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1 화
담당자가 말한 것처럼 9층에 생활용품점이 들어온다면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았다.
나도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잘한 용품들은 아울렛에 있는 생활용품점에서 많이 구매를 하였다.
그때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었는데 여기에도 그런 곳이 들어온다고 하면 쇼핑을 한 이후에 식당가로 내려오는 고객들이 좀 있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지금 저기 구석에 보시면 휴식 공간으로 되어 있는데 몇 달 뒤에 카드 센터로 만들 예정입니다.”
“카드 센터요?”
“네, 뉴월드 포인트 카드 및 상품권을 불출해주는 곳으로 바꿀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8층 식당가를 찾는 고객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그렇군요.”
“안에도 보여드릴게요.”
초밥집이 폐업하고 입구는 천막 같은 것으로 막아 놓았는데 박홍준은 그것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부터 여러 가지 집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있었다. 내가 그것들을 쳐다보자 박홍준이 나에게 말했다.
“그 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인데 혹시나 필요하시면 저렴한 가격으로 넘긴다고 합니다. 필요한 것들 말씀해주시면 되고 혹시 안 쓰는 것들은 그 전에 업체에서 수거해 갈 거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박홍준은 평 수나 구조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기 시작했고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테이블은 22개 정도 들어가는 구나.’
가게의 크기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화정점과 비슷한 정도의 수준이랄까?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백화점의 경우 매장의 크기를 기준으로 관리비를 측정한다.
전체 사용하는 관리비를 매장들이 차지하는 만큼 나누는 방식인데 매장의 크기가 크면 당연히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물론 공간이 넓어서 많은 고객님들이 들어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면 적당한 사이즈가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다.
홀을 어느 정도 돌아본 후 주방도 돌아봤는데 주방은 생각보다 사이즈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손님을 받을 수 있는 홀을 기본적으로 많이 뽑기 위해 주방은 작게 만든 것 같은데 일할 때 좀 불편할 것 같기는 했다.
“임대료는 얼마나 할까요?”
“식당가는 공통적으로 부가세 제외한 매출의 14%입니다.”
뉴월드광주점과 똑같았다. 백화점이 다 마음에 들었는데 임대료가 높은 것이 흠이었다. 순이익도 아니고 매출의 14%라고 하니 부담이 되었다.
뉴월드광주점의 경우 1억의 매출을 찍었는데 임대료만 1,400만 원이 나갔다.
이제는 내 건물이라 임대료를 내지 않지만 예전에 상무본점의 경우 매출 1억을 찍어도 나가는 임대료는 3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3.5% 정도 될까?
백화점과 로드샵의 경우 임대료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또 관리비도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 편이다.
보통 개인 매장은 내가 사용하는 비용만 지불하면 되지만 백화점의 경우 공용으로 사용하는 수도, 전기까지 나누어서 내야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백화점과 아울렛에 들어오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식이 많았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이런 상황도 조금 바뀌는 것 같았다.
내가 예전에 일했던 수완동에 있는 아울렛의 경우 문을 닫는 점포도 많이 있었는데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인 곳도 많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뉴월드광주점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쇼핑몰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뉴월드대전점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아까 점심시간에 기다렸던 사람들을 우리 매장에 흡수하기만 한다면 손해는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계약서 좀 볼 수 있을까요?”
뉴월드광주점과 계약할 때 남현성에게 검토를 맡았었다. 아마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약서를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계약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계약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에 광주점처럼 여기서 까지 대박이 터진다고 하면 정수아가 말한 것처럼 뉴월드 백화점이 있는 지점에 더욱 쉽게 입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전에 다녀온 후 얼마 있지 않아서 창업식을 진행하였다.
본래 지점이 오픈 할 때마다 조촐한 개업식을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본사 사무실을 오픈 하는 일이니 창업식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꽤 크게 준비를 했다.
회사가 잘 되어야 한다면서 은정이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점집에 가서 날을 받아왔는데 나도 예전 같았으면 그런 것을 잘 믿지 않았겠지만 호랑이 꿈을 꾸고 로또에 당첨된 이후로 굳이 나쁘다는 날을 골라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드립니다.”
신상원이 커다란 화분을 들고 계단을 올라왔는데 화분에는 알로하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무실 엄청 깔끔하게 잘 되었는데요?”
원래부터 깔끔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무실 인테리어도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안 서방이 이제는 내 취향을 완전히 간파해서 그런지 내가 고르지 않았어도 마음에 드는 것들로 인테리어를 완성해 주었다.
신상원이 사무실을 구경하고 있을 때 나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그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점장님은 처음 보시죠? 앞으로 본사에서 일할 직원들입니다.”
창업식에는 내가 새롭게 뽑은 직원들도 다 같이 출근을 해 있었다.
먼저 영업팀장 이경민. 그는 원래 마소야라고 불리는 일본식 돈카츠 프랜차이즈에서 전라도지역 본부장을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사실 영업팀의 경우는 알로하를 잘아는 사람으로 뽑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직 다른 직원들이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외부에서 초빙을 해왔다.
나이는 나보다 많았는데 젊은 나이에 요식업에 뛰어들어서 밑바닥부터 올라간 케이스라 현장일도 잘 알고 해서 영업팀장으로 고용하였다.
메뉴개발팀의 경우에는 일전에 조형우에게 말해두었는데 그가 맡아주기로 했다.
신메뉴를 개발하고 기존에 있는 메뉴를 보충하고 신규지점 메뉴 교육까지 기존에 하는 일과 큰 차이가 없어서 잘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사와 노무를 담당하기로 한 고선희 팀장은 건설사에서 일을 시작하여 팀장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었는데 건설과 외식업이 조금 결이 다르기는 했지만 인사 쪽 경험이 풍부하고 법적인 부분도 잘 알고 있어서 믿고 채용하기로 했다.
디자인팀의 경우에는 정미희가 맡아주기로 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었고 가장 큰 걱정이 회사의 재경을 담당할 회계팀이었다.
회사의 돈을 책임지는 자리였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이 쓰였는데 큰 연봉을 주고 대기업에서 스카우트를 해왔다.
“이쪽은 저희 회계팀을 담당해주실 문영하 팀장님입니다.”
신상원에게 소개를 해주고 있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이 창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계속해서 왔는데 거기에는 동성이 형님도 있었다.
“돈까스!”
형님은 반갑게 나를 불렀는데 나도 오랜만에 형님을 보니까 반가웠다.
“형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아니, 돈까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고기 주문 좀 그만 넣으면 안 돼?”
형님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형님은 가게를 접고 규원축산으로 들어간 이후로 고기 작업을 열심히 했는지 살이 좀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은데 형님이 좀 더 고생해주십시오.”
“동준이 녀석은 일 잘하고 있지? 혹시 설렁설렁 거리면 바로 나한테 말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형우가 이제 본사로 들어와서 일한다. 물론 바쁠 때는 그가 가끔씩 매장을 도와줄 생각이지만 실질적인 상무본점의 주방은 동준이와 시환이가 하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온 직원들과 같이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아직 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잘해나가고 있었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 안 서방 >
안 서방은 오늘 창업식에 참석을 하지 못했다. 본사 인테리어 공사를 끝내고 바로 대전으로 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대전에 새롭게 열 지점의 설계도를 작성하기 위해 현장실측을 떠났는데 이제 도착한 모양이다.
“여보세요.”
[ 형님, 저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
“그래? 매장은 살펴봤어?”
[ 네, 지금 둘러보고 있습니다. 좀 있다가 담당자도 만나기로 했어요. ]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
[ 형님 말씀처럼 여기는 주방이 너무 좁아서 본점처럼 디쉬업 만들기 힘들 것 같은데요? ]
“그렇지?”
나도 처음에 대전점 매장을 보고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 네, 차라리 오픈 주방으로 만들어서 앞에 단상 설치하고 거기서 메뉴 세팅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공간이 안 나오는데 어쩔 수 없지. 일단 그런 방식으로 설계도 만들어 봐.”
****
“작년 2월에 15평짜리 자그마한 돈카츠 가게를 개업할 때 이런 순간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그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만족감을 드리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 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저에게 돌아온 것 같습니다.”
원활한 창업식을 위해서 사회자를 불렀는데 대표의 말 한마디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나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그동안 저희 알로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알로하가 국내 1등 돈카츠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는데 나는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인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접시를 들고 음식을 가지러 가기 시작했다.
사회자와 더불어 창업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손님들과 직원들을 위해서 출장 뷔페를 불렀다.
사무실 한 켠에 음식을 세팅하고 먹을 수 있게 자리도 마련했는데 특별히 제일 맛있다고 하는 뷔페를 불러서 그런지 사람들은 모두 만족하면서 먹고 있었다.
나도 그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 은정이 >
아까는 안 서방이더니 이번에는 은정이의 전화였다.
‘축하 전화인가?’
오늘 창업을 축하한다는 전화가 많이 왔다. 은정이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왠지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 오빠. ]
“어, 은정아.”
[ 나, 배가 아파. ]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말에 나는 걱정이 되었다.
“갑자기? 배가 어떻게 아파?”
[ 지금 양수가 터진 것 같아. 안 서방한테 연락했는데 지금 전화를 안 받아. ]
양수가 터졌다는 말에 나는 놀랐다. 아까 안 서방은 담당자를 만난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전화를 안 받는 모양이다.
아직 예정일이 2주 넘게 남았다고 해서 큰 걱정 없이 출장을 갔는데 하필 지금 아기가 나오려는 모양이다.
“일단 지금 오빠가 바로 갈테니까 짐 챙기고 기다리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말고.”
[ 어, 알았어. 오빠. 빨리 와. 피가 나오는 것 같아. ]
전화를 끊은 나는 바로 조형우를 찾았다.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에게 부탁을 했다.
“실장님, 저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창업식 마무리 좀 부탁 드릴게요.”
“갑자기? 왜 급한 일 있어?”
“동생이 지금 양수가 터졌다고 하네요.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