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8 화
“로이스 출신?”
[ 어, 구인사이트에 영업팀이랑 회계팀에서 일했던 사람이 이력서 올려놨더라. ]
“이름이 뭔데?”
[ 영업 쪽은 김태기고 회계팀은 권동진이야. ]
상현의 말에 나는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름은 들은 적이 있었다.
내 기억에 김태기는 강북 쪽에 지점을 관리하는 지점장이었고 권동진인 회계팀장이었던 것 같다.
“어,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 그래? 그럼 영입해도 상관없나? 다 너보다 직급 높은 사람들 이었잖아. ]
“퇴사한 이유가 뭔지 혹시 알 수 있나?”
[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 번 알아볼까? ]
나는 고민이 되었다. 본사에서 일했다고 하면 강훈과 접점이 없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강훈과 친한 사이라고 한다면 본사로 들이기가 좀 껄끄러웠다.
예전에 우리 직원을 빼돌리려고도 했고 고기 업체의 경우에는 뺐어가기도 했다. 무슨 수를 써서 알로하 내부 정보를 빼돌리려고 할 수도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 그런 상황이 많이 있지 않은가.
부산 지역에서 로이스 출신 점장들을 데려오기는 했지만 그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로이스에 대해서 불만이 있고 강훈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로이스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오퍼 넣지 말자.”
[ 그래? 너도 불편하지? ]
상현이는 내가 로이스에 나오게 된 이유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친구들에게까지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예전에 나보다 직급이 높았던 사람이어서 불편한 정도로 여기는 모양인데 이제 내 일을 도와주고 있으니 강훈에 대해서 이야기 해줘야 할 것도 같았다.
“어, 다른 이유도 있는데 나중에 만나면 설명해줄게.”
[ 응, 알았어. 그럼 일단 면접 의향이 있는 사람들 이력서 메일로 보내줄게. 너가 보고 추려봐. ]
본사 인원을 구성할 때 일단은 팀장급 위주로 내가 면접을 보기로 했다.
각 팀의 팀장을 내가 뽑고 그 세부 인원 구성은 팀장들에게 어느 정도 위임할 생각이었는데 해당 업무에 대한 경험은 내가 잘 모르니 이래야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들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로이스.’
상현과 전화를 끊은 나는 인터넷에 로이스를 검색해보았다.
회사와 여러 지점들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최근에 올라온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 돈가스 프랜차이즈 1위 브랜드 로이스, 코로나로 인한 경영위기 타파 전략 >
나는 기사를 클릭해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로이스가 코로나로 인해서 매출이 떨어지고 경영실적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본사의 인원을 감축하고 실적이 안 좋은 지점을 영업 종료하는 방법으로 개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아까 그 직원들은 권고사직을 당한 건가?’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현이 말했던 로이스 출신 직원들은 권고사직을 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고 보니까 2월은 실적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달이구나.’
로이스는 1월에 작년에 있었던 실적을 분석하고 2월은 진급이라던지 연봉 등을 발표하는 달이었다.
나도 예전에 처음 점장 발령을 받았을 때가 2월이었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한다.
만약에 작년의 영업성적이 결과가 안 좋다면 권고사직을 당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렇게 기사를 계속 읽어보고 있었는데 문득 마지막에 있는 글이 신경이 쓰였다.
< 로이스의 대표이사인 강민태는 프레쉬푸드 강영남 회장의 삼남으로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에도 깊은 연관이 되어 있다. >
그러고 보니 프레쉬푸드의 강영남 회장이 건강 악화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강훈의 아빠인 강민태는 경영권을 두고 싸우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작년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강훈이 로이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들었었다.
나는 이번에는 프레쉬푸드의 경영권 다툼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았는데 확실히 대기업이라 그런지 관련된 기사가 많이 있었다.
기사의 내용들을 가만히 정리 해보았는데 내용은 이랬다.
본래 강영남은 자식들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누어주고 공동경영을 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쓰러지자 장남인 강학우가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장남이 승계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회사 임원들이 그에게 줄을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둘째인 강민구와 셋째인 강민태가 한 편이 되어서 강학우를 견제했고 막내인 강신애는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큰 오빠인 강학우에 편에 서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균형에 변화가 있었다.
병상에 누워 있던 강영남이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자신의 지분 중 상당수를 장남인 강학우에게 물려 주었기 때문이다.
본래 프레쉬푸드는 SL그룹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에서 갈라져 나온 그룹이었다.
SL그룹은 국내 3대 대기업 중 하나로 뽑힐 만큼 규모가 컸는데 프레쉬푸드의 강영남은 SL그룹 초대 회장의 삼남이었다.
SL그룹의 초대 회장은 형제간의 다툼을 피하기 위해 그룹의 계열사 중에서 식품과 유통 쪽을 강영남에게 물려주었고 그는 회사이름을 프레쉬푸드로 바꾸면서 국내에서 알아주는 식품 기업으로 키워냈다.
자신 역시 자식들이 다투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분을 골고루 나누어 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빠르게 건강이 악화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염병이 터지면서 경영에도 많은 문제가 생겼다.
프레쉬푸드는 본래 급식과 휴게소와 같은 대규모 식자재 유통을 주력 사업으로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학우가 꾸준히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었던 밀키트와 같은 가정간편식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최근 트렌드를 제대로 겨냥한 것이다. 더군다나 1인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전망도 밝았다.
이것 때문에 회사에서 장남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고 이제는 말단 직원들까지 강학우를 차기 회장으로 거론하고 있는 추세였다.
강영남도 장남의 사업 수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기존의 생각을 바꿔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강학우는 공식적으로 프레쉬푸드의 회장 자리에 올라섰고 그는 한 때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동생들에게 철퇴를 날리기 시작했다.
먼저 둘째인 강민구를 한직으로 밀어내어서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셋째인 강민태가 그동안 로이스를 편하게 영업할 수 있었던 이유인 프레쉬푸드의 물류와 시스템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강민태의 캐시카우를 차단한 것이다.
그동안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었던 프레쉬푸드의 물류와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로이스는 뒤늦게 관련된 업체들을 구하기 시작했고 힘들게 대체할 곳은 구한 것 같지만 기존과 다르게 막대한 비용이 나가게 되었으니 가뜩이나 어려운 실적은 더욱 어려워질 예정이었다.
아마 이 여파에 대비하기 위해서 미리 높은 연봉을 차지하고 있는 인원들을 상당수 정리한 것 같았다.
‘이것 때문에 강훈이 조용했구나.’
기사들을 보고 있으니 강훈이 왜 조용히 지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백화점 입점 경쟁에서 우리에게 밀렸으니 그의 성격상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았는데 당장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처리하기 바빴던 것이다.
‘잘 됐네.’
형제 간의 다툼.
예전에 우리 집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이게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처리될 것도 같지만 오히려 가족이라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더군다나 대기업은 큰 돈이 걸려 있는 다툼이다.
싸움에서 장남이 승리했으니 로이스는 계속해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잘하면 손 안대고 코 풀수도 있겠군.’
***
“이게 나중에서 본사에서 사용할 결제 프로그램입니다.”
“음…”
안 서방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부탁하고 오후에는 기건일을 만나러 왔다. 그는 나에게 나중에 본사에서 사용할 사내 결제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이제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기고 업무를 담당할 직원이 생기면 지금처럼 일 처리 하는 것이 어렵다.
조금 더 회사에 맞게 체계적으로 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규모가 적을 때는 나 혼자 독단으로 처리가 가능했지만 나를 대신해서 검토하고 일을 처리해줄 직원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런 결제 시스템 역시 필요했다.
다행인 점은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이 기존에 다른 회사들이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비용만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었다.
기건일은 나에게 회사에서 주력으로 사용할 도메인과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었는데 기존의 로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금방 적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점장으로 일할 때는 메일 보내고 결제 서류 보내는 업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런 것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니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은 사용하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필요한 기능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서 추가로 넣어줄 수 있는 지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저희가 발주 시스템은 뉴월드푸드 것 사용하고 있잖아요. 저희 회사 도메인에서 그 쪽으로 바로 넘어가고 서로 연동되면 편할 것 같은데…”
“음…아마 가능할 겁니다. 제가 그 부분도 하이원스에 확인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이원스는 우리 사내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인데 만약 가능하다고 하면 이 곳과 계약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기건일은 이것 말고도 상당히 자세히 알려주었는데 나는 그와 계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이런 것들을 업체를 알아보고 진행했으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될 뻔 했다.
“혹시 홈페이지 제작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그에게 맡긴 일 중에서 또 중요한 것이 바로 홈페이지 제작이었다.
나의 SNS로 문의가 오는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빨리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었다.
“일단은 홈페이지 구성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기건일은 나에게 어느 정도 완성된 홈페이지를 구경시켜주었다. 처음에 만들 때 깔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주문하였다.
괜히 복잡하게 여러 가지 있어봤자 가시성만 떨어지고 홍보도 잘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생각 때문에 더 빨리 제작되기도 했는데 아직 이미지가 덮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전부 다 하얀 배경으로 조금 밋밋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갈 이미지 컷들은 디자인팀이 구성되면 진행할 예정인데 아직 직원 안 뽑혔죠?”
“네, 지금 구하고 있습니다”
스카우트 대형업체를 통해서 디자인 팀으로 일할 몇몇 직원을 소개받고 이야기도 나누고 포트폴리오도 살펴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딱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 우리 회사에서 디자인에 관계된 부분은 정미희가 담당해 주고 있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물론 홍보물 디자인까지 그녀와 계속 작업을 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딱 맞게 작업을 해주고 있었다.
‘미희씨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좋을 텐데…’
처음에 본사를 구성하면서 디자인 팀을 생각하면서 미희씨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로하의 간판 글씨체부터 그녀가 디자인 했으니 누구보다 우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나도 그녀가 편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회사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도 있고 혼자서 일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었다. 잠시 고민을 했는데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그녀를 만나서 우리 알로하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 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회사 운영이 어려워서 다시 직원으로 일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