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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76화 (176/225)

제 176 화

“아기는 자?”

은정이가 아기 침대가 있는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는데 나는 아기가 잠에서 깨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물었고 은정이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그래도 바로 잠이 드네.”

“하윤이는 패턴이 일정한 편이야.”

“패턴?”

“보통 아기들은 먹고 놀고 자고 이 패턴으로 움직이거든? 먹놀잠이라고 하는데 막 뒤죽박죽인 아기도 있어. 그럼 피곤하지.”

은정이랑 같이 있으니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확실히 아기를 키운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왜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가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아이를 안 낳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일단 육아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하나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두 명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잠도 잘못 자겠다.”

“그나마 새벽에는 안 서방이 일어나서 아기 돌봐줘서 나는 편하게 자고 있어.”

“그래?”

은정이의 말에 나는 안 서방을 쳐다봤다.

안 서방은 은정이가 아기를 재울 때 집에 들어왔는데 나와 같이 식탁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광주에 있는 가맹점 두 곳을 공사하느라 바쁠텐데 밤에 아기까지 보살핀다고 하니 많이 수척해진 것 도 같았다.

“아빠인데 당연히 해야죠. 은정이가 낮에 아기 보니까 저녁에는 제가 많이 돌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 서방이 고생이 많네. 그런데 요즘에 육아 도우미 나라에서 지원 해주지 않나?”

“지원금 나와서 한 달 정도 도우미 쓸 수 있는데 나는 그냥 2주만 썼어.”

“왜?”

“이게 지원을 해줘도 내 부담금이 좀 들어가고 또 아줌마가 왔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좀 부담스럽더라고…”

“그래?”

“어, 아줌마가 있으면 그래도 몸이 편하기는 한데 마음이 불편해서 그냥 2주만 하기로 했어.”

“좀 젊은 사람으로 바꿀 수는 없는 거야?”

“업체에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하면 바꿔 주는데 그냥 이제 좀 적응 돼서 혼자 하기로 했어.”

“그래도 내가 보니까 하윤이는 얌전한 편인 것 같다.”

“어, 맞아. 근데 오빠 보고는 울 줄 알았는데 안 그러던데?”

“가족은 알아보나 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치킨이 도착했다. 은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아이를 재우러 들어갔을 때 내가 주문을 해주었다.

나와 안 서방 그리고 은정이는 식탁에 앉아서 치킨을 먹기 시작했는데 은정이가 닭다리 하나를 뜯더니 말했다.

“오빠, 치킨 너무 맛있다.”

“그래? 안 서방 말 들으니까 엊그제 먹었다고 하던데그래도 맛있냐?”

“나 임신했을 때 입덧 때문에 치킨 못 먹었잖아.”

은정이는 치킨을 좋아한다. 내가 예전에 돈카츠집 차린다고 했을 때 이왕 차릴거면 자기가 매일 시켜준다고 치킨집을 차리라고 이야기도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랬던 동생이 아이를 가지고 입덧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치킨을 거의 먹지 못했다. 조리원을 나오고 나서는 거의 매일 같이 치킨을 먹었다고 했는데 아직 질리지 않은 모양이다.

“맥주만 먹을 수 있으면 진짜 좋겠는데…”

치킨과 함께 맥주도 시켰는데 은정이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맥주를 마시면 알콜 성분이 그대로 모유로 가기 때문에 아기에게 안 좋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은정이는 맥주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

“너는 구경만 해라. 안 서방.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나는 은정이를 빼고 안 서방과 같이 맥주잔을 기울였는데 안 서방도 오랜만에 술을 마시는 것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형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나자 안 서방이 나에게 물었다.

“대전에는 장사가 잘 되십니까?”

안 서방은 공사를 끝내고 바로 광주로 내려왔다. 장사가 잘 되는지 볼 시간이 없었는데 나는 그에게 근황을 알려주었다.

“대전점도 장사 잘 되고 있지. 안 서방이 인테리어 잘 해준 덕분이야.”

가족들에게 로또 당첨 사실은 알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 대전점은 매출이 얼마나 돼?”

은정이가 나에게 물었다.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구체적인 금액을 들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1억 정도 될 걸?”

“1억? 그거 한 달 이야기 하는 거지?”

“어, 이번 달.”

매출을 들은 은정이는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다시 물었다.

“그 정도면 오빠가 순수하게 가져가는 수익은 얼마야?”

“음…한 2천에서 2천 5백만 원 정도 될 것 같은데?”

“헐, 그럼 1년에 2억이 넘네?”

“지금처럼 꾸준히 매출이 나오면 아마도 그럴걸?”

“그럼 광주점이랑 본점은 얼마나 벌고 있어?”

“거기도 매출 1억 정도 나와.”

나의 말에 은정이는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그럼 오빠는 1년에 최소 6억 이상은 벌고 있는 거네?”

“아마 그럴 거야.”

부산에 광안리에 직영점이 하나 있고 가맹점에서 가맹비와 로얄티도 받고 있다. 이런 저런 돈을 다 합치면 훨씬 많을 거 같았지만 나는 대충 이야기를 했다.

“나 처음에 오빠가 스테이트힐 샀다고 해서 영끌로 무리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최소 2년 이면 갚을 수 있겠네?”

집은 대출 없이 샀지만 가족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대출을 끌어서 샀다고 이야기했는데 은정이는 그것을 좀 걱정한 모양이다.

“어, 다 갚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산 거지.”

“나 좀 어색해…우리 오빠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하긴 은정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원래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갑자기 프랜차이즈 회사를 차리고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 이제는 오빠에 대한 존경심이 좀 생기냐?”

“조금은? 그런 의미에서 하윤이 아이템 하나만 사주면 안돼?”

“아이템?”

“어, 원래 육아는 아이템이 중요하거든 맘카페에 보니까 분유 자동으로 타주는 기계가 있더라고 안 서방 새벽에 일어나서 분유타기 힘든데 오빠가 사주면 안 돼?”

“진짜? 그런 게 있어?”

“어, 원하는 분유량과 물 세팅하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입되고 섞어 준다니까? 완전 편할 것 같지 않아?”

스마트폰 나올 때만 하더라도 엄청 신기했는데 세상은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가게로 판매원이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는 서빙하는 기계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었다.

매장의 테이블 위치를 기억하고 음식을 올려두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그 쪽으로 이동했는데 엄청 신기했다.

하지만 본점에는 사람의 이동이 워낙 많아서 기계가 돌아다니면 불편할 것 같아서 구매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 그건 얼마나 하는데?”

“30만 원? 좀 비싼데…이걸 쓰면 안 서방이 새벽에 더 편하게 아이를 돌볼 수 있고 그럼 다음날 오빠 가게 공사도 더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거야.”

30만 원. 생각보다는 조금 비쌌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었다.

은정이가 열심히 어필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초등학교 때 과자를 사 달라고 때 쓰던 모습이 보였는데 귀여워 보였다.

“그래. 사줄게.”

“진짜?”

“어, 계좌번호 찍어 놔. 돈 보내 줄게.”

***

< 오빠, 주문했어. 고마워^^ >

다음날 아침 출근을 했는데 은정이에게 주문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녀는 평소 나에게 잘 쓰지 않는 이모티콘도 많이 보냈는데 진짜로 가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 이러려고 돈을 버는 거지.’

하긴 그동안 돈을 벌어서 가족들에게는 그렇게 많이 쓰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고 가전제품은 물론 가구 그리고 옷도 사러 다녔는데 가족들에게는 혹시 로또 당첨 사실이 들킬까 조금은 자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장사가 잘 된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으니 가족들을 위해서 돈을 좀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방송 출연은 어떻게 할까?’

상현이에게 이야기를 듣고 계속 고민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늦장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본사 인건비…’

그 전에는 본사가 없이 매장들만 있었다. 각 매장에서 나가는 인건비는 자체적으로 결산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부담이 없었다.

인건비를 빼고도 나에게 큰 수익을 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본사에 꽤 많은 인원이 생겼다. 이들이 가져가는 월급만 하더라도 엄청난 돈이 될 것이다.

통장에 100억이 넘는 돈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무심하게 넘기고 있었다.

거기에 직원이 말한 성과금, 상여금, 휴가비 등등 나갈 돈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것들을 모두 감당하기 위해서 지금 직영점과 가맹점의 수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에 2개를 오픈하고 있고 대전에도 2개를 더 오픈할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직영점도 더 늘리고 가맹점도 더 많이 늘릴 필요가 있었다.

생각을 정한 나는 상현이를 불렀다. 곧이어 상현이가 사무실로 들어왔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상현아. 목요미식회 출연하자.”

“벌써 결정한 거야?”

“어, 생각해보니까 가게를 좀 더 알려야 할 것 같아. 가게 알리는 데 방송 출연만 한 것도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그럼 내가 작가한테 이야기 할게.”

“그래, 이거는 네가 전담을 해서 신경을 좀 써줘.”

“오케이. 알았어.”

***

[ 대전에 가맹점주 후보자 선정을 끝냈습니다. 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보시겠어요? ]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확인한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매장을 빠르게 늘리기로 마음먹고 나는 기건일을 조금 재촉하였다.

그도 어느 정도 일이 완료되었는지 바로 가맹점주들 중에서 우리의 조건에 맞는 사람들을 추려서 보내주었다.

“음…다들 괜찮아 보이는 데?”

나는 그가 보내준 메일을 확인했는데 이번에는 점주 후보들은 다들 괜찮아 보였다.

‘굳이 2개가 아니어도 될 것 같아.’

점주 후보들도 많이 있었고 뚝불 사장님의 딸까지 있었다. 대전에는 본래 가맹점 2개를 생각했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맹점을 더 내주어도 될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지점을 조금은 조절하면서 늘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물류 때문이었다.

뉴월드 푸드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고기와 소스는 갑자기 물량이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사전에 규원 축산, 두레 푸드 두 곳과 이야기를 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일전에 내가 투자를 권유한 이후로 두 곳 모두 인원과 시설을 늘린 것 같았는데 그 덕분에 만들 수 있는 물량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렇게 회사의 이런 저런 내용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 확인을 했는데 반가운 인물이었다.

“어, 선우야.”

[ 사장님, 잘 계셨어요? ]

“응, 나야 항상 잘 지내지. 너는 어때? 영화 촬영 잘 하고 있어?”

[ 네, 잘하고 있어요. ]

오랜만에 걸려 온 장선우의 전화였다.

그는 드라마 출연 이후로 바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영화에도 주조연급으로 캐스팅 되어서 소속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렇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 사장님 가게 혹시 목요시식회 나가시죠? ]

“어, 우리 나가기로 했어. 근데 어떻게 알았어?”

[ 저한테도 출연 섭외가 왔거든요. 아마 사장님 가게 나오는 편에 출연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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