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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96화 (196/225)

제 196 화

“혹시 런디코리아의 배종연 대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크흠.”

배종연이 만든 회사 이름은 런디코리아였는데 그가 처음 성공시킨 브랜드 런치 앤 디너에서 앞글자만 따와 만든 이름이었다.

런치 앤 디너는 점심에는 햄버거 저녁에는 스테이크라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영업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 좋았고 메뉴들도 크게 인기를 끌면서 그가 성공하는데 큰 발판이 되었다.

지금은 전국에 체인점도 많이 늘었고 나도 단비와 같이 가본 적이 있을 만큼 유명했다.

배종연을 초대한다는 나의 말에 류형준은 조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는데 사이가 안 좋다는 세간의 소문이 어느 정도는 맞는 모양이다.

“그래도 초청회는 따로 진행될 것이라 직접적으로 만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건 정미희가 낸 아이디어였는데 사이가 안 좋은 두 사람을 굳이 한 자리에 모을 필요없이 따로 초청회를 따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평가였다.

인플루언서들을 모두 같은 시간이 맞추기도 어렵고 사이가 안 좋은 두 사람을 굳이 한 자리에 모아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확실히 따로 하자는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럼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상관이 없다는 그의 말에 나는 안심이 되었는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를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데 왜 그런 소문이 퍼졌고 조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였는지 나는 궁금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이유를 말했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사장님들에 따라서 조언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런치 앤 디너가 오픈하고 장사가 잘될 때 저는 그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안타까우셨나요?”

“스테이크만 집중해서 발전시키면 더 맛있는 가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

어떻게 보면 우리 가게와 같은 피드백을 해준 것 같다.

“그래서 그것과 관련되어서 인터넷에 글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배종연 씨는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이상주의자요?”

“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은 요리사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 사장이라고 하더군요.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익이 나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그렇군요.”

나는 배종연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결국 장사라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고 내 요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해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가게를 운영하기 어렵다.

주변에 보면 사람들에게 베푸면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만 하더라도 아마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가성비 높은 메뉴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 가게를 찾아왔던 아이들을 돕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잠깐 손해가 발생하는 정도는 참고 넘길 수 있지만 계속해서 손해를 누적하면서 장사를 계속할 수는 없다.

“그는 자신도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현장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마 제가 장사를 한다고 하면 진작에 망할 것이라고 비판도 했습니다.”

왜 사이가 안 좋아졌는지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여러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기분이 나빴습니다. 하지만 들어보니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더군요. 저는 맛을 평가하는 칼럼리스트지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깐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맛 평가만 하고 조언은 삼가고 있었습니다.”

“그랬군요.”

“뭐, 김 사장님이야 고맙게도 저의 조언을 받아 들여주어서 변화를 주셨다고 하니 저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배종연 씨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같이 출연하지 않더라도 제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 그는 아마 거절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풀어 나가야 할 문제였다.

그가 출연해준다고 하면 나는 그것으로도 고마웠다.

***

류형준과 만난 다음날 나는 배종연 씨를 찾아갔다.

솔직히 그와 약속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런디코리아 본사를 통해서 연락을 하자마자 배종연 씨도 나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같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이기는 하지만 런디코리아는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체급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

그런데 그 역시 나를 만나고 싶었다는 말에 나도 조금 놀랐다.

그는 나를 성북동에 있는 사무실로 초대했고 나는 그 쪽으로 갔다.

“어서오세요. 배종연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배종연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면서 손을 내밀었는데 나는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 알로하 대표로 있는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 쪽으로 앉으세요.”

그는 나에게 테이블에 앉을 것을 권유했는데 이곳은 사무실이라기보다 꼭 식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그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사무실이 좀 특이하게 생겼죠?”

“네, 꼭 가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예전에 삼겹살 집을 하던 곳입니다.”

“그렇군요.”

“원래 런치 앤 디너를 오픈하기 전에 삼겹살 집을 운영했었는데 그걸로 돈을 좀 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본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손님이 늘어나고 장소가 너무 좁아서 저 아래로 삼겹살 집을 옮겼는데 나중에 돈이 좀 모이고 여기를 다시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사용하는 건가요?”

“뭐, 사무실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그냥 혼자 메뉴 연구하고 지인들 오면 음식 만들어서 술 한잔 하고 그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렇군요.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살펴보니 깔끔하게 정돈된 것이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나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이스에 있을 때도 본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다.

주방 형식으로 된 공간이었는데 주로 신메뉴가 나왔을 때 직원들에게 교육을 해주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

지금 우리는 별도의 주방 시설이 없어서 이번 신메뉴 개발도 본점의 주방에서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실질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다.

“그렇죠? 예전에는 영업도 안 하는 곳을 산다고 반대하는 직원들도 있었는데 혼자서 고민 있을 때 이곳에서 고민하고 지쳤을 때 여기서 초심도 찾고 해서 사길 잘한 것 같아요.”

오늘 그를 처음 만났다.

어떻게 보면 방송에 많이 출연해서 그런지 연예인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실제로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자주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것 같아서 나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류형준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불같은 성격일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 대충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신메뉴 시식회에 저를 초대하고 싶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새롭게 메뉴를 개발했는데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을 초대해서 시식회를 진행하려고 계획중입니다. 평소에 배 대표님을 존경했었는데 저희 가게에 오셔서 요리 평가도 해주시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습니다.”

그를 존경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실제로 해보니 쉬운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돈 들어가는 곳도 많았다. 나는 알로하 하나만 키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브랜드를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성공시킨 것을 보면 그는 대단한 사람이 분명했다.

“무슨 존경까지…”

내가 존경한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아니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쳤는데 기분은 좋아 보였다.

“진짜입니다. 저도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다가 장사가 잘 돼서 올해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환했는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더군요. 그런데 여러 개의 브랜드를 거의 동시에 성공시킨 배 대표님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극찬을 해주니 너무 고맙군요. 그런데 내가 알기로 알로하도 작년에 오픈한 것 아닌가요? 1년 만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환을 했다고 하니 정말로 대답합니다.”

나는 그가 알로하를 언제 오픈했는지를 알고 있어서 놀랐는데 프랜차이즈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운이 좋았습니다.”

“요식업이 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은 아니죠. 사업자금 마련하기도 어렵고 혹시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았나요?”

“아, 그런 것 아닙니다. 제 개인 자본입니다.”

투자를 받지 않았다는 말에 그는 조금 놀라는 표정이었다. 하긴 자그마한 가게로 시작해서 투자 없이 이렇게 빨리 지점들을 늘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례될 수도 있는데 너무 궁금해서 물어볼게요. 혹시 대출이나 부모님이 좀 도와주셨나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대출 아니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맞다. 뭐, 나 역시 예전에 가게를 확장할 때 아버지에게 5천만 원이라는 돈을 받았기 때문에 맞다고 하면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렇군요.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부모님이 도움을 좀 주셨거든요. 덕분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빨리 시작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혹시나 김 사장도 같은 경우인가 해서 물어봤습니다.”

개인적인 일을 말할 만큼 그는 나에게 호의를 보였는데 나도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좀 했었는데 그것으로 돈을 좀 벌 수 있었습니다.”

“투자라고 하면? 주식? 코인? 요새 젊은 사람들이 그런 거 많이 한다고 했는데…”

“둘 다 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진짜 운이 좋아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그가 관심을 보였다.

“그렇군요. 투자도 잘 되고 장사도 잘 되는 것을 보니 김 사장이 재물복이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재물복.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였다.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내 손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너는 새끼손가락이 길어서 돈복이 있겠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로또에 당첨되고 코인도 대박이 터진 것을 보니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런데…혹시 시식회는 와주시는 걸까요?”

“이야기하다 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제가 다른 방송 스케줄도 있어서 살펴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긍정적인 이야기에 나는 기분이 좋았는데 그런 나를 보고 그가 다시 말했다.

“어…사실 그것보다도 김 사장님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오늘 보자고 했습니다.”

생각에 보니 그도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우리 회사로 들어올 생각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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