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3 화
“차량 외부랑 내부 세차 좀 해주세요.”
은정이가 탔던 보조석을 어제 좀 닦아 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이 더러웠다. 차를 그렇게 아끼는 편은 아니지만 이대로 타고 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세차를 맡기기로 하였다.
대전에 다녀와서 그런지 외부도 꽤 많이 더러워졌는데 차를 애지중지 하는 다른 포르쉐 오너들에 비하면 나는 차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려요.”
차를 맡긴 나는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차를 맡기고 움직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바쁜 일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주문하신 바닐라 라떼 나왔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은정이가 조카의 사진을 보내왔다.
막 태어난 아기 사진이었는데 얼굴만 보면 딸인지 아들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엄청 귀여웠다.
< 아기가 너무 예쁘다. 우리 딸 고생했어^^ >
가족들이 모두 있는 단체깨톡방에 엄마가 글을 남겼는데 평소에 잘 안 쓰시던 이모티콘도 붙이신 것을 보니 행복하신 것 같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때 가맹거래사 기건일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사장님,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
“네, 가능합니다.”
[ 가맹점주 예정자들 1차로 선택을 끝냈는데 언제 미팅 잡을까요? ]
가맹점 영업은 기건일 쪽에서 전담해주기로 했다.
가맹점 유치, 상권분석과 계약까지 맡아주기로 했는데 나중에는 본사에서 해야할 영역이지만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에게 위임을 하였다.
대신 나는 알로하 가맹점을 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첫 번째는 요식업 경험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남천동점 사장님처럼 아예 경험이 없이 요식업을 쉽게 보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이 있었다.
준비를 잘했거나 운이 좋아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봤다.
특히나 지금은 코로나 시대. 경험이 없이 성공하기에는 더욱 어려운 시대였다. 나는 우후죽순으로 지점을 늘리기보다 알로하의 모든 지점들이 돈을 버는 매장으로 만들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갖춘 점주를 모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리고 또 강조한 것이 즉시 계약해지사유에 관해서였다. 지금 알로하는 스타트업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뻗어나가야 하는데 발목을 잡는 가맹점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해지사유로 작성해 두었는데 만약 이 부분을 어길 시 별도의 통보 없이 바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과한 부분을 설정한 것은 아니었다.
위생과 서비스 등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에 관한 사항이었는데 요식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고 가게를 키우고 싶다는 열정이 있으면 지키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저는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 그럼 이번 주 목요일 2시에 저희 사무실에서 어떠세요? ]
“괜찮습니다.”
[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
“아, 가맹점주 예정자가 모두 몇 명이죠?”
[ 5명입니다. ]
5명. 생각보다 많았다. 만약 모두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광주에 한꺼번에 5개의 지점이 더 생길 수도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
차 세차를 모두 마친 나는 본사로 출근을 하였다.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갔는데 빼곡히 적힌 건물 안내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건물주구나.’
건물을 사고 바로 본사를 구축하느라 제대로 즐기지를 못했다. 이렇게 건물에 들어와 있는 가게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니 내 건물이라는 것이 조금은 실감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뷰티샵은 다 되었을려나?’
나는 예전에 동성이 형님 가게가 있던 곳으로 가보았다. 한동안 비어 있었는데 내가 건물을 매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뷰티샵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계약을 했는데 최근에 가게를 오픈하였다.
이로써 1층에 비어있는 곳이 없이 모두 임대가 완료 되었는데 주변에 다른 건물들이 비어 있던 것에 비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확인하고 2층에 있는 본사 사무실로 향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창업식을 하고 다들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이제는 팀장님이 된 조형우가 나에게 다가왔다.
“출산은 잘 하셨습니까?”
원래 조형우는 나에게 말을 편하게 했었는데 이제는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말을 높이기로 하였다.
“네, 잘했습니다. 산모랑 아기랑 모두 건강합니다.”
“다행이네요. 어제 갑자기 그렇게 가셔서 걱정을 했습니다.”
“저도 동생에게 갑자기 연락받고 좀 놀랐어요. 아기 낳는 거 지켜봤는데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팀장님은 벌써 두 명이라니 대단하십니다.”
나의 말에 조형우는 웃었다. 그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고 있었는데 아이를 낳는 과정을 다 봐서 그런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와이프가 고생했죠. 키우는 건 더 힘듭니다.”
“그럴 것 같아요. 예전에 팀장님이 부산 출장 좋아하실 때는 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네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대전에도 제가 가야 하는 거겠죠?”
조형우는 약간 기대하는 말투로 나에게 물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에 오픈하는 백화점 운영도 직영점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서종석에게는 벌써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보냈다. 그를 점장으로 채용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현지에서 보충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서종석이 점장으로 있으면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좀 있다고 하여 직원 채용에 관해서 그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대신 메뉴 교육과 오픈 초기에 지원을 좀 해주기로 했는데 조형우 팀장님이 가야 할 것 같았다.
“네, 그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웃었는데 그를 만난 김에 이야기를 했다.
“오늘 아침에 회의를 좀 할까 하는데? 11시에 어떨까요?”
본래 어제 창업식에서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내가 가버리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사무실 분위기가 아직은 좀 어색한 것도 있는 것 같아서 다 같이 모여서 인사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어서 제안했는데 조형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제 사장님 가시고 제가 창업식 마무리 했는데 어색해서 죽을 뻔 했습니다.”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직원들과도 소탈하게 지내는 그였다. 그런 그가 어색했다고 하니 나도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익숙해져야 할 일이었다.
“그럼 11시에 회의 진행하는 걸로 하시죠.”
***
“어제는 제가 일이 생겨서 일찍 들어가는 바람에 인사를 제대로 못 나누었네요.”
어제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나만 쳐다보고 있는 팀장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으니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본사 완성되고 첫 출근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회의에는 상현이도 참석하였는데 다행히 상현이가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상현이는 지금 나의 비서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단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을 하는 녀석이었지만 그도 다른 직원들이 있어서 그런지 나에게 말을 높였다.
“아직은 얼떨떨하네요. 다른 분들도 그러실 것 같은데 다들 어떠세요?”
“저희도 그렇습니다.”
이제 막 창업을 해서 사무실도 어수선하고 일도 아직 정확한 체계가 잡히지는 않았다.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는데 나는 일단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정해 줄 생각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기 있는 인원들이 어떻게 보면 창립 멤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는 말하면서 직원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창립멤버라는 말에 다들 관심을 보였다.
“저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한데 그래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생각입니다.”
일부러 경험이 많은 팀장들을 스카우트 해왔다. 나도 회사에 있었지만 회사마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여러 회사들의 좋은 점을 배워서 흡수하고 단점은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이었는데 그러려면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분위기가 필요했다.
보통 조직은 시키는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괜히 건의했다가 더 많은 일을 떠 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는 발전이 없다. 대신에 남들보다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성과는 확실하게 책임져 줄 생각이다.
말로만 하는 격려는 직장인들에게 크게 동기부여를 일으키기 힘들다는 것은 사원으로 일해 본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회의 시작에 앞서서 이런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했는데 일단은 알아들었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각 팀에서 일할 사원들을 뽑는 일입니다.”
내가 채용할 사람들은 팀장급의 인물들이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관리하는 인원들 말이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뛰고 일해줄 직원들 역시 필요하다.
“지점이 20개로 늘어난다고 했을 때 필요한 업무량을 분석하시고 거기에 맞게 인원을 충원해 주세요.”
나의 말에 회계팀장이 물었다.
“저희가 직접 채용을 하는 겁니까?”
“네, 스카우트를 해도 되고 신규로 뽑아도 됩니다. 자신이 직접 데리고 일할 팀원들을 구성해주세요. 이 인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면 저는 최종 결제만 하겠습니다.”
나는 부하 직원 채용에 관해서 팀장들의 재량에 맡길 생각이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업무 평가였다.
기준을 지점 20개로 결정을 해두었으니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팀을 구성할 것이다.
그렇게 구성된 팀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넘어갈 것이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로이스에서 경험을 비추어보면 잘 운영되는 팀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팀은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코인 때문에 자본금이 늘어서일까?
처음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서도 조금 자신이 생겼다. 이 정도 도전은 웃으면서 할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자본금을 무작정 알로하에 때려박을 생각은 없었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리스크만 가져간다.
주식도 그렇고 코인도 그렇고 장사에 있어서도 내가 세운 중요한 원칙이었다.
“영업팀장님?”
“네?”
나는 상현의 옆에 앉아 있는 영업팀장 이경민을 불렀는데 그가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팀장님은 인원 보충보다는 당분간 본점 점장으로 근무하시면서 저희 알로하에 대해서 익숙해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업팀이 하는 일은 직영점의 인원 관리와 영업이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현장을 잘 모르면 원활한 관리가 어려울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그였기 때문에 당분간 본점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 시스템에 적응시킬 생각이었는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궁금하거나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을까요?”
나의 말에 정미희가 손을 들었다.
“아마 다음 주에는 홈페이지가 완성될 예정인데 본사에 CS팀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