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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71화 (171/225)

제 171 화

“돈까스를 5천 원에 파는데요?”

서종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는데 나도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건 우리의 주메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상당히 거슬렸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며칠 동안 조용해서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가격 경쟁으로 제대로 우리 가게에 타격을 주려는 것 같았다.

‘그동안 돈 많이 벌었나 보네.’

우리 가게의 평균 메뉴 단가는 만 원을 넘어가는데 5천 원이면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타격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우리와 다르게 냉동으로 된 돈까스를 사용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표면적인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 어린이들 한정으로만 싸게 판매한다는 것인데 그래도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을 명가메밀 쪽으로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서종석이 나에게 물었다.

“점장님이었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는 그의 생각이 궁금해 물었다.

“예전에 로이스에 있을 때는 할인을 많이 했습니다.”

“가격 할인이요?”

“메뉴를 정해서 그 메뉴를 일정 기간 할인해 주는 거죠.”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많이 써 먹은 방법이다. 근데 할인을 한다고 해서 명가메밀처럼 5천 원 이렇게 판매를 할 수는 없었다.

“아니면 무료 증정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맞불 작전으로 미니 소바를 무료 증정하는 건 어떠세요?”

소바 증정.

이거는 메뉴 할인보다 더 좋아 보였다.

소바가 먹고 싶은 고객들은 소바도 주고 돈카츠까지 먹을 수 있는 우리 가게를 찾을 확률이 높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증정으로 미니 소바만 증정하는 것은 좀 약하다는 것이다.

미니 소바는 사이드로 나가는 메뉴로 가격으로 따지면 3천 원 정도다. 실제 고객들이 받는 혜택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싸리, 이판 사판으로 가?’

미니 소바 말고 우동 정식처럼 소바의 양을 좀 많이 나오는 판모밀 형식의 소바 정식도 판매하고 있다.

철저하게 명가메밀에 타격을 줄 생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이것을 할인이나 증정을 해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일단은 조금 더 생각을 해보자.’

***

“잘 먹겠습니다.”

영업이 끝나고 나는 형우, 선영, 철수와 함께 숙소 근처의 식당에 밥을 먹으러 왔다.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는 저녁이면 모여서 밥을 먹었는데 매일 같이 밥을 먹다 보니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출장은 처음인데 괜찮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맛있는 거 맨날 먹을 수 있으니까요.”

선영이가 밥을 먹으면서 말했는데 철수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주에서 대전까지 출장을 왔다.

조형우까지 있으니 밥이라도 맛있는 것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해서 매일 메뉴를 바꾸면서 근처에 맛집들을 데리고 왔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그래? 맛있다니 다행이네. 많이 먹어라.”

“네, 사장님도 많이 드세요.”

나도 일을 하느라 몸을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배가 고팠는데 아이들을 따라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메뉴는 생선구이 백반이었는데 노릇노릇하게 구어진 고등어를 흰 쌀밥에 올려서 먹어니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거 엄청 맛있네.’

집에서는 솔직히 생선구이를 해먹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사 먹는 편이었는데 오랜만에 생선 비린내도 안 나고 간이 적당히 잘 밴 맛집을 고른 것 같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었는데 조형우가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물었다.

“명가 메밀 쪽으로 손님이 좀 갔나요? 매장이 어제보다는 한가해진 것 같던데…”

오픈 이후 며칠 동안 매출이 성장세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 성장세가 꺾였다.

오픈빨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확실히 명가메밀이 돈까스 정식 5천 원이라고 하는 포스터를 붙여 놓은 것이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오늘 명가메밀 쪽에 손님들이 많이 몰리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명가메밀과 다툰 것을 조형우에게도 이야기했는데 그도 분개했다.

“네, 안 그래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민을 좀 하고 있었어요.”

“그래? 나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 미니 소바가 아니라 냉소바를 무료 증정 하면 어때?”

“냉소바요?”

“어, 지금 판모밀을 그냥 국물에 담가서 주는 거지. 보니까 명가메밀도 여름에는 주메뉴가 냉소바인 것 같던데 어때? 곧 있으면 5월이고 날씨도 많이 더워지고 있잖아.”

확실히 미니 소바를 무료 증정하는 것보다 양이 훨씬 많으니 반응은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육수를 냉소바로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짤 것 같은데…”

판모밀과 냉소바의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국물이 담가져 나오는 것과 찍어 먹는 것의 차이다.

그럼 그냥 부먹과 찍먹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차이가 더 있는데 육수의 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판모밀은 기본적으로 찍어서 먹기 때문에 냉소바로 나오는 육수보다 더 짠맛이 강하다. 그런데 이 육수를 냉소바로 그대로 사용하면 사람들이 짜다고 느낄 가능성이 많았다.

보통 식당 음식은 맛없다는 말보다 짜다는 말을 드는 것이 좋다는 풍문 때문에 대체로 요리들을 짜고 달게 하는 편이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다.

내 생각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육수를 그대로 냉소바로 사용하면 짜다는 컴플레인이 많아질 것 같았다.

“소스를 따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따로 만든다고요?”

“어, 내 생각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육수에 물이랑 희석하는 비율만 조절하면 냉소바 육수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지금 우리 가게에서 쓰는 소스는 두레 푸드에서 만든 원액 소스이다.

물이랑 1:1의 비율로 섞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애초에 물이랑 섞지 않게도 만들 수 있지만 그러면 주문 물량이 많아져 물류에 많은 힘이 들어갈 것 같아서 애초에 이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조형우는 여기에 물을 조금 더 섞어서 짠맛을 중화한 다음 냉소바 육수로 사용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 소스를 2개 만들어야 하는데 번거롭지 않을까요?”

지금 가게에는 소바용 육수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다. 온도 조절이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항상 시원한 육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 냉장고에 물과 소바를 1:1 비율로 섞어서 넣어두면 자동으로 살얼음이 만들어져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조형우의 말처럼 비율을 조절하면 냉소바 용 육수는 따로 냉동고에 보관에서 살얼음을 만드는 방법을 써야할 것 같았다.

처음 알로하를 오픈 했을 때 육수냉장고를 사용할 여력이 안 되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장사를 했는데 상당히 손이 많이 가고 불편한 방법이었다.

소바를 주문하는 사람이 많이 없을 때만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무료 증정을 한다고 하면 많은 양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차라리 간얼음을 넣는 건 어때?”

“간얼음이요?”

“어, 그 팥빙수에 들어가는 얼음 있잖아. 일본에 있을 때 데코용으로 시원하게 보이기 위해서 많이 올렸는데 이게 얼음이 녹으면서 육수가 연해지니까 그거 감안해서 소스를 조금 진하게 만들었거든 냉소바도 더 시원하게 보이고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얼음 분쇄기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래, 맞아. 어차피 가게에 제빙기는 있으니까 분쇄기만 사서 얼음 부숴서 올리면 소스 따로 안 쓰고 냉소바 만들 수 있으니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음…”

나는 조형우가 말하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 보았다. 확실히 그가 말하는 대로 하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인터넷에 얼음 분쇄기의 가격을 검색해 보았는데 비싼 것이 10만 원 정도였고 가정용으로 쓰는 것은 훨씬 저렴하게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 일단 해보지 뭐.’

***

다음날 아침 나는 백화점 근처에 있는 팥빙수 가게에서 간얼음을 빌려왔다.

처음에는 바로 얼음 분쇄기를 구매할까도 했는데 일단 빌려와서 테스트를 해보고 나중에 구매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얻어온 얼음으로 조형우와 같이 메뉴의 조리에 들어갔다.

조리에 그렇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소바면을 삶고 차가운 물로 행군 다음 육수냉장고에 만들어 둔 육수를 소바에 넣고 그 위에 빌려운 간얼음을 올렸다.

“이렇게 보니까 꼭 팥빙수 같네요.”

만든 음식을 보고 선영이가 말했는데 나도 그렇게 보였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여서 여름에 엄청 잘 팔릴 것 같은데요?”

조형우는 얼음 옆에 와사비, 갈은 무, 김가루와 무순을 올려서 데코레이션을 했는데 시원해 보이는 냉소바 한 그릇이 뚝딱 만들어졌다.

“어때?”

비주얼은 합격.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맛이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얼음을 어느 정도 녹이고 맛을 보았는데 판모밀로 먹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이거 엄청 맛있는데요?”

육수가 연해져서 그런지 짠맛은 줄어들고 단맛이 강해진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판모밀로 먹었을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래?”

나의 반응에 조형우도 한 젓가락 먹었는데 그도 만족하였다.

“오,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데? 아니 맛이 밍밍할까 봐. 고명 올릴 때 설탕 한 스푼 딱 추가했는데 맛이 확 사네.”

어쩐지 단맛이 난다고 했더니 그가 넣은 설탕 때문이었나 보다.

“맞아요. 지금 간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이거 무료 증정으로 그냥 주기에는 좀 아까운데요?”

“그러게.”

원래 냉소바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이벤트로 무료 증정을 할 계획이었다.

2인 정식 메뉴 주문시 1개 증정 또는 테이블 당 한 개 증정 등 어떤 방식이 좋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이 정도 퀄리티라고 하면 당장 신메뉴로 판매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

4월 20일 대전점을 오픈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주말에 우리도 꽤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데 명가메밀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원래 명가메밀은 식당가 중에서 6위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는데 돈까스 정식 할인에 힘을 얻은 것인지 3위까지 올라왔다고 담당자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 조금만 즐겨라.’

고민 끝에 새롭게 만든 냉소바를 신메뉴로 판매하기로 했다.

나도 무한대로 무료 증정은 부담되지만 돈을 받고 판매하면 그래도 꽤 오래 이벤트를 할 수 있다.

당한만큼 갚아 줄 생각인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정미희에게 부탁 하여 최대한 빠르게 신메뉴용 포스터와 메뉴판 제작을 부탁하였는데 그것 때문에 정미희는 주말에 쉬지도 못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사장님, 포스터 도착했습니다.”

사진, 디자인 제작 그리고 인쇄까지 일정이 많이 힘들었지만 나의 부탁에 본사에 있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여 주었고 아침에 택배로 그 결과물을 받아 볼 수 있었다.

나는 도착한 신메뉴 포스터의 포장을 뜯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다.

“바로 붙일까요?”

“네, 포스터 붙이고 오늘부터 판매하는 것으로 하시죠.”

“명가메밀에서 잘 볼 수 있게 이쪽 유리창에 붙이려고 하는데 어떤가요?”

서종석은 매장 입구 전면 유리창을 가리켰는데 명가메밀에서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마음에 들었다.

“괜찮네요. 거기에 붙이세요.”

나의 말에 서종석과 선영이가 의자를 가지고 와서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했다.

< 알로하 오픈 기념! 고객 감사 이벤트 ! 신메뉴 냉소바 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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