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7 화
‘회사로 들어온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말을 너무 어렵게 했군요. 간단히 말해서 런디코리아의 계열사로 들어올 생각이 없는지 묻는겁니다.”
“계열사로요?”
“네, 원래 오래전부터 돈카츠에 관련된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서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알로하를 알게 되었는데 이미지도 좋고 우리 런디코리아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 뚝배기 불고기 사장님과 같은 인수제의 같았는데 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만든 브랜드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을 만큼 매력적이게 보였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마운 일이지만 예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알로하를 지금 매각할 생각이 없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알로하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나의 피와 땀이 들어간 가게이다.
그동안 애정 있게 가게를 키워왔는데 이렇게 남에게 팔아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카츠 1등 브랜드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조건도 들어보지 않고 이렇게 바로 거절하는 건가요? 조금 민망하네요.”
내가 바로 거절을 해서 단칼로 그는 조금 놀란 것 같았는데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나는 문득 조건이 궁금해졌다.
우리 가게를 좋게 평가해서 인수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과연 어느 정도로 평가할지 궁금한 것이다.
“조건이 어떻게 될까요?”
내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래요. 굳이 지금 팔 생각은 없어도 들어보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일단 제가 제안하는 인수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요?”
“하나는 알로하를 완전히 저에게 넘기는 방법입니다.”
“완전히요?”
“네, 인수 대금이나 우리 런디코리아의 지분하고 알로하의 경영권을 바꾸는 거죠.”
“인수 대금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알로하를 얼마로 평가할까?
나는 이것이 궁금하여 그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을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100억을 드리겠습니다.”
100억.
엄청 큰 돈이었다.
아마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엄청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되어서 30억이 넘는 돈이 생겼고 코인 대박이 터져서 100억이 넘는 돈을 지금 나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까?
왠지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러나지 않게 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엄청 큰 금액이었다.
이제 10개 정도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돈카츠 브랜드에 100억이라니 그가 우리 가게를 엄청 좋게 봐준 모양이다.
“앞으로 알로하의 성장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말씀드렸는데 혹시나 적은 것 같으면 말씀하세요.”
기세로 보아서는 더 달라고 하면 더 줄 것 같았는데 나는 다른 방법도 궁금했다.
“다른 방법도 있나요?”
“다른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나에게 지분을 어느 정도 주고 우리 계열사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하면 김 사장님의 경영권은 보장을 해드리겠습니다.”
“경영권 보장을 해준다고요?”
“네, 대신에 저희 쪽 물류랑 공장을 사용해야 하는데 조건이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알아보니까 지금 알로하는 물류와 공장을 외부에 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나가는 비용이 상당하지 않나요?”
생각보다 우리 가게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그였다.
“맞습니다.”
“계열사로 들어오게 된다면 자회사랑 똑같이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고민이 되었다.
아마 지점들이 늘어나면 나가게 되는 돈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있는데 두레 푸드나 규원 축산은 나의 개인 사업장이 아니었다.
서로 협력하에 움직이는 관계인데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 늘어나는 물량을 거기서 온전히 감당 가능할지 고민이 되었다.
식품 기업으로 규모가 엄청 큰 런디코리아는 자체적인 물류는 물론 소스 제조 공장과 육가공 업체까지 가지고 있으니 계열사로 들어가게 된다면 도움을 받을 여지가 많이 있었다.
더군다나 일전에 생각만 했던 냉동돈가스도 바로 만들 가능성도 있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알로하만 생각했을 때는 들어가는 선택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사장님들이었다.
뉴월드 푸드는 대기업이니까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두레 푸드와 규원 축산의 경우는 나를 믿어서 직원도 더 뽑고 여러 가지 설비도 구입을 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더 좋은 조건이 있다고 사장님들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다.
평소에 사장님들에게 로이스와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끝까지 같이 가자고 말했던 나였다.
내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 배종연 대표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혹시 지금 우리 계열사 브랜드 중 한 곳인 완뽕이라고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완뽕. 짬뽕을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는 것을 완뽕이라고 하는데 이름처럼 짬뽕 전문점이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여기도 런디코리아의 계열사 중 한 곳이었던 모양이다.
“거기도 내가 김 사장에게 제안한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우리 계열사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고요. 특히 홍보같이 어려운 일들은 본사 홍보팀에서 대신해주니까 가게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을 겁니다.”
런디코리아의 브랜드는 배종연이 만든 것이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모양이다.
들을수록 좋은 이야기만 했는데 문득 그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까지 저희 회사를 인수하려는 이유가 있을까요?”
나의 말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나는 런디코리아를 대한민국에 제일가는 식품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식품기업이요?”
“지금 국내에서 1등, 2등을 달리고 있는 뉴월드푸드나, 프레쉬푸드는 대기업에 자본금으로 만든 식품기업입니다.”
“네, 알고있습니다.”
“그에 반해 지금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졌지만 런디코리아는 삼겹살집에서 시작한 아주 작은 가게에 불과했습니다. 흔히 대한민국에서는 자수성가가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게 꿈같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처음에 런디코리아 오픈하고 기업인들 모임에 가면 무시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거의 재벌 2세들인데 그에 반해 나는 길바닥 출신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너희들이 무시했던 사람이 최고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죠.”
어떻게 보면 내가 알로하를 돈카츠 1등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 것과 같은 이유였는데 공감이 되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파트너들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알로하는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까지 이야기하니 또 다시 고민이 되었다.
그는 최고를 노리고 있다. 어쩌면 그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나도 알로하를 돈카츠 1등 브랜드로 만드는 빠른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신경 쓰이는 것이 있나요?”
그가 내가 고민하는 것을 보더니 넌지시 물었다.
“사실 창업 초기부터 같이 알로하를 키웠던 사장님들이 있습니다. 런디코리아와 함께하면 그 사장님들과 거리가 멀어질 것 같아서 그것이 고민이 됩니다.”
“사장님이라고 하면?”
“소스 공장이랑 고기 납품해주는 사장님입니다.”
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에 있어서 신뢰도 중요하죠. 하지만 가는 길이 다를 때는 헤어지는 것도 경영의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는 길이 다르다…”
“지금 정도의 규모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만약에 알로하가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를 노리고 있다면 자체적인 물류를 가지거나 아니면 다른 식품기업의 계열사로 들어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겁니다.”
“왜 그렇죠?”
“운영의 편리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은 소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서 물류 회사로 보낸 다음에 다시 지점으로 물건을 보내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 사장은 물류비를 두 번 내고 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이런 과정을 모두 한꺼번에 처리가 가능하고 조절할 수 있으니 비용이나 운영면에서 엄청나게 절약이 되죠.”
“소스 공장에서 따로 물류비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네, 표면적으로는 그렇겠죠. 그런데 그 비용까지 계산해서 제조비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았다.
소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서 뉴월드 푸드로 보내주고 있다.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굳이 물류비라는 명목으로 나에게 청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맞는 것 같습니다.”
“또 회사라는 것은 서로 협력하에 유기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내가 직접 운영한다고 하면 어느 한 곳에 손해가 나도 다른 곳에서 메꾸면 되니까 경영이 훨씬 쉬워지죠. 아무리 서로 돕는다고 하더라도 사장이 여러 명이면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집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런디코리아라는 회사를 만들어 낸 그의 경험이 녹아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신의라는 것이 지켜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네?”
“내가 잘 아는 사장님 중에 고향치킨이라는 사장님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 사장님의 닭공장장이 따로 나와서 만든 브랜드가 바로 꼬끼오죠.”
“꼬끼오요?”
고향치킨도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다. 반면에 꼬끼오는 치킨 브랜드 랭킹 5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지도가 있었다.
“두 사장님은 고향치킨 오픈 초창기부터 서로를 의형제라고 부를 만큼 친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어 버렸지요.”
나도 두레 푸드와 규원 축산 사장님을 믿고 의지하고 있지만 의형제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두 분이 나가서 나와는 다른 돈카츠 브랜드를 만들 것 같지는 않지만 배종연이 꼭 그럴 것이라는 의미로 나에게 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김 사장의 목적에 대해서 안 물어봤는데 인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을 봐서는 돈이 목적은 아닌 것 같은데…”
“저는 알로하를 돈카츠 1등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와 같군요. 우리는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답변을 해주지 않아도 되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네,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거절이었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그것으로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혹시 거절해도 그 신메뉴 초청회는 갈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신 나 출연료 비쌉니다.”
그는 웃으면서 농담식으로 이야기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그를 찾아온 것은 초청회 출연 때문이었다.
“네, 아 저도 아직 못한 이야기가 있는데…초청 명단에 류형준씨가 나오시는데…그래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