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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67화 (167/225)

제 167 화

“오빠, 긴장 돼?”

당연히 긴장이 된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난다고 하는데 안 떨릴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 좀 떨리네.”

나는 단비와 미리 예약한 호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슴이 쿵쾅거렸다.

단비는 자꾸 옆에서 편하게 하라고 말했지만 전혀 편해지지가 않았다. 혹시나 무슨 실수라도 할까봐 긴장이 되었는데 단비는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할 필요없어. 우리 엄마, 아빠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야.”

“그렇지? 그런데 딸 가진 아빠들은 안 그렇다고 하던데?”

은정이가 이제 막 태어난 조카의 사진을 자주 보내 주었는데 너무나 귀여웠다.

안 서방은 깨톡방에서 평생 아빠랑 같이 살자고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주책인 것 같으면서도 나도 딸을 낳으면 그럴 것 같았다.

그렇게 떨리는 긴장감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똑똑하는 소리가 들렸다.

단비의 부모님이 오신 것이다.

그리고 문이 열리더니 부모님이 들어왔다.

“엄마, 왔어?”

“어, 차가 좀 막혔네.”

단비는 편하게 두 분을 맞이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단비의 아버님이 나에게 손을 내미셨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얼른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단비 남자친구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앉아요.”

단비의 아버님은 평범한 회사원이셨는데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두 분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 단비는 어머니 쪽을 더 닮은 것 같았다.

인사를 나누고 모두 자리에 앉자 단비가 부모님에게 물었다.

“음식은 그냥 정식으로 준비했는데 괜찮지? 아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따로 더 시키고.”

“아니야, 잘했어.”

잠깐의 이야기가 끝나자 어색함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결혼을 한 성민이와 전화를 했었다. 장인어른에게 첫 인사를 갔을 때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살갑게 해. 가만히 뚱 하고 있는 것보다 그게 좋다.’

성민이는 말도 많이 하고 어른들에게 친근하게 하라고 했는데 하려고 해도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처음 본 고객들에게도 살갑게 잘 말하는 나였지만 지금은 나의 경험 밖의 일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단비의 어머님이 대화의 물꼬를 터 주셨다.

“우리 저번에 봤죠?”

“네, 어머님. 그랬습니다.”

“그때, 단비가 착한 남자라고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내가 언제 그랬어!”

어머니의 말에 단비가 펄쩍 뛰었는데 예전에 나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던 모양이다. 한 번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 다음에는 나에 관해서 이것 저것 물으셨다.

“부모님은 다 계시고?”

“네, 두 분 다 계십니다.”

“부모님 하시는 일은 어떻게 되세요?”

“원래 아버님은 광주에서 공장 다니시다가 지금은 귀농하셔서 강진에서 농사를 하고 계십니다. 어머님은 아버님 일 돕고 계십니다.”

“오, 그래요? 당신도 예전에 강진에 살았지 않아요?”

어머님은 말씀하시면서 아버님을 쳐다봤는데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예전에 거기서 교사로 근무하셔서 잠깐 살았지.”

“그러니까요. 이것도 인연이네요. 당신이 있었던 곳이 어디에요?”

“나는 예전에 읍사무소 근처에 살았지. 거기에 아버지가 근무한 학교가 있었거든.”

아버님의 말에 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이 사는 곳과 그렇게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희 부모님은 지금 군량면에 살고 있습니다. 읍사무소랑 가까습니다.”

“군량면? 들어본 것 같은데.”

이래서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분위기가 그래도 지연이라는 것으로 연결되자 조금은 분위기가 풀어졌다.

“그래, 장사를 하고 있다고?”

그러고 보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정확히 설명을 안 드렸다.

“네, 알로하라고 하는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을 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엊그제 같이 검색해 봤으면서 또 물어봐요.”

단비가 옆에서 말했는데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충은 말씀 드린 것 같았다.

“흠흠. 직접 듣고 싶어서 그러지.”

“원래 상무지구에서 자그마한 가게로 시작했는데 장사가 생각보다 잘 돼서 지금은 6개 정도의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 많이 있네.”

나의 말에 단비의 어머님은 놀라셨는데 그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혹시 못 먹는 거 있는데 우리 때문에 억지로 먹지 말아요.”

“아닙니다. 다 잘 먹습니다.”

“그래요? 그럼 많이 먹고. 나는 잘 먹는 사람이 보기 좋더라.”

어머님의 말에 나는 최대한 복스럽게 먹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모습을 보시던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사업하다 보면 술 마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술은 좀 마시나?”

“네, 잘 마십니다.”

분위기상 아버님이 술을 드시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래? 그럼 나하고 한 잔 할까?”

“아빠, 술 마시려고? 잘 마시지도 못 하면서…”

“그래도 오늘은 먹고 싶네. 소주 좀 시켜라.”

***

“하나, 둘, 셋.”

나는 침대에 단비의 아버님을 눕혔다.

술이 약하다고 하셨는데 진짜로 약하신지 나와 소주 몇 잔을 마시던 아버님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버님을 모시고 단비의 집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

방에 아버님을 눕히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나의 손을 잡으면서 말씀하셨다.

“합격!”

무엇이 합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님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 주무셨고 그 모습을 본 단비가 잔소리를 하였다.

“그러니까 내가 술 마시지 마라니까.”

방을 나오니 어머님이 나를 위해서 물을 준비해 주셨는데 술에 취한 아버님을 업었더니 힘이 좀 들었던 나는 바로 물을 들이켰다.

물을 다 마시고 인사를 드리고 이제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나를 붙잡으셨다.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밑반찬 좀 싸줄게.”

그녀의 말에 나는 단비와 함께 식탁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단비가 나에게 말했다.

“원래 아빠가 술을 엄청 싫어하셔. 오늘은 오빠 때문에 마신 거니까 원래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그래? 왜 갑자기 많이 드셨을까? 단비가 남자친구 생겼다고 하셔서 속상하셨나?”

나의 말에 단비의 어머님이 웃으면서 말하셨다.

“단비 할아버지 때문에 그래.”

“할아버님이요?”

“예전에 술 마시고 할머님을 엄청 힘들게 하셨거든.”

“맞아. 할아버지가 교사 퇴직하시고 매일 술만 드셨다고 하셨어. 알콜중독에 걸리셨고 결국에는 간암으로 돌아가셨거든 그것 때문에 아빠가 술을 진짜 싫어하셨어.”

“그랬군요.”

“예전에 항상 내가 결혼할 사람은 술을 못 마셔야 한다고 하셨거든 내가 오빠 술 잘 먹는다고 하니까 오빠 주사 있는지 테스트 해본다고 하시더라.”

단비의 말에 나는 웃었다.

테스트를 하기에는 아버님이 술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다. 살면서 술자리가 많이 있었지만 정신을 잃고 주사를 부려본 적은 없었다.

술에 자신이 있다고 한 강훈이 나를 술로 꺽으려고 한 적이 있었지만 그도 실패했다.

아, 생각해보니 대학교 때 한 번 술을 먹고 뻗은 적이 있긴 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들이 주는 술을 무한대로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술에 취해 뻗은 적이 있었다.

나의 주사는 그냥 술에 취하면 잠이 드는 것인데 잠이 든 나를 친구들이 힘들게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양팔을 친구들에게 업혀 끌려가는 나를 보고서 상현이가 예수님 같다고 해서 한동안 별명이 지저스인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잊혀진 별명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잠을 자기는 하는데 그것 말고는 주사가 없습니다.”

“그래? 술 마시면 잠자는 게 최고지.”

나의 말에 어머님은 좋아하셨는데 그래도 오늘 반찬까지 싸주신다는 것을 보니 나를 좋게 보신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때 어머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그런데 너희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니?”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 엄마와 아빠가 집에 다녀가 이후로 단비와 결혼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항상 결혼을 하기에는 아직 좀 빠르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더 이상 길게 고민한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단비도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너무 좋아했는데 그녀는 결혼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하자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인원 제한과 음식을 먹는 것도 제약이 많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래도 한번 뿐인 결혼인데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주는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또 중요한 것이 신혼여행이었다.

그녀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하와이로 여행을 가기가 힘들었다.

우리 가게 이름 알로하. 예전에 내가 너튜브에서 하와이를 보고 만든 이름이다.

나도 항상 하와이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래, 코로나 잠잠해지면 결혼해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자.’

***

[ 오빠, 조심히 다녀와. ]

양가에 서로 인사를 드려서 그런지 단비와의 관계가 조금은 더 끈끈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에는 그냥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이였다고 하면 이제는 반려자가 되었다는 느낌이랄까?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하지만 이 무덤에 같이 누울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 생길 때 결혼을 하라는 말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 그녀를 볼 수 없다.

알로하 뉴월드대전점이 오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점 오픈을 도와주기 위해서 조형우와 며칠 동안 그 곳에서 지낼 생각으로 출장을 갈 계획하였다.

대전점에 도착한 나는 안 서방과 함께 매장을 둘러 보았다.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본점하고 비슷하게 했습니다.”

대전점은 광주점과 다르게 푸드코트가 아니었다. 홀과 주방이 모두 필요했는데 디쉬업만 빼고 인테리어는 본점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잘 나왔네. 고생했어. 안 서방. 이제 광주로 내려 갈 거지?”

“네, 광주 가서 좀 쉬어야죠.”

거의 2주 넘게 그는 쉬질 못했다. 은정이가 조리원을 퇴소할 때 잠깐 보고 보질 못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안한 일이 또 있었다.

“그…좀 쉬다가 광주에 지점 2개 늘어날 건데 그것도 공사 도와줘.”

“또요?”

이제 막 공사가 끝났는데 또 공사가 들어간다니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2개 씩이나 안 서방은 힘들다는 표정이었는데 어쩔 수가 없다.

“하윤이 분유랑 기저귀값 벌려면 열심히 해야지.”

조카의 이름은 하윤으로 정했다. 안 하윤. 이름을 정하느라 안 서방과 은정이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는데 예쁜 이름으로 잘 정한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안 서방과 말을 하고 있을 때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전점의 점장으로 일할 서종석이었다.

그동안 전화통화는 자주 했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그에게 오픈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물었다.

“오픈 준비는 어떻게 잘 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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