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3 화
고하은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많이 해서 그녀는 시간이 있을 때면 부모님의 일을 많이 도와주었다.
아예 수업이 없을 때는 온종일 가게에 있었는데 인플루언서가 가게에 왔다고 한 날은 자신이 일하고 있었던 날이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가게에 왔던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 했는데 가게를 왔다고 말하는 이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 사람 안 왔던 것 같은데…’
평소에 가게에 와서 누군가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인플루언서라면 와서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가게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아마 그녀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그녀가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사람의 외모는 눈에 띄었다.
남천점 알로하에 대해서 글을 남긴 여자는 조하리라고 하는 인플루언서였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얼굴형이어서 아마 들어왔으면 자신이 관심이 있게 쳐다봤을 것이다.
‘화장빨?’
물론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화장을 한 전과 후가 많이 다른 여자일 수도 있다.
편하게 밥을 먹기 위해서 화장을 하지 않고 가게에 왔다고 하면 자신이 못 알아볼 수도 있었다.
고하은은 이 여자가 진짜 왔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오고 왔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에 너튜버와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던 내돈내산이 떠올랐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들을 이용한 광고마케팅을 많이 했는데 보통 물건을 써보고 리뷰하는 형식으로 많이 진행되었는데 돈을 받은 광고인 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이 광고이고 아니고 구분을 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자신의 리뷰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서 내가 돈을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였다.
내 돈이니까 냉정하게 평가를 한다는 내용인데 이것 역시 거짓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여 우롱하는 인플루언서들도 많이 있었다.
또 친구에게 가지도 않은 곳을 가봤다고 하면서 조회수를 늘리는 사람도 있다고 자신은 블로거나 SNS 평가 잘 믿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조하리라는 여자도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가게였다.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가게를 폄하했다는 생각을 하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녀는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하은아. 무슨 일이야.”
“어, 잠깐 볼 게 있어서.”
그녀는 바로 부모님의 가게로 갔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딸을 보고 고광택은 놀랐는데 고하은은 그런 아버지를 뒤로하고 바로 CCTV를 볼 수 있는 컴퓨터로 가서 화면에 집중했다.
***
“섭외가 어렵다고요?”
“네, 일단 구독자나 팔로워가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했는데 다 거절했습니다.”
정미희의 말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게에 와서 실망하고 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초대한다고 하니 이것은 글을 좋게 써달라고 하는 압박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초대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출연료나 광고비 같은 것을 지급해도 거절한다고 하던가요?”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냥 와달라고 이야기하면 안 올 것도 같아서 돈을 어느 정도 써도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나의 말에 정미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 한다고 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한다고 했는데 광고비가 터무니 없이 높았습니다.”
“그래요? 얼마나 달라고 하는데요?”
원래 이 바닥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되는 금액이 있기 마련이다.
정미희는 몇몇 사람들의 출연료를 나에게 이야기 해줬는데 천만 원은 기본으로 다 넘었다.
구독자와 팔로워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용은 각오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 다 초대한다고 하면 억 소리는 날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나는 고민이 되었다.
돈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돈이었다.
이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초청회를 진행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미희 씨 생각은 어떠세요?”
“음…저는 반대입니다. 차라리 이 돈이면 연예인을 섭외해서 TV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생각을 해보았는데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팬덤이 어느 정도 있는 연예인을 섭외하면 오히려 인플루언서 몇 명에게 광고를 넣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TV광고를 하면 인터넷보다 알로하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더 많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 고하은 ]
‘누구지?’
나에게 등록된 번호였는데 누구인지 생각이 안 났다. 하지만 일단 전화를 받아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알로하 남천동지점 사장으로 있는 고광택 딸 고하은이라고 합니다. ]
나는 자신을 고하은이라고 소개하는 여자의 말에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부모님을 위해서 가맹점 신청을 대신 해주었던 여자.
예전에 내가 고광택에게 요구한 의도를 알아채서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작스럽게 연락한 이유가 궁금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
“가능합니다. 말씀하세요.”
[ 이번에 저희 가게를 다녀가고 인플루언서가 글을 남겼는데 그게 문제가 좀 있습니다. ]
‘남천동도 다녀갔나 보구나.’
광주와 대전.
인플루언서들은 어디 한 곳만 아니라 알로하 지점을 골고루 다녀갔는데 부산에도 다녀가고 글을 남긴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혹시 가게에 안 좋은 피드백을 남겼습니까?”
나는 그녀의 가게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녀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 네, 가게가 별로라고 글을 남겼는데 문제는 조하리라고 하는 여자입니다. 제 기억에 분명히 이 여자는 우리 가게를 안 왔는데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
“거짓말이요?”
[ 네, 제가 요즘 부모님 일 도와주고 있어서 기억하고 있는데 그 여자 우리 가게에 오지도 않고 리뷰를 남겼습니다. ]
“오지도 않고 리뷰를 썼다고요?”
[ 제가 혹시 몰라서 그 여자가 왔다고 한 날 CCTV 영상을 확인했는데 진짜로 안 왔습니다. ]
영상까지 확인을 했다고 한다면 고하은의 말이 진짜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조하리라고하는 여자는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궁금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 여자 SNS 저한테 알려주시겠어요? 확인을 해보고 연락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CCTV 영상은 지우지 말고 잘 보관해두고 계십시오.”
[ 네, 알겠습니다. ]
나는 전화를 끊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정미희가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혹시 블로거들도 가지 않은 가게 리뷰를 거짓으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까?”
우리 회사 직원으로 활동학 전에 블로거로 활동했던 그녀였다. 나보다 훨씬 이런 것에 대해 잘 알 것 같아서 물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사람이 있긴 합니다.”
“그래요?”
“블로거를 운영하려면 방문자랑 조회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서 항상 이슈가 되는 일들을 따라다닙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글을 하나 쓰기 위해서 현장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하는 것이 상당히 귀찮은 일입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하더라도 어디 지점을 방문하고 살펴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다른 사람의 사진과 글을 적당히 편집해서 마치 내가 간 것처럼 올리면 시간과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죠. 실제로 이렇게 해서 올린 글과 내가 직접 가서 쓴 글에 조회수가 크게 차이가 없을 때도 많이 있어요.”
그녀의 설명에 나는 이해가 되었다.
“물론 걸렸을 때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파워 블로거들은 그런 짓을 거의 하지는 않는데 눈치를 채지 못하게 교묘하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럼 정 팀장님께서 조하리라고 하는 여자 SNS를 확인 좀 해주시겠어요. 거짓말로 리뷰글을 올렸다고 했으니 다른 곳에서 사진을 도용했을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도용한 게 맞습니다.”
다음날 정미희는 나에게 찾아왔는데 고하은의 말처럼 거짓말을 한 것이 맞았다.
정미희는 사진 여러 개를 비교하면서 보여주었는데 조하리라는 여자는 사진 몇 개를 조작하여 마치 자신이 직접 가게를 간 것처럼 꾸몄다.
“어떻게 할까요?”
정미희가 어떻게 할지 나에게 물었는데 나는 강경하게 대응할 생각이었다.
가지도 않은 가게에 안 좋은 리뷰를 남겼다. 정확한 피해 현황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피해는 피해다.
“고소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전에 조하리에게 DM 보내서 연락처를 알아봐 주십시오.”
“연락처요?”
고소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알로하 이미지를 생각해서 먼저 해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네, 먼저 반성하고 조작을 시인할 기회를 주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CS팀과 같이 또 이런 경우가 있는지 확인해주시겠어요?”
조하리만 이런 짓을 한 것 일 수도 있지만 나는 왠지 이런 사람이 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가게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졌다. 가게에 오지도 않고 단순히 베껴서 글을 썼다고 하면 갑자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진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정미희가 연락처를 알아보기 위해 나가고 나도 조하리라고 하는 여자의 SNS로 들어가 보았다.
주로 맛집과 카페를 다니면서 소개하는 여자였는데 팔로워는 15만 명으로 나보다 적었지만 그래도 좋아요가 2천 명 정도 꾸준히 찍히는 사람이었다.
‘신경이 쓰였겠네.’
남천동을 오픈한 이후로 고광택은 장사가 제법 잘 되어서 그런지 나에게 연락이 자주왔다.
통화를 하면 항상 지점을 내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했고 나도 기분이 좋았는데 괜히 이번 일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신경이 쓰였다.
조하리의 SNS를 보니 광고를 받은 것 같은 리뷰들도 많이 있었는데 문득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 로이스 샤롯부산점에 다녀 왔습니다. >
‘이 여자 로이스에도 갔었구나.’
많은 리뷰 글 중에서 부산의 샤롯백화점에 오픈했던 로이스에도 간 글이 있었는데 알로하를 평가한 것과 다르게 거기에는 극찬이 가득했다.
로이스에서 몇 년 동안 일했던 나다.
로이스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여자가 표현한 맛은 조금 과장된 면이 강했다.
‘이 정도는 아닌데? 이것도 거짓말로 쓴 건가?’
하긴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
원래부터 거짓말로 리뷰를 작성하다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게 되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아마 고하은이 눈썰미가 좋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을 수도 있다.
‘만약 뻔뻔하게 나온다고 하면 이 여자는 진짜로 고소를 해야겠다.’
남현성이 고소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고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여자는 참교육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정미희가 다시 들어왔다.
“사장님, 조하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바로 통화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