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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88화 (188/225)

제 188 화

“대전에 뉴월드 지점에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매출을 대략 유추했는데 1억이 훨씬 넘을 것 같습니다.”

강훈은 김구열의 보고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로이스에서도 매출 1억을 넘기는 매장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에도 매장 더 넓히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 이번에 가맹점 2개를 추가했고 대전에서도 예비 점주들과의 모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점을 더 늘릴 것 같습니다.”

강훈은 속이 부글거렸다.

알로하는 올해 초 부산 오픈을 시작으로 빠르게 지점을 늘리고 있었다.

자신을 밀어내고 들어간 뉴월드 광주점이 장사가 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가 많이 아팠는데 대전점까지 잘 된다고 하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가맹점 조건은 알아봤어?”

“네, 여기 있습니다.”

김구열은 알로하의 가맹점 조건이 적힌 서류를 강훈에게 보여줬는데 강훈은 그것을 한번 살펴보더니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가맹점 입점 조건 이것보다 더 좋게 한다.”

“알로하보다 말입니까?”

“어, 녀석들이 서울, 경기로 들어오는 건 막아야 할 것 아니야.”

처음에 견제하기 위해서 알로하의 반대편에 매장을 오픈했을 때 그것으로 무너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폐점을 앞둔 곳은 상무점이었고 알로하는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대전과 충청도까지 치고 올라왔다.

더 이상 자리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울과 경기도 쪽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돈카츠 브랜드들이 많이 있어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쉽게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들어와서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시작하면 빠르게 지점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인터넷에 가맹점 광고도 많이 때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다음주에 방영되는 목요시식회에 알로하가 출연을 한다고 합니다.”

“뭐라고?”

목요시식회는 로이스에서 꾸준히 출연 제의를 했던 곳 중 하나다. 하지만 대기업에 소속된 프랜차이즈 회사는 자칫 광고로 여겨질 수 있다고 PD가 계속 거절을 했었다.

그래서 미련을 버렸는데 알로하가 그곳에 출연한다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저희가 가맹점 조건을 좋게 하고 광고를 많이 해도 목요시식회 방송이 나가고 나면 사람들이 알로하에 관심을 가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구열의 말에 강훈은 화가 났다.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부터 김정훈은 거슬렸다.

이제는 왜 그를 싫어했는지 이유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그냥 그가 자꾸 자신과 연관되는 것이 싫었다.

“알로하가 저번에 성장한 이유가 뭐라고 했지?”

“블로그와 SNS에서 맛집이라고 소문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그것 때문에 젊은 층을 상대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거기서 시작하지. 우리한테 호의적인 인플루언서들 있잖아. 리뷰 하나 올려주는 걸로 돈 많이 받아가는 녀석들 말이야.”

“네, 있습니다.”

“거기에 이야기해서 알로하를 까는 리뷰 좀 남겨달라고 해.”

“비방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아마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누가 비방을 하라고 했어.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거 있잖아. 서비스가 생각보다 별로였다. 돈카츠가 조금 눅눅하게 나왔다. 면이 퍼졌는데 먹을만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이 있으면 관심이 사라지게 만들어야지.”

“네, 목요시식회 방송에 맞춰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드라마 PPL 들어갈 수 있는 곳 알아봐.”

“드라마 말입니까?”

“그래, 내 생각에도 알로하가 드라마에 출연한 게 사람들 인식에 강하게 남았던 것 같아.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로 비용이 좀 나와도 좋으니까 PPL 집어넣을 수 있는지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강훈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생각했다.

직영점을 줄이고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영업 전략을 변경하였다. 그런데 만약 알로하와의 지점 쟁탈 경쟁에서 밀린다면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지점 경쟁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뉴월드 백화점 때문이었다.

대전점에서까지 알로하가 성공을 하자 뉴월드 백화점 내부에서 식당 입점을 논의할 때 알로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뉴월드의 기획실장인 정종인에게 들었다.

그는 분발하지 않으면 밀려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문이 빠른 것이 이 바닥이었다. 브랜드 경쟁력에 밀렸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다른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정수아가 만나주면 일이 편할 텐데…’

뉴월드 그룹의 막내딸.

그녀와 만나고 사윗감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 이런 것을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저번에 잠시 만났을 때 외모와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몇 번 만남을 요청했었는데 계속 거절을 당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녀는 뉴월드의 막내딸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자연스럽게 만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군.’

***

< 하마루 돈카츠 >

저녁이었지만 이곳에도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잠시 기다린 후 매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 100시간 숙성된 돼지고기를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 후 맛있게 튀기는 돈카츠 ]

자리에 앉자 보이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니 어떤 맛인지 진짜로 궁금했다.

“먹을 생각하니까 좋아?”

내가 메뉴판을 보면서 웃고 있자 단비가 나에게 물었다.

“어, 여기 엄청 맛있다고 하던데?”

“그래? 근데 오빠는 돈카츠 그렇게 먹고도 안 질려? 나도 돈카츠 좋아하는 편인데 오빠는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

“어, 오빠가 돈카츠에 진심이잖아.”

단비는 나를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는데 나는 돈카츠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매장에 있을 때는 돈카츠 먹는 날이 많았고 어디를 가도 근처에 돈카츠 집이 있으면 자주 찾아갔다.

어쩔 때는 하루 세끼를 돈카츠만 먹은 적도 있는데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나의 인생푸드였다.

“나는 여기 하마루 정식 먹을게. 자기는 뭐 먹을래?”

하마루 정식은 돼지고기 안심을 튀겨 낸 돈카츠였다. 우리 가게로 따지면 히레카츠라고 할 수 있었는데 수비드 형식으로 만든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

“나는…스테이크동 먹을래.”

단비는 두툼한 소고기 스테이크가 밥 위에 올라가는 스테이크 덮밥을 골랐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소고기도 수비드 형식으로 만들어져 맛있을 것 같았다.

주문을 하고 단비와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단비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서 고개를 움직였는데 가족이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부와 아들 하나 딸 하나인 가족이었는데 아빠가 돈카츠를 자르고 있고 엄마가 아이들 입에 돈카츠를 열심히 넣어주고 있었다.

“보기 좋다.”

단비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는데 나도 저런 가족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공장에 다니셨는데 대체로 몸을 많이 쓰셔서 그런지 주말에는 잠으로 대부분 시간을 보내셨다.

가끔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 경양식 집에 우리 가족 모두 가서 밥을 먹었는데 그때 좋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내가 돈카츠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 그런 것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나중에 결혼하면 우리도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낳자.”

“두 명이나?”

“어, 그런데 왜 그렇게 놀래?”

솔직히 조금 놀랐다. 그녀가 아이를 좋아하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에 관해서 별로 이야기를 안 해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나는 자기가 별로 아이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아, 그래?”

“내가 저번에 하윤이 보러 가자고 했는데 다음에 가자고 했잖아.”

저번에 하윤이를 보러 갈 때 그녀와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녀가 다음에 같이 가자고 해서 나는 그녀가 아이에 크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아, 그거는 아가씨 아직 몸도 불편한데 괜히 나까지 간다고 하면 이것저것 준비할까 봐 그랬지. 그리고 그때 오빠한테 이야기는 안 했는데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어.”

“그랬어?”

하긴 그녀가 온다고 하면 은정이의 성격상 음식도 준비하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감기 기운이 있었다고 하면 코로나일 수도 있으니 아이가 있는 집에는 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당연하지. 하윤이 사진 보니까 엄청 예쁘던데 나도 보고 싶다.”

“응, 엄청 귀여워. 그 전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하윤이 보고 나니까 나도 딸 가지고 싶더라.”

“그래?”

“어, 자기는?”

“나는 그럼 오빠 닮은 아들로 할래. 저번에 TV에서 봤는데 7살 된 아이가 엄마랑 같이 장보고 오는데 무거우니까 자기가 들어준다고 하더라. 그런 아들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아.”

“그래, 그럼 딸 하나 아들 하나 낳는 걸로 하자.”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저쪽에서 직원이 음식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직감적으로 우리가 주문한 메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단비와 나는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주문하신 하마루 정식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우와”

“오빠, 이건 사진 찍어야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크기였다. 돼지고기가 아니라 두꺼운 안심스테이크를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든든하게 만들어주었다.

더군다나 안심은 약간 붉은빛이 돌면서 욕즙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너무나 맛있게 보였다.

나는 돈카츠를 약간 들어 빵가루로 살펴보았는데 바삭거리는 노란색 빵가루가 인상적이었다.

‘색깔이 너무 예쁘다.’

수비드로 만든 돈카츠의 장점 중 하나가 오래 튀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돼지고기를 수비드로 어느 정도 익힌 다음에 돈카츠로 튀기는 것이기 때문에 살짝만 튀겨도 된다.

가게에서 돈카츠를 먹다 보면 너무 오래 튀겨서 빵가루가 갈색으로 변해버리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수비드로 만든 돈카츠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래도 빵가루가 너무 타버리면 바삭거리는 느낌보다 딱딱한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지금 보고 있는 돈카츠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자 직원이 단비가 주문한 스테이크동도 들고 왔다. 그것 역시 밥 위에 스테이크가 정갈하게 올라가 있어서 너무나 맛있게 보였다.

서로 눈을 마주친 우리는 돈카츠 한 조각과 스테이크 한 조각을 들고 건배를 하듯이 젓가락을 부딪쳤다.

“우리의 즐거운 여수 여행을 위하여.”

나는 말과 함께 돈카츠를 입으로 가져 갔는데 너무 커서 한 입에 집어 넣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절반을 베어서 먹었는데 나의 이빨 자국이 남은 돼지고기에는 그대로 육즙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음…오빠 여기 스테이크 너무 부드럽다.”

단비가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돈카츠 맛에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류형준이 여기를 가보라고 했는지 숙성을 한 고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그동안 나름 알로하 돈카츠가 맛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솔직히 먹어보고 큰 차이가 없다면 그냥 지금 방식을 밀어붙일 생각도 조금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먹어보고 나니 확신할 수 있었다. 최고가 되려면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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