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8 화
“네, 잘 되고 있습니다.”
“직원 채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내가 대전점에서 직접 채용을 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서종석에게 위임을 하였다.
그가 지인들 중에서 직원을 섭외를 한다고 했는데 다 채용했다고 이야기는 들었다.
“네, 일단은 말씀하신 대로 직원으로 6명 채용 완료했습니다.”
대전점의 정규직 인원도 일단은 7명을 생각했다.
주변에 다른 매장들 매출을 생각했을 때 첫 달 매출로 8천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바까지 생각해서 그 정도 인원이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할 것 같았다.
매출 8천만 원이면 나의 순이익은 2천만 원이상. 이 매장 한 곳이 나에게 1년에 2억 이상 벌어다 줄 것이다.
“그때 말한 로이스에서 일했던 사람들인가요?”
“네, 로이스에서 일했던 친구들은 4명이고 2명은 신입입니다.”
로이스에서 오래 일했던 그였기 때문에 알고 지내는 직원들도 많이 있었다.
퇴사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물론 지금 다른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오퍼를 넣었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잘하셨습니다. 알바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필요한 인원 지금 구인하고 있는데 잘 구해지네요. 오픈 전까지 최대한 인원 추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힘들다.
보통 알바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데 이 젊은 사람들의 인구가 많이 감소하였다.
몇 년이 더 지나면 폐업하는 대학교가 많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저출산의 영향이 요식업에도 오기 시작했다.
또 그나마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인원들도 비대면, 단기, 고수익을 주는 알바로 많이 이동했다.
요식업 알바의 경우는 손님을 대면해야 하고 힘들기 때문에 많이 기피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최저 시급으로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 겁니다. 일단은 급여를 여기 식당가에 있는 다른 알바생들보다 많이 주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픈이 정확히 언제라고 했죠?”
“4월 12일로 잡혔습니다.”
오픈까지 며칠이 남지 않았다. 공사는 완료되었지만 기물도 정리하고 직원들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았다.
“시간이 많이 부족하네요. 일단은 물건부터 정리가 되어야지 일이 편해질 것 같은데 다른 직원들은 언제부터 출근하기로 했나요?”
“저 혼자서 정리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오늘부터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럼 저도 도와드릴테니까 오늘은 같이 정리하고 저녁에는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인사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네,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가게가 적을 때는 직원이나 알바가 한 명이 들어오고 나갈 때 회식을 했었다.
서로 친해지고 앞으로 일도 열심히 하자는 의미에서 내가 해준 일종의 복지였는데 아이들이 좋아했다.
요즘 MZ세대들은 회식을 싫어한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 이것은 회식을 싫어한다기보다는 꼰대 같은 상사랑 같이 밥을 먹기 싫은 것 같다.
기껏 만나서 회식을 해도 결국에서 회사이야기.
근무에 연장선이기 때문에 회식을 기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회식에서는 일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간혹 직원들이 물어 올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것만 대답해주고 넘어가는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서 아직 크게 사고 치는 직원들이 없이 지금까지 잘 성장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4월 12일 뉴월드대전점의 오픈일이 되었다.
아무리 직원들이 경력이 있다고 해도 첫날은 어느 정도 매장을 도와 줘야 할 것 같아서 나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많이 바쁠까?”
현장 직원들에게 메뉴 교육을 하기 위해 온 조형우도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조금은 긴장한 듯이 물었다.
뉴월드광주점의 주방이 바쁘다는 것은 그도 직접 보아서 잘 알고 있다. 내가 대전점도 그 정도 매출이 나올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바쁘겠죠?”
솔직히 오늘 얼마나 손님이 들어올지 잘 모르겠다. 월요일이어서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도 같았고 또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오픈한 알로하 지점들은 다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되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그렇다고 하면 오늘도 장사가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백화점이 오픈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우리 가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어! 대표님.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해서 누구인가 했더니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뚝배기 불고기의 대표. 김장춘이었다.
“오랜만이에요.”
나에게 알로하 인수를 제의한 이후로 몇 번 통화를 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게요. 안 그래도 여기 식당가에 뚝불 있는 거 보고 사장님 생각이 났었는데 여기 지점 보러 오신 거에요?”
“네, 여기가 우리 몇 안 되는 직영점이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저 저번에 친구랑 같이 밥 먹었는데 직영점이어서 그런 지 더 맛있더군요.”
“우리 지점 중에 장사가 잘 되는 곳이긴 하죠. 그런데 이제 긴장을 좀 해야겠어요.”
“네?”
“알로하가 들어왔으니까 돈카츠 맛있어서 우리 손님 다 그 쪽으로 갈수도 있잖아.”
김장춘이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에 나도 웃었다.
하긴 그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백화점을 방문하고 있는 식당가의 손님들을 나누어 먹기 하고 있는 경쟁관계에 있다.
다같이 장사가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어디는 잘 되고 어디는 안 될 수도 있다.
기존에는 매장 하나가 적어서 그래도 손님들이 나누어져 밥을 먹었지만 신규로 오픈한 가게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그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이래서 알로하 인수하려고 했었는데…”
그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는데 이제 보니 내가 여기 들어온 것처럼 그도 이 자리를 노렸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여기 들어오려고 하셨어요?”
“예, 여기 담당자한테 그 전에 초밥집 계약 끝난다는 이야기 듣고 들어갈 만한 다른 브랜드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그때 보게 된 것이 알로하였고…”
결론적으로 알로하가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니 그는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셨군요.”
“보니까 물류도 다른 곳이랑 계약한 것 같은데? 어디랑 하셨을까요?”
“네, 뉴월드푸드랑 하기로 했습니다.”
“그랬구나. 그때 말하고 연락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예전에 그가 브랜드 인수가 안 되면 물류 사용이라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나는 뉴월드푸드랑 계약을 하기로 했다.
뚝불이 전국에 체인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고 해도 대기업인 뉴월드에 비교할 바가 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뉴월드푸드의 물류에 크게 불만이 없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뚝불의 물류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네, 죄송합니다. 지인 중에 뉴월드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랬군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어쨌든 오늘 오픈 잘 하셨으면 좋겠네요.”
“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산인해.
사람이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었다는 뜻으로 사람이 많이 있을 때를 나타내는 말이다. 우리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애초부터 매장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거기에다 뉴월드광주점은 푸드코트 형식이어서 주문을 하고 번호표를 받은 다음 기다릴 수가 있었는데 대전점은 매장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어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였다.
“몇 분이세요?”
“어른 2명에 아이 2명입니다. 지금 기다리면 시간 얼마나 걸릴까요?”
“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으세요.”
알로하의 기본적인 음식 조리 시간은 1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밖에서 30분 기다리고 들어와서 10분 정도 기다린다고 하면 총 40분은 기다려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기다리시겠어요?”
나의 말에 고객들은 고민을 했다. 아무리 맛있는 맛집이라고 해도 밥을 먹기 위해 40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다.
“음…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제가 번호표 드리겠습니다. 앞에서 기다리시다가 번호표 부르면 들어오시면 되세요.”
나는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때 한 고객이 나에게 물으셨다.
“혹시, 선우 도와주신 사장님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어쩐지 그런 것 같았어요.”
선우는 강철왕후 이후에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이미지가 좋아서 그런지 예능에도 자주 나오게 되었고 그 덕분에 영화나 드라마에도 캐스팅이 잘 되고 있었다.
선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나는 물론이고 알로하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이렇게 알아보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내가 밖에서 손님들과 응대로 하고 있는 사이 매장 안은 전쟁통이나 다름없었다.
서종석이 직원과 알바들을 데리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비록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신규 매장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최대한 친절을 잃지 않고 고객들을 응대하는 방법 밖에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알로하입니다. 고객님. 몇 분이세요?”
***
3,201,700 원
뉴월드 대전점의 오픈 매출은 대박이 터졌다.
예전에 광주점 오픈 매출이 3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그것보다 많이 한 것이다. 광주점의 경우에는 새롭게 오픈하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다.
푸드코트가 신선하기는 했지만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분산이 되었는데 대전점은 달랐다.
우리 가게만 새롭게 오픈했는데 그것 때문에 백화점의 고정 고객들이 매장을 많이 방문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말도 많이 하고 뛰어다녀서 그런지 나도 발바닥에 땀이 났다. 뒷정리 마무리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종석이 나에게 다가왔다.
“점장님,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고생을 안 한 직원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관리자 입장에서 그가 제일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다.
왠지 표정이 좋지 못해서 힘들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가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사장님, 일이 좀 생겼습니다.”
“일이요?”
매출이 높아서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말에 나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네, 새롭게 뽑은 직원 둘이 일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일을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전에 로이스에 있을 때는 아침에 오픈 준비를 하다가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3시간에 일을 그만 둔 친구도 있었는데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르게 말하면 요식업의 근무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
“누가 그만두는 거죠?”
“신입으로 뽑은 친구들입니다.”
“이유는 뭡니까?”
“자기들 생각보다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경력으로만 모든 직원을 채우기 힘들어서 신입도 2명 구인을 했었다.
오픈 전 직원들끼리 다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일은 자신 있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좋게 생각했는데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자 서종석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일단은 오늘 오픈빨이라 힘들었다고 붙잡아 볼까요? 그 친구들 없으면 당장 내일 영업이 힘들 것 같은데…”
확실히 나도 오늘은 오픈빨 때문에 많이 바빴다고 생각한다. 며칠이 지나면 매출이 줄어들고 아마 그들의 몸도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그냥 오늘 일당 챙겨주고 보내도록 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한번 마음이 떠났는데 다음에 또 일이 힘들면 또 그만두겠다는 말이 먼저 나올 겁니다. 그런 것에 휘둘리면 매장 운영하기가 어려워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직원 공고 바로 다시 올리시고 내일 영업은 제가 방법을 생각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