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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81화 (181/225)

제 181 화

“오, 어떤 점이 그럴까요?”

아쉽다는 류형준의 반응에 MC 전형호가 이유를 물었다.

“원래 돈카츠 자체가 튀김 요리다 보니 90년대 이전에는 튀김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튀김유와 빵가루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에 대한 강조를 많이 했죠.”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 튀김은 제가 보기에 잘 튀겨진 것 같은데 아닙니까?”

“네, 튀김은 잘 튀겨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원육입니다.”

“원육이요?”

“90년대 이후에 일본식 돈카츠에 특징을 살펴보면 튀김으로서의 강점보다는 원육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 강하죠. 돈카츠 자체를 튀김 요리로 구분하기보다는 고기 요리로 구분하는 곳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먹어보니까 안심이 엄청 부드러워서 원육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다른 점이 있나요?”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원육에 비계를 제거하고 보니까 적당히 두드려서 먹기에 부드러운 것은 맞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습니다.”

“그게 어떤거죠?”

“바로 숙성입니다.”

“숙성이요?”

“네, 제가 보니까 소금과 후추를 이용한 간단한 시즈닝만 한 것 같은데 고기를 숙성시켰으면 훨씬 좋은 맛을 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쉽다고 말씀드린겁니다.”

“그렇군요.”

***

‘숙성…’

처음에 평론가가 아쉽다고 이야기해서 나는 조금 긴장을 하였다.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먹어본 것만으로도 우리 가게 음식을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 가게에서는 따로 고기를 숙성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로이스에 있을 때 따로 돈카츠를 숙성하지 않았다.

냉동으로 들어온 고기를 해동하여 소금과 후추 등 시즈닝만 하고 바로 사용하였는데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서 나도 별도의 숙성을 하지 않았다.

숙성을 하면 고기가 맛있다는 이야기는 가게를 만들 때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시작할 때 우리 가게는 가성비를 중점으로 내세운 가게였다.

더군다나 나 혼자 주방을 전담해야 하는 소규모 업장.

숙성과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은 직원들이 많이 있지만 방문하는 고객들이 부드러움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발전시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신메뉴와 같은 다른 방법으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말처럼 원육을 숙성시키면 훨씬 좋은 돈카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숙성을 어떻게 시키지?’

나의 경험의 대부분은 로이스에서 배우거나 인터넷에서 배운 것이다. 하지만 숙성에 관해서는 자세히 배운 적이 없었다.

인터넷에도 정확한 비법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는 마치 새로운 숙제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은 별다른 일 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류형준이 잠깐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지만 출연진들 대부분은 우리 가게 돈카츠에 아주 후한 점수를 주었다.

“사장님, 계속 보고 계셨어요?”

촬영이 끝나고 선우는 나를 찾아왔는데 촬영 내내 우리 가게 돈카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에 나는 고마움에 인사를 했다.

“선우야, 고맙다.”

“네? 뭐가요?”

“아니, 우리 가게 칭찬 계속 해줬잖아.”

“에이, 사장님. 돈카츠 맛있는 거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는데요. 근데 아까 류형준 씨가 아쉽다고 했을 때 조금 긴장했어요.”

“맞는 말이긴 해.”

“그래요? 근데 방송에서 안 좋게 나올까 봐. 걱정이 되네요.”

“괜찮을 거야.”

선우를 만나기 전에 촬영을 마친 담당 PD와 만났는데 그는 촬영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편집은 걱정하지 말라고도 이야기했는데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면 류형준이다.

그가 숙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낸 이후로 나의 머릿속은 온통 그것으로 채워졌다.

지금으로써 만족을 해야 하나. 더 발전을 해야 하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숙성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나혼자 가게를 할 때였으면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또에 당첨된 이후로 이런 투자는 망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장도 많이 있고 가맹점도 있다.

변화를 추진하면 모두가 변해야 한다. 단순히 신메뉴를 추가하는 것과 숙성을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의 눈에 촬영장을 빠져 나가는 류형준의 모습이 들어 왔다.

‘그와 이야기를 해보자.’

“조 팀장님. 선우랑 여기 근처 카페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원래 오늘 촬영이 끝나고 선우랑 같이 셋이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은 류형준을 만나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았다.

“왜?”

“류형준 씨를 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것 같아요.”

“류형준? 혹시 따지려고 그래?”

“아니요. 숙성에 관해서 자문 좀 들으려고요.”

“그래? 나도 같이 갈까?”

“아니에요. 두 명이 가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저만 조용히 만나고 올게요.”

“그래, 얼른 갔다 와.”

“선우야, 조 팀장님이랑 좀 만 기다리고 있어.”

“네, 다녀 오세요.”

나는 얼른 류형준을 따라 갔는데 그의 대기실 앞에서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저기요.”

내가 부르자 그가 돌아보면서 말했다.

“네? 누구시죠?”

마음이 급해서 부르기는 했는데 그는 내가 알로하의 사장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아, 저는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내가 알로하의 사장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어떻게 된 일인지 그의 표정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는데 곧이어 그는 문을 열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가게 사장님들과는 만나지 않습니다. 돌아가주세요.”

그는 살짝 냉정한 말투로 나에게 말하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급한 마음에 일단 대기실로 따라 들어갔는데 나의 모습을 보고 그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 실례인 줄 알지만 아까 말씀하신 돈카츠 숙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그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하였는데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소파로 손짓을 하였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허락을 해 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나의 맞은 편에 앉았는데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입니까?”

***

류형준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방금 전 시식회를 마친 가게 사장이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시식회에서 그의 포지션은 냉정한 평가였다. 일반 패널들과 다르게 그는 전문가로서 초빙이 되어 왔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당히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방식 때문에 가게 사장들의 원망도 많이 들었다.

성격이 좀 급한 사람들은 촬영이 끝나자마자 항의를 하러 오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 대부분 언쟁을 높이다가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끝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촬영 후 따로 가게 사장을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실까지 따라 들어와 숙성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다른 사장과 조금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알로하는 허락을 해주었다.

촬영중 장선우라는 배우가 사장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고 말이다.

“아까 말씀하신 돈카츠 숙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작부터 훅 들어왔다. 숙성을 알려달라는 이야기에 류형준은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숙성을 하실 생각은 있습니까?”

“아까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좀 했는데 말씀하신대로 숙성을 하면 더 맛있는 돈카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정훈의 말에 류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알로하의 돈카츠는 아쉬웠다.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맛 칼럼리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동안 많은 가게들을 방문하였다.

돈카츠는 어떻게 보면 그가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티어표라고 할만큼 다녔던 가게들을 구분해 놓고 있었는데 그의 기준에 알로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가게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차이가 나는 원인을 생각했는데 그가 봤을 때는 딱 숙성의 차이였다.

숙성을 통해서 원육이 가진 맛을 극한으로 끌어낼 수 만 있다면 알로하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쉽다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이런 생각을 가게 사장들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현실에 안주, 지금 장사가 잘 되고 있는데 굳이 바꿔야 하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언제부터인가 자문을 하는 것을 멈추었다.

알려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그때 정훈이 말을 했다.

“알로하라는 가게를 만들면서 돈카츠로 최고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 맛에 만족하고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오늘 하시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단은 맛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정훈은 진심을 다해서 말했다. 돈카츠로 1등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류형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돼지고기를 숙성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 처리한 돼지고기에 일정 시간 소금을 염지 시키는 방법도 있고 청주나 미림을 첨가하여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류형준이 숙성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정훈은 얼른 그것을 적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효모와 누룩을 사용해서 숙성을 시키거나 마늘 소스와 같은 혼합 소스에 재워두고 가게 특유의 독특한 맛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숙성을 하는데 많은 방법이 있어서 김정훈은 놀랐다.

“이렇게 숙성을 하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만 저는 사장님 가게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유해드리고 싶군요.”

“저희 가게에 맞는 방법이요?”

“네, 숙성 방법에 따라서 비용과 과정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겁니다. 아무리 좋은 숙성법이어도 가게에 적용할 수가 없으면 소용이 없죠.”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숙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이유도 바로 저것 때문이니까 말이다.

“일단은 숙성용 고기로 돈카츠를 만드는 가게들을 많이 다녀보십시오. 거기서 음식을 드시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겁니다. 다양한 방법들을 직접 느껴보고 알로하의 돈카츠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찾으시면 될 겁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마 숙성을 조금 하는 것만으로 지금보다 맛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나중에 방법을 찾아서 적용하면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매장에 한 번 방문하겠습니다.”

그는 방송에 출연도 많이 하지만 블로거로도 유명하다. 그가 올린 글은 다른 사이트에도 퍼갈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는데 좋게 평가를 해주면 가게 입장에서 홍보가 많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저…실례지만 부탁을 하나 더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네, 혹시 숙성을 사용하는 돈카츠 맛집 알고 계신 곳 있으시면 추천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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