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69화 (169/225)

제 169 화

‘그래, 그동안 너무 순탄했어.’

예전에 로이스에서 일할 때는 직원과 알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았다.

점장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손님에 대한 이야기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조금 일을 가르쳐 놓으면 그만 두는 사람들도 많았고 근무 중 휴대폰을 보거나 딴 짓을 하는 것은 물론 이런 것을 지적하면 기분 나쁘다고 그만 둔다고 말 하거나 아예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고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최저 시급만 받는데 그 정도만 일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라는 마인드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애초에 최저 시급만큼도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사람이 싫다라는 말은 요식업에서 흔히 겪는 일인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요식업이 고객들을 상대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뿐이지 다른 전문직처럼 고도의 업무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손과 발을 가지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인터넷이나 너튜브에서 알바생들이 당하는 갑을 관계를 잘못 배운 탓인지 조금만 삐끗해도 사장은 물론 고객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실제 고객 컴플레인이 발생하는 사항을 보면 고객이 진상인 경우도 있지만 알바생이 고객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정당한 요구를 한 것인데 알바생이 그것을 스스로 갑질이라고 받아들이고 말다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입장으로서 참 당혹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겠다.

내가 직원이나 알바생을 뽑을 때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전점의 경우에는 서종석이 직원을 뽑았는데 그의 경우에는 능력을 가장 우선 시 본 것 같다.

당장 오픈을 하고 현장에 투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이것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당장 내일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어찌 되었던 사건이 터졌고 내일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대전에서 당장 사람을 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고 광주에서 지원할 사람을 데려오는 게 지금으로서는 베스트다.

나는 먼저 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네, 사장님. ]

“일 끝났지?”

[ 네, 지금 마감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

광주점도 대전점과 영업시간이 똑같다. 우리가 끝났으니 저기도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대전점에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데 광주점에서 지원 올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 줄래?”

광주에서 대전까지 지원으로 근무를 오는 일이었다. 강제로 오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직원들 입장에서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그 성실한 양혜원 점장도 로이스에 있을 때 지원을 가는 것으로 불만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이럴 때는 일단 지원자를 받는 것이 좋다.

[ 지원이요? ]

“어, 강요는 아니고 혹시 오고 싶은 사람 있는 지 의견 물어봐 줘. 만약에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 해주고.”

[ 네, 알겠습니다. ]

광주점의 경우 하연이나 한승이가 거의 메인으로 있어야 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그 두 사람이 지원을 오기는 어렵다.

새롭게 뽑은 직원들 중에 지원을 와야 할 것 같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할 것 같지만 누구라도 와서 일을 거들어 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연이와 전화를 끊은 나는 본점의 점장으로 있는 영엉팀장 이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도 같은 부탁을 하였는데 두 매장에서 한 명 씩 지원을 오면 어찌어찌 구멍 난 인원을 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

[ 사장님, 선영이가 가기로 했습니다. ]

저녁 늦게 이경민에게 연락이 왔는데 선영이가 지원을 오기로 했다. 선영이라면 충분히 믿고 일을 맡길 만 했기 때문에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민과 통화를 마치자 이번에는 하연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신입사원으로 뽑은 김철수가 지원을 오기로 했다는 연락이었다.

“김철수?”

[ 네, 제가 깨톡방에서 물어봤는데 자기가 가고 싶다고 했어요. ]

“그래? 자기가 오고 싶다고 했어?”

“네, 다른 곳은 어떻게 일하는 지 보고 싶다고 하네요.”

하연이의 말을 들으니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나도 로이스에 있을 때 지원을 많이 다녔는데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었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 곳에서 적응해서 일을 하는 것이 편한 것은 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지루하기도 하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지점에 도움을 주러 가서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새로운 방식이 있으면 일도 배우곤 했다.

물론 이것도 1년 정도 근무를 하고 난 후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김철수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나서주었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점에서는 선영이가 오기로 했거든? 내일 아침에 터미널에서 같이 만나서 버스 타고 대전점으로 오라고 네가 전달 좀 해줘.”

[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 ]

“10시까지 오면 돼.”

“네, 알겠습니다.”

***

다음날 10시 30분.

뉴월드 대전점의 이틀째 영업이 시작되었다. 어제보다 조금 바쁠 것 같기도 했는데 오픈 하자마자 사람들이 꽤 몰리고 있었다.

“백화점이 오늘부터 세일이라고 하네요.”

서종석이 나에게 소식을 전해 왔는데 세일은 한다는 말에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광주에서 선영이와 철수가 왔고 또 어제 하루 근무를 했기 때문에 어제 보다는 다들 일이 손에 익었을 것이다.

단 하루 차이라고 해도 다들 어느 정도 경력이 있기 때문에 금방 일하기 편한 방법을 찾아낸다.

아침에 동선이나 기구를 생각해서 조금 변화를 주었는데 확실히 몸을 움직이기 편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선영이가 홀에 있기 때문에 나는 주방에서 일을 도와줄 계획이었다.

“오늘의 첫 번째 주문이네요. 로스카츠 하나, 모짜체다 하나 그리고 미니 소바 하나 있어요.”

내가 오더를 말하자 주방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형우는 고기에 빵가루를 입히고 튀기기 시작했고 화구에서는 소바 조리에 들어갔다.

김철수는 오늘 화구를 담당하기로 했는데 그와 같이 일하는 것은 예전에 교육을 할 때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다.

“아침에 버스 타고 오느라 힘들었지?”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는데 철수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재미 있습니다.”

“여기 자리 잡을 때까지 며칠만 고생 좀 해줘.”

“네, 알겠습니다.”

그는 말과 함께 소바 면을 젓가락으로 달라붙지 않게 저으면서 조리에 집중을 했는데 제법 요리사 티가 났다.

처음에 그를 뽑을 때 그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좀 했었는데 그래도 광주점에서 일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았다.

어제 두 명이 빠진다고 해서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선영이와 철수가 왔으니 오늘 영업도 크게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철수를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돈카츠가 다 튀겨 졌는지 조형우가 집게로 하나 씩 건지기 시작했고 나는 약간의 예열을 한 후 그것들을 커팅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돈카츠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져 나갔는데 오랜만에 잡은 칼인데도 몸이 리듬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 알로하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양배추 산과 함께 돈카츠가 제공되었는데 맛있는 기름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아무리 돈카츠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기름 냄새를 계속 맡다가 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이 냄새를 질리지 않고 좋아했는데 그래서 오랫동안 돈카츠 가게에서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점심에도 돈카츠 먹어야겠다.’

***

3,512,500원

어제보다 더 많이 돈카츠를 팔았다.

세일을 시작해서 고객들이 더 많이 식당가로 몰렸는데 아마 자리가 충분했다면 400만 원을 넘겼을 것 같기도 했다.

‘이거 잘하면 여기도 1억 가능하겠는데?’

광주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면 여기서 가져가는 나의 순이익도 2천 5백만 원 이상이 될 것이다.

자꾸 이렇게 잘 되는 가게들이 늘어나니 직영점 욕심이 많이 났다.

가맹점과 다르게 직영점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온전히 나의 이득이니 장사 잘 되는 가게가 많아질수록 내가 돈을 버는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이 빨라질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면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곳 한 곳만 하더라도 어렵게 사람을 마련했다.

그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고 광주에서 지원을 받았다. 이런 직원 교육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예전에 로이스에서도 직원 교육 많이 받았지.’

로이스가 전상욱 대표이던 시절에서 직원들의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했었다.

신입사원 교육은 물론 단계 별로 이수를 해야 승진이 가능했는데 그가 로이스를 그만두고 나서는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추천으로 인한 승진으로 바뀌었다.

그렇다 보니 직급과 직책이 맞지 않아 불만이 많은 사람도 있었는데 서종석의 경우가 그러했다.

로이스에서 오래 일했지만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점장의 직책에 하염 없이 머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교육에 관해서도 체계를 좀 갖춰야겠다.’

직영점을 운영하려면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있는 직원들을 모으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하겠지만 대전점과 같은 매장이 늘어난다고 하면 나쁘지 필요한 투자이다.

“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서종석이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는 이틀 연속 카운터에서 진두지휘를 맡았는데 신입들인 알바들에게 교육도 겸하면서 일을 해서 그런지 많이 지쳐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따가 직원들하고 저녁 먹을 생각인데 같이 드시겠어요?”

원래 나와 조형우는 여기에 며칠 지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숙소에서 생활 중이었고 이번에 지원을 온 친구들 역시 숙소를 마련해주었다.

그 친구들 저녁을 챙겨 줄 생각으로 다 같이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나의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저녁에 일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하겠습니다.”

“편한 대로 하세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집에 가서 쉬고 싶은 것 같았는데 나도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탈의실로 가려고 했는데 매장 입구에 누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고객들은 백화점이 폐점하고 모두 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분위기 상 백화점 직원인 것 같았는데 우리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가 나를 발견하고 물었다.

“혹시 여기 사장님 계실까요?”

갑자기 사장을 찾는 그에 나는 영문을 몰랐는데 의아해 하며 말했다.

“제가 사장인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나의 말에 그가 약간 놀란 듯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저기 명가메밀 사장 지강혁이라고 합니다.”

지강혁이라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게를 가리켰는데 이제 보니 같은 층 식당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다른 가게 사장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그에게 인사를 했는데 그가 조금은 불편하다는 듯이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니, 내가 보니까. 여기 사이드로 소바를 팔고 있는 것 같은데…메뉴가 저희랑 좀 겹치는 것 같아서요. 혹시 빼줄 수 있을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