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2 화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보통 일반인 중에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인기를 얻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구독자가 많은 너튜브는 물론 블로거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알로하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게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었다.
초창기에 우리 가게에 찾아온 쭈영이만 하더라도 이제는 150만 명이 넘는 유튜버가 되었는데 우리 가게를 다녀간 영상의 조회수가 200만을 넘었고 그것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이 있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온 사람도 있을 정도니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선우의 덕분에 SNS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댓글도 남겨주고 좋아요도 눌러주셨다.
이렇듯 SNS 말고도 정미희를 통해서 도움을 주었던 여러 블로거 그리고 지속해서 광고를 넣고 있는 맘카페까지 알로하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서 알로하라는 이름을 빨리 알릴 수 있었고 그것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알로하를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다들 그래도 영향력이 있네?”
상현이는 부정적인 글을 남긴 인플루언서들의 명단을 뽑아 주었는데 생각보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50만 명이 넘는 너튜버, 그리고 파워 블러거, 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주말 동안 알로하를 다녀갔고 글을 남겨주었다.
와준 것은 고맙지만 그들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니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괜찮을까?”
상현이는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는데 나도 고민이 되었다.
부탁을 해서 글을 내려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게 하다가 민심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본 적이 있었다.
손님이 진상인 경우 누가 봐도 가게의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글을 내려 달라고 하여도 가게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건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음식의 맛도 취향에 따라 맛이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을 따지고 들다가는 자칫 사장이 댓글이나 리뷰를 조작하려고 한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참 애매한 상황인데 나는 일단 좀 지켜보기로 했다.
안 좋은 글을 남겨주는 사람도 많이 있었지만 좋은 글을 남겨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좋은 글만 있는 것보다 이렇게 적당한 비난글이 있어야 사실에 무게가 실릴 것도 같았다.
“모니터링 계속해줘. 혹시 심해지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
“여기 있습니다.”
강훈은 김구열 본부장이 건네준 보고서를 받았다. 인플루언서들이 알로하에 대해 남긴 글들이 적혀 있었는데 만족스러웠다.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네, 광고비를 저희가 따로 지급해주기로 약조를 해서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처음에 로이스에 우호적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제안을 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만약에 이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매장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선뜻 나서지를 않았는데 강훈은 그들에게 거액의 광고비를 약속했다.
- 방송에 보고 가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인가 보네요;
- 그러게요 맛있어 보였는데 가면 오래 기다린다고 하니 다음에 가야겠습니다
- 저는 예전에 가봤었는데 돈카츠가 좀 눅눅했던 것 같아요
- 오, 저도 그랬는데 차라리 다른 곳 가야 겠네요
알로하에 안 좋은 의견들이 달리고 있는 것을 보니 강훈은 기분이 좋았는데 이것만으로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전에 광고 대행해준다는 업체 있잖아. 혹시 연락되나?”
“네, 가능합니다.”
“거기에 연락해서 지금 남겨지고 있는 글들 퍼뜨릴 수 있는지 알아봐.”
강훈은 이번 기회에 알로하에 확실히 타격을 주기 위해서 광고대행업체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에 온라인 광고 대행 업체에서 로이스에 연락해온 적이 있었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아이디와 SNS 계정을 이용하여 광고인 줄 모르게 댓글이나 리뷰 작업을 해준다고 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면 알로하에 좀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이렇게 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그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정수아가 투자 제의를 거절하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아 달라는 축객령도 받았다.
갑작스럽게 냉정하게 변한 정수아의 모습에 강훈은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그 배경에 정훈이 있다고 생각했다.
수아에게 정훈과 친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각해서 자신이 지점장으로 있는 백화점에 입점한 사장이어서 좋은 협력관계라는 뉘앙스로 친구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이해했는데 정훈을 만나고 수아가 변한 것을 보니 생각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운 것 같았다.
‘이러면 나가리인가?’
수아와 같이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호감을 사고 잘되면 연인 관계까지 노렸던 자신의 계획이 틀어졌다.
잠시 뉴월드 그룹의 사위가 되는 꿈을 꾸었는데 물 건너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월드 그룹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프레쉬와 갈라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물류나 가공식품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훈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그냥 작은 벌인 줄 알았다.
자꾸 침을 드러내면서 주변에서 신경이 쓰이길래 밟아서 죽였다. 그런데 죽지 않고 살아나 작은 가게를 만들더니 주위를 날아다녔다.
그렇게 조금씩 꿀을 채취하면서 수를 늘리더니 이제는 자신의 꿀까지 침범하려고 하고 있다.
가뜩이나 요식업은 경쟁상대가 많다. 자신에게 독침을 들어내는 상대를 더 이상 크게 놔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부장이 나가고 강훈은 인터넷에 정훈과 알로하를 검색하였다.
그동안 했던 선행과 선우와의 일 등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예전에 그를 괴롭혔던 것처럼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줄 생각이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다.’
***
“광고 문의가 줄어들었다고요?”
일주일이 지나고 기건일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나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주었는데 가맹점 입점을 문의하는 연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가맹점 확보에 열을 올리기 위해 저번 주에 광고를 늘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줄었다고 하니 무언가 이상했다.
“이유가 뭘까요?”
[ 아무래도 여론에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올린 광고글에도 가게에 부정적인 글들이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
정훈은 머리가 아팠다.
솔직히 인플루언서들이 남긴 글이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큰 문제는 그들이 남긴 글이 빠르게 인터넷을 통해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복사 붙여 넣기라도 하듯이 알로하에 관한 글이 있는 곳이면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부정적인 내용이 달렸는데 이것 때문에 가게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었다.
실제로 몇 가지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던 고객이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갔던지 주문한 음식이 20분째 나오지 않았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원래도 이런 사건들은 가끔 나왔는데 그동안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로하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지자 이런 글들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대로 계속 놔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대응 방안에 대해서 회의를 좀 해야겠네요.”
****
“아시겠지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나는 급하게 회의를 진행했는데 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도 상현이를 통해서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해야 할 것 같은데 상현 씨. 발표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상현이는 앞으로 나서서 모니터를 통해 자료를 하나 열었다.
“아무래도 지금 현재 알로하에 일어나고 있는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스플렁크에 자료 분석을 요청했습니다.”
스플렁크는 예전에 뉴월드 백화점에 입점을 할 때 빅데이터 분석을 해주었던 업체이다.
나는 최근 알로하의 검색 트랜드와 인터넷 상에 퍼지고 있는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다시 그들에게 정보 분석을 부탁하였다.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맛있다.’, ‘다시 오고 싶다.’ 와 같은 긍정적인 의견이 전체에 80%에서 90%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목요시식회에 방영하고 조금씩 떨어지더니 지금은 50%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가게를 좋게 평가해주는 글만 봤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의견이 반반이라고 한다. 가게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절반이 실망하고 간다는 이야기였으니 긴장이 되었다.
“혹시 표본이 늘어나서 잠시 변동이 생긴 것은 아닐까요?”
회계팀장을 맡고 있는 문영하 팀장이 조용히 말했다. 방송 이후에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그것 때문에 대기도 길어지고 여러 가지 실수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실망하는 손님들이 많아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단번에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문영하의 말에 정미희가 말했는데 한 때 블로그를 운영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기 보시면 알겠지만 목요시식회 방영 이후에 전국 포털사이트에서 알로하를 검색하는 양이 늘어났습니다. 알로하에 방문한 인플루언서들의 글의 조회수가 대폭 상승했는데 그것을 본 사람들이 또 그 글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영향력이 커진 것 같습니다.”
정미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거기에 동의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지금 알로하에 안 좋은 여론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것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나는 해결방안을 물었는데 정미희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제 생각에 초청회를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청회요?”
“네, 저희가 지금 수비드 돈카츠라는 신메뉴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가게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하여 그 메뉴를 소개하는 거죠. 그들의 마음만 돌릴 수 있다면 글의 수정도 요구할 수 있고 신메뉴 홍보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좋은 생각이네요. 정미희 팀장님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연락해서 참석할 수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
“하…”
알로하 남천동점 사장인 고광택의 딸 고하은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SNS에 남천동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가게를 오픈 한 이후로 자신의 생각대로 가게가 잘 되어서 그녀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기뻐하는 부모님은 보니 행복했는데 안 좋은 점도 있었다.
리뷰나 별점과 같은 사람들의 평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봐서 그런지 안 좋은 글들을 보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SNS에 올라온 글은 인기가 좀 있는 사람이어서 더욱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었는데 그것을 보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발전하려면 원인 파악은 해야겠지.’
그녀는 이 사람이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글을 자세히 읽었는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이 이날 왔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