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4 화
“이상한 사람이요?”
[ 네, 사실 그때 점주들 모임 끝나고 나서 예비 점주 중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모임을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
“그랬군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창업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나도 예전에 15평 정도의 작은 가게였지만 이것저것 따져보고 엄청나게나게 신중히 결정하였다.
그때는 혼자 고민하느라 좀 힘들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 네, 그런데 모임에서 주최한 박지만이라는 남자가 생각보다 알로하의 조건이 별로라고 하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
나는 그녀의 말에 박지만이라는 남자를 떠올렸다. 약간 왜소한 체형에 예비 점주들과의 만남에서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던 남자였다.
그래서 생각보다 관심이 없나 보다 하고 나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점주들이 따로 모인 자리에서 그랬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했다.
[ 처음에는 그냥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금 있다가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비교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
“비교를요?”
[ 네, 저도 솔직히 말씀드려서 다른 프랜차이즈와 알로하를 비교를 해보기는 했습니다. ]
돈카츠를 전문적으로 가맹점을 내어주는 곳은 많이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입장에서 다른 곳과 조건을 비교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하지만 박지만 씨는 다른 브랜드를 치켜세웠는데 알로하를 못하게 꼭 영업방해를 하는 것 같아서 찝찝했습니다. ]
“영업방해요?”
[ 네, 저도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는 점주 모시기 경쟁이 심하여 다른 브랜드 창업에 관심이 있는 점주들을 데려오려고 일부러 방해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예전에 지점 확보 경쟁이 심한 편의점 업계에서는 자신의 브랜드로 바꾸기 위해서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우리라고 그렇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혹시 그 사람이 비교한 다른 브랜드들은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 어, 신촌카츠, 남산돈까스, 그리고 로이스였습니다. ]
그녀의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로이스요?”
[ 네, 로이스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한동안 조용히 지내는 것 같았던 로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신경이 쓰였다.
하긴 최근에 로이스도 직영점을 줄이고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가맹점 경쟁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일까?’
다른 돈카츠 프랜차이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로이스가 포함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강훈의 견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 네, 알로하 차리려고 마음먹었던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알려 드리려고 전화 드렸어요. ]
나는 그녀에게 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물었고 그녀는 그때 메모해 두었던 것들을 나에게 전달해 주었는데 확실히 알로하에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옆에서 좋은 소리를 하면 좋아 보이고 싫은 소리를 하면 안 좋아 보인다.
주식도 그렇고 코인도 그렇고 누가 좋다고 한 종목에는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미소 씨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 저요? ]
“네, 가맹점 하실 생각이신가요?”
다른 사람은 제쳐놓고 나는 일단 미소 씨의 마음이 궁금했다.
[ 저는 하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아버지를 통해서 우리 가게에 강한 관심을 보였던 그녀였다. 특별한 일만 없으면 가맹점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정한 모양이다.
“좋은 선택 감사합니다.”
그녀와 가맹계약에 관해서는 차후 의견을 나누기로 하고 나는 일단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 상현이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대전에서 진행했던 예비 점주들 모임에 온 사람 중에서 다른 회사랑 우리 회사 비교하면서 가맹점 못하게 꼬드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그거 영업방해 아니야?”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변호사님 만나서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아.”
“그래, 그게 좋겠다.”
일단 지금은 가맹점 개점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일단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규로 들어오는 가게들도 중요하지만 이제 막 개업한 가게들이 장사가 잘되는 것도 중요했다.
***
“여기도 장사가 잘되네.”
아침에는 첨단점에 있었고 오후에는 봉선점으로 넘어와서 오픈 현황을 점검하였는데 다행히 두 곳 모두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사장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게. 그래도 오픈빨로 잘 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관리 잘해야지.”
“오케이, 너는 바로 변호사님 만나러 갈 거야?”
“어, 그러려고.”
이왕 일이 생겼으니 남현성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그래, 그럼 나는 이제 본사로 들어가야겠다.”
“아, 사무실 들어가서 신촌카츠와 남산돈까스, 로이스, 가맹점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주라.”
“가맹점 조건?”
“어, 다른 곳은 어떤지 비교 좀 해보고 만약 우리 점주들이 잘못된 정보를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알려 주려고…”
“오케이, 알았어.”
점주들이 다른 프랜차이즈의 올바른 정보를 듣고 우리가 아닌 그곳을 선택했다고 하면 나도 막을 생각은 없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박지만이라는 남자가 허위 정보를 이야기했고 그것 때문에 흔들려서 우리 가게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건 문제가 좀 크다.
나는 이것에 관해서 물어보기 위해 상현이와 헤어진 후 바로 남현성의 사무실로 향했다.
기건일을 찾아가 이야기해도 되지만 혹시나 문제가 되면 바로 고소까지 진행하기 위해서 나는 그를 찾아갔다.
가맹거래사와 계약을 맺은 이후로는 그를 만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그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랜만입니다.”
“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잘 못 지내고 있습니다.”
“네?”
잘못 지낸다는 그의 말에 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집값이 엄청 많이 올랐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팔 걸 그랬습니다.”
그의 말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에게 산 집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10억을 넘어서 11을 넘어섰는데 내가 살 때가 7억 5천만 원이었으니 꽤 많이 올랐다.
그는 나에게 집을 팔고 사무실을 차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다시 사가실래요?”
나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는데 그가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진짜 고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여유 자금이 많이 없습니다.”
사실 나도 농담으로 물어본 것이고 굳이 팔 생각은 없었다.
집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편한 내 집이 있으니 생활에 안정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와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를 한잔했는데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십니까?”
“아,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는 그에게 예비 점주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원래 그는 프랜차이즈 관련 전문 변호사는 아니었지만 나와 같이 많은 일을 하면서 이 부분에 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고 예전에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군요. 그거는 불공정거래행위나 영업방해로 고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공정거래행위요?”
“네, 회사나 가게 등 영업체가 다른 영업체에 공정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경쟁기업이 해당 시장에 참가하는 것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소비자를 허위, 과장 광고로 현혹하는 것이 있겠네요.”
“그렇군요.”
“네, 보통은 프랜차이즈 본사들끼리 또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는 분쟁인데 만약에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다른 점주들의 선택권에 혼동을 주었다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남현성의 말에 나는 다시 강훈이 떠올랐다.
만약 그가 우리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이런 일을 꾸몄다고 하면 법적 분쟁도 마다치 않을 생각이다.
나는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는데 갑자기 나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처음 보는 번호여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전화였다.
[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저 대전 예비 점주들 모임에 참석하였던 박지만이라고 합니다. ]
박지만.
김미소가 이야기했던 그 남자였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조금 떨렸는데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 지금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
“네, 가능합니다. 말씀하세요.”
나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 생각이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였다.
[ 그 알로하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
분명히 다른 점주들에게는 우리 알로하가 별로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알로하 가맹점을 하고 싶다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맹점을요?”
[ 네, 그때 이야기 들어보니 알로하라는 브랜드가 참 매력적인 것 같아서 꼭 가맹점을 내고 싶습니다. ]
나는 그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혹시 우리의 레시피나 영업 전략을 뺏어가기 위한 강훈의 수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네? ]
나의 말에 그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는데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예비 점주들을 따로 모아서 저희 알로하에 대해서 말씀하셨다고 하던데 맞나요?”
[ 네…그런 적이 있습니다. ]
그도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말을 조금 흐렸는데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면서 저희 알로하에 안 좋은 이야기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거 영업방해입니다.”
[ 영업방해요? ]
“네, 지금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던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는데 허위 사실이 있을 때 박지만 씨를 고소할 생각이었습니다.”
“고소요?!”
고소라는 말에 박지만은 많이 놀란 듯 소리를 쳤는데 놀라는 것을 보니 김미소가 했던 이야기가 다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업 방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
그는 억울하다는 듯 나에게 말했는데 나는 그럼 왜 알로하에 안 좋은 이야기를 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그럼 왜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면서 저희를 깎아내렸습니까?”
[ 그건…]
“혹시 다른 브랜드의 사주를 받은 것은 아닙니까?”
나는 로이스를 떠올리며 그를 떠보았는데 강하게 부정하였다.
[ 아닙니다…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그러셨습니까?”
나는 그를 강하게 압박하였는데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 그게…사실은 알로하를 저 혼자 하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