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4 화
2020년.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이후로 확진자는 늘어나고 줄어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확진자의 수에 따라서 단계별로 거리두기라고 하는 정부지침을 지켜야 했는데 벌써 1년 6개월이나 지속된 코로나에 사람들은 많이 지쳐 있었다.
‘걸려도 얼마 안 아프다고 하던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인식도 생겨나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거리두기에 대한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확진자는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가게에서는 확진자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점포 중 한 곳에 확진자가 방문한 적은 있었는데 하루 문을 닫고 소독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바로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코로나에 걸린 것이기 때문이다.
[ 죄송합니다. ]
나는 양혜원 점장과 바로 통화를 했는데 그녀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는데 이경민 팀장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녀에게 안부도 전할 겸 직접 전화를 했다.
“괜찮습니다. 점장님은 몸 어떠세요?”
[ 저는 괜찮습니다. ]
괜찮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녀까지 코로나에 걸렸으면 광안점은 영업을 잠시 중단해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이네요. 정확히 몇 명에 코로나에 걸린 거죠?”
[ 지금 확진 판정 받은 인원은 3명인데 증상이 있어서 추가로 검사 받은 인원이 있어서 만약 다 걸린다고 하면 5명까지 늘어날 것 같습니다. ]
한 매장에서 5명이라 상당히 많은 숫자이다.
“다들 마스크는 잘 쓰고 일 한 거죠?”
[ 네, 다들 마스크 잘 쓰고 일했는데…제 생각에는 휴식시간에 밥을 먹다가 서로 옮긴 것 같습니다. ]
“음…”
지금 본사 직원들과 본점의 직원들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밥을 먹을 때는 아무래도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있다. 서로 떨어져 먹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예전에 알로하가 본점밖에 없었을 때는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는데 그때 우스갯소리로 ‘이러다가 우리 코로나 다 걸리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확진된 인원들은 바로 자가 격리 들어간 건가요?”
[ 네, 원래 아침에 열이 난다고 연락을 받고 혹시 증상이 있는 직원들은 출근하지 말고 바로 검사를 맡으라고 했습니다. ]
증상이 있는데 괜히 출근했다가 다른 직원에게 더 옮기면 그것이 더 큰일이다. 그녀의 좋은 판단을 했다.
“그건 잘 하셨습니다. 매장 운영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 어…지금 걸린 인원들 중에서 3명은 직원이고 2명은 알바인데 알바는 다른 알바로 시간 매꾸기로 했는데 직원들이 빠져서 휴무를 맞추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
양혜원은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하긴 매장 관리는 점장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광안점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서 월 8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서 거리두기로 4인 이상 고객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녀가 많이 노력을 해준 덕분이다.
물론 이제 곧 여름이 되고 광안리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몰려오면 1억 매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얼마 전 주간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에 제동이 걸린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영업팀장님에게 부산으로 지원을 갈 친구들을 선발해달라고 했으니 매장 운영은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나중에 팀장님과 통화하세요.”
[ 네, 감사합니다. ]
나의 말에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아, 신입들은 일 잘 배우고 있나요?”
사실 그녀에게 따로 전화를 한 이유는 이것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일전에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전 로이스 점장 출신이었던 사람 2명이 가맹점을 열고 싶다고 했다.
가맹점을 허락해주었는데 지금 오픈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부산에 와서 만났던 멤버들이었는데 그때 선택을 했던 양혜원과 창원점보다는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 졌지만 알로하의 인지도가 더욱 올라가서 그런지 그들은 크게 거부하지 않고 수락하였다.
거기에 더불어 그녀가 나에게 입사를 제의한 전 로이스 직원들 중 4명도 광안점에서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직영점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었는데 경양식인 로이스와 제조방법에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요식업에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빠르게 적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네, 다들 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교육하면 직영점에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
가맹점 두 곳의 준비를 들어가면서 직영점 한 곳도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신입들 중에는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아서 매장을 새롭게 오픈하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군요. 혹시 주변에 직원으로 더 데려올 친구들은 없습니까?”
[ 직원이요? ]
“네, 부산에 직영점 오픈 하는 김에 하나 더 오픈 하고 싶은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네요.”
사실 인사팀에도 계속해서 인원 모집 공고를 올리라고 이야기 하기는 했다. 부산에 직영점 두 개를 늘리고 대구나 경북까지 점포를 늘릴 생각이다.
거기에 규원 축산과 두레 푸드의 인수가 마무리 되면 경기도까지 발을 넓힐 생각이다.
[ 어…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네, 있으면 이경민 팀장님에게 전화를 하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지금이야 점포가 많지 않지만 나중에 지점이 더욱 많이 늘어나면 양혜원을 지역장으로 승진 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비록 이번에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그녀가 많이 의기소침한 것 같지만 나는 그녀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점장님.”
[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
***
“코로나 환자가 엄청 많이 나오네.”
매장에서 확진자가 나올 만큼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었는데 하루에 발생하는 코로나 환자가 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이대로 가다가는 일일 확진자 5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했는데 나도 신경이 쓰였다.
부산 지역에는 본점에서 지원을 가는 것으로 해결을 했지만 만약 전국에서 동시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중단하는 지점도 생길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긴 이제는 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 것도 같고…’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확진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서 역학조사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누구에게 어떻게 전파가 되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워졌는데 걸리고도 증상이 없이 지나가는 무증상자도 있다고 했다.
‘나도 알게 모르게 걸린거 아니야?’
벌써 마스크와 같이 생활한 지가 1년 6개월이 되고 있었다.
마기꾼. 마해자와 같은 단어도 나오고 이제는 마스크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그래도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닌 덕분인지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서 핸드폰으로 코로나에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었다.
띠리릭
나는 현관 쪽으로 걸어갔는데 단비가 서있었다.
“오늘도 고생했어.”
“어, 오빠 이것 좀 받아주라.”
그녀는 신발을 벗으면서 나에게 봉투를 건네 주었는데 안을 확인해보니 초밥이었다.
“왠 초밥? 치킨 먹자고 했잖아.”
“아, 누가 사줘서 가지고 왔어.”
“그래? 맛있겠네. 내가 먹을 준비할 테니까 손 씻고 와.”
단비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요즘에는 거의 매일같이 보고 있었다.
이것을 반동거라고 해야 하나?
원래는 집이 가까워서 저녁밥을 먹고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갔는데 그녀의 부모님에게 교재를 허락받고 나서는 아예 여기서 잠을 자고 출근하는 하는 일도 많았다.
그녀의 화장품과 옷도 우리 집에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는데 결혼을 안 했을 뿐이지 요즘에는 신혼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다.
손을 씻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식탁으로 와서 앉았다.
“이거 누가 사줬어?”
나는 초밥을 가르키면서 물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뜻밖에 사람이 나왔다.
“이거 지점장님이 사줬어.”
“지점장님? 수아가?”
“오늘 퇴근하기 전에 지점장님을 만났거든.”
“수아를 자기가 왜?”
“오늘 오후에 푸드코트 오픈 실적 평가를 했었거든 그거 회의 끝나고 나서 지점장님이 나 잠깐 보자고 하시더라.”
“그래?”
사실 수아는 계속 단비를 보고 싶어했다.
아무래도 단비가 나의 여자친구고 같은 회사에 다니니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단비와 친해져서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자주 이야기했었는데 시간을 맞추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어,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오빠랑 친구니까 자신한테도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친하게 지내자고 하셨어.”
“그랬구나.”
“어, 내가 저녁에 오빠 만난다고 하니까 이 초밥도 사주셨어. 나 솔직히 예전에 지점장님 무서웠는데 이제는 좋아할 것 같아.”
“예전에 무서워 했어?”
“워낙 포커페이스로 소문이 났고 또 지점장님이잖아. 그리고 회사에서 오빠랑 관련되어서 소문이 나니까 솔직히 좀 짜증이 났지.”
“아, 그랬었지.”
백화점에 내가 정수아와 연인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지만 단비는 그것을 꽤 오래 신경이 썼었다.
회사에다가 나와 연애중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막상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지점 사장과의 연애가 괜히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속으로 앓고 있었는데 오늘 수아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엄청난 인맥이 생겨서 들뜬 것 같이 보였이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좋아?”
“당연히 좋지. 회사에 엄청난 빽이 생긴 거 아니야.”
나는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정수아는 단비의 고용주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지켜본 수아는 자기 사람은 또 확실히 챙기는 사람이었으니까 단비의 직장생활이 앞으로 편안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이거 맛있다.”
단비는 수아가 사준 초밥을 먹었는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녀의 반응에 나는 연어초밥을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나와 단비는 누가 쫒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초밥을 맛있게 먹었다.
“원래 오늘 기운이 좀 없어서 치킨에 맥주한 잔 하고 자려고 했는데 초밥도 나쁘지 않다.”
“왜 기운이 없어?”
“몰라. 좀 피곤해서 그런가 점심부터 입 맛이 없더라고…”
나는 단비의 말에 얼굴을 자세히 봤는데 확실히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컨디션 안 좋아 보인다.”
나의 말에 단비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리고 좀 놀란 듯이 나에게 말했다.
“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열이 있어?”
“응, 머리가 좀 뜨거운 것 같아. 만져 봐.”
단비는 이마를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는데 손을 얹어 보자. 확실히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열 있네…단비야. 너 혹시 코로나 걸린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