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6 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알로하 사장님 맞으세요?”
“네, 제가 알로하 사장. 김정훈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가맹거래사 기건일이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그가 말한 것에 흥미가 생겨 시간을 내서 왔는데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환대해주었다.
“전화로 대충 말씀하셨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저는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적인 흐름에 맞춰서 사장님을 서포터 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반적인 흐름이요?”
“네, 보통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점이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표 또는 지인, 손님들로부터 창업문의를 받게 됩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런 식으로 가게를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상표를 등록하고 가게에 맞는 디자인, 인테리어, 물류업체 등을 선정하게 되는데 일단 저희는 이런 것을 담당하는 다양한 업체들을 사장님에게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희는 이미 그 부분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물류도 있으세요?”
“네, 뉴월드푸드에서 저희 물류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보통 처음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프랜차이즈쪽에서 일하셨습니까?”
“로이스에서 5년 정도 일했습니다.”
나의 말에 기건일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이 물류까지 차근차근 일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역시 그랬군요. 혹시 그러면 가맹계약서나 정보공개서 작성도 다 하신 걸까요?”
“네, 아시는 지인 분 중에 변호사가 있어서 도움을 받아서 했습니다.”
남현성은 귀찮아 하기는 했지만 내 부탁에 처리를 도와주었고 덕분에 나는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시군요. 프랜차이즈 사업을 등록하셨으면 그 다음은 본사 설립, 가맹점 모집, 홈페이지 구축 단계 인데 혹시 이 부분도 하셨을까요?”
“사실 그 부분을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문을 듣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그러시군요. 궁금하신 것 말씀하시면 자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가맹본사 입지 조건이나 시스템, 인원 구성에 관해서 고민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그것에 관해서 조언을 드리려면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가맹점 확장이 목표이신가요?”
“가맹점 확장이라고 하시면?”
“사업의 방향성이 가맹점을 끌어모아서 100개, 200개 이런 식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인 건지 묻는 겁니다.”
“아닙니다. 저는 가맹점의 확장보다는 알로하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양보다는 질을 원하시는군요. 그렇다고 한다면 본사의 인원을 그렇게 많이 구성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와 계약한 업체들의 초기 본사 구성 매뉴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건일은 컴퓨터로 자신이 여태까지 계약한 프랜차이즈들의 초기 현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솔직히 사무실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프랜차이즈와 일을 했고 내가 아는 가게들도 있었다.
“프랜차이즈를 많이 하셨네요.”
“네, 광주에서 가맹거래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보니 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일을 맡겨 주셨습니다.”
“광주에는 가맹거래사가 많이 없나요?”
“네, 원래 프랜차이즈 사업이 지방에서 일어나서 서울로 입성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보통 가맹거래사 자격을 따면 서울에서 일을 많이 시작하시죠.”
“그렇군요.”
하긴 생각해보면 보통 지방에서 유명한 맛집들은 자기 지역에서 장사하지 서울까지 진출하는 경우가 흔한 경우는 아니다.
반대로 서울에서 이름이 알려져서 뜬 브랜드들은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늘리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가맹거래사의 직업 특성상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는 브랜드들에게 도움을 주는 업무들이 많은데 그러면 서울에 있는 것이 계약을 따내기 유리할 것 같기는 했다.
“최근에 저희와 계약한 초밥집의 경우에는 저희에게 스카우트까지 부탁하셨는데 인원 충원이 어려우시다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스카우트요?”
“네, 저희가 직접 하는 건 아니고 채용대행업체를 연결해서 본사에서 근무하는데 필요한 총부, 회계, 인사, 마케팅, 복지 등의 담당자들을 스카우트 해드리고 있습니다.”
“오, 그거 괜찮네요.”
사실 이것도 많이 고민했던 문제다.
내가 자신 있는 분야는 영업과 매장 관리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면 다른 분야에 일할 사람도 필요한데 어떻게 인원을 충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본사는 광주에 하실 건가요?”
“네, 그렇게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그러면 입지조건이나 사무실 계약 관련된 부분에서도 제가 도움을 드리고 있으니 저에게 맡겨 주시면 편하게 진행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상무지구에서 본사로 사용할 건물들을 돌아보고 머리가 좀 아팠다. 그가 그것에 관해서 도움을 준다고 하니 계약하면 일이 편하게 처리될 것 같기는 했다.
“아까 홈페이지에 관심을 보이시던데 만약 계약하시면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저희가 홈페이지 제작에 특히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네, 사실 가맹거래사의 가장 큰 업무는 사장님의 마음에 맞는 가맹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맹영업의 80% 이상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유입됩니다.”
나의 경우에 SNS로 가맹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기는 한데 이건 우리 가게에 아직 홈페이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알고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가맹영업은 홈페이지를 통한 가맹점 모집은 물론 현장을 방문하여 점주의 마인드 확인 및 상권분석과 가맹상담, 가맹계약, 계약 후 발생하는 불만 및 애로 사항 처리까지 해드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디테일 한 업무에 나는 관심이 생겼다. 부산에서 가맹계약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왕복으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좀 힘들기는 했었다.
점주의 마인드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기건일에게 넘긴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 질 것 같았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원래 저희가 자체적으로 찾아가서 영업을 하고 이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알로하의 경우 다른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마케팅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자체적으로도 욕심이 나서 직접 찾아가서 만나 뵙고 싶다고 연락을 드린 겁니다.”
기건일이 가게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주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일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동안의 경험상 내가 혼자 이런 것을 처리하려고 하면 머리가 많이 아프다.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면 내가 신경 쓰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그 것 때문에 비용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돈은 많이 있다.
마음을 정한 나는 그에게 말했다.
“계약하겠습니다.”
“정말이세요?”
나의 말에 그는 기쁜 표정을 지었는데 아까 말한 것이 빈말이 아니라 진짜 계약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네, 계약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알로하가 최고의 돈카츠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최고의 돈카츠 프랜차이즈.
항상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입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제가 사실 오늘 본사로 쓸 건물을 돌아보고 왔는데 이것부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건물이요? 매입하시려고 그러세요?”
“네.”
***
21년 3월 19일 저녁.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두 만나는 날이었다. 상현이가 광주로 오니까 모이자고 전화를 돌렸는데 친구들은 모두 다 좋아했다.
나는 평소 직원들과 자주가는 소고기집으로 친구들을 불렀는데 기다리고 있으니 하나 둘씩 친구들이 오기 시작했다.
“정훈아!”
박상현, 정은기, 강성민, 민현호, 주호영 거기에 나까지 이렇게 완전체로 모이는 것은 진짜로 오랜만인 것 같은데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야, 오늘 고기 정훈이가 진짜로 사는 거냐?”
“어, 정훈이가 쏜다고 했어.”
“욜, 정훈이 가게 장사 진짜 잘 되나 보다?”
현호와 호영의 말에 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 잘 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사줄 테니까 마음껏 먹어라.”
“오케이, 오랜만에 허리띠 푼다.”
내가 마음껏 먹으라고 하자 친구들은 고기와 술을 주문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리자 성민이 소주와 맥주를 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상현이 퇴직을 축하하기 위해서 한잔 씩 하자.”
“축하해야 하는 거 맞냐?”
성민의 말에 상현이 대꾸하였다.
“좆같은 회사 그만뒀으니까 축하해줘야지.”
“좆같은 회사야?”
“너 같은 인재를 몰라보고 진급을 안 시켰으니 좆같은 회사지.”
“그 말이 맞네. 한잔 씩 하자.”
다들 잔에 술을 채우고 건배를 한 후 술을 마셨다. 시원한 쏘맥을 한잔 씩 마시자 다시 성민이가 말했다.
“다들 어떻게 지냈어? 근황 토크 한 번 하자.”
“너부터 이야기 해봐. 결혼 생활은 할 만하냐?”
“결혼?”
“어, 신혼생활은 재미있어?”
아직 미혼인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결혼에 관해서 물었다.
“예전에 선배들이 결혼은 현실이라고 말한게 이해가 잘 안 됐거든? 왜냐하면 나도 연애를 오래 했잖아.”
“왜, 결혼해보니까 느낌이 다르디?”
“어, 달라. 아주 힘들어. 연애할 때랑은 또 다르더라. 그러니까 너희들은 결혼하지 마라.”
“너는 결혼 해놓고 왜 우리보고는 하지 말라고 하냐.”
“어허, 형이 하지마라고 하면 그냥 하지마.”
성민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했는데 친구들은 웃으면서 말했다.
“나, 이거 SNS에서 본 것 같은데 유부남 개그냐?”
“그러니까.”
친구들의 반응에 성민은 이번에는 심각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아직 이게 얼마나 위험한 건 지 모르나 본데 내가 설명을 해줄게. 최근에 어디서 봤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6명이 결혼을 하면 2명은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
“진짜 그렇게 많아?”
“어, 너 만약에 총알 여섯 발 장전하고 그중에 두 발이 실탄이라고 하면 머리에 대고 쏠 수 있냐?”
“네버, 그거는 좀 힘들지.”
“결혼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신중히 생각해라.”
“성민이 결혼하더니 왜 갑자기 비혼주의자가 됐냐? 결혼 생활이 힘들기는 하나보다.”
“그러니까 그런데 우리 중에 아직 결혼할 사람 없잖아.”
“맞아, 씨발, 여자친구가 있어야 결혼 걱정을 하지 실체가 없는데 어떻게 걱정하냐!”
현호가 발끈하면서 일어났는데 가만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기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정훈이 여자친구 있잖아.”
“맞다. 정훈이 너 아직 단비씨랑 만나고 있지? 너는 어떠냐? 결혼 할 거냐?”
친구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다들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였는데 나는 잠시 생각을 한 후에 말했다.
“다 알고도 머리에 총을 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라면 결혼해도 괜찮지 않을까?”