습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 상현이 말대로 일주일 푹 쉬고 다시 열심히 달려보자.’
****
“오빠.”
“어, 단비야.”
나는 단비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핸드폰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되었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여기서 잔 거야?”
단비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녀가 걱정되었다.
“깜빡 잠 들었네. 자기는 좀 어때? 괜찮아?”
“응, 자고 일어나니까 좀 괜찮은 것 같아.”
괜찮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배고프지. 내가 죽 끓여 놨으니까 그거 먹자.”
“진짜?”
그녀도 이제는 배가 좀 고팠는지 죽을 끓여 놨다는 나의 말에 반가운 얼굴이었다.
“에취.”
나는 죽을 데워주기 위해서 소파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기침이 나왔다.
아침에 검사를 맡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침을 하지 않았는데 기침이 나오면서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왜 그래? 오빠도 증상 있는 거 아니야?”
“그런가? 좀 추운 것 같기도 하고.”
“열 있나 재보자.”
아까 약국에서 약을 사면서 온도계도 사왔는데 단비가 나의 귀에 온도계를 꽂고 열을 재기 시작했다.
삐삐삐
곧이어 온도계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온도를 확인해보니 38.5도가 나왔다.
“38.5도면 엄청 높은 거 아니야?”
단비는 자신의 몸도 온도를 쟀는데 내가 그녀보다 더 높게 나왔다.
“안 되겠다. 오빠도 얼른 약 먹어.”
그녀는 나에게 약을 권했는데 확실히 아까 전보다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좀 핑 도는 느낌도 들었는데 아무래도 좀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단비야, 나 좀 누워 있을게.”
“그래, 오빠도 조금 더 쉬어.”
“죽은 그냥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 배고프니까 얼른 먹어.”
나는 그녀에게 죽을 권하고 이번에는 내가 방에 들어와서 누웠다. 침대에 눕자 이번에는 단비가 아까 내가 한 것처럼 물수건을 가지고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의 이마에 수건을 올려주었는데 시원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있으니까 꼭 결혼한 것 같다.”
컨디션이 좀 괜찮아 졌는지 단비는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나도 아까 비슷한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그래? 우리 그냥 빨리 결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