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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70화 (170/225)

제 170 화

“네?”

“아니, 여기 있는 지금 판매 하고 있는 미니 소바 말이에요. 이거 차갑게 판매하는 소바 맞죠? 우리 가게 여름 주메뉴가 냉소바인데 이렇게 똑같은 메뉴를 팔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는 상도덕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상도덕은 장사와 같은 상업 행위를 할 때 업자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의를 말한다. 요즘에는 많이 유명무실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예전에 로이스가 바로 건너편으로 와서 오픈을 할 때 내가 분노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가까이 있는 가게끼리는 서로 다른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에 소바를 팔고 있던 명가메밀은 내가 소바를 판매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여기는 백화점이다. 애초에 입점을 할 때부터 어느 정도 고려해서 가게들이 들어오고 있다.

고객들이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게 최대한 메뉴를 분산시켜 놓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주 메뉴만 다르다고 하면 사이드 메뉴의 경우는 어느 정도 중복을 허용해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실제로 광주점의 경우에는 대전점과 같이 메밀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이런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가요?”

“네, 당연하죠. 내가 담당자에게도 이야기 할 건데 그래도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명가 메밀 사장은 50대 보이는 남자였는데 왠지 톡톡 쏘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니까 나도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저도 담당자에게 확인을 해보죠.”

***

“사이드 메뉴요?”

“네, 저희가 사이드 메뉴로 소바를 판매하고 있는데 명가메밀 사장님이 빼달라고 하시네요. 꼭 그래야 하나요?”

“음…”

나는 다음날 아침에 바로 대전점에 있는 뉴월드 영업팀 사무실로 찾아갔다.

식당가를 담당하고 뉴월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는다. 아마 그도 이런 일을 처음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지금 대답해드리는 좀 곤란하네요. 제가 팀장님하고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보겠습니다.”

“네,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저희 알로하는 광주점에도 점포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그냥 명가메밀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요청하는 것인지 백화점 지침도 그런 것인지 확실히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제가 확인 후에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한 후 나는 매장으로 돌아왔는데 명가메밀이 눈에 보였다.

나는 명가메밀 쪽으로 가서 정확히 어떤 메뉴를 파는지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냉모밀, 온모밀, 비빔모밀 등 확실히 메밀소바를 주된 메뉴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전병도 팔고 있네.’

그렇게 판매하는 메뉴들을 쫙 스캔하고 있었는데 문득 나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 돈까스 정식 (어린이 한정) >

‘뭐야? 여기도 돈까스 팔고 있잖아?’

메밀집에서도 돈까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메뉴판에 보이는 그림으로 보아서는 그냥 단순하게 냉동으로 된 돈까스를 튀겨서 파는 경양식 돈까스 같았는데 어떻게 되었던 이것도 돈까스는 돈까스였다.

‘어이가 없네?’

자기도 돈까스 메뉴를 판매하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소바를 팔지 말라고 하다니 엄청난 내로남불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비록 어린이에게 한정 판매를 한다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원래 돈까스는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메뉴 중 하나이다.

매장으로 돌아온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빠르게 연락이 와서 다행이었는데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 팀장님하고 이야기 해봤는데 메인 메뉴가 아니면 그냥 판매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역시나 내 생각대로였다.

“네, 알겠습니다.”

사실 확인을 하기 전에 나는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메뉴 중복은 딱히 메밀과 우리 가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알밥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는 반면에 일식집에서도 알밥을 점심 특선으로 많이 판매한다.

또 우리 가게에서 새우튀김을 판매하는 것처럼 우동집에서 새우튀김을 판매하는 경우도 흔하게 있다.

나는 예전에 돈까스를 판매하는 삼겹살집도 본 적이 있었는데 사이드로 판매하는 소바를 팔지 말라고 하는 것은 메밀집의 너무 과한 요구였다.

그리고 오히려 그가 돈까스를 판매하고 있으니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았다.

[ 네, 그럼 영업 수고하십시오. ]

“아, 담당자님 메밀집에도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려주시겠어요?”

나는 담당자에게 나 대신 연락을 부탁했다. 괜히 내가 나서면 서로 언쟁이 일어나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네, 알겠습니다. ]

어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혹시나 담당자가 못 팔게 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 것 같았다.

‘그래, 솔직히 자기도 돈까스 팔고 있는데 우리한테만 빼 달라고 하는 거는 양심 없지.’

***

“알로하 정식 나왔습니다.”

내가 메뉴를 썰어주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네모난 상에 돈카츠와 장국 그리고 반찬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대전점은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에 주방과 홀 사이에 상을 세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가 없었다.

대신에 주방 바로 앞에 작은 선반을 설치하여 거기서 세팅을 하게끔 만들었는데 공간도 절약되고 오히려 이전 보다 더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오픈을 하고 영업 3일 차가 되어서 그런지 이제 직원들끼리의 손 발이 좀 맞는 것 같았다.

매출은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덜 힘들다고 해야 할까?

일하고 있는 알바생들만 좀 적응을 하면 훨씬 일이 쉬워질 것 같았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끝나고 나는 직원들이 하나 둘 씩 밥을 먹으러 갔다.

백화점 영업이 장사가 잘되고 좋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오후 3시가 넘어도 매장으로 손님이 들어오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항상 대기하는 인원이 있어야 한다.

뭐, 지하에 있는 직원 식당으로 가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다른 직장인들처럼 점심시간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고 유동적인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좀 안 좋은 단점이었다.

그나마 3시가 넘어가니 들어오는 손님들이 없었는데 그때 서종석이 나를 찾았다.

“사장님, 저기 명가메밀 사장님이 오셨는데요?”

“명가메밀이요?”

담당자에게 대신 이야기 해달라고 했으니 잘 처리해주겠지 생각 했는데 왜 또 그가 찾아왔는지 나는 궁금했다.

주방에서 나와 매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갔는데 그가 나를 보더니 이야기 했다.

“소바 계속 판매 하시겠어요?”

‘아직 담당자와 통화를 안 했나?’

“어, 제가 담당자님과 이야기 했는데 사이드 메뉴는 식당끼리 겹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굳이 빼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이야기 못 들으셨나요?”

나는 아직 담당자와 그가 통화를 안 했다고 생각하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아까 나도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저는 사장님 생각을 묻는 겁니다.”

“네?”

이야기를 들었으면 그대로 하면 되지 왜 나의 생각을 묻는 지 어이가 없었는데 나는 그냥 대놓고 말하기로 했다.

“어, 저희도 사이드로 소바 찾는 고객님들이 많이 있어서 빼는 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우리 가게에서 돈카츠를 주문하면 사이드로 미소 된장국이 제공된다.

하지만 된장국은 뜨겁게 나가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은 고객님들은 차가운 소바를 많이 주문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소바의 맛에도 자신이 있었다.

조형우와 내가 고민 끝에 우동과 소바 소스를 만들어 냈다. 맛에서는 소바 전문점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이건 예전에 소바집을 했었던 신상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 메뉴를 굳이 우리가 뺄 필요는 없다.

나의 말에 명가메밀 사장 지강혁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그래도 상도덕을 아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돈독에 오른 친구였군.”

“네?”

갑작스러운 독설에 나는 어이가 없었는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같은 메뉴를 판매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 이 친구야.”

아무래도 인터넷에 나에 관한 훈훈한 이야기 많이 있다 보니 완전히 호구로 보인 모양이다.

나에게 이야기하면 내가 ‘아 그렇습니까?’ 하고 받아줄지 알았나 모양인데 의외로 장사에 관해서 나는 철저한 편이다.

“그러게요. 사장님이 상식이 좀 부족하신 것 같네요. 저희가 돈카츠 판매하고 있는데 거기서 파는 돈까스 정식부터 빼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지 않나요?”

상대가 먼저 건드렸다.

이 전까지는 나도 좋게 상대해 주었는데 예의가 없는 사람에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뭐라고?”

내가 팩트를 건드려서 일까? 그는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다시 말했다.

“아니, 사장님. 생각을 해보십시오. 자기는 떡 하니 우리랑 메뉴 판매하고 있으면 와가지고 소바를 빼달라고 하다니 무슨 도둑놈 심보인지 모르겠네요. 백화점 지침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저는 더이상 이 문제로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네요.”

이야기를 하느라 언성이 조금 높아져서 그럴까?

지나가는 손님들이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더이상 길게 말을 나누는 것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이야기를 끝내려고 했는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판매하는 돈까스는 어린이 한정으로만 판매하는 거야. 아무에게나 판매하는 그쪽하고는 상황이 좀 다르지 않을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돈까스를 먹는 주 고객이 어린이라는 사실은 모르나 보네요. 저희의 잠재적인 고객을 뺐어 가고 있으니 큰 차이 없습니다.”

그의 말을 내가 바로 받아치자 그는 분한 듯이 얼굴이 빨게졌다. 그리고 눈을 부라리며 나에게 말했다.

“좋아,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말씀드렸듯이 굳이 빼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어느새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그도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나에게 몸을 홱 돌리고 자신의 가게로 돌아가면서 소리를 쳤다.

“너, 두고 봐. 후회하게 해줄테니까.”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을 보질 못했는데 그가 큰 소리를 쳐도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죠?”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던 서종석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나는 그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나의 말을 들은 서종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완전히 안하무인이네요.”

“혹시 다음에 또 찾아오면 그냥 무시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하는 짓을 봐서 그냥 이대로 조용히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다.

같이 식당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니 서로 좋게 지내면 좋겠지만 먼저 건드린 것은 명가메밀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무슨 짓을 하는 지 지켜봐야겠군.’

***

‘생각보다 조용하네?’

언성을 높인 후 며칠이 지났다.

명가메밀 사장 지강혁이 두고 보자고 해서 무슨 일을 벌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딱히 그가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백화점에서 허락을 해주었는데 무슨 능력이 있어서 자기가 거기에 딴지를 건다는 말인가.

그냥 분을 이기지 못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서종석이 급하게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사장님. 밖으로 나와 보세요.”

평소 답지 않은 그의 말투에 나는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명가메밀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켜보니 커다란 포스터를 붙이는 것 같았는데 포스터에 적힌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 명가 메밀 고객 감사 이벤트! 돈까스 정식 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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