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2 화
“이야기는 잘하셨습니까?”
류형준과 대화를 마친 나는 조형우와 장선우를 만났다. 그들은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화가 궁금했는지 장선우가 나를 보자마자 물어보았다.
“어, 잘했어.”
“류형준 씨가 뭐라고 하셨어요?”
“방송에서 말한 거랑 비슷했어. 우리 가게 돈카츠 숙성만 하면 더 뛰어난 맛을 낼 수 있다고 하더군.”
“방법도 알려줬어요?”
“몇 가지 예를 들어주기는 했는데 나보고 직접 찾아보라고 하더군요.”
나의 말에 조형우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나도 소고기 숙성하는 방법은 좀 알고 있는데…”
조용우는 그동안 요리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숙성에는 경험이 별로 없는지 조심스러웠다.
“류형준 씨가 숙성으로 돈카츠를 맛있게 만드는 집을 알려주었습니다. 나중에 저랑 같이 연구하러 같이 가시죠.”
“그래? 그거 좋지.”
예전에 개업하기 전에 광주에서 유명한 돈카츠 집들을 많이 찾아갔다.
그때 가게들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류형준이 알려준 가게들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가게에 어울리는 숙성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저도 가고 싶네요.”
우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선우가 말했는데 그도 같이 가고 싶은 눈치였다.
“너는 촬영해야지.”
“네, 예전에는 바빠지길 진짜 바랐는데 막상 바빠지니까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우리 가게로 찾아왔던 그였다. 다시 배우가 되어서 꿈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그에 따라 삶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선우 영화 개봉하면 더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진 산업에 요식업도 있지만, 영화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를 보는 관람객 자체가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이미 제작된 영화는 개봉을 미루고 있었고 또 영화를 만드는 투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영화관 가까이에서 영화를 보러 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식당은 매출에 타격에 많이 있었다.
그런데 선우가 들어간 영화는 오랜만에 제작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했다.
조연이기는 하지만 투자가 많이 들어갔으니 선우도 시사회나 예능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많이 비출 것이다.
“저도 잘 됐으면 좋겠네요.”
“선우 영화 잘 되면 광고 더 많이 찍는 거 아니야?”
이번에 강철 왕후에 출연하고 이슈가 되어서 TV 광고도 하나 찍고 SNS로도 광고를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영화가 대박이 터진다면 선우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렇겠죠?”
“나중에 유명해지면 우리 회사 광고도 해주라.”
“알로하요?”
“어, 우리도 나중에 가게 더 많아지면 TV 광고도 할 생각이니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조금도 규모가 커지고 나면 TV 광고를 할 생각이 있었다. 예전에 로이스에서도 TV 광고를 한 적이 있었다.
TV 방송 전과 후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귀찮았다.
매출이 오른 점포도 있고 별 차이가 없는 점포도 있었는데 매출이 오른 이유가 방송 때문이라고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때 로이스에서 내린 결론은 그래도 광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매출 상승보다 이미지 상승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는데 로이스를 잘 모르고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에게 돈까스 가게라는 인식을 남겨 주었고 다음에 돈까스가 생각이 날 때 한 번쯤은 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한 광고비가 상당히 많이 지급 되었다. 로이스는 가맹점이 없어서 광고비용을 본사가 전부 지불했었는데 꽤 많은 금액을 차지해서 강훈이 별로 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네, 당연히 해드려야죠.”
광고 모델을 해달라는 나의 말에 선우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예전에 주방복이랑 모자를 쓰고 일할 때는 그렇게 잘 느끼지 못했는데 확실히 이렇게 꾸며 놓고 보니까 인물이 훨씬 살아 있었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그도 잘 되고 우리 가게도 광고를 할 만큼 커져 서로 광고 촬영을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오늘 고생하셨는데 저녁에 맛있는 거 먹어야겠죠?”
***
서울에서 시식회를 마친 나와 조형우는 대전으로 내려왔다. 예비 가맹점주들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뉴월드 대전점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오픈 준비로 모든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내가 떠난 이후로 매출이 더욱 좋아졌다.
“수고하십니다.”
매장안으로 들어서면서 인사를 했는데 서종석이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다들 아침부터 바빠 보이네요.”
“오픈하면 손님들이 정신없이 밀려와서 그거 준비하느라 정신이 좀 없습니다.”
“고객님들이 더 많이 늘었나요?”
“네, 바로 위층에 잡화점 오픈하면서 고객이 더욱 많이 늘었어요 잘하면 이번 달에는 매출 1억 5천만 원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1억 5천만 원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나는 놀랐다.
예전에 로이스에 다닐 때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점이나 인천공항 안에 있는 점포가 2억에 가깝게 매출을 올렸었다.
하지만 그 곳은 여기보다 테이블도 많고 매장 크기도 훨씬 컸다. 거기에 절반도 안되는 점포로 이 정도 매출을 올렸다니 대단한 성과였다.
“네, 냉소바도 꾸준히 잘 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냉소바는 대전점만 판매했지만 곧이어 정확한 레시피를 지점에 전달하여 전국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원래 냉소바가 여름에 많이 팔리는 음식이고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하긴 예전 여름과 다르게 코로나 이후에 여름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시원한 것들을 먹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렇군요. 직원들은 어떻습니까?”
내가 있을 때보다 매출이 더욱 올랐다. 한차례 직원 문제가 있었던 대전점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네, 말씀 하신 대로 직원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요식업에 그래도 꽤 오랜 세월을 있으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사람마다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같은 일을 같은 시간 동안 알려주어도 빠르게 적응하고 알아듣는 사람이 있지만 느리게 배우는 사람도 있다.
사장과 점장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예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차별로 나타난다.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사장과 점장들은 그 점포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사람일 확률이 높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는 직원이나 알바들을 보고 평점심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과 알바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자주 말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직원과 알바생들이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실수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위주로 교육을 한다.
자주 잊어버리는 직원에게는 메모지를 손이 느린 직원에게는 일의 능률을 올리는 방법을 말이다.
점장급으로 올라가면 다르겠지만, 그냥 단순 직원으로 일할 때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지 않는다.
단순 노동의 반복.
어느 정도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익숙하여지고 그러다 보면 손은 자연스럽게 빨라지게 된다.
초반에 배우는 속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일을 잘하게 된다.
그래서 인원을 더 추가해도 되니 처음에 일을 배우는 시간을 여유롭게 잡으라고 서종석에게도 말했다.
어차피 직영점을 생각하면 일을 잘하는 직원은 많이 있을수록 좋다. 지금은 이익보다 성장을 생각해야 할 시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 그렇게 쉽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을 악용하는 직원들도 분명히 발생한다.
설렁설렁 일하거나 아무리 가르쳐도 발전이 없는 제자리걸음인 직원들 말이다.
이것은 성실성과 노력의 문제이다.
나는 그런 직원들은 과감하게 쳐내라고 말했다. 애초에 직원들을 더 추가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기 했다.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고 발목을 잡는 인물들을 굳이 데리고 갈 필요는 없다. 여기는 회사이지 학교가 아니다.
“메밀집은 별다른 거 없나요?”
“네, 그때 이후로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잡화점 오픈하고 식당가 매출이 전체적으로 올라서 저희 가게 신경 쓸 시간이 없을 겁니다.”
그때보다 소바가 더 잘 나간다고 하니 메밀집에서 마음이 변해 또 무슨 일을 벌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안심이 되었다.
서종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직원 중 한 명이 포장된 도시락 몇 개를 가지고 왔다.
“점장님, 말씀하신 도시락 준비 다 되었습니다.”
“그래, 거기다가 나 둬.”
나는 도시락을 보고 서종석에게 말했다.
“이게 제가 말한 도시락입니까?”
“네, 오늘 예비 점주들 시식회 때 먹을 돈카츠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알로하 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광주에서는 점주들과의 만남을 기건일의 사무실에서 진행했는데 대전에는 공유 사무실 한 곳을 빌려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8인분 맞죠?”
“네, 맞습니다.”
오늘 참여할 예비 점주들은 총 8명이었는데 생각보다 조금 많아졌다.
뉴월드 대전점이 워낙 장사가 잘되고 있어서 그런지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문의를 넣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충청도에 사는 사람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예비 점주들과의 만나기로 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가십니까?”
“네, 빨리 사무실에 가서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매장 관리 지금처럼 잘 부탁하고 어려운 점 있으면 연락 주세요.”
****
“여기인가 보네요?”
나와 조형우는 도시락을 들고 미리 예약했다는 공유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반겨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상현이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사무실도 예약하고 회의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가 광주에서 대전까지 왔다.
“점주들에게 연락은 다 해봤어?”
“네, 어제 마지막으로 연락 돌렸는데 다들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오케이, 그럼 자료 준비한 것 좀 봐볼까?”
점주들을 위한 알로하 홍보 자료도 많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오늘 그것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인데 나는 미리 살펴봤다.
“좋은데?”
내용적인 면에서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디자인이 많이 변했는데 정미희가 말한 대로 바꾸었더니 확실히 세련된 멋이 있었다.
자료 확인을 끝내고 예비 점주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우리는 일어나서 맞이해 주었는데 젊은 여자였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수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알로하 예비 점주 모임 참석하러 오신 거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예비 점주라는 말에 상현이가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잘 오셨습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미소라고 합니다.”
“아, 확인되었습니다. 이쪽에 앉으셔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에게 자리를 안내해주고 곧이어 사람들도 한둘씩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모두 도착하자 나는 앞으로 나가 예비 점주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알로하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 점주님들을 모시고 사업을 설명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먼저 저희 알로하의 비전부터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