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1 화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나는 그녀가 왜 강훈을 만났는지 궁금했는데 수아는 그런 나를 데리고 지점장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자 수아가 나를 보고 말했다.
“강훈 씨랑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
“어, 완전 악연이지.”
같은 업종에 있고 사실 로이스를 넘어서 돈카츠로 1등 브랜드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지 계속 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강훈을 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큰일은 아니고 오늘 와서 나한테 투자 제의를 하더라.”
“투자 제의?”
“어, 로이스가 냉동 식품 사업에 진출하는데 나한테 투자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어.”
냉동 식품이라는 말에 나는 마트나 쇼핑몰에서 파는 냉동돈가스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요즘 이름이 있는 돈가스 브랜드들 중에서 기업과 콜라보하여 냉동돈가스를 출시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도 성원당을 다녀오고 나서 한 번 생각한 적이 있는데 아직 알로하는 냉동 식품 사업에 진출하기에는 인지도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로이스가 그 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니 조금은 의외였다.
사실 로이스는 규모나 인지도로 따지면 돈카츠 1등 브랜드였는데 그동안 냉동 식품 사업 진출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업을 한다고 하니 배경이 궁금했다.
‘프레쉬 푸드에 자극을 받은 건가?’
프레쉬 푸드에서 강학우가 강훈의 아버지인 강민태를 밀어내고 회장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밀키트와 가정용 식품 등을 성공시켰던 이유가 가장 컸다.
그것 때문에 로이스가 프레쉬푸드와 했던 계약이 다 끊겼다는 기사를 보고 기분이 좋았었는데 로이스도 사업의 방향성을 이쪽으로 전환한 것 같았다.
직영점을 줄여서 본사가 부담하는 비용과 인력을 감소시키고 가맹점으로 전국에 지점을 늘려서 인지도는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수익은 자사의 냉동 식품 등을 판매하여 수익을 내려는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뭐라고 했어?”
“솔직히 말해서 투자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너도 알잖아. 내가 여기 내려온 이유는 엄마 때문이라는 거.”
그녀가 광주에 내려와서 지점장을 하는 이유는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뉴월드광주점은 그녀와 어머니의 추억이 있는 공간. 그곳에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추억을 회상할 겸 그녀는 이곳으로 내려왔다.
“알지.”
“강훈 씨에게 이야기 들어보니까 오빠가 개인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찾아온 거고”
예전에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가 오빠가 2명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강훈이 그녀의 오빠들과 아는 사이였다니 이것도 의외였다.
“강훈이 너희 오빠랑 친해?”
“이야기 들어보니까 대학교 선후배인 것 같더라.”
“그래?”
하긴 예전에 몇 번 같이 술자리를 할 때면 자기랑 같이 노는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했었다.
그때는 주의 깊게 듣지 않았는데 어울리는 사람 중에 수아의 오빠가 있었던 모양이다.
“로이스 이름으로 돈가스랑 파스타를 가공해서 만들 생각인데 투자하는 조건으로 뉴월드푸드에는 조금 더 저렴하게 납품해주기로 한 거 같아.”
이미 납품까지 생각했다고 하면 생각보다 제품의 개발이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래? 혹시 출시가 언제라고 들은 거 있어?”
“나도 별로 관심 없어서 그것까지는 자세히 안 물어봤는데 원래 뉴월드푸드와 연계해서 식품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 같아. 뉴월드랑 사이가 틀어져서 그 후에는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기억을 떠올려보니 예전에 이것 때문에 지점들을 통해서 조사하기는 했었다.
매장에 가공식품을 진열하여 현장에서 판매하는 것 말이다.
가뜩이나 매장 업무로 바쁜 직원들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회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어쩔 수 없이 찬성표를 들었다.
그때부터 이미 가공식품의 제작을 시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투자할 생각이야?”
“아니, 나는 그런 거 안 하지. 그래도 오빠 지인인데 바로 거절하기가 좀 그래서 생각해본다고 한 거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녀의 사업에 관여할 자격을 없었다. 그녀의 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강훈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강훈은 질이 별로 좋지 못하다. 혹시나 그와 엮여서 일하다가 수아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 되었다.
물론 수아도 공부를 많이 했고 한 지점의 지점장으로서 경험도 있으니 나보다 판단을 더 잘 하겠지 그래도 걱정은 되었다.
“그래, 강훈이랑 같이 사업하는 건 나도 비추야. 내가 부하직원으로 있으면서 겪어봤는데 완전 또라이야.”
“그래? 나한테는 엄청 친절하던데?”
“친절하다고?”
내가 아는 강훈은 친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친절한 적이 있기는 했었다.
최지연을 꼬실 때 말이다.
강훈이 로이스에 입사하고 지점장으로 발령 받으면서 우리 지점을 처음 찾아 갔을 때를 생각해보니 그때는 나쁘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친절한 줄 알고 상사로서 잘 모셨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것이 가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지연을 만나고 나한테 점점 자신의 성격을 드러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수아가 걱정이 되었다.
‘역시 강훈이 수아에게 관심이 있나?’
예전에 입점 경쟁을 위한 발표회를 할 때 수아를 바라보는 강훈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수아는 대기업의 막내딸에 예쁘고 성격도 좋다. 사실 남자라고 하면 그녀에게 끌리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강훈이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수아는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는데 나는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알고 있었어?”
“아니, 저번에 입점 발표회 이후에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 한번 만나자고 말이야. 그동안 계속 거절했었는데 오늘은 직접 여기까지 찾아왔더라.”
강훈이 계속 연락을 했다는 말에 어떻게 보면 투자 제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한 변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만나니까 어때? 너도 관심 있어?”
내가 그녀의 연애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만약 수아도 강훈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면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친구로 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조심히 물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절대로 나는 저런 스타일 딱 싫어해.”
약간은 정색을 하면서 싫다고 말하는 수아의 반응에 나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럼 다행이고 혹시나 네가 관심이 있다고 하면 내가 뜯어 말리려고 했다.”
“당연하지. 나의 하나뿐인 친구 멱살을 잡은 사람인데 친하게 지낼 수는 없지.”
수아의 친구라는 말에 나는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외롭게 혼자 살아온 그녀가 짠하기도 하면서도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아, 커피 먹자.”
그녀의 반응을 보니 강훈에 대한 일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나는 안심하고 내가 사온 커피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커피를 홀짝 마시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 그거 알로하가 하면 어때?”
“어떤 거?”
“냉동 식품 사업 말이야. 알로하도 돈카츠 냉동으로 만들면 되잖아. 만약에 한다고 하면 내가 투자해줄게.”
그녀는 나에게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내가 물류 때문에 고민을 하고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나에게 자체적인 물류망을 가지라고 권유했었다.
그때는 자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뉴월드푸드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했다.
물류는 거절했었지만 냉동 식품 사업 같은 경우에는 나도 욕심이 있었다. 성원당에 다녀오고 나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인지도가 높아야 하고 개발에 인력 및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
그런 관점에서 알로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그리 멀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시식회 방영 이후에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지점 문의도 더 많이 들어오고 방송 출연을 몇 번 더하거나 광고를 하고 나면 브랜드 인지도를 많이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그거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내가 다음에 계획 생기면 연락할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수아가 관심을 보였다.
내가 친구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매번 투자 제의를 하는 것을 보니 알로하를 높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오, 진짜? 그때 나한테 꼭 말해줘야 한다. 알았지?”
“어, 알았어.”
***
“지점을 더 빨리 늘려야겠다.”
수아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왠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로이스가 냉동 식품 산업에 진출하고 만약에 사업이 잘 된다고 하면 돈카츠 1등 브랜드라는 나의 꿈은 멀어지게 된다.
그러기 전에 나도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지점 늘리기를 빨리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저번에 양혜원 점장에게 연락이 온 부산 쪽에 지점 늘리기를 바로 추진하기로 했다.
원래는 대전에 들어가는 가맹점 오픈 이후로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동시에 진행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가맹점 광고도 더 해야겠다.”
가맹점 문의 광고는 기건일이 전담으로 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연락하여 지금 하고 있는 광고보다 더욱 늘리라고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사무실의 문의 열리면서 상현이가 들어왔다.
“정훈아.”
“어, 상현아.”
“이거 소미 씨가 모니터링하면서 발견한 건데 좀 봐봐.”
상무본점에서 일하던 류소미는 본사로 들어와 CS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CS팀에서는 본사로 들어오는 고객 컴플레인 처리와 게시판 관리 등의 일을 했는데 알로하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도 하고 있었다.
블로그나 SNS 등에서 알로하에 방문하는 고객들의 반응을 검색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찾아내는 일이었는데 심각한 표정을 하면서 나에게 자료를 건내주는 상현을 보고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가 준 서류에는 알로하에 다녀온 고객들의 평가가 적혀 있었는데 그렇게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 기다리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짜증이 났다.
- 방송에서 극찬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요약을 하면 이런 내용이 주였는데 안 좋은 내용이 많이 있었다.
그동안 가게를 칭찬하는 글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 이런 내용이 조금 낯설기는 하였다.
“저번 주말 이후에 블로그랑 SNS에 올라온 글들인데 알로하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있어.”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가게에 찾아오는 모든 고객들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마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목요시식회 방영 이후에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는 법인데 점장님들에게 신경을 써달라고 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안 좋은 내용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나도 내 개인 SNS를 통해서 반응을 보는데 좋은 이야기도 많이 있다.
“어, 그렇게 심한 이야기도 아니니까 나도 상관없을 것 같았는데 중요한 건 이 글을 올린 사람들이 문제야.”
“사람들?”
“어, 일반 고객들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