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4 화
“여보세요.”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말했는데 잠시 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
“조하리 씨 맞으시죠?”
[ 네, 맞습니다. ]
“저는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SNS에 올린 글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미희에게는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말고 연락만 하고 싶다고 전하라고 했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는데 그녀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 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
“저희 알로하 남천동지점에 관해서 올린 글을 삭제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삭제요? ]
그녀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 내용이 마음에 안 드셔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삭제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왜죠?”
[ 제가 감정표현을 좀 솔직하게 하는 편인데 냉정하게 알로하는 제 기준에는 별로였어요. 그래도 최대한 자제해서 적었는데 이렇게 삭제해달라고 하시다니 여론을 조작하시려고 그러세요? ]
완전히 뻔뻔한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는데 언제까지 당당하게 나올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변호사를 통해서 조하리 씨를 고소하도록 하겠습니다.”
[ 고소요? ]
조하리는 고소를 한다는 나의 말에 언성이 높아졌는데 그래도 겁먹은 것 같지는 않았다.
[ 제가 그런 거 무서워 할 것 같으세요? 고소 한 번 해보세요. 알로하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리뷰를 남겨서 고소했다고 다 알릴테니까! ]
“무언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저희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고소를 하는 것입니다.”
[ 허위사실이요? ]
“네, 저희 가게 오지도 않으시고 온 것처럼 거짓으로 리뷰를 작성하셨지 않습니까?”
[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 진짜로 갔어요. ]
나의 말에 그녀의 목소리는 떨려왔는데 이제야 조금 상황 파악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는데 좀 더 확실히 말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남천동 지점에 언제 가셨죠?”
[ 글쎄요…정확히 생각이 안 나네요. ]
“그렇군요. 근데 저희 남천동 지점에는 CCTV가 있습니다. SNS 올린 글에 저번 주말에 왔다가셨다고 해서 저희가 확인을 해봤는데 방문한 모습이 보이질 않더군요.”
[ 아, 아마 제가 모자를 쓰고 조용히 다녀와서 CCTV로 확인하기 어려울 거에요. ]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왜 자신을 의심하냐면서 짜증이 난다는 말투였는데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그런가요? 결제는 어떻게 하셨어요?”
[ 결제요? ]
“네, 오셔서 식사를 하셨다고 하면 결제를 하셨을 것 아닙니까? 카드로 하셨나요. 현금으로 하셨나요? 결제하신 시간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다시 영상을 찾아보겠습니다.”
[ 그…죄송합니다. 사장님. ]
내가 계속해서 그녀를 압박하자 그녀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가게에 방문하지 않으시고 허위로 올리신 거 맞으시죠?”
[ 네, 가게에 안 갔어요. ]
“왜, 그러셨죠?”
[ 원래는 진짜 방문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포기하고 돌아왔어요. 글은 바로 삭제할테니까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
아까 전의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녀는 나에게 빌었는데 그냥 삭제하는 것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글을 지우는 것은 당연하고요. SNS에 자필로 조작을 했다는 사과문을 남겨주십시오.”
[ 사과문이요? ]
“네, 가게에 피해를 준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사과문을 작성해서 올려주시면 고소까지는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 그렇게 되면 저는 더이상 SNS에서 활동할 수가 없어요.]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거짓말이다.
거짓으로 리뷰를 작성하고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게 된다면 아마도 그녀는 SNS로 활동하기 힘들 것이다.
“거짓으로 리뷰를 쓸 때 그 정도 각오는 하신 것 아니십니까? 그리고 남천동 지점 방문하셔서 직접 사과도 해야 합니다.”
나는 프랜차이즈 사장이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남천동지점이었다.
그곳에도 찾아가 사과할 것을 요구했는데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잠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계속 반응이 없어 그냥 무시하고 고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답 없으시면 그냥 고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어…잠시만요.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
고소를 진행하면 그녀의 행위에 대해서는 나의 SNS를 통해서도 공개를 할 생각이다. 어차피 알려질 일인데 그녀가 깊게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결국 고개를 숙였다.
[ 네, 죄송합니다. 사과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 안녕하십니까. 조하리입니다. 며칠 전 업로드한 알로하 남천동 지점 방문 게시글에 문제가 있어 이렇게 직접 글을 남깁니다. 저는 마치 제가 매장을 방문한 것처럼 거짓말로 리뷰를 작성했는데 저의 잘못된 리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장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나와 전화를 끊고 조하리는 리뷰를 바로 삭제하였고 며칠이 지난 후 자필로 된 사과문을 올렸다.
- 헐 대박 어쩐지 나 예전에 갔을 때는 맛있어서 조금 이상했음
- 취향차이인 줄 알았는데 능지차이였네ㅋㅋ
- 조하리 이제 끝났네 멀리 안 간다
- ㅋㅋㅋ 좀 자숙하다가 계정 바꿔서 돌아올 듯
나는 댓글들의 반응을 보니 조하리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알로하가 불쌍하다는 의견도 많이 있었다.
그렇게 SNS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상현이가 들어왔다.
“정훈아, 이것 좀 봐봐.”
상현이는 파일을 하나 내밀었는데 거기는 예전에 우리 가게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인플루언서들이 있었다.
“이거 예전에 봤던 거 아니야?”
“그 뒷장도 봐봐.”
상현의 말에 나는 뒷장을 넘겼는데 거기에는 인플루언서들이 광고를 했던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며칠 전에 네가 블로그나 SNS에서 조하리처럼 조작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잖아. 그래서 찾아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이상한 점?”
“어, 알로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사람들 있잖아. 이 사람들 전부 로이스랑 광고를 했더라고…”
“진짜?”
나는 상현의 말에 다시 파일을 살펴보았다. 진짜 그의 말처럼 로이스와 광고를 했던 내용이 있었는데 꽤 많이 진행을 했었다.
‘그러고 보니 조하리도 로이스랑 같이 한 광고가 있었는데…우연일까?’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강훈이 무슨 짓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너무 조용했었다.
저번에 만나서 나의 멱살을 잡을만큼 강훈은 감정적인 인물인데 말이다.
아무리 최근에 사업 때문에 바빴다고는 해도 나를 로이스에서 쫒아낼 때를 생각하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거 로이스에서 꾸민 일일까?”
나와 로이스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상현이도 알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인터넷 댓글 같은 것도 조작할 수 있나?”
“어, 광고 대행 업체 같은 곳에서 돈만 주면 그런 것도 해주는 곳이 있다고 이야기 들은적 있어.”
빅데이터를 조사해 준 스플렁크의 이야기를 들으면 최근 들어 갑자기 부정적인 의견이 늘어났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강훈을 만난 시기와 비슷하다.
강훈이 알로하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현아, 너 다른 일은 다 멈추고 남현성 변호사님이랑 이것 조사 좀 해주라.”
“그래, 인플루언서들 조사 해볼까?”
“그것도 그건데 이거 댓글 조작을 통한 영업 방해로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도 가능한지 알아봐 줘.”
상현이 사무실을 나간 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진짜로 강훈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증거만 잡으면 될 것 같았다.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로이스를 고소한다면 나도 강훈을 견제할 칼이 하나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증거를 찾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인플루언서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 땔 것이 분명하고 광고 대행 업체도 자신들이 들키지 않게 작업을 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래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
“부산 쪽에서 인플루언서 한 명이 걸려서 사과문을 쓴 것 같습니다.”
“왜? 걸릴 것이 있나?”
김구열의 말에 강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리뷰는 개인적인 평가 영역이다. 로이스가 그것이 마음에 들지않다고 하더라도 쉽게 딴지를 걸고 넘어지기 힘들다.
더군다나 교모하게 수위를 조절해서 쓰라고 언질까지 주었다.
“그 매장에 방문도 하지 않고 리뷰를 썼다가 걸렸다고 합니다.”
“하…시발”
강훈은 욕이 절로 나왔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일처리를 이렇게 밖에 못하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저희에 연관된 것은 들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사과문 올리고 매장에 방문해서 사과하는 것으로 끝냈다고 합니다.”
그것은 다행이었다.
만약 자신들이 알려졌다면 상당히 일이 피곤해질 뻔 했다. 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인플루언서들을 통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 불안해졌다.
‘그동안 효과를 많이 봤는데 당분간은 자중 해야 되겠군.’
사실 로이스가 돈카츠 브랜드 1등으로 올라서는데 인플루언서들의 도움이 컸다.
로이스는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비공개로 계약을 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글을 쓰고 자신들과 적대되는 경쟁업체에는 안 좋은 글을 남기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갔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니 너무 오랫동안 써먹은 모양이다.
“걸린 여자한테는 더 이상 광고 주지마.”
“네, 알겠습니다.”
****
“강훈이 알로하를 죽이려고 한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확 들었다. 예전에도 나를 견제를 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왠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를 넣고 만약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댓글 조작 같은 것도 관여했다고 하면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썼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로이스에 있을 때 1등을 위협하는 신생 돈카츠 업체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 모두 분전하면서 로이스를 따라왔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한계를 느끼고 로이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예전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로이스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앉아 앞으로 알로하를 어떻게 운영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면서 정미희가 들어왔다.
“사장님, 지금 시간 되세요?”
“네, 가능합니다.”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녀와 같이 소파에 앉았는데 그녀가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었다.
“이거 신메뉴 시안인데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저번에 새롭게 개발한 수비드 돈카츠의 시안이었다. 몇 가지 일이 생겨서 깜빡하고 있었는데 계속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 잘 나왔네요.”
“그 초청회는 어떻게 할까요?”
사실상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들이 로이스에 광고를 받고 거기에 소속된 것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을 수도 있다.
고민이 되었는데 정미희가 뜻밖의 말을 했다.
“차라리 다른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하면 어떨까요?”
“다른 인플루언서들이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로이스 쪽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