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4 화
‘우와, 엄청 크네?’
광주에도 유명한 빵집은 많이 있다. 그곳에 갔을 때도 크다고 생각을 했는데 성원당은 그 것 보다도 규모가 훨씬 컸다.
확실히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빵집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게가 큰 만큼 사람들도 안에 엄청 많이 있었다.
빵을 고르는 사람들은 물론 계산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까지 엄청 많이 있었는데 단비는 그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오빠, 이 소보로 빵 엄청 맛있겠다.”
“그러네.”
단비는 진열되어있는 빵들을 보면서 아이처럼 신기했는데 나는 오히려 다른 것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말이다.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일 수 있는데 로이스에서 점장의 직책을 맡고서 나는 잘 되는 식당이나 가게에 가면 여기는 왜 이렇게 잘 되는지 분석을 하는 병이 생겼다.
직원들의 움직임. 사람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많이 팔리는 이유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재미가 있었고 또 그것들을 가게로 가지고 와서 적용하면 어떨까하는 상상도 자주 했다.
이 곳 성원당에서도 바로 이런 나의 직업병이 발동하였다.
계산을 하고 있는 직원만 5명이 넘었고 빵을 진열하는 직원도 5명, 거기에 뒤쪽에서 빵을 만드는 과정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그대로 보이고 있었는데 거기에도 많은 직원이 있었다.
‘최소 30명은 넘겠는데?’
지금 근무하는 직원만 이 정도라고 하면 출근을 안 하거나 쉬고 있는 직원까지 합치면 수십 명은 될 것 같았는데 이 정도의 인원이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다니 시스템이 놀라웠다.
“오빠는 뭐 먹을거야?”
단비는 어느새 먹고 싶은 빵을 잔뜩 골랐는데 나도 그녀를 따라서 맛있어 보이는 빵을 집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먹을 것도 조금 사야 겠다.’
며칠 전 선영이가 성원당의 빵을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 생각이 났는데 대전에 사는 직원들은 먹을 일이 많이 있겠지만 선영이나 철수는 그럴 경험이 없을 것 같아서 그들이 먹을 빵도 골랐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잘 포장된 빵 케이스였다.
선물용으로 들고 가기 편하게 빵이 종이박스에 들어가 있었는데 직원들에게는 이것을 사다주면 될 것 같았다.
“오빠, 여기는 택배로도 받을 수 있다.”
단비의 말에 나는 안내문을 쳐다봤는데 택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진짜네?”
광주에 안 사는 직원들을 위해서 사려고 했는데 보니까 전국에서 성원당의 빵을 택배로 받아 볼 수도 있었다.
“먹고 보고 맛있으면 택배로 또 주문해도 되겠다.”
빵을 택배로 보낸다…하긴 포장만 잘하면 택배로 보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 빵 사고 저기 옆에 있는 가게에 굿즈도 보러 가자.”
“굿즈?”
“어, 성원당 비누랑 악세사리 같은 거 파는 것 같은데?”
빵집에서 잡화와 악세사리를 판다?
조금은 생소했지만 생각보면 굿즈라는 것이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자신의 팬들을 위해서 제작한 상품이다.
성원당 정도의 브랜드 인지도면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굿즈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이나 쇼핑몰에서도 빵과 굿즈를 판매하겠지? 하긴 그 정도는 해야 영업이익 100억을 달성할 수 있지.’
내가 아는 성원당은 전국에 지점이 그렇게 많지 않다.
10개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100억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의문점이 조금은 풀렸다.
기본적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의 양도 엄청 많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매출을 많이 올리고 있었다.
‘돈카츠도 가능할까?’
나는 빵을 대신에 돈카츠로 생각을 해보았다.
‘맞아. 돈카츠도 냉동으로 만들어서 택배로 보내면 되잖아.’
코로나 이후로 외식이 많이 줄어들면서 밀키트나 냉동식품에 판매량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기존에도 많은 대기업에서 돈카츠를 냉동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유명한 돈카츠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냉동식품으로도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 알로하도 그렇게 판매를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아직 인지도가 부족해.’
광주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고 대전에서도 오픈 이후로 장사가 잘 되고 있지만 아직 전국으로 따지만 인지도가 많이 미흡하다.
지점을 좀 더 늘리고 브랜드를 키우면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점 2층에 회사를 창립하고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그냥 지점을 늘리고 관리하는 단순한 목표만 가지고 있었는데 성원당의 모습을 보고 나니 내가 가야 할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나중에 굿즈도 팔면 좋겠네.’
나는 지금 우리 건물 본점 옆에 알로하 굿즈샵이 열리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굿즈를 구매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만든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오빠, 이거 먹어 봐. 엄청 맛있다.”
단비는 굿즈를 고르면서 성원당에서 고른 빵을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나에게 자그맣게 빵을 떼어서 입에 넣어 주었다.
“오, 맛있다.”
나는 특히 팥앙금이 들어간 빵을 좋아했는데 나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한 빵이었다.
“동물도 보고 맛있는 빵도 먹고 오빠도 보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아.”
“그래? 요새 스트레스 받았어?”
“어, 그런 일이 좀 있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나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는데 아마 회사와 관련된 일인 모양이다.
“그래, 저녁에는 스트레스 확 풀리게 매운 거 어때?”
“매운 거? 오빠 매운 거 잘못 먹잖아.”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매운 것을 잘못 먹는다.
맵다와 찌질이를 합해서 요새는 나 같은 사람을 맵찔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는데 매운 음식을 먹으면 물이나 음료수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더 많다.
단비를 만나고 나서 이런 나를 배려해준 덕분에 매운 것을 거의 먹은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대전까지 나를 찾아온 그녀를 위해서 내가 같이 먹어주고 싶었다.
예전에 돈카츠 소스를 제작할 때 매운 돈카츠 소스에 관한 연구도 했었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선뜻 추진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가게가 안정이 되면 생각해보자고 했던 것 같은데 매운 돈카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신메뉴로 추가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순한맛 이런 거 있지 않을까?”
그래도 완전히 매운 것을 같이 먹기에는 부담이 되었는데 나는 절충안을 제시하였고 그녀는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내가 찾아볼게. 그래도 맵다고 후회하면 안 돼? 알았지?”
***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대전에 온 지 어느새 3주가 흘렀다.
아직 매출은 잘 나오고 있었지만 그동안 신입 직원도 더 충원하고 이제는 체계가 어느 정도 잡혀서 지원은 종료해도 될 것 같았다.
이제는 서종석에게 온전히 대전을 전담시킬 생각이었는데 같이 있으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었다.
기존에 로이스와는 다르게 알로하 만의 일하는 방식과 스타일을 강조했는데 확실히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잘 알아 들었다.
“대전에 자주 오도록 하겠습니다.”
곧 있으면 대전에 가맹점주 예정자들과 면접도 봐야 하고 또 앞으로는 지점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영점은 물론 가맹점들과의 만남도 자주 가질 생각이었다.
“네, 자주 오십시오.”
대전점을 떠난 나는 바로 광주에 있는 본사로 향했다. 조형우와 지원을 나왔던 선영이와 철수는 며칠 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에게는 쉴 시간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본사를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부산과 다르게 대전은 백화점에 오픈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2주 정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장사가 잘 돼서 조금 늦춰졌다.
내가 본사에 없어도 업무보고는 전화로 꾸준히 받았는데 그래도 직접 이곳에 있는 것보다는 많이 관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크게 처리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본사에는 여러 부서의 신입사원 보충, 업무체계를 잡는 일, 그리고 크게는 2개의 가맹점 오픈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경력이 많은 팀장들을 모시고 와서 그런지 내가 없어도 일은 잘 진행되었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본사로 들어갔는데 입구에 들어가자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장님! 오셨어요!”
“어, 소미야.”
소미는 입구 쪽에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CS팀에서 일하기로 결정하고 본사로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상현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아주 만족스럽게 잘하고 있다고 했는데 확실히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어느 정도 천성이 있는 것 같다.
소미와 인사를 하고 나를 알아본 팀장들과도 인사를 했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새로운 직원들도 많이 보였는데 내가 없는 동안 충원한 신규 직원들인 것 같다.
밑에 두는 부하직원들의 경우에는 팀장들 개인 역량에 맡겨서 뽑으라고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회의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누군가 따라 들어와서 쳐다보니 바로 상현이었다.
“갔다 오느라 고생했다.”
다른 직원들이 아닌 단 둘이 있을 때는 말을 편하게 하는 상현이었는데 나도 그게 편했다.
“어, 별다른 일 없었지?”
“안 그래도 너 온다고 해서 있었던 일들 정리를 좀 했어.”
상현이는 내 앞에 서류 파일을 주었는데 내가 없는 동안 본사에 있었던 일들이 적혀 있었다.
“보니까 신입직원들 늘어난 것 같던데…내가 말한대로 다 충원 된 거야?”
“어, 팀장님들이 자기들 업무 진행에 필요한 만큼은 다 채용했어. 평가는 네가 나중에 하면 될 것 같고 일단은 그래도 인사는 나누어야 할 것 같은데 오후에 면담 나누는 건 어때?”
“그래, 그게 좋겠다.”
직원을 뽑는데 내가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사장인데 얼굴을 알고 일을 시켜야 할 것 같았다.
뭐, 본사와 떨어져서 일하는 직원들이면 어쩔 수 없지만 이곳에 출근하면서 계속 부딪힐테니까 말이다.
“광주 가맹점 오픈은 어떻게 되고 있어?”
“그거 어제부터 공사 들어 갔어. 한 2주 후에는 오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
“빠르네.”
“어, 나중에 오픈할 때 우리는 처음에 한 이틀 정도만 지원해 주면 될 것 같아. 이미 점주 교육도 여기 본점에서 진행을 하고 있어.”
기건일에게 가맹계약 거래를 완료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가 계약은 물론 상권분석까지 진행을 해주어서 일처리가 빠르게 될 수 있었다.
“지점은 그대로 봉선동하고 첨단에 하는 거지?”
새롭게 오픈할 지점은 봉선동과 첨단으로 정했는데 나도 처음에 가게를 오픈할 때 알아 봤던 곳이라 상권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첨단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과 가까웠는데 자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어, 맞아. 아,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연락 온 게 하나 있는데 서울에서 방송 출연 섭외가 왔어.”
“방송출연?”
“어, 우리 가게 촬영할 수 있는지 물어 보더라.”
“그래? 방송 출연하면 좋지. 프로그램이 어떤 건데?”
성원당을 다녀와서 그럴까?
가게를 더욱 알려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도 아무 프로그램이나 출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상현이에게 프로그램의 이름을 물었다.
“그…목요미식회라고 전문가들이 나와서 맛 평가하는 프로그램 있잖아. 거기서 연락 왔는데 출연해도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