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5 화
‘훨씬 유명한 사람이라…’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지금 인터넷에 퍼진 알로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 가게를 칭찬해준다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다.
“괜찮네요.”
“그렇죠? 비용이 좀 들기는 하겠지만 효과는 확실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런데 누구를 초대하면 좋을까요?”
“일단 제가 몇 명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누구죠?”
“일단 예전에 알로하 방문한 적이 있는 쭈영이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쭈영이.
우리 가게에서 먹방을 진행한 적 있는 너튜버인데 원래도 유명했지만 구독자가 200만 명을 넘으면서 엄청나게 유명해졌다.
예전에 왔을 때 우리 가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었다. 그때 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돈카츠 맛을 자랑하니 아마 더 맛있게 먹어줄 것이다.
“좋네요.”
“그리고 이번에 목요시식회에 나왔던 류형준 씨를 다시 초대하는 건 어떨까요?”
“류형준 씨를요?”
“네, 어떻게 보면 수비드 돈카츠는 목요시식회에서 류형준 씨가 지적했던 미흡했던 사항을 저희가 보완한 음식이잖아요. 그가 와서 먹고 달라진 돈카츠를 맛보여준다면 광고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수비드 돈카츠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그였다. 안 그래도 정식으로 메뉴가 출시하면 그를 초청하여 맛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이 먹는 것으로 요즘에 인기가 많은 개그맨인 이만상 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만상은 요즘에 먹는 프로그램이라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개그맨이었는데 입담도 좋고 후덕한 인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개인 너튜브 채널도 가지고 있었는데 아직 구독자는 50만 명 정도지만 조회수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나도 영상을 본 적이 있다.
****
정미희는 그 뒤로 몇 명의 사람을 더 이야기했는데 모두 나쁘지 않았다.
“다 괜찮네요.”
“네, 만약에 제가 말한 사람들을 섭외할 수만 있다면 알로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그럼 바로 섭외하도록 하세요.”
“그런데 비용이 좀 들어갈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로이스 쪽보다 더 유명한 사람들을 섭외하는 일이다. 당연히 출연료가 좀 들어갈 것 같았는데 나는 투자를 좀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매장에서 버는 돈도 많이 있지만 주식과 코인으로 버는 돈도 있다. 거기에 건물에서 고정적으로 임대료도 들어오고 있으니 크게 걱정될 것은 없었다.
그동안은 어떻게 보면 안정적인 투자만 했었다.
알로하가 1등 브랜드가 되는 것을 꿈꾸었지만 그래도 그것 때문에 파산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원래 가진 것이 없었고 로또 당첨으로 인생이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인 대박 이후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아, 명단에는 없고 제가 고민 중인 사람이 하나 있는데 배종연 씨도 초대하면 어떨까요?”
“배종연 씨요?”
배종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놀랐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요리 기업인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삼겹살 집으로 장사를 시작하여 지금은 요식, 주류, 카페, 숙박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여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다.
방송에 자주 나와서 자신의 성공 경험을 알려주었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요리 프로그램이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출연하는 방송이 많아서 섭외가 어려울 것 같은데 또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류형준과 사이가 별로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류형준은 배종연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그곳에 파는 음식이 특색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을 한 적이 있었다.
배종연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하거나 자극적인 맛을 많이 내서 이런 비판을 몇몇 사람들에게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 나는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과 방향대로 가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사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출연하는 방송이 없다는 것을 봤을 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정미희는 두 사람을 같이 섭외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가 알기로 류형준 씨와 배종연 씨는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섭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두 사람이 같이 나와서 저희 가게에 대한 칭찬을 해주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정미희의 말에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류형준은 음식은 재료가 가진 본질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연주의적 음식에 대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에게 숙성된 고기를 추천해준 이유도 고기가 원래 가지고 있는 육즙, 육향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돈카츠를 만들기 위해 서기도 하고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배종연은 프랜차이즈의 성공 신화와 같은 인물.
그는 요식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맛도 중요하지만 가격과 서비스가 삼위일체로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장사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맛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이다. 그가 성공했지만 출연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가게들이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인 맛. 누가 찾아와서 먹더라도 ‘음, 여기 음식 괜찮은데?’라고 감탄사를 내뱉을 요리를 그도 계속 선 보인다.
이런 두 사람이 만약에 우리 가게를 찾아와 동시에 칭찬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 같았다.
맛으로도 인정받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좋습니다. 그 두 사람 섭외는 제가 맡도록 하죠. 정 팀장님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로이스에 입사를 하고 나서 처음에는 엄청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렇게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이 쥐어졌고 승진은 상사의 눈에 잘 보이는 사람들이 먼저 했다.
지점의 장사가 잘 된다고 해도 나에게 들어오는 월급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하면 그냥 적당히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손님이 오는 것이 최고였다.
하지만 생각과 다른 것이 또 사람 마음이다.
분명히 열심히 해도 알아주는 사람 별로 없고 설렁설렁 해도 된다고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카츠.
그래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부심을 가지고 로이스에서 일했다.
그랬던 곳에서 쫓겨나서 그런지 실망감이 컸다. 그리고 알로하를 만들었다.
알로하는 나의 가게였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보람이 있었다.
내가 하는 만큼 가게는 성장했고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직원도 제법 많아졌다.
나는 우리 알로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만큼 얻어가는 것이 있기를 바랐다.
그것이 돈이든지 경험이든지 말이다.
“신입사원들 전원 정직원으로 계약 완료했습니다.”
인사팀장 고선희는 계약된 서류를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올해 초에 뽑은 신입사원 그리고 각 지점에서 뽑은 직원들까지 우리 회사는 입사하면 3개월의 인턴 과정을 거치기로 했는데 나가는 사람들 없이 모두 정직원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매장을 다녀보고 또 여러 점장들과 소통하면서 직원들의 근태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들 성실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승진자 명단입니다.”
밑에 있는 직원들이 정직원이 되었다.
원래부터 우리 가게를 위해서 노력을 해준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번에 일괄적으로 승진을 하기로 했다.
하연이와 한승이는 물론 선영이까지 모두 승진을 시켰는데 우리 회사 창립멤버나 다름없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썼다.
“아, 영업팀장님 이제 본사로 출근하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이경민은 그동안 상무 본점에서 점장의 직책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알로하의 영업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본사로 들어와 이제는 영업팀장의 임무를 제대로 맡길 생각이었는데 그래야 나도 한숨을 돌릴 것 같다.
솔직히 그동안 영업팀장의 직책이 공석이라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본점에 점장은 누구로 하는 게 좋을까요?”
고선희는 나에게 물었는데 맡길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부점장을 점장으로 올리세요.”
본점의 점장은 선영이가 맡고 있었는데 나는 이번 기회에 그녀에게 완전히 본점을 맡길 생각이다.
본점의 영업은 다른 곳보다 엄청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초심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이 일하면서 나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렇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스카우트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예전에 구인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쪽을 통해서 한 번 알아봐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될까요?”
“전상욱입니다.”
****
< 류형준 맛 연구소 >
목요시식회 작가에게 연락하여 류형준의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직접 만나 섭외를 하기 위해 그에게 연락을 하였는데 그는 흔쾌히 나와의 만남을 허락해주었다.
그는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는데 사무실까지 만들어서 연구를 할만큼 맛에 진심인 것 같았다.
“어서오세요.”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는데 예전에 처음 봤을 때는 차갑고 냉정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래도 한 번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네, 갑자기 저를 만나자고 하시고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이요?”
“네, 예전에 저희 가게에 부족한 점에 대해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저희가 그것을 보완해서 신메뉴를 만들었는데 한 번 오셔서 평가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신메뉴요?”
신메뉴라는 말에 류형준이 반응을 보였다.
“네, 여수의 하마루 돈카츠를 다녀오고 나서 느낀 점이 있었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습니다.”
“하마루 돈카츠 거기도 맛있죠. 혹시 그럼 수비드 돈카츠를 만드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냥 수비드를 하면 육즙의 손상이 좀 있을 건데 괜찮던가요?”
류형준이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는데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네, 저도 그걸 걱정했는데 하마루 돈카츠는 그래도 100시간 숙성된 고기로 육즙을 보호하더군요.”
“그렇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비드 방식으로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맛이 없을 겁니다.”
“네, 그래서 저희는 워터에이징으로 숙성시켰습니다.”
“워터에이징이요?”
“네, 저희에게 고기를 납품해주고 있는 업체를 찾아보니 워터에이징 숙성고기를 판매하고 있더군요. 제가 먹어봤는데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그럼 저희 가게 와주실 수 있을까요?”
“네, 가겠습니다. 안 그래도 다른 메뉴들 맛도 궁금했거든요. 가서 먹어보도록 하죠.”
긍정적인 그의 대답에 나는 기분이 좋았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았다.
“저…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 저희가 배종연 씨도 섭외할 생각인데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