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3 화
“먼저 저희 프랜차이즈의 목표는 알로하를 돈카츠 1등 브랜드로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가맹점주들에게 목표를 먼저 강조하였다.
이것은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사와 직영점 그리고 가맹점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가맹점주들은 투자하고 돈을 벌기 위해 가게를 오픈한다.
그렇다 보면 자신만 장사가 잘되고 이익이 나면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독자적으로 운영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본사의 정책과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생기는데 나는 그것을 경계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계신 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장사 경험도 있으셔서 잘하실 것 같은데 저희 알로하를 창업하시면 본사의 지침에 잘 따라 주셔야 합니다.”
“지침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
“아무래도 조리에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겠군요. 본사에서 정한 위생과 조리에 관한 것들은 정확히 지켜주셔야 합니다.”
가맹점주들을 다루기 가장 힘든 이유 중 하나가 퀄리티다.
직영점은 직원들이 관리를 해서 일을 잘 안 했을 때 교육을 통해서 바꾸거나 제재를 하기 쉽다.
하지만 가맹점은 그게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 가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양배추 산이 있다.
다른 가게보다 훨씬 많이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너무 많아서 남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주문시 말하면 양배추를 줄여준다는 안내 문구가 있지만 이런 것을 미리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주는 대로 받는데 양배추가 많이 남는 것을 보면 가맹점주로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냥 조금 주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자.’
양배추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기존 방향을 자기 생각대로 바꾸게 되는데 이러면 이미 알로하의 상징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풍성하게 올라와 있는 양배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이 우리 가게가 성공한 비법 중 하나인데 그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되면 다른 지점과 비교가 된다.
여기서는 많이 주고 저기서는 적게 주고 당연히 적게 받은 고객으로서는 기분이 나쁘다.
관리가 잘 안 되고 주먹구구식인 운영 때문에 고객들에게 욕을 먹는 일은 로이스에서 많이 겪어보았다.
물론 본사에서 관리자들을 내려보내 가맹점들의 현황을 점검하겠지만 ‘다음부터 잘할게요.’ 와 같은 무책임한 말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직원들도 일을 별로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네,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라는 말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거대한 댐의 붕괴는 작은 빗금에서 시작하듯이 이런 안일한 마음들이 모여서 프랜차이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자료를 보면서 이러한 점을 계속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말이었는데 이것은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일은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다.
아마 여기 온 점주 중에서는 단순히 투자의 관점에서 지원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인데 일을 많이 해야 한다니 조금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대신에 우리 알로하의 장점은 수입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나는 표정이 안 좋아지는 점주들에게 우리 가게 점포들의 매출 추이를 보여주었는데 그것을 확인한 점주들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거의 모든 점포가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는데 그래프를 보고 있으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본사에서 관리를 철저히 하는 만큼 거의 모든 점포가 상당히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예비 점주들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대 코로나 시대.
사실 지금 가게를 차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시대였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을 기회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임대료와 권리금이 많이 싸져서 좋은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로나라고 해도 사람이 몰리는 곳은 몰린다.
아이템만 괜찮으면 장사를 시작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다. 아마 예비 점주로 온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생각으로 이곳에 왔을 것이다.
나는 수익으로 그들의 마음을 자극했는데 각자 자신들이 가져갈 수익을 열심히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자유롭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자료 발표가 끝나고 나는 점주들에게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오른쪽 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세요.”
“어…요즘 보면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가맹비도 안 받고 로얄티도 일정 기간 면제를 해주던데 알로하는 그런 계획이 있습니까?”
확실히 돈이 나가는 부분이다 보니 점주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경쟁도 심화 되어서 서로 점주들을 모시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회사는 별도의 인테리어비, 물류비를 받지 않고 있다.
가맹점을 내주어서 얻는 이익은 가맹비와 로얄티 그리고 홍보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맹비와 로얄티를 빼 버리면 본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거의 없다.
나는 예비 점주들에게 이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했다.
“대신에 저희는 인테리어비를 과하게 측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점주님들께서는 단순히 가맹비와 로얄티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것을 제외하고도 수익을 줄 수 있는지 생각을 해주십시오.”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가맹비와 로얄티를 면제해준다고 가맹점주들을 꼬셔 놓고 막상 창업하면 인터레어비, 광고비, 교육비, 물류비 등으로 엄청나게 돈을 뜯어간다.
거기에 5년에 한 번 리모델링과 같은 약정도 걸어서 점주들에게 부담을 주는데 우리 알로하는 그런 것이 없다.
나는 이 점을 강조했는데 그랬던 경험이 있는 점주들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것은 여기 계시는 점주들에게만 알려 드리는 사실인데 저희가 최근에 목요시식회에 출연했습니다. 아마 곧 방영될 예정인데 방영하고 나면 브랜드 인지도가 더 많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
정규 방송에 출연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점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예비 점주 중에는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 많이 있었는데 확실히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보다 TV에 나왔다는 이야기에 반응이 좋았다.
“그럼 저희 가게 대표 메뉴를 시식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점주들에게 준비한 도시락들을 제공하였다.
원래 매장으로 초대해서 바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여야 효과가 좋지만 뉴월드 대전점이 너무 바쁘게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공유주방도 알아봤는데 점주들을 데리고 밥을 먹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도시락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배달 매출은 크게 상승하였다. 본점은 배달 포장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서고 있는데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더군다나 본점은 리뷰 이벤트 등 배달에 주력하지 않고 있는 매장이었다. 배달에 조금 신경을 쓰고 있는 화정점의 경우 배달과 포장으로 인한 매출이 40% 가까이 되는데 그 때문에 포장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럼 드시면서 메뉴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셔도 됩니다.”
***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사장님. 생각을 해보고 결정이 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예비 점주들과의 만남은 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돌아가는 점주들과 악수를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였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점주들이 모두 나가고 마지막으로 한 명이 남았는데 제일 처음 도착했던 김미소라는 여자였다.
나는 그녀에게도 인사를 했는데 그녀가 악수를 청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돈카츠 맛있었어요.”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예전에 매장 가서 먹은 적 있는데 포장으로도 맛이 있네요.”
“네, 너무 오래 두면 밑에 부분이 조금 눅눅해지기는 하지만 바로 드신다고 하면 매장에서 드시는 거랑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배달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배달이나 포장으로 먹는 고객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는데 돈카츠 자체로만 본다면 맛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런 것 같네요. 아버지가 왜 알로하 인수하고 싶어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웃었다. 그녀는 뚝불의 사장인 김장춘의 딸이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김장춘을 통해서 그녀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장춘도 나를 사위로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딸을 만날 것을 권유했는데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절을 하였고 그녀가 기분이 상해서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아, 그리고 사과드려요.”
“네? 무엇을?”
“아버지가 저랑 상의 없이 만남을 추진하신 것 같아요.”
“아, 그렇습니까?”
“알로하에 관심이 있어서 김정훈 씨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착각을 좀 하신 것 같아요.”
김장춘은 그녀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건 그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랬군요. 어쩐지 저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관심이 있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아버지가 김정훈 씨를 사위 삼고 싶을 만큼 좋게 보신 것 같아요.”
“감사하군요.”
“그, 만약에 가맹점을 하기로 결정되면 바로 계약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결정하시고 연락 주시면 저희 내부 회의를 통해서 최종 결정을 할 것입니다.”
예비 점주들과의 만남은 우리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기건일이 일차적으로 점주 자격 요건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최종 계약을 위해서는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그렇군요. 조만간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대전에서 점주들과의 만남을 끝내고 다시 광주로 내려왔다.
광주에서도 큰일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바로 가맹 계약을 맺은 봉선점과 첨단점의 오픈이었다.
안 서방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바로 오픈 준비를 마친 다음에 개업식을 진행하였는데 나는 개업식에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우리 집과 가까운 첨단점은 대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진행하였는데 나는 커다란 돼지 머리에 돈 봉투를 꽂으면서 성공을 기원하였다.
“장사 잘되게 해주십시오.”
나는 고사를 마치고 매장 안으로 돌아왔는데 익숙한 우리 직원들이 보였다. 처음 오픈하는 며칠 동안 적응을 하기 위해서 인력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올해 초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본점과 광주점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던 직원 중 몇 명이 투입되었는데 첫 지원이라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매장에서 하던 것처럼 하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조금은 얼어있는 그들을 격려해주고 신입 가맹점주와 함께 매장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상현이가 급하게 나에게 왔다.
“왜?”
“이거 전화 좀 받아봐.”
나는 상현이가 나에게 건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저 일전에 대전에서 인사드린 김미소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
“아, 안녕하세요. 가맹점 결정하셨을까요?”
나는 그녀가 가맹점 관련 확정을 지으려고 전화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의 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 아, 그게 아니라 알려 드릴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그때 모인 점주들 중에서 조금 이상한 사람이 있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