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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87화 (187/225)

제 187 화

나는 아침 일찍부터 차를 타고 단비의 집으로 갔다.

오늘은 여수로 놀러 가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저번에 대전에서 동물원에 간 이후로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나도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로또에 당첨되고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매장에 직원들을 구해서 오토로 돌리고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다니면서 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알로하가 장사가 잘되게 되고 더 크게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이런 계획들이 조금은 미루어졌다.

알로하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기분이 좋았지만 이렇게 단비와 같이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차를 주차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단비가 집에서 내려왔다.

그녀도 여행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는지 어젯밤 나에게 무엇을 입을지 물어봤다.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고민하더니 결국 내가 예쁘다고 한 옷을 입은 모양이다.

나는 차에서 내려 그녀의 짐을 받아 주었다.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왔는데 1박 2일인데도 불구하고 짐의 크기가 좀 큰 것 같았다.

“어서 와”

“어, 오래 기다렸어?”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그녀의 짐을 트렁크에 실은 나는 여수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어? 커피 샀네.”

“어, 오는 길에 사 왔어.”

“고마워, 안 그래도 아침부터 짐 싸느라 정신없어서 커피 마시고 싶었는데…”

그녀는 내가 준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행복한 표정이었다.

“오빠는 또 바닐라라테야?”

“어, 나 원래 이것만 먹잖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는 이런 것도 비슷했다. 내가 항상 바닐라라테만 먹는 것처럼 그녀는 항상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먹었다.

고등학교 때 좀 통통해서 다이어트한다고 아메리카노만 먹었는데 그때부터 적응이 되어서 그것만 먹는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가 아메리카노만 먹는 것보다 그녀가 통통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은 날씬해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사진에는 예전 모습이 남아 있다고 했는데 결혼 전까지는 절대 안 보여준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고 목을 축인 우리는 드디어 여수로 출발하였다.

***

“음음음”

오랜만에 차를 타고 광주를 벗어나서 그런지 단비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는데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가이드님. 오늘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가이드?”

“어, 오늘 여행 계획 오빠가 짠다고 했잖아.”

나는 그녀의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당당하게 나를 쳐다보고 계획을 요구했는데 나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어, 일단은 여수 바닷가 드라이브를 할 거야.”

“오, 드라이브 좋지.”

일단 점심을 먹기 전에 나는 드라이브를 생각했다. 일단 오늘 날씨가 너무나 좋았고 또 오늘은 나도 차를 타고 좀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점심때는 게장을 먹을 거야.”

“게장?”

“어, 자기가 게장 좋아하잖아.”

단비의 부모님을 만난 이후로 혼자 사는 나를 위해 반찬을 자주 주셨는데 장모님이 만든 게장이 정말 맛있었다.

1년에 한 번씩은 많이 담가서 먹는다고 했는데 그런 게장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단비는 게장을 정말 좋아했다.

솔직히 나는 자취를 오래 하다 보니 게장과 같은 음식은 먹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여수가 게장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곳에 온 김에 그녀에게 맛있는 게장을 사주고 싶었다.

“맞아, 나도 이야기 들었어. 안 그래도 여수가 게장 맛있다고 해서 먹고 싶었는데 너무 좋다.”

“나머지는 이따가 알려줄게.”

“왜?”

“너무 미리 알아도 재미없잖아.”

“하긴 여행이 기대감이 있어야 좋지.”

***

“오빠, 여기 너무 예쁘다.”

여수에 도착한 우리는 해변도로를 달렸다.

오른쪽에는 푸른 바다가 있었고 도로 양쪽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는데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들이 꼭 조명 빛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 사이로 여수의 바다가 그림처럼 보였는데 차도 많지 않아서 드라이브하기에 딱 좋았다.

그렇게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2시 30분이 되었는데 나는 바로 유명하다는 게장 집으로 향했다.

근처에 주차하고 게장 집으로 향했는데 단비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잠깐만 오빠 이거 게장 집 줄 아니야?”

길가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는데 단비의 말을 듣자 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나는 단비의 말을 부정하면서 길을 따라갔는데 줄은 게장 집 입구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에 대해서 검색할 때 맛집이고 사람이 좀 많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매장 입구에서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안내를 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지금 기다리면 얼마나 걸릴까요?”

“한 시간 넘게 걸려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말에 고민이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기다리실 거예요?”

“고민 중입니다.”

“그럼 입구 막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세요.”

직원은 나에게 손짓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왠지 말투가 톡톡 쏘는 것이 친절함과 느는 거리가 먼 모습에 조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직원인지 알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엄청 많이 줄을 서고 있다. 나처럼 물어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니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너그럽게 이해를 해주기로 했다.

단비에게 돌아오니 그녀는 어느새 줄을 서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 물었다.

“오빠, 오래 걸린 데?”

“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한 시간?”

나의 말에 단비는 놀라는 표정이었는데 하긴 한 시간은 기다리기에는 너무 부담되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우리 뒤에 줄을 선 사람은 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그냥 다른 곳 갈까?”

“나는 그래도 상관이 없는데…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기다리는지 궁금하네…”

하긴 이것은 나도 궁금했다.

우리 가게 돈카츠 맛있다.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고 말이다. 점심시간이면 우리 지점들도 줄을 서면서 기다리는 곳이 많이 있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아마 기다리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서 먹다니 게장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그래? 그럼 그냥 기다릴까?”

“그래, 그러자.”

생각보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는 하지만 어차피 자유여행이었다. 밥 먹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와 단비는 근처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마시면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줄은 줄어든다고 앞에 사람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직원과 언쟁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기요, 30분 걸린다고 했는데 벌써 30분이 넘었어요”

“제가 30분 넘게 걸린다고 했지. 딱 30분이라고는 안 했잖아요.”

“뭐라고요?”

“여보, 싸우지 마. 우리 그냥 가자.”

“내가 더러워서 다시는 여기 오나 봐라.”

아까 나에게도 불친절하게 대했던 직원이 다른 손님과 언쟁을 높이고 있었는데 보기에 별로 좋지는 않았다.

결국 다툼하던 남자와 가족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가버렸다. 하지만 직원으로 보인 남자는 가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나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고객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10분 정도만 기다리시면 자리가 나올 것 같은데 저희가 기다리신 만큼 맛있는 음식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나였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로이스와 아울렛에서 서비스 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기분이 좋고 나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직원은 내 기준에서 당장 잘라야 할 암적인 존재였다.

‘자식인가?’

일하는 방식으로 봤을 때 이런 트러블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저렇게 나와서 손님을 받는 것을 보니 직계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도 오래 못 가겠군.’

나는 이 가게가 오래가지 못하고 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람들이 몰리고 이렇게 줄을 많이 서면 고객 한 명에게 소홀해지기 쉽다.

너 하나 안 와도 된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이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 사람은 한 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인맥은 결코 한 명이 아니다. 가게에 실망하고 떠난 사람이 자신의 지인을 만날 때마다 가게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렇게 되면 안 좋은 소문이 나서 망하는 것은 또 한순간이다.

우리 가게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장사가 안되는 것도 마치 댐이 허물어져 내리듯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직원 교육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

이제 직영점도 늘어나고 있고 가맹점도 많아졌다. 내가 뽑은 직원들은 그렇게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가맹점주들이 직접 뽑은 직원들도 상당했다.

‘나중에 이 경험을 직원교육하는데 쓰면 되겠다.’

잠시 회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단비가 나를 불렀다.

“오빠.”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아까부터 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데 여기 온 거 후회하는 거 아니지?”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단비가 혹시나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려서 기분이 나쁜 건지 물었다.

솔직히 너무 오래 기다려서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좋은 마음으로 드라이브하고 왔는데 굳이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

“아니야, 그냥 잠깐 여기는 어떻게 일하나 보고 있었어.”

“또 직업병 나왔구나.”

내가 다른 식당에 가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본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나의 직업병이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직업병이 맞는 것 같다.

“오, 이제 줄 많이 줄어들었다. 곧 있으면 들어갈 수 있겠다.”

***

“단비야, 맛은 어땠어?”

“맛은 있는데 한 시간 기다릴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게장을 다 먹고 나서 가게를 나왔다. 나는 단비에게 맛에 관해서 물었는데 그녀는 조금 실망한 것 같았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 그런지 우리의 기대는 많이 높아져 있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

광주에서 파는 일반 게장 집보다는 맛이 있었지만 말처럼 한 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도 경험이지. 저녁에는 더 맛있는 거 먹자.”

“그래, 저녁 메뉴는 뭐야?”

더 맛있는 것을 먹자는 말에 단비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돈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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