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5 화
“혼자 하고 싶으셨다고요?”
나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욕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자기 혼자 알로하를 대전에서 독점하고 싶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 저는 애초에 다른 점주들이 참석하기 전부터 알로하 가맹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모임에서 보니까 생각보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알로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1차로 거르고 모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혹시 제가 뽑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
그의 말에 나는 머리가 살짝 아파왔다.
[ 알로하를 만나기 전에 몇 가지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을 했었는데 다 실패했습니다. 단순히 홈페이지나 본사에서 제시하는 조건이 좋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알로하에 대해 알아보면서 여기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경쟁자가 많아서 자신이 밀릴까 봐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런 것 같았다.
“박지만 씨. 그게 영업방해입니다.”
나의 말에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우리 가게를 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는 선을 넘었다.
[ 죄송합니다. ]
한동안 말이 없던 그가 나에게 사과를 했다.
“다른 점주들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 혹시 허위 사실이 있습니까?”
[ 아니요, 허위 사실은 없습니다. ]
나는 그나마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조금 더 안타까웠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알로하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지점을 내주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열정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가게를 하기를 원했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는 가게를 내어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하지만 박지만 씨에게 가맹점을 내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 네?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
그는 간곡한 목소리로 나에게 부탁을 하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도와줄 수는 없었다.
만약 알로하가 프랜차이즈 회사가 아니라 예전처럼 자그마한 가게에 불과했다면 내 직권으로 지점을 내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알로하는 제법 규모가 커졌다.
회사에서 정한 기본적인 규율과 규칙을 지켜야 한다.
“죄송합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와 통화를 끊으신 후 다른 점주들에게 연락을 해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씀하십시오.”
어찌되었던 그는 우리 알로하가 가맹점을 늘리는 영업을 방해하였다. 다른 점주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정이 필요했다.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나중에 점주들에게 따로 확인을 하겠지만 만약 박지만 씨가 점주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으신다면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입에서 고소라는 말이 나왔다. 되도록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예비 점주들이 모였을 때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프랜차이즈 사업이 처음이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네…제가 점주들에게 다 연락을 하겠습니다.”
***
며칠이 지나고 대전에서 만났던 예비 가맹 점주들과 연락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무려 네 명의 점주들이 가맹 계약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미소까지 합하면 총 다섯 개의 가맹점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예비 점주들과의 만남을 진행하면서 많으면 3개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곳에서 가맹 계약을 희망하자 기분이 좋았다.
이게 다 우리 알로하를 좋게 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사실 박지만이 우리 회사보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조건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퍼뜨려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아무도 계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박지만이 그런 일을 할 정도로 우리 알로하가 매력이라는 것이 알려져 오히려 좋은쪽으로 작용을 한 것 같다.
원래 라면도 남이 먹고 있는 라면이 더 맛있다고 내가 마음에 별로 없다가도 남들이 좋다고 달려들면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니까 말이다.
“오픈 희망 지역을 살펴봤는데 대전에 2개, 그리고 청주에 하나, 천안에 하나 그리고 세종시에 1개.”
상현이의 말에 나는 지도를 살펴보았다.
예비 점주들을 모을 때 대전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뉴월드푸드의 물류는 전국으로 배송이 가능했기 때문에 충청도에서도 입점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집했는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가맹을 희망했던 모양이다.
가맹점이 늘어나서 기분이 좋기는 했는데 걱정되는 점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최근에 광주에 2개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재료의 양이 증가했다. 그런데 거기에 5개가 더 늘어난다고 하면 생각보다 갑자기 지점들이 사용하는 재료가 증가한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인테리어 공사도 걱정이 되었다.
안 서방이 맡아주고 있지만 충청도는 타지였다. 거기에 5개의 매장을 새롭게 꾸며야 하는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규원과 두레에 연락해서 확인 해볼게.”
박상현이 나에게 말했는데 나는 손을 저었다.
“아니야, 내가 가볼게.”
“직접 가려고?”
“어, 오랜만에 사장님들 얼굴도 좀 보고 다른 문제는 없는지 좀 보려고…”
“그래. 알았어.”
나는 상현이에게 말하고 회사를 나왔다. 일단은 두레푸드로 먼저 찾아갔는데 예전에 일하는 아줌마들을 구해준 이후로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차를 몰고가 두레푸드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공장을 살펴보았는데 생각보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을 더 뽑은 건가?’
나는 공장 한 켠에 있는 사무실로 갔는데 자리에 앉아 있는 김현태를 만날 수 있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미리 연락을 하고 와서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고 소파에 앉았는데 그가 나에게 커피를 권했다.
“시원한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네, 마시겠습니다.”
그는 나를 위해 커피를 타기 시작했고 나는 사무실을 둘러 보았는데 예전과 다르게 조금은 정리 정돈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는 나에게 커피를 주면서 용건을 물었는데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하였다.
“아, 이번에 충청도 지역에서 가맹점 다섯 개를 오픈할 것 같은데 물량 확보에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차 왔습니다. 겸사겸사 사장님 얼굴도 보고요.”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가맹점 계약이 다섯 개나 들어왔습니까?”
그는 매장에 늘어난다는 이야기에 놀라는 눈치였는데 하긴 알로하의 매장이 늘어나는 속도가 말이 안되기는 했다.
“네,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네요. 매출은 5천에서 7천만 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가능할까요?”
나의 말에 그가 대략적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정도면 뉴월드광주점 들어가는 물량에 3배 이상은 필요하겠네요.”
그는 계산기를 두드렸는데 조금 고민을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필요한 재료의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는데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네, 이번에 직원들도 새롭게 들어와서 교육시키고 있으니 열심히 작업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장에 일하는 사람이 좀 많아진 것 같네요.”
“네, 그동안 직원 공고를 계속 올렸고 충원했습니다.”
내가 예전에 그에게 직원을 추천해 주기는 했는데 솔직히 그때 직원들을 받은 이후로 더 충원을 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더 많이 받았다고 하니 조금은 의외였다.
“혹시 다른 곳과 또 계약을 했습니까?”
기존에 두레푸드는 우리하고만 계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꼭 우리하고만 일을 하라는 법은 없었다.
직원을 더 뽑았다는 말에 다른 곳과 계약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사실 이건 사장님에게만 드리는 이야기인데 공장 인수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인수 제의요?”
“네, 원래 예전에 아버님 돌아가시고 공장 팔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공장이 팔리지 않아서 그냥 제가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사장님 만나고 공장이 제법 잘 돌아가서 그런지 최근에 인수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랬군요.”
하긴 나도 알로하가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자 뚝불의 사장인 김장춘이 인수를 제안했었다.
공장도 열심히 돌아가고 돈이 벌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넘기는 것을 좀 고민을 했는데 기껏 힘들게 키웠는데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좀 아깝더군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이유로 알로하 인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로하 물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다른 가게에서 주문도 받으려면 물량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직원을 계속 충원하였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알로하 점포가 너무 빨리 늘어나서 다른 가게들 영업할 시간이 없네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는데 그가 발빠르게 움직여준 덕분에 소스에 관해서는 나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행이네요.”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알로하의 지점은 계속 많아지고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럼 지금은 하청을 주고 있는 모든 비용들의 금액도 점점 커질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하청을 계속해서 주는 방법도 있지만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직접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직접 소스를 제조하고 운영하면 중간에 발생하는 이익을 내가 가져갈 수 있으니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지만 성원당을 다녀오고나서 느끼는 점이 있었다.
성원당에서는 제조부터 시작하여 모든 과정을 본사에서 직접 컨트롤 한다. 덕분에 발생되는 이익 역시 모두 본사가 가져가는데 덕분에 큰 적은 지점으로도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나는 내가 직접 공장을 인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하고 장사가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인수를 하면 이익이 커진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었다. 직접 운영하는 것만큼 리스크가 크다.
괜히 공장을 인수했다가 혹시 장사가 안 되면 그것은 오로지 본사의 손해가 된다. 하지만 그냥 하청업체라고 하면 주문 물량만 줄이면 된다.
꼭 자기 것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한 차례 인수를 거절했다.
만약에 내가 직접 공장을 운영하려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