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7 화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마치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너희 기억나냐? 밤새 시험공부 하다가 아침에 늦잠 자서 시험 못 보고 F 맞았잖아.”
추억팔이.
모일 때마다 하는 지난 추억 이야기지만 할 때마다 재미가 있었다.
“맞아, 그때 진짜 현호 미친놈인 줄 알았음. 내가 계속 깨웠는데 죽어도 안 일어나더라.”
“어차피 일어나서 시험을 봐도 쪽박인 걸 알아서 그런 거 아니냐?”
“맞아.”
서로의 기억에서 추억을 꺼내 조각을 맞춰보며 우리는 웃었는데 이런게 행복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상현이 직장 그만 둔 거는 안 된 일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 모여서 술 마시니까 너무 좋다. 우리 이제 자주 모이자.”
“그래, 그럴게 아니라 이번 여름에는 어디 놀러 가는게 어떠냐?”
“놀러 가자고?”
“어, 다들 시간 맞춰서 한 번 가자. 맨날 가자고 하고 못 갔었잖아.”
성민의 제안에 친구들이 관심을 보였다.
“성민아, 너 결혼하더니 자꾸 밖으로 돌아 다닐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무슨 소리야, 나는 그냥 이번에 기회가 좋은 것 같아서 그러지.”
성민이 정곡을 찔린 듯 소리쳤는데 나도 친구들과 놀러 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자. 우리끼리 놀러간 지 엄청 오래 됐잖아.”
“그래, 이제는 차도 있고 다들 돈도 있고 시간만 맞추면 되겠네.”
항상 놀러가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의견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 같았다.
“어디가 좋을까? 제주도 어때?”
“나 제주도 신행으로 갔다와서 다른 곳 가고 싶은데 부산 어떠냐?”
“부산도 좋지. 나 해운대 가보고 싶었어.”
친구들의 말에 나는 얼마 전에 갔던 부산을 떠올렸다. 호텔에서 바라본 부산 바다는 겨울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름에 거기서 친구들과 물놀이 하는 상상을 했는데 엄청 재미 있을 것 같았다.
“해운대 내가 가봤는데 좋더라.”
“너 언제 가봤냐?”
나의 말에 호영이가 물었다.
“어, 이번에 부산에 지점 늘렸거든 그것 때문에 몇 번 갔어.”
“진짜?”
“근처에 있는 팬션에서 술도 먹었는데 바닷바람 맞으니까 술도 안 취하고 좋더라.”
“오, 그거 괜찮네.”
“정훈아, 부산에도 지점이 있냐?”
나의 말에 상현이 몰랐다는 듯이 물었다.
“어, 최근에 지점 늘렸어.”
“그래? 너 그럼 지점이 총 몇 개야?”
“상무지구에 있는 본점까지 하면 총 6개 지?”
“6개?”
지점의 개수를 말하자 친구들이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친구들에게 장사가 잘 된다고만 했지 어느 정도라고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
“어쩐지 뉴월드백화점 입점 했다고 했을 때 잘 나가는 줄은 알았는데 벌써 6개나 될 줄은 몰랐네. 정훈이 돈 많이 벌겠네?”
“어, 좀 번다.”
“그런데 그 정도면 너 혼자 관리하기 존나 힘들지 않냐?”
“힘들지, 안 그래도 너무 정신 없어서 프랜차이즈 본사 만들려고 생각중이야.”
“헐, 이제 정훈이 회장님 되는 거야?”
“그 정도는 아니고 대표이사?”
대표이사라는 나의 말에 친구들이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퇴직한 상현을 제외하고는 녀석들 모두 다 직장인들이었다.
“야, 안 되겠다. 소고기 더 시켜야겠다.”
호영이는 소고기를 더 주문했는데 나는 웃으면서 그러라고 말했다.
“본사 만드는 중이면 직원 뽑고 있는 거야?”
다른 친구들은 그냥 부럽다는 듯이 말했는데 상현이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어, 그렇지. 최근에 가맹거래사랑 계약해서 그 쪽에서 관련 직군들 스카우트 도와주기로 했어.”
“그래? 어떤 직군들이 필요한데?”
“일반 회사랑 비슷하지. 경영, 회계, 마케팅, 인사 쪽 사람들 뽑으려고.”
“그러면 나 좀 써주면 안 되냐?”
갑자기 자신을 써달라는 상현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너를?”
“어, 나 원래 경영지원팀에 있었잖아. 말이 경영지원이지 다른 팀에서 빵구나는 업무들 다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던지 자신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눈빛을 보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코인하면서 좀 쉰다고 했었잖아.”
“그거는 광주에서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이직 준비하면서 쉰다는 이야기였는데 너 일 도와주면서 돈 벌면 좋지.”
상현의 말에 나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같이 일하다 보면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로이스에 다닐 때 보면 일을 그만두고 친구와 같이 장사를 한다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는 항상 반대를 했었다.
혼자 장사를 시작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의지가 되는 친구나 가족, 친척들과 같이 장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서로가 일을 하는 성격과 방향성이 다르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되었을 때는 좋은 시너지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유명한 식당들 중에서는 가족경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말 없이 고민을 하자 상현이 말했다.
“너무 고민하지는 말고 나는 그냥 너 일 도와줄 겸 나도 프랜차이즈 쪽 경험도 쌓아보려는 것 뿐이야. 너도 영업 말고는 다른 쪽 경험은 없을 것 아니야.”
하긴 녀석의 말도 맞았다.
영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회계와 같은 부분에서는 더욱 그랬다.
안 그래도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아서 기건일을 통해서 소개받은 스카우트 전문 업체에 본부장급 인사를 영입해 달라고 부탁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기 때문에 온전히 이 문제를 남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는 것이 좀 신경이 쓰였다. 상현이라면 나도 물어보면서 편하게 배울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 번 생각해 볼게.”
***
“그럼 잔금은 한 달 후에 치루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속이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서운한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네.”
“돈 많이 버셨으니 시원하셔야죠.”
나는 홍학성과 건물 매매에 대한 계약을 마쳤다.
최근까지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홍학성의 건물같이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팔아서 나도 신경을 덜 쓴 것 같아. 그런데 언제 그렇게 돈을 번거야?”
“다 은행 대출입니다.”
건물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대출을 받아야 하나로 고민을 많이 했다. 코인에 대박이 터졌기 때문에 충분히 살 여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대출을 받기로 결정하였다.
첫 번째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건물 매입에 관해서 도움을 받으면서 남현성이나 기건일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대출을 받지 않고 100% 내 돈으로 산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좀 부담이 되었다.
특히 남현성은 내가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법인으로 대출을 받으면 낮은 이자로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나중에 시세 차익까지 생각하면 절세의 효과도 있다고 하였다.
또 장사를 하면 돈이 어떻게 들어갈지 또 모르니 받을 수 있을 때 대출을 받아 두는 것이 나쁜 선택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구매 하는 거지. 보통 사람들은 꿈도 못 꾸지. 어찌 되었든 축하하네. 자네도 이제 건물주야.”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임대료를 따박따박 받으면서 편하게 사는 생활, 모두가 이런 상상을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나도 이번에 건물을 매입하면서 매 달 들어올 임대료를 계산해 보았는데 3천만 원이나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 월 통장에 3천만 원이라는 돈이 월급처럼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대출금 이자가 나가기는 하지만 내가 매달 벌어들이는 가게 수익금을 합치면 거의 1억이라는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연봉 1억도 아니고 월급 1억.
1년이면 10억이 넘는 돈을 벌게 되는 것인데 불과 1년 사이에 엄청나게 커진 나의 스케일에 나도 놀랐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예전에 부대찌개로 전국에 체인점이 300개가 넘는 외식프랜차이즈가 외국 사모펀드에 1,000억에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로이스는 현재 전국에 60개 정도의 매장을 가지고 있지만 매출액으로 비교 했을 때는 부대찌개의 절반 정도였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로이스 정도의 체급이 되려면 500억 정도는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500억.
최근에 계산을 했을 때 로또 당첨금, 코인, 그리고 집과 부동산을 합친다면 현재 나의 재산은 130억 정도가 될 것 같았다.
500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멀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건물을 매입했으니 2층 사무실에 프랜차이즈 본사를 만들고 가맹점을 늘리면 된다.
가맹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회사가 성장하는데 탄력이 붙기 시작할 것이다.
***
< 알로하 빌딩 >
건물을 매입하고 2층 사무실 인테리어를 들어가기 전에 건물의 이름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기존의 건물 이름이 약간 촌스러운 것 같아서 새로운 시작도 알릴 겸 바꿨는데 마음에 들었다.
2층 사무실 인테리어는 역시 안 서방에게 맡겼다. 은정의 출산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또 그에게 일을 부탁하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믿고 맡길 사람은 안 서방 밖에 없었다.
“형님, 멋있는데요?”
간판을 달고 나니 안 서방이 나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빌딩 간판을 제대로 보았는데 이름을 바꾸고 나자 확실히 나의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네. 바꾸길 잘한 것 같아.”
“형님이 말로만 듣던 건물주라니 믿겨 지지가 않네요.”
안 서방은 부러움이 가득한 말투로 나에게 이야기했는데 나도 예전에 건물주들에 관한 영상을 너튜브에서 보면 저런 마음으로 바라봤었다.
“안 서방도 좀 있으면 건물 살 수 있을 거야. 알지? 우리 가맹점 문의 많이 들어오고 있는거? 안 서방에 다 맡아서 인테리어 해줘야지.”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많이 침체되었다. 본래라면 인테리어 경기도 침체되어 있어야지 정상이지만 상황이 조금 달랐다.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비싸진 집값으로 이사를 가기 보다는 기존에 있는 집을 새롭게 꾸며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겹쳐서 젊은 사람들이 인테리어와 같은 전문기술직에 진출을 꺼려 하면서 사람도 많이 부족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들이 겹쳐서 기존에 있는 인테리어 업체들은 호황을 이루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인테리어 업체들은 가만히 있어도 일이 넘쳐나니 쉬운 일만 하려고 했고 돈도 비싸게 불렀다.
사기를 치는 업체들도 많이 있었는데 우리 알로하는 안 서방이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모두 처리해 주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보통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인테리어로 나가는 수입을 우리는 안 서방이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으니까 안 서방도 어떻게 보면 윈윈이었다.
거기다가 우리 가맹점이 늘어나면 안 서방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서로가 좋은 일이었다.
간판을 바꾸고 나서 2층에서 본격적인 사무실 인테리어를 시작했는데 상현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정훈아, 지금 어디야? ]
“나? 여기 상무지구 본사 인테리어 시작해서 보려고 왔어.”
같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상현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고민을 했는데 생각 끝에 같이 일을 해보기로 했다.
나도 편하게 일을 시킬 비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회사 업무에 관해서 여러 가지 경험이 있는 상현이라면 내가 궁금한 것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래? 지금 네가 말한 스카우트 담당자랑 이야기 해봤는데 로이스 출신도 너 상관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