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6 화
두레 푸드를 방문한 다음 바로 규원 축산을 찾아갔다. 이곳에도 오랜만에 오는 것이었는데 그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박규원을 만나 고기 물량 확보에 관해서 물었는데 그는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우리도 문제없어.”
“다행이네요.”
“그런데 한 번에 5개라니 매장을 너무 급하게 늘리는 거 아니야?”
그는 오히려 빠른 확장을 하는 나를 걱정해주었다. 그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알로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곧 있으면 목요시식회도 방송되는데 방송에 나가면 아마 장사가 더 잘 될 겁니다.”
“그래?”
나의 말에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예전에 나의 권유로 직원을 늘릴 때 그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우리 때문에 최근에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 엄청 고마워했는데 덕분에 나도 장사가 잘되고 규원 축산은 물론 두레 푸드까지 장사가 잘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는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그가 나를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이번에 돼지 가격이 또 올랐어.”
한 달 전에 고기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런데 벌써 올랐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얼마나요?”
“어, 올 초랑 비교하면 벌써 한 15% 정도 오른 것 같아.”
“이유가 뭔가요?”
TV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를 보기는 했다. 정확한 이유가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는데 그가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말했다.
“다 코로나 때문이지. 코로나 발생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심해진 것 같아. 사료에는 곡물이 들어가는데 곡물이 부족하니까 사료가 비싸지고 그것 때문에 돼지 가격도 올라가는 거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생각해보면 밀가루나 식용유 같은 곡물로 만드는 재료의 원가도 많이 올랐다.
돼지고기, 밀가루, 식용유…
어떻게 보면 돈카츠에 꼭 들어가는 중요한 재료들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었다.
“알로하 때문에 돈 많이 벌어서 내가 이번에는 가격 동결해 주려고 하는데 여기서 더 오르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조금 올려야 할 것 같아.”
하긴 그도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이미 10%나 올랐는데 그 전과 같은 가격으로 해준다고 하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돼지고기 가격이 여기서 더 오를까요?”
“음… 내 생각에는 더 오를 것 같아. 코로나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거든…”
코로나 환자는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에 적응하고 위드 코로나라고 하여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가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의 말처럼 더 장기화하면 고기의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원래 물가라는 것은 한꺼번에 오르고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유튜브에서 봤다. 알게 모르게 미세하게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돼지고기가 오른다고 하면 아까 말했던 다른 식재료들도 가격이 많이 오를 수도 있었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면 오르기 전에 많이 사두면 되지 않을까?’
지금 밀가루와 식용유는 같은 재료들은 뉴월드 푸드에서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 뉴월드 푸드와 계약 시 굳이 자기들에게서 주문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대량 구매해서 보관만 잘할 수 있다면 가격이 올랐을 때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법을 찾아보자.’
***
박규원과의 만남을 끝내고 나가는 길에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어, 돈가스. 오랜만이야.”
동성이 형님은 근육질의 팔을 자랑하면서 열심히 고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더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알로하에 들어가는 고기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지. 동준이한테 이야기 들으니까 알로하 장사 잘된다고 하던데 나는 돈가스가 성공할 줄 알았어.”
그는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축하해주었는데 다른 직원들의 시선이 쏠려서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다 주변에서 저를 도와준 덕분이죠.”
“그래, 우리 언제 한 번 또 뭉쳐야지?”
“형님이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오케이, 알겠어. 오늘은 좀 힘들고 내일 어때?”
보통 이럴 경우에는 ‘그래 다음에 밥 한번 먹자.’ 하면서 헤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바로 날을 잡아버리는 그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네, 그럼 제가 내일 저녁에 맛있는 거 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나쁠 것 같지 않아서 수락하였다.
“오케이, 알았어. 그럼 내일 저녁에 보는 것으로 하자고.”
그와 잡담하면서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물이 담긴 수조 속에 고기들이 팩에 담겨 있었는데 위를 보니 워터에이징이라고 적혀 있었다.
“형님, 이거는 뭔가요?”
“아, 그거? 워터에이징이라고 고기 숙성시키는 거야.”
안 그래도 숙성에 관해서 최근에 고민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런 숙성 방법도 있다고 들었는데 관심이 생겼다.
“그래요?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거? 고기를 진공 포장해서 차가운 물 속에 넣고 일정 기간 담가두는 건데 이렇게 되면 수분 증발이 적어 육즙이 더 촉촉해지고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워지지.”
‘육즙이 촉촉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딱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혹시 이게 수비드인가요?”
기억을 떠올려보니 고기를 물속에 담가 연하게 만드는 요리가 있었는데 수비드라고 했던 것 같다.
“비슷한데 워터에이징은 숙성하는 방법이고 수비드는 조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돼. 진공 포장된 고기를 따뜻한 물에 담가 익히면 그것을 수비드라고 하는 거지.”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찾는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래요?”
“어, 가격이 비싸고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거든 또 돼지고기 등심으로는 그렇게 큰 효과가 없고 부드럽게 먹는 돼지고기 안심이나 소고기로 해야 효과가 크지.”
“어쨌든 이렇게 하면 맛이 있다는 거네요?”
“당연히 맛있지.”
***
“워터에이징과 수비드라…”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인터넷으로 수비드를 검색해 보았다.
생각보다 수비드를 이용하여 조리하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는데 블로그에 사람들이 남긴 리뷰를 보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게 탐색하고 있다가 수비드로 만든 돈카츠 가게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마루돈카츠?”
일본어로 된 이름이었는데 우리 가게처럼 일본식 돈카츠를 전문으로 하는 것 같았다.
“잠깐 이 가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는 기억을 떠올렸는데 류준형이 나에게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던 맛집 가운데 하마루돈카츠가 있었다.
반으로 잘라진 돈카츠 사진을 보고 있으니 확실히 부드러움이 느껴졌는데 나는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여수에 있구나…”
광주에서 여수는 그렇게 멀지 않다. 차를 타고 가면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언제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따르릉
“여보세요.”
[ 어, 오빠. 나 이제 일 끝났어. ]
“그래? 고생했어.”
단비의 전화였다. 오늘 야근을 좀 한다고 했는데 이제 일이 끝난 모양이다.
[ 오늘 오빠 보고 싶었는데 피곤해서 안 되겠다. 우리 내일 보자. ]
“어… 나 내일은 약속이 있는데…”
[ 진짜? 누구랑? ]
“동성이 형님이라고 친하게 지내는 형님 있는데 내일 보기로 했어.”
[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
단비는 풀이 죽은 목소리였는데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전에 지원을 다녀오고 또 방송 때문에 서울에 출장을 갔다. 다녀와서는 그녀가 세일 때문에 야근해서 자주 보지 못했다.
내가 일이 바빠질수록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미안했다.
“단비야, 언제 쉰다고 했지?”
[ 나 이번 주말에 쉴 것 같아. 야근을 많이 해서 주말에는 붙여서 쉬려고. ]
“그래? 잘됐다. 그럼 우리 1박 2일로 여수에 놀러 가자.”
[ 여수? ]
“어, 거기 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바람도 쐬고 오자.”
여수에 가서 수비드로 된 돈카츠 맛을 봐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단비랑 같이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경치도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았다.
[ 그래! ]
놀러 가자는 말에 단비의 목소리는 밝아졌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알았어. 그럼 이번 여행 계획은 내가 짜도록 할게.”
[ 알았어. 안 그래도 답답했는데 여행 갔다 와서 스트레스 풀어야겠다. ]
***
“그러니까 폐유 업체에 이야기해서 식용유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어, 아직 우리가 구매팀이 없으니까 너한테 부탁 좀 하자.”
아직 우리 회사에는 구매팀이 없다.
원래 프랜차이즈 본사를 만들면서 구매팀도 갖추려고 했는데 어차피 뉴월드 푸드의 물류를 쓰고 있으니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이 일을 상현이에게 맡겼다.
지금도 하는 일이 많은 그였지만 딱히 맡길 사람이 그밖에 없었다.
“근데 거기가 식용유 판매도 해?”
“어, 원래 예전에 거기서 식용유 구매했었어.”
원래 폐유수거업체에서 식용유 판매도 같이한다.
매장으로 와서 식용유를 내려주고 폐유를 수거해가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단점이 있다면 사용량이 적은 매장의 경우 2주에 한 번 정도밖에 안 온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본점의 크기가 작았을 때는 이 업체를 통해서 식용유를 받았는데 규모가 커지고 뉴월드 푸드와 계약을 하면서 지금은 폐유 수거에 관한 일만 맡기고 있었다.
뉴월드 푸드는 식용유 주문을 넣으면 바로 배달을 해주기 때문에 훨씬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와 계약이 끊긴 이후로 식용유 사장님이 몇 번 찾아와 다시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하였는데 계속 거절했었다.
그런데 만약에 대량으로 구매해 보관해 둘 수 있다고 한다면 거기서 식용유를 구매해서 놔두고 필요할 때 조금씩 가져다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멀리 있는 대전이나 부산까지 물건을 보내기는 어렵겠지만 광주에도 지점이 많아져 사용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만 이라도 쓴다고 하면 나중에 식용유값이 올랐을 때 재료비를 많이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아, 그리고 밀가루도 알아봐 줘.”
“밀가루?”
“어, 밀가루도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아. 그것도 유통기한 기니까 살 때 보관해두면 좋을 것 같아.”
“그래? 그거는 밀가루 제조 공장에 문의해야겠지?”
“아마도?”
“알았어. 그것도 알아볼게. 그런데 밀가루는 어디에 보관하려고?”
하긴 사는 것도 문제인데 보관하는 것도 문제이다. 매장들이 사용하는 물량을 생각하면 자리를 꽤 많이 차지할 것이다.
“그거는 일단 대량 구매 가능하다고 하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