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5 화
“CS팀 네가 맡아주라.”
“뭐라고?”
나의 말에 상현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놀라는 것을 예상을 하기는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맡길만한 사람이 녀석이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예전에 회사에 입사하고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잖아. CS도 가능하지?”
“내가 언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어. 부서 별로 어느 정도 다 경험이 있다고 했지.”
“그랬나? 그게 그거 아니야?”
“뭐, 비슷하기는 한데 CS도 약간 경험이 있을 뿐이지. 팀을 관리할 정도는 아니야.”
“그래?”
나는 CS 같은 고객 응대 기술은 어느 정도 타고난 성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웃는 하연이처럼 말이다.
본래 이 자리의 적임자로 하연이를 생각했는데 지금 뉴월드 광주점에 있는 신입 직원들의 교육을 맡고 있고 그들이 어느 정도 적응을 할 때까지 그녀는 그 곳을 지켜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상현이었다.
내가 아는 상현은 성격이 두루뭉술해서 친구들과 모두 잘 지냈는데 그런 그의 평상시 성격이라면 고객들이 언성을 높여도 잘 참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무리야. 절대로 무리.”
“그럼, 다른 사람 뽑을 때까지만 잠깐만 맡아줘.”
“잠깐만?”
“일단 본점에 있는 직원을 CS팀으로 올리고 지점 늘어나면 인원도 보충할 생각인데 인원을 관리할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까 당분간만 네가 맡아서 해줘.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다.”
다른 직원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 막 입사하고 자신들의 업무를 하기에도 바빴다. 상현 역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계속해서 부탁하자 결국에는 받아주었다.
“알았어. 근데 진짜 잠깐 동안만 하는 거다?”
“어, 일단은 대전에 지점 오픈할 때까지만 해주고 그 이후로도 힘들면 말해 사람 뽑을 테니까.”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서 일까? 상현은 받아들이는 것 같았는데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
아직 우리 회사는 자그마한 중소니까 말이다.
“그러면 비서 일은 어떻게 해?”
녀석이 물었는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겸업, 대신에 너무 걱정하지 마. 비서 일 많이 안 시킬게.”
우리 둘이 원래 친구라는 사실은 직원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혹시나 그것 때문에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했다.
아니. 오히려 본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더 일을 많이 시킨 것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조금 미안한 것도 있었는데 녀석이 묵묵히 잘 따라와 주었다.
당분간은 대전에 왔다 갔다 할 생각이기 때문에 나를 크게 도와줄 일이 없다. 그런 생각으로 그에게 CS팀을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상현이 책상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해?”
“사직서를 내가 뽑아뒀던 거 같아서.”
나는 장난을 치는 녀석의 행동에 웃었다.
“어차피 써도 안 받아 줄 거다. 내가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그걸로 퉁치자.”
“아씨, 이거 한 번으로 안 되는 거 알지?”
“어, 먹고 싶은 거 있을 때 말해. 다 사줄게.”
***
미팅 약속을 한 목요일이 되고 나는 가맹점주들을 만나기 위해서 기건일의 사무실로 갔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기건일이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 이 전과는 다르게 그는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내려온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 피곤해 보이시는데 괜찮으세요?”
“하하, 최근에 일이 좀 많아져서 잠을 좀 못 잤더니 그런 것 같습니다.”
기건일은 우리 회사 말고도 광주에 몇 개의 프랜차이즈 영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회사의 가맹영업의 경우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에 홍보해주는 일만 하거나 정보공개서 작성만 도와주는 곳도 있고 천차만별이었는데 우리 회사가 가장 많은 일을 맡기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수수료가 많이 나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었다. 벌써 5개나 되는 가맹점주를 데리고 왔으니까 말이다.
“오늘 미팅에 오시는 분들이 5명이라고 하셨죠?”
“네, 원래는 그랬는데 아까 아침에 2명이 못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3명으로 줄었습니다.”
갑자기 두 군데나 줄어들었다. 나는 이유가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죠?”
“다른 쪽 프랜차이즈를 한다고 하더군요.”
기건일의 말에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해는 되었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외국에서 들어온 이후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일본도 음식하면 유명한 나라지만 프랜차이즈 수만 따졌을 때는 우리나라보다도 적었다.
원래 일본이 가업승계, 장인정신을 중요히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했지만 인구수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회사가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 중에서 장사를 하려고 마음 먹으면 프랜차이즈 회사 중에서 골라서 하기도 편하다.
치킨, 피자, 카페는 물론 삼겹살, 국밥, 빵집 등등 거의 모든 메뉴로 프랜차이즈 사업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경쟁에서 알로하가 밀렸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아무나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군요. 그럼 남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나의 말이 기건일 준비한 PPT를 보여주면서 가맹점주 예정자들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은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나이가 20살이네요?”
***
오후 2시가 되고 가맹점주 예정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명은 나이가 비슷해 보였는데 유독 젊은 사람이 있어서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하주환. 20세. 돈이 있을까?’
직영점을 제외한 가맹점에는 자본금을 빌려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빌려주고 매월 얼마씩 갚는 방법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주식과 코인을 하면서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은 자신의 돈이 들어가야 절실해진다.’
물론 안 그러는 한량들도 많이 있지만 사람들도 자신의 투자금이 들어가야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일할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가맹점의 경우에는 투자금이 있는 점주들만 받을 생각이다.
그렇다고 햄버가나 빵집 같이 유명한 프랜차이즈에 비해서 우리 알로하가 창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안 서방과 같이 일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적게 측정하였다.
20평짜리 가게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 5천만 원 정도면 가능했는데 물론 이것은 건물에 들어가는 보증금과 권리금은 뺀 금액이다.
상권에 따라서 보증금과 권리금이 쎄다면 1억이 넘을 수도 있었지만 순수창업비용은 저렴한 편이었다.
기건일의 말에 따르면 그래서 어린 나이에 가맹점을 신청한 사람도 좀 있다고 들었는데 이건 어려도 너무 어렸다.
‘공고를 자퇴하고 요리 자격증을 땄나 보네. 그 다음에는 일식집에서 일을 했고…상당히 일을 일찍 시작했구나.’
내가 기건일에 말한 자격 조건은 갖추었다. 아직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할 것 같다.
가맹점주들과의 미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알로하의 역사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었다.
거기에 가맹에 들어갈 여러 가지 계약들과 궁금증들을 해결해주는 시간이었는데 생각보다 다들 적극적이었다.
“광고비는 어떻게 됩니까?”
광고비.
일반인들이 가맹점을 시작할 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광고비다. 본사에서 광고를 진행할 때 그 광고비를 가맹점주들에게 떠 넘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엄청 많이 있다.
계약할 때부터 불공정하게 계약을 하는 것이다.
혹시나 이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으면 전국에 있는 지점들이 광고비를 나누기 때문에 그 액수는 크지 않다면서 넘어가지만 생각보다 이 광고비로 나가는 비용이 많은 회사들이 꽤 많이 있다.
한 피자가게에서는 아이돌을 섭외하는 금액으로 연에 20억을 지출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돈을 전국에 있는 매장으로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맹점 당 150만 원 씩의 광고비를 분담해야 한 적도 있었다.
가맹점의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하는 광고에 크게 태클을 걸 수 없고 가맹본부의 경우에는 광고비를 자신이 지불 하지 않으니 무지성으로 연예인들에게 광고를 넣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런 것을 물어보다니 그래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온 가맹점주 인 것 같았다.
“저는 광고비를 본사와 가맹점들이 절반 씩 분담할 계획입니다.”
광고를 하면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이익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똑같이 분담을 할 생각이다.
또 이렇게 하면 나도 광고를 기용하는데 있어서 나도 신중히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알기로 이렇게 해주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많이 없는데 질문을 한 남자도 알고 있는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마음에 듭니다.”
다른 두 사람도 이것은 마음에 드는지 공감을 표했다.
“어떤 곳에 오픈을 할지 저희와 의논을 해봐야겠지만 그 전에 지금 가지고 계신 자본금이 어느 정도 됩니까?”
오픈을 할 때 또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 조달이었다.
가맹점주를 믿고 오픈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돈이 없다고 하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그래서 오픈을 하기 전에 들어가는 비용과 자금조달계획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먼저 대략적인 규모를 알고 싶었다.
“저는 자본금은 3억 정도 되는데 전부다 투자하는 건 무리가 있고 그 절반이 1억 5천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의 말에 광고비를 물었던 남자가 대답했다. 이야기를 듣기로 최근까지 중국집을 하다가 접었다고 했다.
“저도 그것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남자의 옆에 있는 중년 부인이 대답했다. 여자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어린 남자를 처다 봤는데 그가 나를 보고 말했다.
“저는 5천만 원 정도 있습니다.”
5천만 원. 확실히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본금이 적었다. 가게를 차리고 보증금에 권리금까지 계산하면 엄청 빠듯한 돈이 될 것 같았다.
작은 가게로 오픈하면 불가능은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좋은 입지의 조건에는 들어가기 힘들 것이다.
“자본금이 많지는 않으시네요.”
걱정이 돼서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는데 남자가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네, 결혼하고 부모님이 도움을 좀 주셨는데 그 돈으로 장사를 하려고 합니다.”
결혼을 했다는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결혼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물론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내 옆에 있던 중년 부인도 놀라서 남자에게 물었다.
“결혼을 엄청 일찍 하셨네요.”
“네, 아이가 생겨서 조금 결혼을 일찍 했습니다.”
결혼을 일찍 해서 다들 놀랐는데 아이가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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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서로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면서 미팅은 마무리 하였다.
“오늘 미팅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주님들의 의지와 열정을 확인했으니 내부 회의를 통해서 좋은 결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점주들이 떠나가고 사무실에 남은 기건일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점주들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은 것은 내가 가맹점을 내어줄지 말지에 대한 최종 선택만 남았다.
기건일이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가맹을 내어 줄 점주를 선택하면 그는 나를 대신해서 가맹계약을 맺고 점주와 상의하여 원하는 곳에 상권분석을 할 예정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점주 지원서를 보면서 두 명을 가리켰다.
“이렇게 두 명으로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