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3 화
“규원 축산은 알로하와 같이 하기로 했군요.”
“그렇습니다. 두레 푸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규원 축산의 경우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거래를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득이 좀 쉬웠다.
하지만 두레 푸드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이야기 했을 때 그는 사업을 넓히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다. 예전에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직원도 늘어났고 공장 설비도 잘 돌아가고 있으니 잘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공장을 넘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고민이 좀 되네요.”
나의 말에 그는 생각보다 담담해 보였다.
어떻게 보면 나한테 서운할 수도 있는데 그런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런 결정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알로하가 돈카츠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해합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죠. 아마 사장님이 저희 두레 푸드를 고르지 않고 청원 F&C와 계약하셨다면 저는 문을 닫았을 겁니다.”
김현태의 말에 나는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알로하의 소스를 만들어 줄 공장을 찾을 때 그의 소스에 만족하여 계약을 하였다.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두레 푸드에서 만들고 있는 소스는 우리 알로하와 너무 잘 어울렸다.
만약 공장을 바꾸게 되면 맛이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순간이다.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 해야 할 것 같았다.
“인수 조건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규원 축산은 저에게 100%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셨습니다.”
“100%요?”
“네, 지금 규원 축산은 고기 정형 공장으로 확장할 생각입니다. 박규원 사장님은 공장장으로 저희 회사 임원으로 들어오기로 하셨습니다.”
일단은 이렇게 하기로 결정을 했다.
하지만 인수 금액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
박규원은 알로하의 지분을 원했는데 그는 알로하가 더욱 더 성장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방식은 생각을 하지 못해서 고민이 되었다.
알로하는 나의 자본금이 100%인 회사이다. 알로하를 운영하면서 돈 걱정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투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필요도 없었다.
정수아가 몇 번 투자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지만 역시 돈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을 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뉴월드푸드와 계약하지 말고 물류 라인을 갖출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장을 만드는 것과 물류 라인을 갖추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훨씬 난이도가 어려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적당한 물류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이 깨지겠지?’
본사에서는 적정 인수 대금을 산출하기 위해 전상욱이 계산을 하고 있다. 두레 푸드와 규원 축산을 인수하려는 것만 해도 돈이 많이 깨질 것이다.
거기에 물류회사까지 인수를 한다고 하면 아마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차라리 지분을 주고 인수를 하면 나의 돈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렇군요.”
“그리고 박규원 사장님은 저희 회사의 지분과 교환하자고 하셨습니다.”
“알로하 지분하고요?”
나의 말에 김현태는 놀랐다. 알로하의 지분을 가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네, 그렇습니다.”
나의 말에 김현태가 관심을 보였다. 그도 지분을 가지는 것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다.
“그거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러십니까?”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원래 예전에 공장을 팔려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원 F&C에 직원들을 빼앗기고 가족들과 힘들게 공장을 운영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공장을 내놨었다고 그가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알로하와 계약하고 숨통이 트였고 직원들 늘리면서 이제는 돈도 많이 벌고 있습니다. 예전에 아버님이 운영하셨을 때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공장을 넘긴다는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알로하를 빼놓고서는 두레 푸드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할지 자신을 할 수가 없군요. 지금 만들고 있는 물량의 절반 이상은 알로하에서 주문한 것들이니까요.”
“이해합니다.”
“그런데 공장을 넘기고 알로하의 지분을 받으면 나중에 알로하가 성장했을 때 제가 가지는 이익이 더 커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배종연 대표가 나에게 인수금액 100억을 제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지금 알로하의 적정금액은 그 정도인 것이다. 만약 지금 두레 푸드의 가치가 10억 정도라고 하면 그에게 지분의 10% 정도 내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알로하의 매장이 늘어나 장사가 잘 되어 지금의 2배의 수익을 올린다고 하면 알로하의 가치는 200억이 될 것이고 그럼 김현태가 가져갈 몫도 20억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따지는 지분을 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전상욱은 시스템을 바꾸고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 지금의 5배도 꿈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정도는 해야지 돈카츠 1등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00억 가치의 회사.
만약 그렇게 된다면 김현태도 5배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니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나쁜 것은 아니다.
“만약에 알로하 지분과 맞교환이라고 하면 저도 공장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제가 인수를 거절하고 나서 혼자 공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로하가 지금보다는 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김현태는 면전에서 나를 칭찬해주었는데 나는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가요?”
“솔직히 공장 운영하고 다른 거래처 몇 곳과 계약도 하면서 이런 저런 사장님 만나 보았는데 단기간에 이렇게 성과를 올린 사장님은 김 사장님이 처음입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알로하의 성장은 믿어지지 않았다.
“예전에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회사가 성장을 하려면 운영진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이죠.”
김현태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했는데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주식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이 회사가 떡상할지 떡락할지 알아보는 지표 중 하나로 대표이사의 마인드가 있었다.
워낙 주가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기꾼들이 많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대표가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향해서 투자를 하고 발생하는 수익을 주주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회사의 주가는 결국 떡상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의 말에 나는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라와 민국. 그리고 할머니에게 후원을 결정하고 정민희가 관련된 자료를 사진을 찍었다.
정민희는 처음에 계획한 것처럼 미담으로 만들자고 이야기 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업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을 말이다.
예전에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알려졌을 때는 혹시나 어려운 사정이 알려져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고 학교 등 생활이 불편해질 것을 염려했었다.
처음에 돈카츠를 주었을 때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 학비를 지원해주는 이유는 알로하가 좋은 이미지를 계속해서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알로하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서 생각해 낸 방법이지만 나는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정미희에게 말했다.
아이들을 후원해주는 것은 뒤로 조용히 하자고 말이다.
그저 알로하가 장사가 잘 되게 도와준 은혜를 갚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말이다.
그랬는데 지분에 관한 것을 생각해보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윈윈하기는 했지만 알로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데 두레 푸드와 규원 축산의 도움이 컸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두 회사에게 지분을 넘긴다는 것이 왠지 알로하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망설여졌다.
코인 대박으로 돈이 많으니 적당히 인수 대금을 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사업가 다 되었네.’
예전에 그릇이 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돈을 쓰고 거래를 하고 큰 계약을 맺으면서 나의 자본가로서의 그릇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왠지 그 안에 있는 물은 조금씩 더렵혀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레 푸드와 규원 축산을 찾아와 계약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일방적인 인수제의를 하는 것도 두 곳 모두 나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 갑질이라고 해도 크게 할 말은 없었다.
알로하를 1등으로 만들자는 목적이 집중을 해서 그런지 수단이 조금 과격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잠시 고민을 한 나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셨군요.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에 두레 푸드가 저에게 경영권을 넘긴다고 하면 알로하의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제가 두레 푸드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어 같이 성장하는 것으로 생각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두레 푸드를 김 사장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김현태의 나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알로하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회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하도록 도와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을 위해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일어나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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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사장님께서 인수 절차를 준비해주십시오.”
두레 푸드와 규원 축산의 인수와 지분 조정은 전상욱 사장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로는 사장님들에게 하자고 했지만 법적인 절차 같은 것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전상욱이 있어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인수가 결정되고 본사는 바쁘게 움직였다.
충청도 쪽에 새로운 가맹점들이 새롭게 오픈을 하기 시작했고 부산에도 예전에 양혜원과 상의한 직영점을 내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서 신메뉴를 홍보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가맹 영업에 탄력에 붙었다.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경기도 지역의 예비 가맹점주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건일은 수원과 용인, 그리고 인천까지 가맹점 문의 연락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지금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 충청도와 부산 지역이 끝나고 나면 바로 들어가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규원과 두레까지 한 마음이 되었으니 이제 날개를 펴고 날아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부산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화가 왔다.
영업팀장인 이경민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에게 알려줬는데 결국 터질 것이 터져버렸다.
“광안점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